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는 연습 - 경제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
유영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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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불어닥친 세계 경제 위기는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상황판단이 늦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 타격이 더 크다고 한다. 기축년 올 한해도 경제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80년대 잘 나가던 때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은 아닌가 하였는데, 곧이어 IMF가 터지고 잠시 회복세에 접어드는가 싶더니만 이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개인, 기업, 국가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은이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위기의 ‘현상’이 아니라, 그 위기의 이면에 있는 본질적인 변화를 들여다보아야 한다며, 지금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지은이는 이런 일련의 경제상황을 빙하기에 빗대어 지금 현재 우리 경제의 위기상황은 예전과 달리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한다. 경제가 예측이 가능한 단계를 넘어섰다고 한다.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들은 이런 경제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막막하지 않을 수 없다. 지은이는 먼저 조금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헛된 기대부터 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철저한 버림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재기한 ‘노키아’를 실례로 들면서 지금은 내려가야할 때라고 한다. 내려가서 다시 올라올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추락하기 전에 미리 내려오라는 것이다. 추락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지는 것이지만, 내려가는 것은 내 의지와 노력으로 잠시 멈추어서서 처음 출발한 목적지를 향하는 마음이자 노력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려감은 또 다른 희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상만을 향해 앞을 보고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정상에서 내려오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지은이는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체면을 버리고 낡은 습관과 결별하며, 이제는 업(業)의 시대 프로페셔널의 시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기다리라고 한다. 또한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같이 하며, 최고의 경쟁자와 함께 하라고 권한다. 자세를 낮추고, 작은 것에 집중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알며, 흐르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걸림돌은 곧 디딤돌이라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우회하고 방황하다보면 또 다른 희망이 보인다고 한다.

지은이는 3개의 챕터로 챕터 1에서는 ‘내려가기 전에 점검해야할 것들’로 건강, 가족, 인연, 자산 능력을, 챕터 2에서는 ‘내려가기 전에 확인해야할 것들’로 버리기, 줄이기, 힘쓰기, 말하기. 나누기를, 챕터 3에서는 ‘내려가면서도 간직해야할 것들’로 신뢰, 열정, 규칙, 사랑, 꿈을 들면서, 다양한 예를 들어가면서 내려가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지금 경제현실은 그 어느때보다 더 힘들다. 그렇다고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앞만 보고 갈 수만은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손을 놓고 방관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태까지 성공을 위해 달려오는 데만 익숙해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물러 선다는 것은 다음 도약을 위한 것이다. 어떠한 경제적 어려움도 거쳐온 우리들의 저력이 필요한 때다. 이런 어려운 때일 수록 잊지말아야 할 것은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지은이가 건네는 이 마지막 말이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한걸음 내려갈 때마다 긍정과 낙관을 연습하자.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려가자.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자. 그리고 희망을 나누자. 우리는 사랑해야 버텨낼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23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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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 식탁 위에 차려진 맛있는 영화 이야기
송정림 지음, 전지영 그림 / 예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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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진 음식을 보면 입안 가득하게 침이 고여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을 거다. 그리고 코를 파고드는 음식에서 풍겨나오는 맛냄새는 온몸을 전율로 감싸고 돈다. 이런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지 않을까 한다. 그만큼 음식은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하루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예전에는 먹는 것을 걱정했지만 요즘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먹는 것에서 느끼는 희열이 세대가 바뀌면서 조금씩 변해왔지만 먹는 것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여전하지 않을까.

여기 음식에 버금가는 것이 있다. 영화다. 요즘은 영화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는 폐인(?)들이 많다. 잘 만들어진 영화를 한 편 보면 그 날은 밥을 먹지 않아도 행복하다. 영화가 곧 밥인 것이다. 20세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제일 늦게 예술의 장르에 포함된 영화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장르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본다면 그보다 더 행복하고 멋진 일은 없을 거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와 요리가 서로 만난거다. 지은이는 우리의 심금을 울린 영화들과 그 영화에 나온 음식 얘기를 곁들이며 그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기에 좋은 간단한 조리법도 소개하고 있다. 거기다가 상큼 발랄한 전지영의 그림까지 곁들여져 있다. 그야말로 오감을 자극하는 책이 되었다.

책은 총4개의 씬으로 나누어 영화와 음식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시작으로 ‘마들렌’까지 29편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요리와 영화의 이야기는 이제껏 영화를 보면서 스쳐지나간 것들에 대한 추억을 반추하게 만든다. 김치찌개, 닭백숙이 등장하는가 하면 커피가 등장하고. 거기에 얽힌 나만의 추억도 송글송글 맺힌다.

지은이는 이 책의 주제만큼이나 너무나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 보지도 않은 영화지만 지은이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무조건 봐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한 편의 영화로 행복해질 수있고, 하나의 요리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기쁜 일은 없지 않을까.

