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자격증 따기 그림책 보물창고 69
존 에이지 글.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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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좀 의미심장하다. 아이는 그냥 제목을 그 자체로 받아들였겠지만 어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 그림책의 제목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은 후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글에서 느끼는 바와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역시 아이는 순수한 대답만 한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유는 '자격증'과 '학원'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책 이야기는 매우 기발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한 아이가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가고 있는 듯하다. 그 길가에는 요가, 태권도, 바이올린, 뜨개질 교실, 중국어 회화 등 학원가를 연상케한다.

이 아이는 용맹한 사자가 되는 것이 꿈인지 사자 학원에 가서 '사자 자격증'을 따고자 한다. 학원 선생님은 사자 자격증을 따려면 7단계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며 준비운동부터 시킨다.

선생님이 요구하는 대로 아이는 열심히 따라 하는데 함께 읽는 아이는 표정과 동작이 웃기다며 책을 읽다 말고 동작을 따라 한다. 무섭게 보이기, 으르렁대기, 먹이 고르기, 점프해서 달려들기 등등 단계별로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배우는데 가르치는 선생님은 크게 흡족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노력하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고 귀엽다. 특히 달려들기 수업 때, 사자에서 고양이로 오해를 받았을 때, 아이는 "야옹"이라고 답하는 모습에서 빵 터졌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친구 사귀기'수업에서 고양이를 괴롭히려 하는 개에게 달려드는 용맹한 모습을 보여준 아이에게 선생님은 자격증을 준다. 마침내 사자 자격증을 따는데 성공한 아이, 그리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며 이야기는 끝난다.

나는 내가 무척 자랑스러워.

우리 아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예전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되고 싶다고 했다면, 이제는 하나둘 '난 잘 할 수 없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점점 꿈이 제한되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웠는데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노력하고 용기를 가지고 꾸준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소중한 것은 그 꿈을 실현하는 것도 있지만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강조를 했는데 우리 아이가 이해를 했을까는 잘 모르겠다.

어른 입장에서 이 그림책을 보면서 마냥 웃고 재밌게만 볼 수 없었던 이유는 '자격증'과 '학원'이라는 단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냥 마음이 불편하고 답답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우리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데도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아이를 혹사시키는 것은 아닌지, 학원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혹은 아이는 원하지 않은데 엄마가 원하는 것 같아서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나 돌아보게 되었다. "다 너를 위해서야~"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너무 귀여운 그림책이었던 것 같다. 아들에게 "너무 사자 자격증 딸래?" 하고 물었더니, 쿨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벌써 순수함을 잃은 건가...' 아이가 너무 빨리 큰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을 읽으니 호기심과 상상력, 경이감이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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