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과학자를 위한 즐거운 실험실 - 구하기 쉬운 재료로 집에서 하는 홈 랩 HOME LAB 즐거운 실험실
잭 챌로너 지음, 이승택 외 옮김 / 꿈결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원작 <즐거운 실험실, Maker Lab>은 좋은 내용일지 모르겠으나, 번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저와 동일하게 고충을 겪으실 수 있을 독자들에게 개인적인 의견을 남기고자 고민 끝에 다시, 재서평 글을 올립니다. 앞전에 <즐거운 실험실>을 읽고 좋은 뤼앙스의 서평을 남긴 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모든 실험을 다 하진 않았지만, 실험 하나를 완벽하게 실패하며, 원서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한 개의 실험과정에서 오역이라는 의견을 갖게된 부분을 3개나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번역이 엉성합니다. 이 책은 여느 소설책이 아닌, 자라나는 꿈나무들이 직접 실험을 통해 과학을 배우는 책입니다.
즉, 실험을 할 때, 재료와 실험 과정, 방법이 가장 중요한 책입니다.
하지만, 번역이 잘못되어, 실험을 망쳤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출판사란 곳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실험이 망쳤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어, 용기를 내서 전화를 드린다." 하고요.

실험 제목은 '끈적끈적 점액질'
문제가 되는 재료는 바로, '옥수수 가루'
우선 친절한 출판사 직원분들과 통화연결이 되었고, 빠른 대응을 해주셨습니다.

"번역이 잘못된 것 같다."
하지만 죄송하다는 사과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출판사 직원분이 번역을 하신 건 아니니까요.
직원분 말씀이, 이 책을 번역하신 교사님들과 통화를 하였고, 그분들도 이 책에 애정을 많이 가지고 계시며, 이 책 번역을 하며 실제 따님들과 직접 실험도 하셨다고 합니다. 실험을 할 때 실패를 할 수도 있고, 실패를 통해 얻어지는 것도 있다고...., 아마 그 말씀을 듣고 제가 화가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오역으로 인해 무조건 실험이 실패로 끝나게될 책에 대한 대응이....

1.
원본이 어떻게 되어 있길래 옥수수 전분이 아니고 옥수수 가루냐고 물었더니 원본에는 cornflour 라고 표기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초본 번역을 했을 때는 옥수수 전분으로 했다가 수정하는 과정으로 옥수수 가루라고 변경이 되었다는 해명을 들었습니다. 원본에 cornflour라고 되었다면서, 어떻게 초본 번역을 '전분'으로 했다가 '가루'로 바꾸며 오역이 날 수 있는지??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본을 볼 수 있냐고 물었더니, 출판사에는 1부의 원본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줄 수는 없고, 아마존에 들어가면 직접 구매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에 들어가 원본을 확인 해보았습니다. 그리곤 원서에는 명백히 cornstarch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확인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 출판된 번역서에는 '옥수수 가루'라고 명시되어 여전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옥수수 가루라 잘못 변역된 것 이외에도 개선되어야 할 글들이 보입니다.

2.
실험과정 3단계에서 "따뜻한 물을 한 숟가락 정도 넣으세요."라고 되어 있어, 정말 "한 숟가락 정도"를 넣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원본을 보니, "Add a few tablespoonful of warm water."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Add a few tablespoonful of water a tablespoonful of water는 염연히 다릅니다. a tablespoonful of water는 지금 번역된 것처럼 한 숟가락정도로 해석이 되지만
a few tablespoonful of water몇 숟가락 정도로 해석이 되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실험을 해보면 한 숟가락 정도의 물로는 가루가 섞여지지 않습니다. 몇 숟가락, 한 숟가락 뭐 대세에 지장이 있겠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과학실험을 하는 것이기에(혹 요리에서도) 한 글자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숟가락 사이즈는 집집마다 다르기에 뒤에 "정도"를 붙여 숟가락 사이즈에 따른 오차를 가만하는 것이고, 한 숟가락과 몇 숟가락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tablespoon을 사용한다해도 차이는 분명 보여집니다.
실제 한 숟가락으로 번역된 과학실험단계를 보면서, 내맘대로 물을 더 넣어도 되는지에 대해 아들과 공방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옥수수 가루라는 잘못된 재료로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숟가락이 아닌 컵으로 물을 부어도 응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영어를 정리하자면,

a tablespoonful of water = one tablespoonful = 한 숟가락
a few tablespoonful of water = a couple of tablespoonful = 몇 숟가락

