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분식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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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중 하나인 힐링소설이다.

유미분식이란 공간을 통해 이어져 있던 사람들의 사연들이 흘러나온다.

이 작은 분식집은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식집이다.

하지만 이 분식집 주인의 마음과 행동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분식집들 중에서 이런 집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10년 전 손님을 부르는 초대장을 보내는 곳은 없다.

분식집 딸이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말하고 일곱 명의 손님을 초대한다.

소설은 일곱 개의 사연과 하나의 반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인데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대목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분식을 찾아서 잘 먹지 않는다.

떡볶이도 있으면 먹지 맛집을 찾아갈 정도는 아니다.

친구가 잘 하는 집이라고 칭찬하고 데려간 곳도 그 맛 차이를 잘 몰랐다.

튀김은 좋아하지만 역시 사서 먹을 정도는 아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메뉴 중 내 취향에 맞는 음식은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다 보면 먹게 되는 음식들이다.

자취생활이 길어질 때는 라면에 김밥 한 줄로 저녁을 떼우기도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비싸지 않아 크게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몇몇 사람에게서 나의 흔적들이 보인다.

아마 나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식집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덟 개의 사연,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감칠 맛 나는 조연들.

시간에 쫓기는 은행원이 먹는 김밥

실종된 아이가 좋아했던 돈가스와 그 사연.

개떡이란 별명을 가진 남자의 절절한 아내 간병 사연과 쿨피스.

학폭으로 집에만 머물던 청년이 시켜 먹던 떡튀순 세트.

돈이 아까워 결혼도 하지 않은 건물주 아저씨의 숨겨진 사연과 소불고기덮밥.

경찰시험 준비생 시절 마시던 어묵탕 국물과 청소년 사연.

대박을 꿈꾸었지만 금융사기 당한 청년이 즐겨먹던 치즈라면.

이렇게 손님들의 사연들이 나오고, 문제가 조금씩 해결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유미분식 사장님이 즐겨 먹었던 열무비빔국수와 비밀 하나.


어렵게 꼰 구성도 아니고, 비극으로 흐르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떤 대목은 ‘뭐야?’ 라고 말할 정도로 김이 빠지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그 사연들이 나에게 자극적이지 않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다른 문제다.

작은 노력과 도전, 포기하지 않는 열정 등이 어우러진 이야기들이다.

개떡 같은 남편이 치매 걸린 아내를 자신이 죽을 때까지 돌보는 모습은 강한 여운을 준다.

엄마가 남긴 레시피로 이전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대목에서 놀란다.

화려하지 않고 구성에 복잡한 힘을 들인 것은 아니지만 투박한 재미가 있다.

마지막 비밀은 정말 끝에 와서야 겨우 눈치를 챘지만 이미 늦었다.

읽으면서 나와 주변 사람들의 입맛과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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