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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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닐 게이먼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최근에 그의 책을 통해서 많이 듣게 되었다. <그레이브야드 북>을 통해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하지만 이미 그의 작품을 읽어온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었다. 누군가의 글을 통해 처음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그레이브야드 북>을 읽기 전 작가 소개를 보니 그는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꼭, 알아야 할 작가였다고 하는데 왜 나는 몰랐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레이브야드 북>은 노바디의 성장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 해리포터의 해리처럼 누군가에게 가족들이 모두 몰살 당하고 어린아기인 노바디만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 엄마 뱃속에서 세상을 향해 울음을 짓는 순간 우리는 삶과 죽음이라는 결계를 걸고 나오듯, 가족들이 함께 살았던 공간에서 벗어나 죽은이의 공간에 발을 디딘다.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한 본능적인 선택인 것 처럼.

살인자의 손길에서 벗어난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죽은이들이 모여있는 '공동묘지'다. 우연찮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절묘하다. 죽음을 벗어가기 위해 죽은이의 공간에 발을 들이다니. 다행스럽게도 노바디의 선택은 탁월했다.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갓난아이에게 유령들은 그 아이를 내치지 않고 받아 들였고 그를 악당들의 손길에서 지켜주었다.

갓난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돌봐줌으로서 우리의 노바디는 성큼성큼 자라난다. 어릴 때처럼 누군가 다시 그의 생명을 위협받을까봐 세상을 나가서는 안되는 노바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밖으로의 삶을 꿈꾼다. 노바디의 이야기는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축소판이다. 알을 깨고 세상밖으로 나오지만 아이는 엄마의 보호막아래 자라나고 다시 그 보호막을 깨고 세상밖으로 걸어나가야 하는 운명을 가진 삶을 우리는 살아간다. 무섭고, 삭막한,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를 헤쳐나가는 것이 또한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문득, 이 책은 몇 년전에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이미 그 경계선을 벗어난 나는 노바디의 성장기를 통해 '꿈'과 '환상'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역시, 인간의 삶은 그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줄 뿐이었다. 그를 보호하려는 유령들의 모습에서 엄마의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의 아쉬운 이별을 끝으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딛는 노바디의 모습에서 지금의 나의 모습을 발견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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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폴리스>를 리뷰해주세요.
페트로폴리스
아냐 울리니치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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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로폴리스>를 쓴 작가의 소개글을 보며 그 어떤 작가소개 글 보다 '진심어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 땅으로 불법이민을 감행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주인공 사샤의 이야기가 맞물려 들어가는 듯, 사샤를 투영한 그녀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글을 읽고 난 후 책을 읽으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녀의 이야기가 많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언론의 찬사람 기발하고 영리한 날카로운 풍자로움을 갖지 못하고 있다. 소나기가 내려질 것처럼 어두운 먹구름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한 여자아이의 성장 소설이 아니다. 이민자의 모습, 누군가의 삶의 중심이 아닌 겉도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을 뿐, 더이상의 진전도 없다.

상황이나 환경의 영향이 아닌 자의적인 고뇌가 없이 흘러가는 그대로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사샤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도 주체적인 성격이 아닌 단편적인 면모의 삶만 볼 뿐이었다. 사샤의 인생유랑기는 시련을 겪고, 그 시련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저 안타까웠다. 어떤 이유로 인해 그녀가 그것을 선택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보다는 돌맹이처럼 굴러가는 그녀의 인생은 한편의 인생유랑기를 보는 것 같았다.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었던 이민자의 모습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읽고 보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특별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성이 풍자소설인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소련의 빈곤함과 미국의 풍요로움이 녹아들기에는 이미 그들을 설명하고 있는 배경도, 주인공이 있는 위치도 위태위태했다.

