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의 모든 것
김희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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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이후 처음 읽는다.

검색하니 낯익은 제목들도 보이고, 처음 보는 제목도 보인다.

집에 찾아보면 한두 권 정도는 단편집이 있을 것 같다.

<라면의 황제>를 재밌게 읽었기에 늘 관심을 두고 있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관심만 두고 읽지는 않았다가 맞을 것이다.

뭐 이런 작가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보니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이런 기억을 가진 작가의 신작이고, 팬데믹을 다룬다고 하니 관심이 생겼다.

해열제가 금지된 세상과 슈퍼전파자 247이란 존재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소설의 구성도 자료와 증인들의 인터뷰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달하면 크게 한 방 먹인다.


247은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최후 숙주였다.

그의 죽음은 WCDC 홈페이지 공지란에 처음 게재되었다.

그의 죽음은 사람들의 안심과 환호를 이끌어내었다.

그가 죽기 전에 모스 부호로 남긴 메시지는 지구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의 시체는 재가 되어 지구 밖 우주로 날려보냈다고 WCDC는 말한다.

소설은 이런 그의 삶을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자료를 통해 들여다본다.

이 과정에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고, 편견과 무지성이 판을 친다.

어떤 대목은 현실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고, 어떤 대목은 종교에 대한 은유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것을 잘 드러낸다.


슈퍼전파자 247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이 부분은 지난 팬데믹에서 나 자신도 가진 부끄러운 기억 중 하나다.

247에 대해 사적 감정에 편견이 섞어 사실보다 자신의 이야기로 뒤바뀌어 있다.

학창 시절 박쥐 사연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기억의 왜곡 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소설의 재밌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더해진 이야기들을 믿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해열제 금지는 또 다른 에피소드를 만들고, 그 이유도 나온다.

약국에서 몰래 해열제를 만드는 약사, 이 사실을 알지만 알리지 않은 의사.

해열제 금지가 얼마나 강력한 통제 수단인지 알려주는 몇 가지 사례들.

읽다 보면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나의 큰 줄기가 흘러가면서 이야기의 가지들이 펼쳐진다.

이 변종 니파바이러스가 어떻게 생겼고, 사람들의 공포는 어떻게 강해졌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 숨겨진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해열제를 만든 약사의 구제역에 대한 기억은 아주 강렬하다.

구제역 약이 있지만 살처분으로 행정을 진행하는 과정은 의문스럽다.

변종과 변이란 단어로 이 과정을 합리화시키는데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다.

변종 니파바이러스가 박쥐와 돼지의 결합으로 인한 것이란 설정도 의미심장하다.

박쥐는 우리에게 코로나19로 너무나도 친숙한 동물이 아닌가.

그리고 과학이란 이름으로 코로나19의 가짜뉴스를 퍼트린 사람들도 생각난다.


크게 분량이 많지 않고 가독성이 뛰어나 금방 읽었다.

하나의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전지국적 반응과 공포는 이제 낯익은 모습이다.

바이러스 보균자일 수도 있다는 가정만으로 실시된 선제적 통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해열제가 금지된 것은 단순히 행정편의만이 아니라 권력과도 연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통제에 반발한 시위대 주도자의 사망 원인과 마지막 247의 신도는 비판과 은유의 극치다.

통제를 위해 펼친 거대한 거짓과 상상력에 기댄 허구의 종교.

모두가 사실이라고 믿는 정보 속에 감추어져 있던 진실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가짜 정보가 만들어낸 거대한 거짓말 속에 밝혀지는 사실 하나는 너무 강렬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곳곳에 놓아둔 장면들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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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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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작가다. 두 번째 번역책이다.

30년 전 아동 연쇄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두 명의 여아를 참혹하게 성폭행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사건들이다.

이 사건의 범인들은 잡혀 사형을 선고받았고, 둘 중 한 명이 옥사했다.

두 범인의 이름은 가메이도 겐과 이요 준이치다.

옥사한 범인은 가메이도 겐이고, 이요는 다섯 번 재심 청구를 했다.

겐의 옥사 소식이 이때 수사의 서류를 담당했던 형사 호시노 세이지의 기억을 일깨운다.

