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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 두 남매 이야기 ㅣ 케이스릴러
전혜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5월
평점 :
만화 『족쇄: 두 남매 이야기』의 원작소설이다.
만화가 먼저 출간되었고, 종이책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 같다.
만화는 보지 못했는데 읽으면서 웹툰에서 본 어떤 장면 몇 개가 머릿속에 지나갔다.
막장에 막장을 더하고, 출생의 비밀까지 덧붙였다.
금기를 부수는 미친 이야기란 평에는 동의한다.
읽으면서 계속 불편함을 느꼈고, 이 불편함의 마지막을 보고 싶었다.
뛰어난 가독성과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예상 가능한 장면으로 빠르게 끝까지 달려갔다.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막장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듯하다.
5년 전 감옥에 갔던 준현이 출소를 한다.
그는 동생 나현을 늘 성추행하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였다.
그의 출소는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5년 전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신문사 기자 조성춘.
준현의 출소가 지역을 움직이는 서윤병원 상속에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한 큰고모.
준현이 나현과 함께 사는 것이 불편하고 불안한 나현의 외삼촌들.
이런 사람들 위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서필환 원장.
원장의 수족이 되어 이들 사이에서 사건을 조율하는 변호사.
이복오빠 준현과 둘이 살고자 하는 마음이 강렬한 나현.
이들의 탐욕과 욕망이 뒤섞이고, 과거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진다.
이 과정에 벌어지는 폭력과 비밀들은 막장 드라마의 최고봉이다.
한 지역의 유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과거 신분제가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사람들 마음속에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기도 외곽의 장제시에 대형병원을 세워 도시를 일으킨 서필환 원장.
뛰어난 외과 수술 실력과 탁월한 운영 능력과 음습한 음모로 서윤병원을 키웠다.
그의 성장에는 과거 지역 유지들의 몰락과 공조가 함께 한다.
조 기자의 집안은 몰락했고, 장진제약은 서 원장의 지원으로 약국에서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과거 머슴이었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양반가 딸 정혜를 며느리로 들인다.
하지만 문제는 아들이 학창 시절 사귄 여자가 가진 아들 준현.
자신아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살인도 주저하지 않는 서 원장.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것보다 더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먼 곳에서 봤을 때 이들의 행동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행동 두 가지가 바로 준현에게 가해지는 두 사람의 폭력이다.
하나는 나현의 외삼촌들이 와서 가하는 잔혹한 폭행이다.
자신의 동생을 죽인 준현과 조카가 함께 사는 것이 불안하고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병원의 소유권을 탐내는 큰고모의 폭행과 납치다.
강제로 집문을 따고 들어와 준현을 폭행하고, 남매를 납치하려고 한다.
이들에게는 법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보는 동안 분노하지만 서 원장의 뜻이 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다.
자폐가 있는 준현, 그런 그와 함께 살기를 바라는 나현.
이들을 떼어 놓고 싶은 사람들, 할아버지의 증여를 막고 싶은 사람들.
작은 도시에서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습관이 붙은 사람들.
폭력과 갑질은 그들에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과장된 듯 보이지만 어쩌면 우리의 현실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점점 표현되는 남매의 근친상간 분위기.
작가가 곳곳에 깔아둔 몇 가지 설정은 마지막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의도적으로 숨기고, 꼰 이야기 구조와 노골적인 장면들.
이 강렬한 막장 드라마와 스릴러가 강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