장 자매의 영어 홈티칭 - 엄마 아빠는 채점만 하세요
장이분.장미경 지음 / 푸른들녘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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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매의 영어 홈 티칭』은 나의 개인적인 교육 철학을 흔들리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물론 동의한다. 한 권을 읽더라고 정확하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직독직해를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냥 막연히 아이가 머릿속으로 빠르게 직독직해를 내심 바라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하다. 이것이 다독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이라 기대는 하지만, 장 자매의 의견은 아니올시다이다.

저학년 때이므로 영어를 놀이식으로 FUN 코드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재미있게!를 외치며 실천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특히 Writing은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너무 강합적으로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 봐 실천을 못하고 있는데, 장 자매의 책을 읽고 보니, 그러면 그럴수록 실력의 갭은 커질 것이고 중고등학교에 입학해서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에서 학업성적이 좋게 하는 것도 중요하니 영어공부를 어쩔 수 없이 한국 시험에 맞게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듯하다. 언제까지 놀이식 영어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어떤 식으로 영어 원서를 공부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원서 백설공주인 "Snow Drop"를 가지고 공부를 한다.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원서 공부를 하게 된다.
Before You Read : Vocabulary, Topic Preview
While You Read : Words and Phrases, More Words, Translate for yourself, Give me a clue, Story insdie you
Review : Questions for detail, grammar for writing
Project Writing: summary writing
Connecting to Movie : Compare and contrast, Think creatively, Culture inside

그리고 이 책의 좋은 점은 어떤 식으로 아이 학습 지도를 하면 좋은지에 대한 팁도 들어있고, 아이가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지도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위와 같은 접근 방법으로 원서를 배운다면 실력 향상은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Summary writing 부분은 미국에서 영어 수업을 할 때 실제 활용되는 acitivity이다. 미국에서는 더 나아가 책에 관해 essay를 쓰고 마무리를 한다. 그게 항상 숙제였다. 결국 writing이 저학년 때부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영어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장 자매가 제시한 방법대로 지도해도 잘 따라올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영어에 적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거나, 글밥이 조금 많아지면 허걱하고 도망하는 아이들에겐 어떤 방법으로 영어를 친숙하게 해줄 수 있는가 말이다. 다독도 중요하지만 정말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기가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장 자매 선생님의 말씀이 옳은지는 백번 알겠지만, 실천은 여전히 어렵다.

원어민 선생님도, 학원도, 학교 수업에서도 부족한 '정확하게 읽고 말하고 쓰기'에 대한 보충은 반드시 가정에서 채워줘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아이 책 수준을 확인 하고 적합한 원서를 바탕으로 영어 실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영어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책 내용을 파악을 할 수 있으며 자신감이 생겨 다른 원서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FUN 코드로만 진행하고 싶던 영어 공부를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저학년때는 영어를 잘했으나 중고등학교 때 가서 그 실력이 무너지면 안되고, 차근차근 쌓았다고 오해하는 실력이 나중에 들통이 나면 큰 낭패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 환경이 변경되기를 기다리기는 것보다 우리 아이 공부의 방법을 다양하게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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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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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고 다듬는 과정에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 책이다. 자주 틀리는 문장에 이렇게 쓰면 어떤 의미가 되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니 앞으로 숙지해서 더 나은 문장, 매끄러운 문장을 작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글을 읽을 때는 그런데 막상 또 글을 작성할 때는 사뭇 다른 느낌이긴 하다.

우선 저자의 재치가 엿보이고 절로 웃음이 나는 문장들이 많았다. 책 제목부터 신랑과 함께 보며 빵 터졌다. 완전 공감이 가는 질문이라며. 소제목들 중에 "내 문장은 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란 질문도 너무 웃겼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기보단 사람들이 글을 쓸 때 제대로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쓰는 문장들을 지적한다.
그뿐 아니라 저자는 자신의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작가가 글을 쓰고 교정 교열을 해주는 직업이다. 글이 재미있으면 있을수록 본업에 충실해지기 어렵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국어 문법에 정말 빠삭해야 할 것 같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수강하지 않은 나로서 국어는 정말 어려운 학문이다. 말을 할 줄 안다고 국어를 잘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문장에 대해 배우는 장도 있고, 저자의 독백, 산문도 섞여있다. 그리고 책을 출간했던 "함인주님"과의 편지 주고받는 내용을 읽노라면 그들의 경지에 놀랐다. 철학적인 것 같기도 하고 말장난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귀찮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면서 성의 있게 답변하는 저자의 성품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후반부에서 '허걱' 하고 소리를 질렀다. 함인주씨와 관련해서 반전에 또 반전이 있다.

