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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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다. 고르고 골라 아끼고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이 단어가 지닌 따뜻하고 포근함도 좋지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 소망으로 자주 쓰게 되는 것 같다.

<다정한 매일매일> 좋아하는 단어에 덧대 매일매일이란 단어까지 붙으니 어찌 읽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그뿐일까? 빵과 책을 주제로 한 내용이라니 내게는 더없이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다.

온/오프라인 서점마다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백수린 작가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한번은 읽어보겠다 다짐했었는데 그 첫 작품이 에세이라니, 이왕이면 소설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고민을 하다가 지면을 펼쳤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따뜻하고 달콤한 빵에 얽힌 이야기, 작가가 읽은 책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 잔에 읽기 좋은 글이었고 혼잡한 대중교통 안에서도 촉촉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의 방향을 섣부르게 가르키지 않아 좋았다. 그녀가 소중히 여겼던 극중 인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일상들과 고민들은 답답하고 어리석게도 느껴졌지만 또 매우 가깝게도 느껴졌다.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고민 하나씩은 지니고 있음을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면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처량하고 음울한 모습일 때의 내게 작가는 강요하는 것 없이 그게 사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그렇게 지나갈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잘 견뎌내라고 위로해주었다.

삶이 불가해한 것이라서 글을 쓰는 작가들처럼 의문투성이인 지점들을 한 걸음 한 걸음 넘어갈 때마다 축적되는 경험으로 남은 걸음걸음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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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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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러시아 문인같은 이름이지만 독일 태생이다. 이전에도 여러번 흘려 들었던 이름이었는데 제대로 알아본 적은 없었다. 이번 책을 읽게되면서 검색해보니 꽤 다작을 한 작가였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이 '잔'에서 출판된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총 2권인데 함께 소장하고 싶을 만큼 디자인이나 색채, 분위기가 멋드러진다. 책 표지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시크함, 자유로움, 아웃사이더, 술주정뱅이, 음탕 등 이 작가를 평하는 수식어들이 꽤 많은 편인데 한 눈에 봐도 정갈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문학에서 띄는 색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극적이고 거침없는 표현들에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자유로운 표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통쾌함이 있었다.

시인이라 그런지 쉽게 읽히는 글들은 아니었다. 어떤 표현은 오래 봐야 했고 또 그 이상 고민해봐야했다. 그의 표현들 중에는 미간이 찌푸려지는 부분도 있었고 왜 오랜기간 빛을 보기 어려웠는지도 알 듯 했지만 직접 느낀 생생한 삶에 대해 쓰고 싶었던 마음이 전해져왔다. 숱한 에세이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대이다. 특히나 말랑말랑한 글들로 현대인을 위로하는 에세이들이 대세가 되어가는 흐름 속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식과 노골적인 글들을 담고 있는 에세이였다. 그 속에는 찰스 부코스키의 삶도 슬쩍 엿볼 수 있었다. 이 글들은 글 자체보다도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되는 글이었다.

그리 건전하지는 않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속에서 눅진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때로 어떤 글들은 더러운 구덩이 속에서 밝게 빛나는지도 모르겠다. 삶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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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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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스러운 표지와 제목과는 사뭇 다른 미국의 노예제도가 첫 장부터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미국 남부 버지니아 라클리스에는 노예제도가 존재했고 사람을 소유하며 사고 파는 것도 가능했다. 상류층 백인의 지위는 절대적이었고 하류층 백인들은 그 지위에 주눅이 들 때면 흑인들에게 분풀이를 하였다. 흑인 모두가 노예는 아니었다. 풍족한 라클리스 시대에는 자신의 몸값을 지불하고 자유인이 되기도 했지만 쇠퇴해져가는 라클리스에서 노예는 그저 주인의 한 마디면 어디로든 팔려갈 수 있는 존재였다. 자유인이 되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그들의 몸에 흠집을 내도 자신의 재산을 건드렸다며 화를 낼 주인이 없기에 또 다른 위험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었다.

'하이람'은 명문가 백인남성과 노예 흑인여성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당시 여성 노예는 백인남성의 악세사리로도 여겨졌기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흑인여성들이 다수 있었던 것 같다. '하이람' 역시 사랑으로 잉태된 아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특별했다. 뛰어난 기억력과 분별력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사는 저택에 입성할 수 있었다. 여전히 노예의 신분이었지만, 그 능력으로 배움을 얻고 이복형의 하인 노릇을 하게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차를 타고 다리가 무너져 강에 휩쓸리는 바람에 본인만 살아남게 되면서 '하이람'의 인생은 달라진다.

