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여인들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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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내용도 스타일도 아니었다. 책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인 정약용의 여인들에 대한 책이라기보단, 정약용이란 인물에 대해서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약용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고, 여인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게 다였다. 좀 너무 비현실적으로 그려진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 책 겉표지나 쓰인 문구들을 보면 마치 정약용의 로맨스에 대한 소설로 오해하기 좋지만 그것과 아주 거리가 멀다. 차라리 제목이나 표지를 달리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용은 매우 무겁고 은유적이고 정약용의 삶이, 태어난 시대가 안타깝기 때문이다.

정약용을 너무나 이뻐했던 정조, 그래서 노론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은 정약용. 그의 업적, 유배와 해배, 유배지에서 만난 여인과 그의 딸,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정성을 다해 18년간 정약용을 따른 그 대단한 여인 진솔, 똑 부러지고 여장부 같은 정약용 정실부인, 그의 두 아들, 천주쟁이들에 대해 시간 흐름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인지 다소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후반부에는 정말 갈피를 못 잡았다. 이야기가 정약용이 어릴 때 이야기 인지, 유배지에서 이야기인지, 해배 후 이야기인지 긴가민가할 때가 많았다. 물론 정약용을 18년간 수발한 여인 진솔에 대한 이야기가 초반부와 중후반부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 이야기가 메인이 아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 굉장히 답답함을 느낀다.

소설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슝슝 넘어가는 아니었다. 깊이가 있고 숙연해지는 마음도 들면서 그 시대의 안타까운 정치적 상황, 정약용의 성품으로 비롯된 냉혹한 처지가 씁쓸하기도 했다. 한글의 어휘가 이토록 다양한지 아름다울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하지만 소설이 길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앞 부분에서 나왔던 내용이 뒤에서 똑같이 다시 읽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퇴고가 좀 덜 된 듯한 느낌을 후반부에 갈수록 느꼈다.

 

정약용이 유배 시절 아들과 편지를 오가며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던 장면을 묘사하는 장면이다. 정약용 선생님은 역시 멋지다.

"노자가 말하기를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하였습니다."
"장자의 말에도 그런 의미가 내포되었더군. 바람이 불면 온갖것들이 다 소리를 지르지만,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고. 바람은 평등하게 불지만 바람을 맞아서 내는 소리는 만물이 모두가 각기 다르다는 말이 아니겠나." pg181

"어르신, 아둔한 제가 공부가 되겠는지요?" "자고로 외우는 데 민첩하면 제 머리를 믿고 공부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고 글을 잘 짓는 사람은 재주가 많아 진중하지 못하지 또 깨달음이 빠른 사람은 쉽게 깨닫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내가 보건대 너는 이 세 가지 모두를 갖추지 못했으니 공부는 너같이 질긴 성정이 이룰 것이야."

"화가 화를 불러 자신만 망가뜨릴 뿐입니다. 용서는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화를 내고 분해하는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pg248

다산 정약용을 너무 존경하기에 이 소설을 읽었는데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추천하기에도 뭔가 좀 애매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책이다. 그래도 그의 업적에 대해서나 그가 했을법한 이야기를 읽기 위해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읽은 것 같다.
만약 정약용이 세종대왕 시절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 조선은 어찌 발전하게 됐으며 여전히 그가 이토록 많은 책을 집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이 책을 통해 시대를 잘못만나 힘든 삶을 산 다산 정약용 선생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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