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Ribbon - 쉽고, 간단한 리본 공작실
김유림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0년 10월
절판


딸아이를 키우다보면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레이스가 달린 예쁜 옷과 양말, 반짝이는 분홍색 구두, 머리끈 하나까지 딸을 키우면서 소품 하나하나 챙겨주는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긴 머리를 정성드려 빗겨주고 예쁘게 땋거나 묶은 뒤에 예쁜 리본이 달린 머리 끈으로 마무리를 하면 아이도 엄마인 나도 그렇게 즐겁게 행복할 수가 없다.
아이와 마음에 드는 머리띠나 머리핀을 고르는 재미도 참 쏠쏠하다. 여성스러운 면이 부족해서 딸아이에게 더 예쁘게 해주지 못하는 점이 늘 아쉬웠는데, 이웃에서 직접 만들었다며 형형색색의 예쁜 리본이 달린 머리핀을 선물로 받으면서 얼마나 고맙고 부러웠는지 모른다. 사실, 단순한 리본을 예쁘게 묶는 법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 책 표지를 보자마자 굉장히 끌렸다. 표지 디자인이 너무 예쁘기도 했지만, 책 속에 아기자기한 리본들이 너무도 예뻐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 손재주가 없고, 리본 하나 제대로 못 매지만 ’손재주 없이도 쉽게 만들 수 있는 핸드메이드 리본 레시피’라는 문구에 자신감을 얻었다. 책을 훑어보니 너무 예쁜 리본이 많아서 사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했다.

PART 1. base of marking
PART 2. for kids
PART 3. for living
PART 4 for couple

리본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다. 간혹 팬시점에서 둘러본 몇 가지의 리본을 보면서 예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이 존재하고 있는지 몰랐으며, 리본 하나만으로도 악세사리의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여름 아이템이나 여성스러운 느낌의 부드러운 오건디 리본, 가장 만힝 쓰이는 새틴 리본, 모양내기가 쉬워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좋은 골지 리본, 고급스럽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북골지 리본, 평범한 리본에 포인트를 줄 때 적합한 자카드 리본, 두께가 두툼해 볼륨감 있고 세련된 리본을 만들 때 제격인 원단리본, 캐주얼한 느낌의 데님 원단 리본, 겨울철 액세사리에 좋은 스웨이드 레이스 리본, 컬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피코트 리본, 헤어밴드나 팔찌 등을 만들 때 좋은 고무줄 밴드 리본, 경쾌한 느낌을 주는 투톤 양면 리본, 로맨틱한 느낌의 리본에 적당한 프릴 리본, 이색적인 핀을 만들 때 요긴한 고주파 리본, 심플한 디자인의 핀에 어울리는 인조 가족 광택 리본, 겨울옷이나 파티 웨어처럼 특별한 의상에 매칠할 때 좋은 벨벳 리본, 겨울 액세서리에 많이 사용하는 모직 리본,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면 리본.

사용방법에 따라 적합한 리본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리본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리본을 예쁘게 매는 법 조차 모르는 나와 같은 초보자를 위해서 기본형 리본, 셔츠 모양 리본, 슈 스트링 리본, 물결 모양 마무리 리본, N 모양 리본, 삼각 모양 마무리 리본.. 여러가지 리본 모양의 기초를 순서에 따라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부분을 보면서 기본적인 리본 모양도 매는 법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긴 리본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리본으로 변화가 가능하며, 이 기본만 배워두어도 여러모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PART 2는 딸을 가진 엄마라면 누구나 배우고 싶어할 부분으로 가장 호감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모양의 예쁜 머리띠는 발랄함부터 멋스러움까지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예쁜 아이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머리끈과 핀 등이 너무도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다양한 패브릭으로 쿠션과 티슈 커버를 더 돋보이게 하고, 정성가득 담긴 선물 포장법을 소개하는 PART 3 에서도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손쉬운 리본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딸을 키우는 엄마의 바람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딸과 함께 만들어보는 시간도 정말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행복한 추억처럼 말이다.

