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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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기시미 이치로가 신작인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을 출간하였다. 꼭 베스트셀러의 책이라 읽기 시작했다기보단 책 제목이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부모도 나도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시대라는 표지 문구처럼, 예전에는 농담 식으로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라는 말은 한 적이 있는데 요즘 들어 이 생각이 부쩍 든다. 내가 아마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우리 부모와 남편의 부모를 보며 항상 올바르지도 이치에 맞지 않을 때를 목격할 때 혼돈이 찾아왔다. 어른이 다 진정한 어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주는 이웃들, 세상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보며 태생부터 인간의 나약함과 대인관계로 인해 주는 상실감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기시미 이치로의 글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도 많이 있었고, 특히 그의 진솔한 경험담을 읽으며 나와 나의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그가 철학 전공을 해서일까,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해서였을까. 그의 글을 마음에 꾹꾹 담으며 읽어가게 된다.

부모라도 자식의 인생을 책임질 수는 없다.

부모님과의 관계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은 맞는데 가장 서운한 관계이기도 한 것 같다. 가장 잘해주고 싶은 사람일 텐데 가시 돋은 말도 거침없이 하고 남에게는 친절하게 대하면서 정작 부모에게 또는 자식에게 매너 없이 굴 때가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부모라도 자식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다는 점을 우리 부모님이 내가 어렸을 때부터 깨달으셨는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절대 말리지 않으셨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것 같다. 유학, 공부, 결혼, 출산 등등 부모님의 의견이 있든 없든 간에 다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잘못된 의사결정 역시 고스란히 내가 홀로 책임을 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부모님 아래서 성장해온 터라 일일이 간섭을 하고 왈가왈부하는 시댁 부모님을 만나고 한동안 가정 문화 차이로 인해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좀 더 현명한 방법으로 대응하고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던 중 이 책 문구가 마음에 확 와 닿았다.
"푸념 따위를 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거나, 손주를 어리광쟁이로 만들어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에게 너그러운 것은 그들이 부모만큼 자식에 대한 책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곤란한 일을 저질러서 자식에게 주목받으려고 합니다. 무슨 일이든 해서 어떻게든 가족 안에서의 위치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가치를 확신할 수 있다면 엉뚱한 일을 만들어 주목받으려는 일은 없어지게 될 겁니다. 부모님 스스로가 당신들의 가치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님이 가족에게 기여하는 일에 주목합시다."pg52

이 대목을 읽고 나니 우리 시댁 어르신들의 행동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이해한다기보단 이럴 수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님은 왜 나에게 당신 시어머님의 시집살이에 대한 불만을 나에게 푸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에게도 그녀는 시어머님인데 며느리 된 입장에서 듣고 있자면 기분이 묘하기 때문이다. 같이 욕을 할 수도 없고, 사실 어머님도 나에게 비슷하게 행동할 때가 많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 대략난감하다. 이제 보니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그녀의 희생이나 노력을 인정받는 기분이 아니라서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나의 인생에 간섭을 하려고 하셨다기보단 어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위치를 나에게 상기시키고자 하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최근에 느끼는 것은 우리 양가 부모님들이 많이 늙으셨다는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건강도 안 좋아지시는 게 눈에 보이고 정신도 흐리멍덩해지시는 걸 목격할 때면 히껍할때가 있다.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되겠구나를 미리서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럴 때면 마음이 저며든다.

진정으로 양가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으면 "우리 신경 쓰지 말고 당신 인생 사세요~" 가 아니라 "여전히 부모님이 필요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나의 손길이 필요하기만 한 아이들에 지쳐있는 나로선 크게 공감할 수 없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아이들이 크면 자유로워져서 좋을 것만 같은데, 나도 나이가 들면 달라지려나 싶기도 하다.

자식에게 아직 당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부모는 이상하게도 힘이 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가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은 부모뿐 아니라 나도 행복한가? 내가 어디에 가치를 두며 살고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젊게 살 수 없다. 누구나 다 늙는다는 것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몸이 쇠약해지는 것도 불가항력적입니다. 어느 누구도 노화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단지 젊음에서 멀어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나이 든다는 것에서도 얼마든지 긍정적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부모가 간병이 필요해질 만큼 쇠약해졌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나이가 들어 몸이 하나둘 고장이 난다고 하시는 부모님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한 살 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 때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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