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섬과 박혜람 -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택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5월
평점 :
2024년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많은 당선평에 나온 찬사는 나의 취향과 동떨어져 있다.
문장이 좋은 것은 인정하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내 취향이 아니다.
빈 곳이 많은 구성과 전개는 상상력으로 채워야 한다.
꼼꼼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고 갑작스러운 비약이 생긴다.
박혜람에서 시작해, 김섬으로, 다시 박혜람, 김섬으로 이어진다.
이 사이를 채우는 정우란 인물은 어디서 내가 놓친 것일까?
박혜람이 설악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전 이야기도 갑작스럽다.
물론 시시콜콜하게 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기에는 분량이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이 시간과 공간의 비약이 낯설다.
프랑스에서 박혜람이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 있는 이야기도 파편적이다.
그녀가 한국에 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편 준오의 폭력 등으로 설명이 된다.
그녀가 가이드 역할을 하는 부분도 설명이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남편과 같이 머물면서 사는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또 어떤가.
폭설로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서 수호와 만나고 그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수호의 이야기가 이 소설 속 이야기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어디서 이 이야기를 이어서 가야하는 지, 놓친 대목은 어딘지?
아마 내가 놓친 어딘가에서 이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 김섬이 꽃꽃이를 배우는 남자와 박혜람이 가이드한 남자와 같은 인물이란 것을 알게 되듯이.
타투이스트 김섬의 삶에 들어온 소방공무원 홍지표.
작가는 이들의 만남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홍지표가 안고 있는 트라우마, 그 트라우마가 생긴 화재 사건의 황당한 이야기 하나.
아기라는 단어가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였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트라우마와 함께 어린 시절 자신의 삶이 겹쳐지면서 우울증은 심해진다.
이런 그와 연인이 된 김섬, 한때 박혜람과 같이 동거했던 친구.
박혜람이 한국에 와서 자신의 집처럼 머물게 되는 김섬의 집.
하지만 홍지표 때문에 찾아온 한 여인과 그와의 이별을 말하면서 생긴 친구 사이의 균열.
이것은 나중에 다른 이야기와 이어지고, 삶의 다른 모습으로 넘어간다.
읽다 보면 너무 갑작스러운 전환으로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우리의 삶에서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들어왔다가 사라지지만 말이다.
이 단편적인 인연이 나에게는 왠지 뜬금없게 느껴진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지만 제3자에게는 소문 하나일 뿐이다.
그 하루의 장면을 작가는 공들여 보여주는데 관계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내가 놓쳤나?
하나의 장면은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기지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면 혼란을 겪는다.
김섬이 고향에 돌아와 박혜람을 찾아가서 하는 말은 특히 그렇다.
친구란 관계 때문에 이해가 되지만 그 사이에 빈 부분이 너무 많다.
스님이 무단행단하던 할머니 덕분에 사고를 낸 부분도 눈길이 간다.
왜 강아지 할머니와 무단행단 할머니 이야기를 소설 속에 같이 녹여내었을까?
취향에 맞는 구성과 전개는 아니지만 곱씹으면 많은 것들이 머리속에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