김정선 작가는 20년 넘게 교정 교열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좋은 문장과 책들, 작가들을 만났을까 (직접은 아니지만)?  물론 직업으로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만 해도 너무 꿈만 같은 직업일 것 같았다. 누군가의 문장을 읽고 왜 이렇게 썼을까 생각하고 다시 써보는 것이 일이자 유일한 취미라는 말이 너무 달콤하게 들린다. 천직이다! 그가 김훈 작가에 대해 언급하는데 김훈 작가의 글을 읽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김정선 작가가 그의 스타일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뭔가 새로운 것을 또 알아가게 된 듯하다. 그리고 김정선 작가가 어떻게 김훈 작가를 생각하는 지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도 <남한산성>이란 책을 읽었는데, "그러나"가 딱 한 번 노출되었다는 걸 절대 몰랐다. 김훈의 소설에는 '이','가'가 튀어나오는 일은 드물다는 점도 말이다. 김훈의 <흑산>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최근에 읽은 글쓰기 책 중 정말 실용적이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자주 꺼내 읽고 의미를 되짚는다면 좀 더 괜찮은 문장을 나도 구연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책의 후반부에 가면 나도 함께 교정하는 것을 연습해보게 되는데 처음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논문, 논술, 보고서 등을 작성하는 이들이나, 글을 쓰는 작가들, 간략하게나마 서평을 남기는 이들도 이 꼭 한번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얼마든지 깔끔하게 읽히는 문장을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습관에 사로잡혀 그러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pg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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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여인들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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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내용도 스타일도 아니었다. 책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인 정약용의 여인들에 대한 책이라기보단, 정약용이란 인물에 대해서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약용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고, 여인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게 다였다. 좀 너무 비현실적으로 그려진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 책 겉표지나 쓰인 문구들을 보면 마치 정약용의 로맨스에 대한 소설로 오해하기 좋지만 그것과 아주 거리가 멀다. 차라리 제목이나 표지를 달리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용은 매우 무겁고 은유적이고 정약용의 삶이, 태어난 시대가 안타깝기 때문이다.

정약용을 너무나 이뻐했던 정조, 그래서 노론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은 정약용. 그의 업적, 유배와 해배, 유배지에서 만난 여인과 그의 딸,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정성을 다해 18년간 정약용을 따른 그 대단한 여인 진솔, 똑 부러지고 여장부 같은 정약용 정실부인, 그의 두 아들, 천주쟁이들에 대해 시간 흐름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인지 다소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후반부에는 정말 갈피를 못 잡았다. 이야기가 정약용이 어릴 때 이야기 인지, 유배지에서 이야기인지, 해배 후 이야기인지 긴가민가할 때가 많았다. 물론 정약용을 18년간 수발한 여인 진솔에 대한 이야기가 초반부와 중후반부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 이야기가 메인이 아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 굉장히 답답함을 느낀다.

소설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슝슝 넘어가는 아니었다. 깊이가 있고 숙연해지는 마음도 들면서 그 시대의 안타까운 정치적 상황, 정약용의 성품으로 비롯된 냉혹한 처지가 씁쓸하기도 했다. 한글의 어휘가 이토록 다양한지 아름다울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하지만 소설이 길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앞 부분에서 나왔던 내용이 뒤에서 똑같이 다시 읽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퇴고가 좀 덜 된 듯한 느낌을 후반부에 갈수록 느꼈다.

 

정약용이 유배 시절 아들과 편지를 오가며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던 장면을 묘사하는 장면이다. 정약용 선생님은 역시 멋지다.

