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쓰라 인물로 읽는 한국사 (김영사) 3
이이화 지음 / 김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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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후세 사가(史家)들의 펜 끝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는 그 시대를 바라보는 역사적 관점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어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평가하는 뚜렷한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인물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그 시대의 사회상이나 시대적인 흐름을 엿볼 수 있고, 또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발견할 수 있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의도하에서 조선시대를 살았던 시인, 소설가와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1부에서는 겨레 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변계량, 서거정, 김시습, 임제, 허균, 2부에서는 유교 전통 사회에서 여성 문인으로서 뛰어난 작품을 선보인 황진이, 허난설헌, 계생, 3부에서는 민중과 함께 호흡을 한 여항문인인 장혼, 조수삼, 김삿갓, 정수동, 4부에서는 식민지 시기에 문학으로 일제에 저항한 이상화, 한용운, 홍명희, 그에 비해 친일로 얼룩진 삶을 살았던 이인직, 최남선, 5부에서는 음악, 미술, 영화에서 뛰어난 재능을 선보였던 신재효, 이원영, 송만갑, 정율성, 심사정, 최북, 나운규 등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살펴 보고 있다.

이들의 삶은 한마디로 ‘열정’ 그 자체였다. 시대의 굴레 속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예술적 재능과 혼을 불살랐던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된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역사책에서는 거의 접할 수 없었던 장혼, 조수삼, 홍명희, 이원영, 정율성 등의 생경한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각 인물마다 배정된 페이지 수가 얼마되지도 않는데, 정율성의 경우 출생지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하고 있는 것은 흠이라고 하겠다(266 내지 269쪽 참조). 기존의 설은 오류라고 지적하면서도 왜 오류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부분도 있다(37쪽 참조).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른 책들이나 학교 수업시간에 들어 본 내용들이어서 지루할 뿐만 아니라, 허균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었다. 오히려 여러 명의 인물을 소개하기 보다는 한 인물을 집중 조명하거나, 아니면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관련된 인물 몇 명을 소개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한다.

책의 제목은 ‘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쓰라’ 지만 과연 이 제목이 이 책의 내용과 무슨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도 없다. 각 장에서 쓰인 소제목부터 책의 제목까지 카피 문구에만 신경을 쓴 것 같다.

지은이의 의도와 달리 책은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각 인물에 대한 전개는 밋밋하며 상식선에머무르는 책이 되고 말았다. 지은이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고 하지만, 지은이의 의견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역사를 대중화시키고자 하는 지은이의 노고는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지은이의 눈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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