명절이면 머리를 땋아 댕기머리를 해 주셨고, 등굣길이면 행여 어린 딸아이가 학교에서 책가방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선물 포장에 붙어있던 리본을 보관해 두었다가 책가방에 묶어 표시를 해 주셨습니다. 그 시절의 내 모습에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한없는 사랑이 그래도 표현되었습니다. (intro 중)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리본이나 자투리 천으로도 내 아이를 돋보이게 하고, 집안 분위기를 럭셔리하게 바꿀 수 있는 기막힌 리본 레시피가 담겨진 책이다. 손재주가 없다고 해서 망설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80가지 스페셜 리본 + 12가지 기초 리본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어 순서에 따라 따라하면 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순서를 담아낸 사진이 좀더 크게 수록되어 있으면 보기에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페이지에 가득 담아놓은 액세서리의 display보다 레시피 과정을 좀더 두드러지게 수록하는 것이 이 책을 만든 목적에 더 부합되리라 생각된다. 설명이 나와있지만 아무래도 사진을 보면서 따라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는데, 작은 사진을 보는 것이 좀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 점이 보완된다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견을 끝으로 남겨본다.

(사진출처: ’HELLO, RIBBON 헬로 리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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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남자 친구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0
김일옥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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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청바지에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할아버지의 허리를 꼬옥 안고있는 뺨이 발그레한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니 괜시리 나도 웃음이 난다. SBS [세상에 이런일이] 프로그램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참 희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동화책이 허구일지언정 가짜는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느껴졌다. 2007년 제5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던 저자는 세상에 흩어진 ’진짜’ 이야기를 모아 허구의 끈으로 묶어 이야기를 썼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9편의 단편을 담은 <<할머니의 남자 친구>>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진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있는 진짜 이야기말이다.

짧은 파마머리, 찢어진 청바지, 너절너절한 반짝이를 한 할머니의 남자친구때문에 영민 엄마는 머리가 아프다. 겉모습만 보고 할아버지를 판단해버리고 주책이라며 인상을 찌푸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할머니가 인라인을 타다가 넘어져 팔에 금이 갔다. 이제서라도 자신의 삶을 찾아보겠다는 할머니 그리고 이웃의 눈이 남부끄러운 엄마와 아빠의 다툼이 잦아졌다. 영민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재미있는 설정을 통해서 ’가족’’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보다 신세대 할아버지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서 유머와 선입견에 대한 두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어 <할아버지의 남자 친구>가 주고 있는 의미가 적지 않다.
자전거 도토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현이와 장호범의 탐정 놀이를 담은 <도토리를 찾아라>와 친구 강이의 아빠가 도둑이라고 오해를 하고 도둑이 잡히자 강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낯선 사람>, 강아지에게 물린 할머니를 통해서 이웃에 대한 사소한 감정으로 인해 점점 삭막해져가는 요즘 사회의 모습을 비판한 <앞집 강아지>, 줄넘기를 넘지 못하던 신이가 줄넘기 100개를 넘겨 줄넘기 인증서 상장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담아낸 <줄넘기>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로 재미와 감동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은 요즘 아이들의 일상을 담은 단편 <욕 좀 보소!>이다. 아이들이 모여있는 무리 곁을 지나다보면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것은 그들의 대화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내뱉어지는 욕이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대화 속에서 욕은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하보면,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운전을 하다가도 불뚝불뚝 욕을 내뱉고, 내 아이에게도 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뱉는 단어 속에서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 감독하러 간 엄마는 아줌마들과 돌아오는 길에 아들 승기를 만났고, 아들을 만난 반가운 마음이 든 엄마는, 아들에게 시험에 대해 물어보고 지나갔다. 그런데 미처 아줌마들이 사라지기도 전에 들리는 아들의 목소리.

"씨발....년들. 남의 점수를 가지고 지들이 왜 지랄이야? 아들한테 물어볼 게 점수밖에 없나, 미친.......년." (본문 71p)

이 일로 집안이 발칵 뒤집혔고, 잠시 집을 나갔던 승기는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저도 알아요. 욕이 얼마나 나쁜 건지. 나도 정말 욕하는 애들 보면 싫어요. 하지만 다들 욕을 하잖아요. 나만 튈 수는 없어요. 그리고 듣다 보면.........욕이 욕 같지도 않아요. 제 말은 그게, 진짜 욕할 때하고 그냥 친해서 부르는 욕하고 말투가 달라요." 