수사 당시에도 의문이 있었지만 범인의 자백과 DNA검사 결과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은퇴한 전직 형사는 혹시라도 이요가 누명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시 이 사건을 조사하려고 하면서 손자와 손자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


노인이지만 전직 수사1과 형사였던 세이지.

세이지의 외손자이자 온라인에서 일러스트를 그려 올리는 아사히.

한때 천재라고 생각했던 아사히의 친구이자 동영상 촬영 편집을 맡은 데쓰.

세이지가 재심을 가능하게 하는 증거를 가져오면 여론을 움직일 기사를 쓰겠다는 오노데라.

이들이 호시노 팀을 이루어 3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

이 사건 조사에는 피해자 가족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피해자 가족에게는 다시 과거의 상처를 들추는 행동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범인을 구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진실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가족의 동의를 얻은 후 아사히가 그 당시 사건을 만화로 그려 SNS에 올린다.

일상의 만화가 담고 있는 키워드는 힐링, 공감 등인데 어느 정도 인기를 얻는다.

그러다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공지하고 동영상도 함께 올린다.

이 작업들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지역 방송국에서도 방영된다.


방송으로 나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반발이 여러 곳에서 일어난다.

자신의 사건으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끈다고 생각하는 범인.

오래 전 완료된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것에 불편함을 가진 경찰.

이들의 행동에 그냥 악플과 비난으로 도배하는 인터넷 악플러들.

하지만 호시노 팀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단순히 네 명이 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조직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해나간다.

이 과정 속에는 그 당시 수사 과정에서 놓친 몇 가지 사실도 있다.

호시노 팀은 이 부분을 파고들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밖으로 드러난 사건보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들이 훨씬 많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동의할 수밖에 없고, 시대의 변화가 그 속에서 드러난다.


아이들의 친절에 기댄 납치와 성추행 등은 교육의 결과다.

다친 팔을 가진 남자가 어린 소녀에게 도와달라고 한 것도 이런 착한 마음을 노린 것이다.

세상이 점점 험악해지면서 감히 이런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말하기 힘들어진다.

실제 주변에서 이런 사건이 생긴다면 부모들의 긴장감은 더 높아질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범인들이 잡힌다고 하지만 잡히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소설 속 사건처럼 다른 사람이 누명을 쓰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런 미스터리를 볼 때면 늘 여론에 휘둘리는 경찰의 모습이 안스럽고 불안하다.

데쓰가 이 사건 조사에 참여하면서 두 범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장면은 놀랍다.

그의 과거가 흘러나오면서 보여주는 억압된 삶은 정말 둘과 닮은 대목이 많다.

데쓰가 조사하는 자료들은 통계의 허점을 잘 보여준다.


뛰어난 가독성과 천천히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제목이 영어로 ‘TIGER’인 이유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사건이 피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가해자 가족에게도 큰 고통이란 것이 드러난다.

직접적인 표현은 생략되었지만 악플러들의 글들은 익명에 기댄 비겁함과 현실의 단면이다.

30년 전 그렇게 많은 경찰을 동원해 찾지 못한 범인을 이들이 찾아냈다는 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물론 호시노 팀이 과거의 자료를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했던 조사다.

차이라면 사건을 보는 시각과 스트레스의 강도 등이 아닐까?

새로운 방식으로 과거 사건을 조사하고, 사실에 다가간다.

앞으로 이런 구성이 꽤 나올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에필로그는 너무 사족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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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섬과 박혜람 -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택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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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많은 당선평에 나온 찬사는 나의 취향과 동떨어져 있다.

문장이 좋은 것은 인정하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내 취향이 아니다.

빈 곳이 많은 구성과 전개는 상상력으로 채워야 한다.

꼼꼼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고 갑작스러운 비약이 생긴다.

박혜람에서 시작해, 김섬으로, 다시 박혜람, 김섬으로 이어진다.

이 사이를 채우는 정우란 인물은 어디서 내가 놓친 것일까?

박혜람이 설악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전 이야기도 갑작스럽다.

물론 시시콜콜하게 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기에는 분량이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이 시간과 공간의 비약이 낯설다.


프랑스에서 박혜람이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 있는 이야기도 파편적이다.

그녀가 한국에 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편 준오의 폭력 등으로 설명이 된다.

그녀가 가이드 역할을 하는 부분도 설명이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남편과 같이 머물면서 사는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또 어떤가.