매일 하루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상큼한 향내를 남기며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음식과 영화 한 편으로 행복해지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여유를 이 책을 통해 가져보고 싶다. 갑자기 입안 가득히 침이 고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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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일상 - 생명공학시대의 건강과 의료
백영경.박연규 지음 / 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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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다 주는 편의와 안락함의 긍정적인 측면에 드리워진 부정적인 측면은 간혹 과학기술이 가져다 주는 장점으로 인해 무시되거나 축소되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생명공학의 발달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런데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황우석 사태와 존엄사를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 등을 통해 생명윤리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제껏 관심 밖에 있었던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그런데 생명공학이 가지는 기술적 측면으로 인해 과학적, 법적, 철학적 논의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 전문가가 아니면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생명윤리라는 문제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이제까지의 논의에 주목하여 생명윤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일상적, 페미니즘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윤리라는 것도 우리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것인만큼 일상속에서 논의되고 이해되어져야 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리모, 의료관광, 장애․재생산․유연한 우생학, 성장호르몬, 감시 테크놀로지로서 정기검진, 생명과학기술과 여성의 몸, 생명윤리를 넘어서, 난자소송에 이르기까지, 문제는 바이오 경제라는 9가지의 주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생명윤리에 관한 모든 논의를 포함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떤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떤 생명공학이 답이라고 보여지는 문제설정, 질문 자체를 성찰하고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즉 우리의 일상과 자유에 관한 질문이 이 책이 의도하는 바다. 사물의 여러 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기술이나 다른 미래는 과학자의 실험실로부터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관행들과 도덕들을 성찰하고 바꿔가는 데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32쪽 참조).” 라는 이야기는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생명과학기술을 과학자 등과 같은 전문가에게만 맡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우리의 건강을 위한 생명과학기술은 모든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들이 일상을 통해서 몸으로 체득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어떠한 선택의 문제에 봉착했을때 다양한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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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쓰라 인물로 읽는 한국사 (김영사) 3
이이화 지음 / 김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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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후세 사가(史家)들의 펜 끝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는 그 시대를 바라보는 역사적 관점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어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평가하는 뚜렷한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인물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그 시대의 사회상이나 시대적인 흐름을 엿볼 수 있고, 또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발견할 수 있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의도하에서 조선시대를 살았던 시인, 소설가와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1부에서는 겨레 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변계량, 서거정, 김시습, 임제, 허균, 2부에서는 유교 전통 사회에서 여성 문인으로서 뛰어난 작품을 선보인 황진이, 허난설헌, 계생, 3부에서는 민중과 함께 호흡을 한 여항문인인 장혼, 조수삼, 김삿갓, 정수동, 4부에서는 식민지 시기에 문학으로 일제에 저항한 이상화, 한용운, 홍명희, 그에 비해 친일로 얼룩진 삶을 살았던 이인직, 최남선, 5부에서는 음악, 미술, 영화에서 뛰어난 재능을 선보였던 신재효, 이원영, 송만갑, 정율성, 심사정, 최북, 나운규 등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살펴 보고 있다.

이들의 삶은 한마디로 ‘열정’ 그 자체였다. 시대의 굴레 속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예술적 재능과 혼을 불살랐던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된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역사책에서는 거의 접할 수 없었던 장혼, 조수삼, 홍명희, 이원영, 정율성 등의 생경한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각 인물마다 배정된 페이지 수가 얼마되지도 않는데, 정율성의 경우 출생지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하고 있는 것은 흠이라고 하겠다(266 내지 269쪽 참조). 기존의 설은 오류라고 지적하면서도 왜 오류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부분도 있다(37쪽 참조).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른 책들이나 학교 수업시간에 들어 본 내용들이어서 지루할 뿐만 아니라, 허균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었다. 오히려 여러 명의 인물을 소개하기 보다는 한 인물을 집중 조명하거나, 아니면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관련된 인물 몇 명을 소개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한다.

책의 제목은 ‘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쓰라’ 지만 과연 이 제목이 이 책의 내용과 무슨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도 없다. 각 장에서 쓰인 소제목부터 책의 제목까지 카피 문구에만 신경을 쓴 것 같다.

지은이의 의도와 달리 책은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각 인물에 대한 전개는 밋밋하며 상식선에머무르는 책이 되고 말았다. 지은이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고 하지만, 지은이의 의견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역사를 대중화시키고자 하는 지은이의 노고는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지은이의 눈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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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생각한다 - 경제와 사회의 논리에서 우주의 비밀까지
코지마 히로유키 지음, 박지현 옮김, 박경미 감수 / 동아시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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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수개념에는 아직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언어나 그림 같은 경우에는 어떤 규칙이나 암기를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좋은데 일단 수학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공식을 외워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어서 아이에게 이걸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에게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수학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에서 구입한 책이었다. 일단 일본 사람들이 수학에 대새서는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책 자체가 단순히 수학을 위주로 한 책이 아니고, 수학을 가지고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해 두고 있어서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잇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그런 나의 처음 의도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책이 생각처럼 그렇게쉽게 와닿지는 않았다. 물론 수학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책을 이해하려면 생각보다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렵거나 난해한 것은 아니다. 초등수학 수준의 단순한 수학 아이디어로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 운동의 법칙, 도플러 효과, 우주의 빅뱅, 엔트로피 등 자연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외부불경제와 환경문제, 경제성장, 양극화 사회, 게임이론 등 여러가지 내용들을 설명해 나가는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에 그저 탄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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