3.
"종이컵 약 4컵이 아니라 종이컵 약 3컵" 으로 번역이 되어야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자판기 종이컵 사이즈가 6.5oz(184.27g) 라고 합니다.
번역본에 명시된 종이컵 약 4컵을 산출했을시, (184.27g x 4 = 737.08g)
즉, 실험 준비물에 표기된 500g에서 237g을 훤씬 넘는 양이 오바하게 됩니다.
원본을 보니 그냥 4 cups (500g) cornstarch라고 나옵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컵사이즈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굳이 cup 을 종이컵으로 한국 독자들을 위해 번역이 되었다면, 종이컵 약 4컵이 아니라 종이컵 약 3컵 (552g) 으로 번역이 되어야 맞다고 보여집니다.

하나의 실험 과정 설명에서 3가지의 오역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원서를 사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실험들에 대해선 비교해보지 않았습니다. 전 출판사 직원도, 관계자도, 번역가도 아닙니다. 그냥 이 실험을 통한 경험을 나열합니다.


제가 점점 화가 나는 건요,
1. 번역이 잘못되어 재료 구매를 잘못했고
2. 실험을 실패한 이유는 아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이 책이 잘못 번역되어서고, 그것도 모르고 실험 재료 및 과정을 굳게 믿고 실험을 실행하고 시간 낭비를 한 것이고
3. 교사님이 직접 실험을 하셨다면, 책에 기재된 재료를 구매하셨다는 말씀인데, 실험은 고로 실패였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간을 하신 건지...?
4. 실험에 성공을 하셨고 그래서 그대로 출판이 되었다면 교사님이 직접 번역을 했다고 믿을 수 없고
5. 처음부터 실험은 하신 적도 없는데 그렇게 거짓 해명을 하셨다는 건지...
6. 잘못 번역된 책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고, 우리 아이와 같이 동일하게 좌절을 맛봐야 하는 다른 수많은 아이들이 발생할 것이고 (판매가 잘 된다면)
7. 하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8. 좋은 책인 줄 알고(책을 읽기만 했을 때, 실험을 하기 전에) 주변 아들 친구들에게 선물용을 구매를 2권이나 더 했고, 선물로 주자니 급 매력이 없는 책이고, 버리자니 이게 뭔가 싶고
9. 이미 좋은 서평을 남겼는데, 이렇게 악평을 남기는 게 무슨 소용이 있으며
10. 재료를 구매하러 개고생하며 다닌 나의 소중한 시간이 아깝고 (롯데마트, 롯데슈퍼, 이마트, 트레이더스, 문방구, 편의점 다 돌아다님)
11. 잘못된 재료를 구매한 비용이 아깝고 (옥수수 가루, 4,800원, 쿠팡, 로켓배송을 위해 다른 급하지 않은 물건을 19,800원 이상 구매했고)
12. 아들이 실험 실패로 인해 펑펑 울고, 좋은 책을 소개 안 시켜준 나의 잘못을 자책하고
13. 이 책은 여전히 버젓이 팔릴 것이라는 생각이 답답하고
14. 원 작가 Jack Challoner는 이렇게 한국이란 나라에서 오역으로 인해 과학자 꿈나무 한 명이 실험 실패로 인해 좌절을 맛보았다는 걸 모를 것이고
15. 그냥 별것도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번역본들에 대해 모두 의심이 들고
16. 나름 큰 출판사인데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17.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왠지 모르게 두렵기도 하고, Freedom of speech가 보장되어야 하는 나라인데 뭔가 dark force가 있을 것만 같고...
18. 사이버 세계는 무섭고, 나는 연예인도, 공인도 뭣도 아닌 그냥 과학을 사랑하는 아이의 엄마일 뿐인데...
19. 하지만 나는 여전히 화가 나고, 내 눈앞에는 3권의 동일한 책이 있고...
20. 원 작가에게 국내에서 어떻게 번역이 되었는지는 다시 번역해서 보내줘야 하나? 그러면 그들이 나눈 contract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런 안 이쁜 마음이 마구마구 생기고...
21. 그냥 여기다 주저리주저리 하소연 글을 올리고 있는 이 시간도 아깝지만, 미투 운동처럼 가만히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정의감 같은 마음이 생기는 건.... 모징? 차에 이상이 있으면 리콜도 과감하게 하는데, 책은 생명에 이상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실수에요~ 하고 독자가 고스란히 잘못된 정보/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 안타깝습니다..