폭설로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서 수호와 만나고 그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수호의 이야기가 이 소설 속 이야기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어디서 이 이야기를 이어서 가야하는 지, 놓친 대목은 어딘지?

아마 내가 놓친 어딘가에서 이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 김섬이 꽃꽃이를 배우는 남자와 박혜람이 가이드한 남자와 같은 인물이란 것을 알게 되듯이.


타투이스트 김섬의 삶에 들어온 소방공무원 홍지표.

작가는 이들의 만남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홍지표가 안고 있는 트라우마, 그 트라우마가 생긴 화재 사건의 황당한 이야기 하나.

아기라는 단어가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였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트라우마와 함께 어린 시절 자신의 삶이 겹쳐지면서 우울증은 심해진다.

이런 그와 연인이 된 김섬, 한때 박혜람과 같이 동거했던 친구.

박혜람이 한국에 와서 자신의 집처럼 머물게 되는 김섬의 집.

하지만 홍지표 때문에 찾아온 한 여인과 그와의 이별을 말하면서 생긴 친구 사이의 균열.

이것은 나중에 다른 이야기와 이어지고, 삶의 다른 모습으로 넘어간다.


읽다 보면 너무 갑작스러운 전환으로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우리의 삶에서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들어왔다가 사라지지만 말이다.

이 단편적인 인연이 나에게는 왠지 뜬금없게 느껴진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지만 제3자에게는 소문 하나일 뿐이다.

그 하루의 장면을 작가는 공들여 보여주는데 관계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내가 놓쳤나?

하나의 장면은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기지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면 혼란을 겪는다.

김섬이 고향에 돌아와 박혜람을 찾아가서 하는 말은 특히 그렇다.

친구란 관계 때문에 이해가 되지만 그 사이에 빈 부분이 너무 많다.

스님이 무단행단하던 할머니 덕분에 사고를 낸 부분도 눈길이 간다.

왜 강아지 할머니와 무단행단 할머니 이야기를 소설 속에 같이 녹여내었을까?

취향에 맞는 구성과 전개는 아니지만 곱씹으면 많은 것들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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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버려둬
전민식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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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혹하게 만든 문장 하나 ‘육체파 SF 장편’.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육체파 SF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가까운 미래 기계 시스템이 삶을 지배하는 한 도시의 풍경을 보면 조금씩 이해가 된다.

궤도를 움직여 도시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대.

이 궤도를 움직이는 것은 자전거처럼 생긴 것을 타 바퀴를 돌리는 페달러.

다부진 허벅지와 같은 궤도의 페달러와의 호흡으로 궤도를 돌린다.

이들이 하루에 페달을 밟는 시간은 3시간.

물론 3시간 연속으로 페달을 밟지 않고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이 있다.

1200궤도 이상은 특별한 페달러들이 모여서 움직인다.


이 도시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페달러들이 궤도를 돌려 삶에 필요한 전력 등을 공급하면서 도시를 유지한다.

인간의 다리 근육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

50명이 한 조가 되어 3시간 동안 페달을 돌리면 그들은 집에서 녹초가 된다.

가장 앞에 있는 페달러는 마스터가 되어 관리자가 된다.

그 누구도 마스터를 본 페달러들은 없다.

주인공 탁수는 마스터에 가장 가까운 페달러다.

하지만 그는 마스터 지위로 올라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른 페달러처럼 브랜디를 마시면서 삶을 살지도 않는다.

평범한 페달러 생활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그의 행동 하나와 한 페달러의 죽음이다.


육체파 페달러가 어느 날 갑자기 심폐소생술로 여자 한 명을 살린다.

그는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행동인데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와 장면들.

그의 일상은 보통의 페달러와 다른 부분이 있지만 페달러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시간을 맞춰 모두 최선을 다해 페달을 밟는데 50번 페달러 히로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들은 열심히 앞만 보고 페달을 밟기에 뒤에 누가 사라져도 알 수 없다.

탁수는 공장장실에 불려가는데 탁수에게 히로에 대한 질문보다 다른 질문을 더 한다.

심폐소생술을 배운 적이 있는지, 갑자기 이상한 생각들이 떠오른지.

히로가 궤도 속에 머리를 넣고 있는 사진도 본다.

왜 히로는 이런 자살을 한 것일까? 공장장의 질문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페달러의 세계는 남성의 영역이었다.