"노자가 말하기를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하였습니다."
"장자의 말에도 그런 의미가 내포되었더군. 바람이 불면 온갖것들이 다 소리를 지르지만,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고. 바람은 평등하게 불지만 바람을 맞아서 내는 소리는 만물이 모두가 각기 다르다는 말이 아니겠나." pg181

"어르신, 아둔한 제가 공부가 되겠는지요?" "자고로 외우는 데 민첩하면 제 머리를 믿고 공부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고 글을 잘 짓는 사람은 재주가 많아 진중하지 못하지 또 깨달음이 빠른 사람은 쉽게 깨닫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내가 보건대 너는 이 세 가지 모두를 갖추지 못했으니 공부는 너같이 질긴 성정이 이룰 것이야."

"화가 화를 불러 자신만 망가뜨릴 뿐입니다. 용서는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화를 내고 분해하는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pg248

다산 정약용을 너무 존경하기에 이 소설을 읽었는데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추천하기에도 뭔가 좀 애매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책이다. 그래도 그의 업적에 대해서나 그가 했을법한 이야기를 읽기 위해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읽은 것 같다.
만약 정약용이 세종대왕 시절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 조선은 어찌 발전하게 됐으며 여전히 그가 이토록 많은 책을 집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이 책을 통해 시대를 잘못만나 힘든 삶을 산 다산 정약용 선생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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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자격증 따기 그림책 보물창고 69
존 에이지 글.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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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좀 의미심장하다. 아이는 그냥 제목을 그 자체로 받아들였겠지만 어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 그림책의 제목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은 후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글에서 느끼는 바와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역시 아이는 순수한 대답만 한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유는 '자격증'과 '학원'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책 이야기는 매우 기발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한 아이가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가고 있는 듯하다. 그 길가에는 요가, 태권도, 바이올린, 뜨개질 교실, 중국어 회화 등 학원가를 연상케한다.

이 아이는 용맹한 사자가 되는 것이 꿈인지 사자 학원에 가서 '사자 자격증'을 따고자 한다. 학원 선생님은 사자 자격증을 따려면 7단계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며 준비운동부터 시킨다.

선생님이 요구하는 대로 아이는 열심히 따라 하는데 함께 읽는 아이는 표정과 동작이 웃기다며 책을 읽다 말고 동작을 따라 한다. 무섭게 보이기, 으르렁대기, 먹이 고르기, 점프해서 달려들기 등등 단계별로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배우는데 가르치는 선생님은 크게 흡족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노력하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고 귀엽다. 특히 달려들기 수업 때, 사자에서 고양이로 오해를 받았을 때, 아이는 "야옹"이라고 답하는 모습에서 빵 터졌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친구 사귀기'수업에서 고양이를 괴롭히려 하는 개에게 달려드는 용맹한 모습을 보여준 아이에게 선생님은 자격증을 준다. 마침내 사자 자격증을 따는데 성공한 아이, 그리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며 이야기는 끝난다.

나는 내가 무척 자랑스러워.

우리 아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예전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되고 싶다고 했다면, 이제는 하나둘 '난 잘 할 수 없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점점 꿈이 제한되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웠는데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노력하고 용기를 가지고 꾸준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소중한 것은 그 꿈을 실현하는 것도 있지만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강조를 했는데 우리 아이가 이해를 했을까는 잘 모르겠다.

어른 입장에서 이 그림책을 보면서 마냥 웃고 재밌게만 볼 수 없었던 이유는 '자격증'과 '학원'이라는 단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냥 마음이 불편하고 답답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우리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데도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아이를 혹사시키는 것은 아닌지, 학원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혹은 아이는 원하지 않은데 엄마가 원하는 것 같아서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나 돌아보게 되었다. "다 너를 위해서야~"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너무 귀여운 그림책이었던 것 같다. 아들에게 "너무 사자 자격증 딸래?" 하고 물었더니, 쿨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벌써 순수함을 잃은 건가...' 아이가 너무 빨리 큰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을 읽으니 호기심과 상상력, 경이감이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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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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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기시미 이치로가 신작인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을 출간하였다. 꼭 베스트셀러의 책이라 읽기 시작했다기보단 책 제목이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부모도 나도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시대라는 표지 문구처럼, 예전에는 농담 식으로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라는 말은 한 적이 있는데 요즘 들어 이 생각이 부쩍 든다. 내가 아마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우리 부모와 남편의 부모를 보며 항상 올바르지도 이치에 맞지 않을 때를 목격할 때 혼돈이 찾아왔다. 어른이 다 진정한 어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주는 이웃들, 세상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보며 태생부터 인간의 나약함과 대인관계로 인해 주는 상실감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기시미 이치로의 글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도 많이 있었고, 특히 그의 진솔한 경험담을 읽으며 나와 나의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그가 철학 전공을 해서일까,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해서였을까. 그의 글을 마음에 꾹꾹 담으며 읽어가게 된다.