언젠가부터 소설을 읽다보면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면모를 많이 보게 된다. 처음에는 그 사실에 놀랐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그런 장면을 봐서 그런지 식상하게 다가온다. 또한 불편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인간이 제어하지 못하는 가장 밑바탕의 감정을 그리는 것은 미묘하고도 독성이 강한 것이지만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은 절로 그 매력을 갉아먹는다.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는 있는 것이다. <페트로폴리스>의 사샤를 보며 그녀의 성장기를 보며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하는지 그들의 이야기에 길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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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을 리뷰해주세요.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
윤준호 외 지음 / 지성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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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은 말 그대로 자전거의 '매력'에 사로잡힌 아홉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어떤 교통수단에 비해 자전거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전거의 '예찬론'을 담았다. 자신과 자전거의 운명적인 만남 비롯한 일상에 있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점철되어 9명의 저자가 다양한 이야기를 늘어뜨린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이유는 자전거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자전거가 이렇게 다양한 모양과 색다른 이름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자전거라고 하면 보통 자전거가 머리속에 떠올려지는데 비해 자전거 또한 첨단을 걷는 듯 다양하고 깜찍한 것들이 많았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삐뚤빼뚤 중심 잡기가 너무 힘들다. 나 또한 몇 해 전에 자전거를 배우려고 조금 큰 자전거로 배운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보에 가깝지만. 안장이 높아서 높이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않는 것이 많이 불편했는데 그럼에도 조금씩 바퀴가 굴러가면서 달려가는 그 시원함은 잊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인 일이었다. 바람을 가르고, 타고올라 시원스럽게 달리는 모습은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비해 날렵하게 소리를 내지 않으며 달릴 수 있는 날렵함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시원스럽게 폐달을 밟고 멋스러운 풍경과 바람을 가르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전거의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 또한 그 모습이 너무 멋져 한동안 그들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얼마나 동경했던가.

우리나라에도 자전거 도로가 많이 생겨났지만 자전거의 유용성은 외국에서 더 필요성을 많이 느끼곤 했다. 네덜란드를 여행할 때 걷는 여행보다는 손쉽게 긴 거리를 오갈 수 있는 수단이 그 어떤 것보다 자전거가 유효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자전거를 아예 못타는 것은 아니지만 속도를 올리며 잘 타는 사람이 아니기에 자전거의 속도감을 느껴보지 못했다. 아직도 나에게 자전거를 하나의 로망이다. 자유자제로 시원함을 가르는 솔잎향처럼.

그들이 말하는 아홉가지 매력에 빠져 하고 싶은 일에 큼지막하게 적어 놓았다.'기필코, 이번에는 꼭! 자전거 능숙하게 타기' 이번에는 꼭 목표달성 할 수 있기를...!! 혹, 이 책을 보고도 아직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초보지만 자전의 매력은 타 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그들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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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커리드웬 도비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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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리드웬 도비의 <함정>은 불친절하다. 얽힌 실타래 속에서 누군가의 중재도 아닌 자신의 말만을 내뱉고는 바턴을 이어받는 이어달리기의 주자처럼 누군가에게 마이크를 건네곤 사라져 버린다. 막과 막 사이를 오가는 것처럼 컷트되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우면서도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는다.

<함정>은 독재정권이 쿠테타로 전복되고 독재정권에 전속 화가, 요리사, 이발사가 포로로 잡혀 버린 상황과 그들의 이야기가 영사기가 돌아가듯 짤막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3부로 나뉘어져 1부에서는 화가-요리사-이발사의 순서대로 그들의 이야기가 오간다. 2부는 3명의 포로가 아닌 그들의 가족, 그들과 묶어져 있는 사람들인 이발사의 형의 약혼녀 -요리사의 딸 -화가의 아내가 화자가 되어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장 3부는 이발사-화가-요리사의 이야기들이 끝을 맺고 있다.

그들이 이야기를 풀어갈때마다 권력을 넘어선 그들의 행동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뒤따른다. 짙은 욕망의 이야기는 울컥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농도짙은 관능을 만들어 낸다. 권력의 중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결코 즐겁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동물의 습성처럼 누군가를 밟고 나를 일으켜 세우는 본능만이 충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타래속에서 그들이 겪어나가는 일이 아닌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 행동들이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결코 그들에게는 사랑이 아닌 몸으로 하는 행위의 주체일 뿐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본성의 추악함 마저도.