낮은 궤도에서 여성들이 페달러가 되기도 하지만 1200번대는 아직이다.

그런데 여성 역도 선수 아리를 히로 대신 페달러로 넣어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그녀와 함께 히로의 화장장에 가는데 그곳에서 백발의 이상한 남자를 만난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은 이 견고한 세계에 대한 의혹들이다.

화장장에서 아리의 페달러로서의 힘을 확인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힘이 아니라 같은 궤도 페달러와의 호흡이다.

그녀가 처음 왔을 때 아리는 그들의 리듬과 호흡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한데 이상한 것은 탁수의 행동이다.

최고의 페달러가 작은 실수를 하는데 이것은 내면과 삶의 방식을 바꾼 탓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헬스장에서 스피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재생되었다.

이들이 허공에서 바퀴를 돌린다면 페달러들은 궤도에서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는 아리가 화장장 궤도에서 15인용을 움직인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탁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과 공장장의 질문과 심문은 이어져 있다.

가장 이상한 것은 모두 같은 부모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도시에 알려진 정보와 다른 사실들이 나온다.

빗물을 먹으면 산성비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지만 먹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없다.

아니 탁수와 아리에게 이 빗물은 페달러에게 제공되는 물과 다른 작용을 한다.

이 기묘한 도시와 의문 가득한 설정은 머릿속에 온갖 설정을 다 가져오게 한다.

하지만 작가는 아주 불친절하고  불명확하게 이 세계에 대한 설명을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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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분식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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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중 하나인 힐링소설이다.

유미분식이란 공간을 통해 이어져 있던 사람들의 사연들이 흘러나온다.

이 작은 분식집은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식집이다.

하지만 이 분식집 주인의 마음과 행동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분식집들 중에서 이런 집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10년 전 손님을 부르는 초대장을 보내는 곳은 없다.

분식집 딸이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말하고 일곱 명의 손님을 초대한다.

소설은 일곱 개의 사연과 하나의 반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인데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대목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분식을 찾아서 잘 먹지 않는다.

떡볶이도 있으면 먹지 맛집을 찾아갈 정도는 아니다.

친구가 잘 하는 집이라고 칭찬하고 데려간 곳도 그 맛 차이를 잘 몰랐다.

튀김은 좋아하지만 역시 사서 먹을 정도는 아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메뉴 중 내 취향에 맞는 음식은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다 보면 먹게 되는 음식들이다.

자취생활이 길어질 때는 라면에 김밥 한 줄로 저녁을 떼우기도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비싸지 않아 크게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몇몇 사람에게서 나의 흔적들이 보인다.

아마 나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식집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덟 개의 사연,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감칠 맛 나는 조연들.

시간에 쫓기는 은행원이 먹는 김밥

실종된 아이가 좋아했던 돈가스와 그 사연.

개떡이란 별명을 가진 남자의 절절한 아내 간병 사연과 쿨피스.

학폭으로 집에만 머물던 청년이 시켜 먹던 떡튀순 세트.

돈이 아까워 결혼도 하지 않은 건물주 아저씨의 숨겨진 사연과 소불고기덮밥.

경찰시험 준비생 시절 마시던 어묵탕 국물과 청소년 사연.

대박을 꿈꾸었지만 금융사기 당한 청년이 즐겨먹던 치즈라면.

이렇게 손님들의 사연들이 나오고, 문제가 조금씩 해결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유미분식 사장님이 즐겨 먹었던 열무비빔국수와 비밀 하나.


어렵게 꼰 구성도 아니고, 비극으로 흐르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떤 대목은 ‘뭐야?’ 라고 말할 정도로 김이 빠지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그 사연들이 나에게 자극적이지 않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다른 문제다.

작은 노력과 도전, 포기하지 않는 열정 등이 어우러진 이야기들이다.

개떡 같은 남편이 치매 걸린 아내를 자신이 죽을 때까지 돌보는 모습은 강한 여운을 준다.

엄마가 남긴 레시피로 이전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대목에서 놀란다.

화려하지 않고 구성에 복잡한 힘을 들인 것은 아니지만 투박한 재미가 있다.

마지막 비밀은 정말 끝에 와서야 겨우 눈치를 챘지만 이미 늦었다.

읽으면서 나와 주변 사람들의 입맛과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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