 

차라리 영어공부라도 될 겸, 원서를 사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과학에 관심이 있고, 실험을 너무 하고 싶은 어린이들이라면, 영어 단어 찾아보면서라도 배우려 노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과학과 영어를 한꺼번에? 오호~

평생 살면서 "옥수수 가루"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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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끈적 점액질' 실험 과정
처음엔 웃으며 시작하였으나 울고 끝낸 슬픈 과정.
기다렸던 옥수수 가루를 구매하고 아들과 첫 실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슬퍼지는 아들입니다. 드디어 도착한 옥수수 가루로 첫 실험을 했는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실패!
액체 괴물 같은 걸 상상했나 본데, 실제 제대로 된 재료가 있었다 하더라도, 액체 괴물과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실패를 한 것에 대해 매우 억울해합니다.
물론 이렇게 주장할 수 있겠죠. 이렇게 실패를 해서, 이를 통해 뭔가를 배웠을 것이다...라고..... 일부러 실패하려고 실험하는 거면, 책 없이 창의적으로 하지, 굳이 책을 통해 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런 책을 차근차근 수십 번을 읽으며 실험하지 않습니다.
실험 성공을 위해! 정확한 Procedure를 통해 기대한 결과물을 얻고 싶어 합니다!

별일도 아닌데 울고 있는 아들이 짠해서, 그냥 실험을 망치기로 했습니다.
실험할 땐 샴푸 120ml를 투하하라고 했지만, 샴푸를 더 마구마구 뿌려 넣어봅니다. 샴푸도 액체 성질이니 더 걸쭉한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만....

실험 재료 중 내유지 (기름이 배지 않는 종이)를 깔라고 해서, 정말 시키는 대로 다 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냥 신문지에 깔고 하면 됩니다. 뭔가 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싶었는데, 그냥 정리하기 쉽게 하기 위해 내유지를 재료에 넣었나 봅니다.

미국은 아직 wood floor 마루바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카페트를 많이 깔고 살기 때문에, 내유지같은 종이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거의 다 마루바닥이고, 심지어 걸레질도 하는 바닥 문화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내유지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이런 것도 현 상황에 맞게 번역을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머리 아프고 골치 아프고 황당하고 속상한,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습니다.
번역본 소설을 읽으며 아쉬움이 남는 책들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과학실험 책이 아니었습니다.
과학실험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읽는 대상이 누구인지 조금만 더 고민하고 배려 했다면, 더 완성도 높은 책이 출간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악평 아닌 악평, 푸념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출판 업계가 어렵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출판사도 독자도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훈훈하게 글은 마무리하지만, 마음은 그리 훈훈하지 않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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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구 2019-04-2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출판사 블로그에 올려서 리콜이나 수정본 배부를 요청함이 맞을듯 한데요. 이 내용 캡쳐하여 출판사 블로그에 올려도 괜찮으실지 여쭙니다.

요하 2019-07-2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훌륭하고 진솔한 글 입니다. 저도 과학을사랑하는 아이를 둔 한사람의 엄마로써, 무척이나 공감하는 바이며 이러한 피드백이 들어왔을 땐 출판사입장에서 눈딱감고 모른척 넘어갈것이 아니라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고칠건고치고 개선해야할 부분은 개선하는게 기본중의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이러한 독자분이 있다는것에 감사하세요. 올바른 책문화를 만들어나가는것은 이러한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진솔하고 솔직한 이 글에 응원을 보냅니다.실패한 실험때문에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에도 위로와 응원을 보냅니다^^

그래그래 2019-12-20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 이 분의 글을 응원합니다. 제가 만약 저런 상황이었다면 저 역시 분개했을 것 같구요. 출판사의 안일한 태도가 대단히 불쾌하네요. 정말 신뢰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출판사인것 같습니다. 실험책을 판매하면서 자신들의 오역에 어찌 저런 안일한 대응을 하는지 황당할 뿐이네요. 원서를 구해봐야겠어요. ㅡㅡ;;

maigirl 2020-08-29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고 살뻔 했네요 감사합니다. 이런건 환불 안해주나요?

muzeye 2023-11-23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거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성스러운 글 감사합니다. 오역을 바로 잡고자하는 부모님의 정성이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