부모라도 자식의 인생을 책임질 수는 없다.

부모님과의 관계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은 맞는데 가장 서운한 관계이기도 한 것 같다. 가장 잘해주고 싶은 사람일 텐데 가시 돋은 말도 거침없이 하고 남에게는 친절하게 대하면서 정작 부모에게 또는 자식에게 매너 없이 굴 때가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부모라도 자식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다는 점을 우리 부모님이 내가 어렸을 때부터 깨달으셨는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절대 말리지 않으셨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것 같다. 유학, 공부, 결혼, 출산 등등 부모님의 의견이 있든 없든 간에 다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잘못된 의사결정 역시 고스란히 내가 홀로 책임을 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부모님 아래서 성장해온 터라 일일이 간섭을 하고 왈가왈부하는 시댁 부모님을 만나고 한동안 가정 문화 차이로 인해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좀 더 현명한 방법으로 대응하고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던 중 이 책 문구가 마음에 확 와 닿았다.
"푸념 따위를 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거나, 손주를 어리광쟁이로 만들어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에게 너그러운 것은 그들이 부모만큼 자식에 대한 책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곤란한 일을 저질러서 자식에게 주목받으려고 합니다. 무슨 일이든 해서 어떻게든 가족 안에서의 위치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가치를 확신할 수 있다면 엉뚱한 일을 만들어 주목받으려는 일은 없어지게 될 겁니다. 부모님 스스로가 당신들의 가치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님이 가족에게 기여하는 일에 주목합시다."pg52

이 대목을 읽고 나니 우리 시댁 어르신들의 행동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이해한다기보단 이럴 수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님은 왜 나에게 당신 시어머님의 시집살이에 대한 불만을 나에게 푸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에게도 그녀는 시어머님인데 며느리 된 입장에서 듣고 있자면 기분이 묘하기 때문이다. 같이 욕을 할 수도 없고, 사실 어머님도 나에게 비슷하게 행동할 때가 많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 대략난감하다. 이제 보니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그녀의 희생이나 노력을 인정받는 기분이 아니라서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나의 인생에 간섭을 하려고 하셨다기보단 어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위치를 나에게 상기시키고자 하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최근에 느끼는 것은 우리 양가 부모님들이 많이 늙으셨다는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건강도 안 좋아지시는 게 눈에 보이고 정신도 흐리멍덩해지시는 걸 목격할 때면 히껍할때가 있다.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되겠구나를 미리서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럴 때면 마음이 저며든다.

진정으로 양가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으면 "우리 신경 쓰지 말고 당신 인생 사세요~" 가 아니라 "여전히 부모님이 필요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나의 손길이 필요하기만 한 아이들에 지쳐있는 나로선 크게 공감할 수 없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아이들이 크면 자유로워져서 좋을 것만 같은데, 나도 나이가 들면 달라지려나 싶기도 하다.

자식에게 아직 당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부모는 이상하게도 힘이 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가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은 부모뿐 아니라 나도 행복한가? 내가 어디에 가치를 두며 살고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젊게 살 수 없다. 누구나 다 늙는다는 것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몸이 쇠약해지는 것도 불가항력적입니다. 어느 누구도 노화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단지 젊음에서 멀어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나이 든다는 것에서도 얼마든지 긍정적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부모가 간병이 필요해질 만큼 쇠약해졌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나이가 들어 몸이 하나둘 고장이 난다고 하시는 부모님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한 살 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 때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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