"그래, 그게 너희들 현실이구나."
(본문 77p)

"어머니도 저기 그러니까 새끼니 계집애니, 싸가지 없다는 말 쓰지 마세요. 들을 때 기분 나빠요."
소 새끼도, 말 새끼도 송아지, 망아지라는 예쁜 이름이 있다. 하다못해 고등어도 고도리라는 이름이 있는데, 우리도 우리의 예쁜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다. 우리 승연이, 우리 승기라고.
(본문 78p)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어 처음 읽었을 때의 섬뜩했던 충격은 사라졌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욕이 일상어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욕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들 무리에서 자신도 모르게 사용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승리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인 듯 보인다. 아이들의 이런 욕설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어른들 조차 그들에게도 본보기가 되어있지 못한 듯 하여 미안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집 나간 엄마때문에 위축이 되어버린 광우는 나무에 올라가 찌르레기 새끼 두마리를 가져왔다. 집으로 오는 동안 내내 광우를 괴롭히며 쫓아온 엄마 찌르레기 때문에 광우의 이마에는 상처가 났다. 새끼 때문에 광우의 방 유리창으로 날아들다 머리를 박고 죽은 엄마 찌르레기, 광우로 인해서 죽게 된 새끼 찌르레기를 보면서 광우는 속이 상했다.

’다들 잘만 살던데. 다른 새끼 낳아서 잘만 살던데. 왜, 왜?’ (본문 89p)

산에 찌르레기를 묻으면서 광우는 엄마 없는 빈자리를 함께 묻었다. <찌르레기>가 엄마의 부재에 위축되어 있는 광우를 보여주고 있다면 <시소 타기>는 엄마 없는 빈자리를 두 남매가 씩씩하게 견디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할머니의 남자 친구>>는 웃음과 감동 그리고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과 우리 가족들의 마음 그리고 우리 이웃들의 마음까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옹골차게 들어가 있는 이야기들을 읽어내려 가면서 가슴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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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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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군가 내게 마음에 드는 성장소설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선택할 것이다. 열세 살의 아이들 미르, 바우, 소희 세 아이가 서로 다른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잔잔하고도 예쁘게 담겨진 책이기 때문이다. 소희는 할머니의 죽음으로 미르와 바우를 담겨둔 채 달밭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떠난 소희가 11년만에 다시 <<소희의 방>>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과연 소희는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도 일찍 철이 들었던 소희는 아마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며 잘 살고 있었을 것이다. 소희에 대한 궁금증, 좋아하는 이금이 작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대는 한없이 커갔고, 책을 받는 순간 쉼없이 읽어나간 후 그 기대감에 대한 충만으로 살짝 떨리는 듯한 기분도 만끽했다.

달밭마을을 떠나던 날의 꿈을 꾸는 소희는 1년 반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꿈이지만 꿈 속 소희는 베개가 젖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고, 소희는 그 꿈이 싫었다. 엄마가 사는 집에 온 소희는 처음으로 자신의 방이 생겼고, 한 바퀴를 굴러 될만큼 큰 침대가 생겼지만, 방이 두 개인 작은집에서 살던 소희는 사촌 동생 둘과 한 방을 쓰면서 잔뜩 웅크린 책 자는 버릇으로 몸이 저린 느낌이 들었다.
소희는 지금 아저씨의 딸이 자기 친엄마한테 가기 전까지 썼다는 방에서 윤소희가 아닌 정소희로 살아가게 되었다. 
작은 집에서 미용실에서 작은 엄마를 도와 잘려진 머리카락을 쓸며, 집안 일을 돌보며 살던 소희는 엄마를 처음 만났던 일과 처음 본 엄마의 말투를 흉내내고 엄마와 닮은 것이 많아져 누가 보아도 모녀 사이임을 알 수 잇도록 사소한 버릇들까지 닮고 싶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자신을 반겨주던 우진이처럼 엄마와 가까워지려면 먼저 손을 내밀어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희는 자신이 두 개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학교와 집. 학교의 소희는 흐르는 시간에 잘 적응하며 그 시간만큼 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에서의 시간은 처음 오던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이 멈춰 서 있었다. (본문 60p)