노예제도는 익히 알고 있지만, 누군가의 생애로 바라본 적은 드물기에 흑인들이 겪었던 상실감과 무력감을 떠올려보며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노예제도가 없어진 지금, 이제 흑인들은 자유로운가? 의구심이 든다. "자유로워지는 건 시작일 뿐이야. 자유롭게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란 본문 대화가 있다. 더 이상 계급을 가르는 사회는 줄어들고 있지만 왜 계속 의구심이 드는걸까. 우리는 어쩌면 자유롭게 살아가는 문제를 앞에 두고 있는지 모른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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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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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에서 상을 받는 사람들의 글은 어떤 것일까? 늘 생각해왔고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좋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혼자 책을 읽고 생각을 다듬다보면 나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들 때가 많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에서는 대상 수상작인 '소유의 문법'의 작가 인터뷰와 작품론을 통해서 글을 보며 들었던 의문들이 풀리기도 했고 나와는 다른 방식의 이야기 풀이에 감탄하기도 했다. 좀 더 깊이있게 작품을 공부한 느낌이 좋았다.

대상 수상작 '소유의 문법'을 써낸 최윤작가는 처음 접해보았다. 우수작품작을 수상한 김금희, 박민정, 박상영 작가는 익히 알고 있고 이래저래 책도 읽었던지라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처럼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다. 하나하나의 작품을 읽어나갈때마다 작가들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들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고 나름의 경험과 사고로 나의 생각을 덧붙였다.

대상 수상작가의 인터뷰 중 매우 감명깊었던 말이 있었다. '작품은 쓴 사람보다는 읽는 사람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미와 해석은 언제나 독자의 몫입니다. 읽는 이가 살아온 문화적 배경, 삶의 누적된 경험에 의해 작가가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작품 안에서 타당성을 획득하면 새롭게 해석될 여지도 있겠지요. 작가가 표현하려했던 것만 작품에서 발견된다면 그 작품과 그 작가는 참으로 불행한 것이고, 또 동시대적으로만 해석되는 것도 작품과 작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 말은 그 동안 약간의 정답에 대한 강박이 있던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글에는 언제나 힘이 있다. 특히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는 잠재적인 해석이 숨어 있고 그것은 한 사람의 성향, 관점, 경험 등에 의해 다시 창조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내게 단순히 이야기만 전해준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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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여행 컨설팅북 - 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위한 여행 미션.1인 코스 & 맛집 올가이드, 개정판
이주영 지음 / 길벗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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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편이다. 경험이 많은 이들의 정보는 확실히 믿을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계획할 때도 수많은 개인 블로그보다는 함축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여행책을 참고한다. 특히나 혼자가는 여행은 조언을 구하고 함께 의견을 조율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다.

혼자 여행을 떠나본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27살 가을이 찾아오는 9월 첫 내일로 여행을 떠났다. 평소 타인의 의견을 주로 수렴해주는 내게 모든 것을 내 맘대로 정하는 여행은 난생 처음이었다. 평소 가고 싶었던 곳, 부산, 통영, 여수, 순천을 선택했는데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꼭 하고싶어 약간 노선이 애매하지만 단양도 넣었다.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설렘과 기대를 안고 간만큼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뒤로 한번도 혼자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나홀로 떠난 당시의 여행이 내게는 필요했던 것 같다. 고민이 많은 시기였고 오랫동안 방해없이 사색할 시간이 필요했다. 패러글라이딩만 생각하고 떠난 단양에서 얼떨결에 만난 도담삼봉이 좋아 그 곳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반복적인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한다. 산과 바다, 들판을 해집고 다니며 주말을 보내고 평일에는 다가오는 주말을 기다리며 견뎌낸다. <나홀로 여행 컨설팅북>을 보며 홀로 하는 여행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다시 올라오는 것이 느껴져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당일치기로 콧바람을 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홀로 여행 컨설팅북>은 지역별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경기인천부터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와 제주도까지 각 지역별로 지도에 숙소와 맛집, 랜드마크를 담고 있고 꼭 해봐야 할 일과 가는 방법도 친절하게 담고 있다. 무려 4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에 빼곡하게 컬러풀한 여행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꼭 나홀로 여행이 아니더라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여행 예상 경비까지 상세하게 표로 작성해두어 하나부터 열까지 믿고 볼 수 있는 여행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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