<함정>을 읽으면서 얇은 책이니 좀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소설이 아니라 발을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은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친절하지 않는 오만함을 보여주는 책인 것처럼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그녀의 데뷔작<함정>은 커리드웬 도비가 석사논문으로 쓴 것을 판권이 팔리면서 그녀가 쓴 글을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파격적이고 불친절한 그녀의 이야기는 다듬어지지 않는 원석 같은 느낌이지만 사람의 욕망과 권력의 힘을 잘 보여주는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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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공화국 일본여행기 - 만화평론가 박인하의 일본컬처트래블
박인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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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라는 나라는 자석의 N극과 S처럼 우리에게 (또는 나에게) '냉정'과 '열정' 사이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 어떤 나라보다 더 민감하고 예민한 감정이 오가는 나라. 수많은 감정이 미묘하게 섞여버려 할 말도, 해야할 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재 일본 문화에 빠져들고 있다.일본 소설을 읽고, 일본 만화를 보며, 일본 드라마를 보는 세대. 사실, 현재 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우리는 은연중에 일본 문화가 흘러 들어왔다. 요즘은 공식적인 다양한 문화의 개방으로 우리의 문화속에 깊이 파고 들고 있는 것처럼 읽고, 보고, 말하는 와중에도 일본을 떠올려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만화였다.

저자 역시 초등학교 때 시청각실의 16mm 영사기로 보았던 <그랜다이저>를 보면서 일본 문화의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나 또한 어렸을 때 보았던 <베르사유의 장미>을 보며 자라왔다. 어른이 되고서야 <베르사유의 장미>뿐 아니라 대부분의 만화가 일본 만화라는 것을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며 웃음을 짓고, 꿈을 키우던 그때. 우리는 말없이, 소리소문없이 그들이 만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만화 평론가 박인하씨가 쓴 <만화 공화국 일본여행기>는 단순한 일본 여행기가 아니다. 단순히 가이드 북 차원을 넘어선 일본컬쳐브래블, 만화를 주제로한 문화여행기였다. 어릴 때 부터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파고들었던 만화가 실제로 그들이 만드는 만화는 그들에게 어떤 문화를 창조하는지 엿 볼 수 있었다.

<바람의 검심>을 보며 일본의 정서를 찾고 <도쿠가와 이예야스>를 통해 에도시대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만화속에 그려진 그들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그들을 알수 있었다. 만화는 친근하게 만들면서도 쉽게 문화를 접하기도 용이한 점에서 일본만화는 문화를 생산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수행한다. 상품을 팔고 이익을 얻을 뿐더러 일본의 문화까지 전파 할수 있으니 그들에게는 만화가 그 어떤 문화상품보다 더 거대한 이익을 창출해내는 원동력이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다른 나라보다 쉽게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나라보다 더 일본이나 중국만큼은 느낌이 아닌 그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달린 거리가 아니라 일본만의 풍경을 담을 수 있을 때 일본 여행을 하고 싶다.

<만화 공화국 일본 여행기>를 보니 어릴 때도 장르에 편식해서 보았던 나의 독서편력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나라가 그렇듯 일본은 만화라는 테마 속에서 일본의 정서를 느끼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너무나 잘 알려주고 있어 장단점의 키워드를 책 뿐만 아니라 만화 속에서 숨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생하게 보여주는 캐릭터의 힘이 보여지는.

테마여행으로서 만화라는 테마를 잡고 여행을 한다면 더 큰 재미가 살아 숨쉬지 않을까. 나의 욕심대로 더 깊은 일본 여행을 하고 싶다면 책에서 언급한 만화를 보며 이야기의 재미뿐만 아니라 그외의 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바라보는 것도 일본의 문화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는 발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기자기한 <만화 공화국 일본 여행기>는 빠르게 읽히지 않지만 일본컬처트래블을 이해 할 수 있는 시각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반인의 시각이 아닌 만화 평론가가 보는 일본 여행기는 가벼운 일본 여행기가 아니라 본질적인 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호기심'을 더 부여하게 만든다. 더 알고 싶으면 공부하라는 은근함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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