우진이와 달리 우혁이는 소희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혁이의 심술이 계속 되자 엄마는 소희에게 우혁이를 이해해달라고 하지만, 소희는 우혁이가 아니라 그동안 버려두었던 자신에게 신경쓰지 않는 엄마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전학간 학교에서 친구가 된 채경이가 부러워하는 소희의 브랜드 옷과 물건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준 소중한 증거품이었고, 새로운 삶으로 난 문의 열쇠이기도 했지만, 엄마가 소희에게 진 빚을 마음이 아니라 돈으로 갚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 셈이었다.

엄마와 있으면 더 다정한 말투, 관심, 특별한 애정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바라게 됐고, 소희의 기대에 비해 엄마가 주는 것들은 언제나 성에 차지 않았다. 그 때문에 엄마와 함께 있으면 끊임없이 감정을 소모하게 되고, 그만큼 상처받았다. (본문 108p)

우혁이와 우진이를 두고 ’우리 애들’이라는 엄마의 말에 상처를 받은 소희는 엄마에게 사랑을 갈구했던 자신의 마음을 마음을 막았고 더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기로 했다. 친구와 수행평가 과제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남자친구와 놀이공원에 놀러가고, 엄마가 사준 옷이 아닌 요즘 유행하는 옷을 사 입으며 소희는 강요에 의해 억지로 입고 있었던 모범생 옷까지도 벗어 버렸다. 그런 소희에게 실망한 엄마와 소희의 첫 다툼으로 엄마의 마음을 조금 알게 되자 냉기로 가득 차있던 소희의 마음을 서서히 데워지고 있었지만, 아저씨에게 받은 디카로 사진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던 소희에 대한 분노와 미움으로 가득찬 우혁으로 인해 소희는 또다시 외톨이가 되어간다.

"경석이가 군대 간 다음에 휴대폰을 정지시켜놨었어. 약정 기간이 2년이었는데 제대하고 나와서 스마트폰인가 뭔가로 바꾸려고 하니까 약정이 안 끝났다는 거야. 산 지 2년이 넘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따졌지. 그런데 대리점 직원 말이 휴대폰을 정지 시켜놓았던 기간은 약정에 포함되는 게 아니라더라."

"사람 사는 일도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떨어져 산 세월이 얼만데 그렇게 금방 그 시간들을 뛰어넘을 수 있겠니. 휴대폰 약정 기간처럼 너와 네 엄마, 그리고 네 동생들도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채워야 할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
(본문 227p)

아무리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가족이라지만, 서로의 가슴에 담아둔 마음까지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상처를 받은 소희의 마음을 엄마가 몰랐고, 엄마가 소희를 버리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나 소희를 버렸던 엄마의 마음을 소희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와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소통’만큼 중요한 일은 없는 것인가 보다.
소희와 엄마의 다툼이 소통의 물꼬를 트는 일이었다면, 우혁이의 일로 집을 나온 소희와 엄마 둘이서 나누었던 시간이야 말로 소희와 엄마가 진정 모녀관계가 될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새엄마였던 엄마를 미워했던 아저씨의 딸 리나가 5년만에 집에 돌아오게 되고, 새엄마를 둔 리나, 새아빠를 둔 소희는 한 방을 쓰면서 소희는 리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순간이 하루 또 하루의 부피로 빠르게 쌓여 가는 듯 했고, 이 시간들로 엄마와 동생 우혁이와 좀더 가까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와 살아가면서 이내 철이 들어버렸던 소희는 응석부리고, 떼 쓰고, 화내며 투정부리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버렸다. 형제끼리도 싸우면서 크고, 부모 자식간에도 서로 툴툴거리며 이야기하는 시간들을 통해서 약정시간을 보내게 되는가 보다. 이런 시간들을 우리는 ’소통’이라 부르고, 그 소통을 통해서 가족간의 결속력이 더 단단해지는 것이겠지.
<<소희의 방>>에서의 소희는 할머니와 지내면서 철이 들어버린 소희, 작은 집에 얹혀살면 그만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소희와는 다른 소희와 만나게 된다. 이제 정말 자신의 나이에 걸맞게 응석피우고, 투정부리며, 사랑을 갈구하는 열 다섯살의 소희를 말이다. 

