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 어른이 되면 좋아하는 마음도 변하는 걸까? 찰리의 책꽂이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고향옥 옮김 / 찰리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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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다카히로 라는 작가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얼마 전 『넘어진 교실』(서울: 도서출판 개암나무, 2016)이란 책을 통해서다. 왕따에 대해 다루었던 아동소설이었는데, 이번에는 비슷한 듯싶으면서도 많이 다른 느낌의 성장소설 『우리 둘』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중학교 진학을 앞둔 두 아이, 준이치(남자아이)와 가스미(여자아이)의 이야기다. 가스미는 전학 온 여자아이다. 그리고 단지 전학 왔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 애는 작년 겨울에 우리 학교에 전학 왔다. 이유가 있다면 단지 그뿐일 것이다. 그 애는 별 것 아닌 일로 못된 장난의 대상이 되거나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 우리 반은 전부터 학급 붕괴의 조짐이 보였으니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었을 것이다. 그저 우연히 가스마가 6학년 3반의 배출구가 됐을 뿐이다.(10쪽)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가스미를 보며, 반의 우등생인 준이치는 남몰래 가스미를 돕곤 한다. 아이들이 가스미 책상 속에 몰래 넣은 걸레를 다시 친구들 몰래 꺼내 놓는다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서로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작가는 많은 책을 낸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이지만, 필명만 알려졌을 뿐 누구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복면작가’다. 그런데, 그 복면작가가 누구인지 그의 작품 속에 힌트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두 친구는 함께 도서관에서 작가의 책을 읽으며, 작가의 또 다른 필명이 무엇인지 추리해 나간다. 과연 둘은 작가의 또 다른 이름을 밝혀낼 수 있을까?

 

여기까지 설명하면, 『우리 둘』은 추리물일까? 아니면 학교 폭력, 왕따 문제를 다루는 사회물일까? 물론 둘 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더 큰 내용은 풋풋한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연애 동화라는 점이다. 준이치와 가스미는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어가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워나가게 된다. 단지 함께 책을 읽고, ‘복면작가’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애쓰는 것뿐이지만, 이런 가운데 둘은 서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고, 더욱 열어가게 된다.

 

이런 둘의 사랑이 풋풋하면서도 참 예쁘다. 공부할 나이에 무슨 연애질이야! 라고 할 법도 하지만,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도리어 둘의 사랑을 살며시 응원하게 된다. 그만큼 그들의 사랑은 건전하며 예쁘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나란히 앉아 그저 묵묵히 책을 읽는다. 이런 모습은 어쩌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칠 수도 있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도서관에서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다. 비록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쓰키모리 가즈의 책을 둘이서 함께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71쪽)

 

이처럼 둘은 함께 책을 읽는 가운데,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게 되고, 또한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간다. 하지만, 또 한편 불확실한 미래, 아직 성인이 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기다리기에 그 시간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변하게 될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나는 가스미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 애와 계속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크면 여러 가지 상황이 변할 거라고 했다. 그토록 사이가 좋았던 아빠와 엄마가 헤어져 버렸듯이, 나도 언젠가는 가스미와 사이가 틀어져 헤어져 버리는 걸까.(157쪽)

 

어쩌면, 이런 고민이 우리 자녀들의 고민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건데. 그리고 아름답고 건전한 사랑을 이어가고 싶은 순수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장차 둘이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런 두려움이 존재할 수 있겠다.

 

그런 아이들에게 작가는 소설 속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음성을 통해 말한다.

 

그래. 너희는 너희의 미래를 좀 더 믿어도 돼. 변할까 변하지 않을까, 또 좋을까 나쁠까, 그런 생각일랑 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너희의 미래를 믿어야 한다는 말이야. 자신을 가져도 돼.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느긋하게 천천히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173쪽)

 

