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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 개정판 ㅣ 변호사 고진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평점 :
변호사 고진 시리즈 2번째 소설이다.
기존에 읽었던 도진기 작가의 소설과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사건을 전개하고, 범인을 찾는 방식이 아니다.
이미 사건을 일어났고, 형사들은 범인을 지정해 재판까지 진행하는 중이다.
그런데 형사들이 기소한 부분에 허점이 너무나도 많다.
재판 중에 피고인 조판걸의 작은 행동 하나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 배후에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형사팀장 이유현을 내세워 살인 사건의 다양한 가능성을 조사한다.
이 과정은 어떻게 보면 지루하지만 수사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지 잘 보여준다.
룸살롱의 에이스 정유미가 자신의 집 204호에서 살해당했다.
정유미의 집에서 아랫집 104호 남자도 과도에 찔려 죽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유미가 죽기 전 남자를 찔려 죽였다는 것이다.
무협에서 자주 나오는 양패구사의 모습이다.
형사들은 평소 정유미를 집적거리던 104호 남자가 침입해 정유미를 죽이다 같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정유미가 죽기 전 여행을 가려던 남자 친구 박형빈과 통화 중이었다.
남자 친구의 신고가 5분 정도 늦은 문제가 있어 그도 용의자가 된다.
함께 죽었다는 사실에도 문제가 있어 다른 가능성을 검토한다.
침입 경로와 함께 누가 어떻게 이 둘은 죽였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형사들이 경비 조판걸을 피고로 고소한 것은 정확한 물증보다 가능성 때문이다.
정유미의 남자 친구 김형빈은 아주 잘 생기고 귀티가 난다.
그의 뛰어난 외모는 여자들을 매혹시키고, 정유미도 마찬가지다.
해외 여행을 가려다 정유미의 집에 강도가 들어온 것 같다는 소리에 신고하고 그 집으로 달려간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이 김형빈의 알리바이 깨트리기다.
그의 알리바이는 너무나도 견고하고 확실해서 전혀 빈틈이 없다.
그가 매 통화마다 녹음을 한 것과 지하철 CCTV가 그의 알리바이가 되었다.
통화 시간과 그가 도착한 시간을 두고 살인 가능성을 조사하기도 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인물은 바로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다.
이유현의 꽉 막힌 가능성에 살짝 문을 열어준다.
하지만 김형빈의 알리바이는 너무나도 견고하고 확실함으로 가득하다.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어떻게 알리바이를 깨트릴지 궁금했다.
읽다 보면 이유현의 성급함에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고진이 가능성을 이야기한 부분에서 끝까지 듣지 않아 수사가 더 더디다.
유일한 가능성으로 김형빈을 파고들지만 어느 것도 밝혀내지 못한다.
정유미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지만 그들의 알리바이도 확실하다.
가장 가능성이 많은 인물이 김형빈이다보니 계속 허점을 찾는다.
어떻게 알리바이를 깨트릴까? 그의 가면은 언제 벗겨질까?
시선은 한 곳으로 고정되고, 모든 가능성 조사로 이어진다.
그러다 고진의 놀라운 발상이 빛을 발한다.
예상을 벗어난 설정은 평범한 듯한 트릭의 이면을 파고든다.
우리가 가진 상식과 사고의 틀을 깨트리고 또 다른 집착을 마주한다.
빠른 가독성이나 통쾌한 재미는 부족하지만 강렬한 한 방은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