아무리 가족의 모습이 여러 형태로 변하고 달라지고 있다해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온전한 가족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라는 점이다. 이혼한 엄마가 자식인 자신을 통해서 구원받으려 하는 기대감에 숨이 막혀하는 디졸브는 엄마를 이해시켜 자신의 꿈인 영화감독이 되려고 한다. 소희는 이제 ’아저씨’가 아닌 ’아빠’를 갖게 되었고, 재경에게 거짓된 삶을 보여주었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모든 것이 소통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비참한 시간들을 기록하고 싶지 않아 일기를 쓰지 않았던 소희는 이제 첫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여름날의 무성함과 찬란함이 아니라 겨울날의 초라함과 힘겨움에 담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달밭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밧줄에 가지를 의지한 채 눈바람을 맞는 일이, 그것을 견디는 일이 인생일 것이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도 삶은 그럴 것이다. (본문 296p)

소희가 겨울날의 초라함과 힘겨움을 이겨낸 것처럼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가 겨울날의 힘겨움을 이겨내고 푸르른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이 되기를 소원해본다. 



(사진출처: '소희의 방'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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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아빠 팬티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빠 이야기 꿈공작소 4
타이-마르크 르탄 글, 바루 그림, 이주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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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아빠는 영웅입니다. 힘이 세고, 망가진 물건도 뚝딱뚝딱 잘 고칩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아빠의 모습은 스파이더 맨이자 슈퍼맨입니다. "와~!! 아빠 정말 대단하다~!!" 아이들은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합니다. 
<<초강력 아빠 팬티>>는 이런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진 책입니다. 영웅과 같은 아빠의 모습을 아이의 상상력이 더해진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그림책이죠.

아빠는 엄마가 직접 금빛 글씨 ’슈퍼 챔피언’ 이라고 수를 놓은 멋진 팬티를 입고 출근합니다. 꼼꼼한 일보다 힘을 쓰는 일을 잘하는 아빠의 직업은 프로레슬링 선수입니다.
’칠리 콘 카르네’(고기,콩,칠리 고추로 만든 매운 멕시코 요리)를 좋아하는 아빠는 힘든 하루를 보냅니다.
링 위에서 ’지옥의 팽이’와 ’노르망디 장롱’ 등의 별명을 가진 힘센 거인들과 싸워야 하니까 말입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아빠는 큰 덩치로 안아 머리가 벽에 부딪치치 않도록 조심조심 하면서 살살 흔들어 주었고,  ’지옥으로 가는 길’이나 ’난장판의 맹세’ 와 같은 자장가를 불러주었으며, 어떻게 레슬링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놀이터에 가면 아빠와 나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학교에 들어가게 되자 아빠는 학부모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너도 나중에 아빠처럼 프로레슬링 선수가 된다면 아주 똑똑한 프로레슬링 선수가 되어라." 

내 학교 생활에도 관심이 많은 아빠는 내가 좋은 학생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예전에 아빠들은 권위적인 성향이 강해서, 제가 어릴때만 해도 아빠를 무서워하는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무뚝뚝한 것이 좋은 아빠(?)의 표본이라도 되는 듯, 표현에도 서툴러서 그림이나 사진 속 아빠의 모습은 늘 무표정하고 험악한 표정이 대부분이였죠.
그러나 요즘 아빠들은 다정다감하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주고 있으며, 육아에도 많은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아빠의 모습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이 그림책은 주인공 ’나’를 통해서 좋은 아빠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멋진 양복을 입고, 고급 승용차를 탄 아빠가 멋진 아빠는 아니라는 것을 ’팬티’ 한장으로 역설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정하게 안아주고, 함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주고, 학교 생활에 관심을 가져주는 아빠가 바로 멋진 아빠의 모습이라는 것을 그림책을 보여주고 있어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영웅처럼 보입니다. 아이들은 멋진 자동차와 비싼 선물을 원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꿈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럼 좋은 엄마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그림책은 반바지를 입은 축구하는 엄마의 모습을 살짝꿍 보여주면서 두 번째 이야기를 기대하게 합니다. 아마 제목은 ’초강력 엄마 반바지’가 아닐까 싶네요. 흐뭇함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 읽는내내 유쾌함을 주는 그림책이네요.
가족이 함께 읽으면 참 좋을 거 같아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예쁘게 그려졌습니다. 사랑받는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아이들이 아빠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아이들의 상상력이 더해져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따스함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초강력 아빠 팬티>>의 두 번째 이야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진출처: ’초강력 아빠 팬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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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28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다독다필상은 동화세상님이 받을 거 같네요.^^
작년에 세 명이라 나도 예전에 올렸던 거 일부 수정해 올려서 3등에 턱걸이 했는데
올해는 엄두도 못낼 거 같아요. 좋은 결과 얻기를...

동화세상 2010-11-28 03:50   좋아요 0 | URL
다독다필상은 생각도 못하는데~ 저는 일단 많이 찔러나 보자~!! 이거예요..ㅋㅋㅋㅋ
어떤 거든 걸려다오~!! 머..이런..ㅋ
 
우리 아기 눈맞춤책 - 전3권 - 날개할아버지의 우리 아기 눈맞춤책 시리즈
안상수.이상희 지음 / 보림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첫 아기를 낳고 꼬물거리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보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어느 순간 엄마의 눈과 초점을 맞출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가장 아름다운 것만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예쁜 단어가 담겨진 이야기를 들려주고, 예쁜 그림이 가득한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서, 예쁜 색깔로 단순하게 그려진 동물, 도형 등으로 그려진 그림책을 자주 보여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날개할아버지의 우리 아기 눈맞춤책>>은 안상수 특유의 미감으로 한국 전통 문양을 되살려 만든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조선 시대 민화와 한국전통문양집을 참고해 그래픽을 만들게 되었다는 안상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아기의 첫 그림책이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참 색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그림책과는 달리 수묵화의 번짐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해님 달님 우리 아기]는 아기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흑색으로만 그려낸 그림은 먹의 번짐효과가 더욱 두드러지며, 동그라미만으로 만나고 겹치는 묘사를 재미있게 담아냈습니다.
귀하고 예쁜 우리 아기를 기다리는 아빠 엄마의 마음을 예쁜 언어로 따뜻하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아기들에게 아빠 엄마의 사랑하는 마음을 잘 전해주고 있는 짤막한 글은 예쁜 단어로 수록되어 있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의 목소리에 사랑스러움을 가득 담아낼 수 있어서 좋아요. 아빠는 따스한 해님으로, 엄마는 환한 달님으로 예쁘게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아롱다롱 우리 아기]는 우리 아기들에게 세상의 빛깔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예쁜 문양의 그림들이 다양한 빛깔로 예쁘게 그려져 있어서, 아기들에게 세상의 예쁘고 고운 빛깔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기에게 들려줄 짤막한 글은 예쁜 단어로 수록되어 있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의 목소리에 사랑스러움을 가득 담아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우리 아기 보러 와요]는 아기의 탄생을 축복해하는 마음을 담은 책입니다.
나비, 물고기, 새, 토끼, 강아지, 거북이가 우리 아기를 보러 왔습니다. 아기의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 예쁜 색을 가진 동물들이 찾아왔습니다. 이 책은 다른 시리즈와 달리 페이지를 동그라미 모양으로 올록볼록하게 장식해 놓았습니다.
예쁜 색깔의 동물들을 통해서 시각 발달을 도울 뿐만 아니라, 올록볼록하게 장식된 책을 손으로 만지고 느끼면서 지각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답니다.



의성어, 의태어가 담겨진 이야기는 역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한국 정서가 담뿍 담긴 전통적인 느낌이 예쁜 빛깔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제 막 사물을 바라보게 된 아기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볼거리가 될 듯 싶습니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들에게 세상에 아름다움을 예쁜 책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될 듯 합니다.

(사진출처: ’해님 달님 우리 아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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