그렇다. 준이치와 가스미는 학생으로서의 자리에 충실하며, 여전히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는다. 함께 책 읽는 시간이 예쁘다. 조급하지 않게 현재에 충실하며 조금씩 미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우리 아이들 역시 이렇게 사랑하며 때론 아파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향해 커 나가는 걸게다. 그런 아이들을 응원하며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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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 왜 목숨 걸고 국경을 넘을까? 세계 시민 수업 1
박진숙 지음, 소복이 그림 / 풀빛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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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좋은 책들로 독자들을 찾는 도서출판 풀빛에서 또 다시 좋은 책들을 내놓았다. <세계 시민 수업 시리즈>가 그것이다. 1권은 「난민-왜 목숨 걸고 국경을 넘을까?」이고, 2권은 「석유 에너지-전쟁을 일으키는 악마의 눈물」, 3권은 「식량 불평등-남아도는 식량, 굶주리는 사람들」이다. 제목을 통해, 각 책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책인 『난민』은 난민 관련 단체의 대표인 저자가 난민에 대해 여러 가지 내용을 가르쳐주고 있다. 첫 시작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난민에 대한 문제가 결코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닌, 바로 나의 문제임을 이야기한다. 책은 난민의 정의가 무엇인지, 우린 난민에 대해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 다음에는 시리아 난민, 콩고 난민, 티베트 난민, 버마 난민(책은 미얀마가 아닌 버마란 이름을 사용한다. 책속에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등의 같지만 서로 다른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대한민국에서 난민들이 어떤 대접을 받으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함으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우린 난민에 대해 나와 상관없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관심조차 갖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다고. 아울러, 우리 민족이야말로 전쟁난민이란 아픈 경험을 가진 민족이라고 말이다. 아울러 우리 곁에 찾아온 난민들에 대해 우린 자칫 그들을 비하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저자는 말한다. 난민은 어려운 일을 당해 잠시 보호와 도움을 받으러 온 손님이라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손님에게 따스한 도움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책이 말하는 ‘세계 시민’이 되는 비결이 아닐까?

 

아울러 난민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 그들 역시 우리처럼 일상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었다는 사실, 그들이 엄청나게 특별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 다시 일상의 삶을 회복하기만을 원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책의 내용을 일일이 다 언급할 순 없지만, 난민에 대한 실천 방안으로 저자가 언급하는 내용을 적어본다.

 

-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뉴스에서 관련된 기사들을 유심히 본다.

- 난민에 관한 책을 읽고 친구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 난민 단체들이 벌이는 행사에 찾아가서 참여한다.

- 난민을 지원하는 단체들을 찾아보고 적은 금액부터 후원을 시작한다.

- 난민 단체들을 통해 난민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집으로 초청한다.(102-3쪽)

 

우리의 작은 관심과 배움이 이 땅의 수많은 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는 힘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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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 위대한 클래식
요한나 슈피리 지음, 김수진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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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 하면,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되던 만화 <알프스 소년 하이디>를 재미나게 보던 기억이 난다. 추억의 만화라고 할 만 하다. 금번 크레용하우스에서 <위대한 클래식> 시리즈 9번째 책이 바로 『하이디』다. <알프스 소년 하이디> 만화의 원작소설(물론 어린이를 위한 각색본이다.).

 

표지 그림이 참 예쁘다(물론 표지뿐 아니라 안의 그림들 모두 예쁘다.). 예쁘고 상큼한 그림이 어서 읽으라고. 읽고 알프스의 맑고 푸른 정기를 받아들이라고 손짓한다.

 

고아인 하이디는 데테 이모와 함께 살다 이모가 도시로 가는 바람에 산 속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다. 외골수이고 마을 사람들과 왕래하지 않는 할아버지. 마을 사람들로부터 온갖 소문과 편견으로 인해 못된 영감으로 알려진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와 하이디가 함께 살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완고하고 못된 할아버지로 소문난 곳에서 살게 된 하이디는 특유의 친화력과 맑은 에너지로 할아버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 시작한다. 뿐 아니라, 염소치기 페터와 친구가 되고, 페터의 할머니를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 산 속엔 하이디 활력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런 하이디가 도시 프랑크푸르트의 부잣집에 가게 된다. 클라라 라는 아이의 친구가 되기 위해. 언제나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클라라 역시 하이디로 인해 활력을 찾게 되고, 그 집안은 하이디가 공급하는 특별한 에너지로 차오른다. 물론, 그곳 집사인 로텐마이어 부인과 하녀 티네테는 하이디를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다. 이렇게 도시의 부잣집에서 좋은 대접을 받으며 그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하이디는 정작 할아버지가 계신 알프스를 그리워하며 점점 야위어만 가는데, 과연 하이디는 알프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크레용하우스에서 출간된 『하이디』를 읽으며, 『하이디』가 이렇게 웃긴지 처음 알았다. 클라라의 집에 온갖 소동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는 장면들에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게 된다(곁에서 책 읽던 딸아이가 눈치를 줄 정도로.).

 

스토리도 재미날뿐더러,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하이디가 전하는 맑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알프스에서부터 전해주는 무공해 에너지, 무공해 활력이 책을 통해 나의 공간으로까지 전해진다. 하이디란 아이는 소설 속에서도 누구에게나 그 맑은 에너지를 공급할뿐더러 독자들에게도 에너지를 전해주는 느낌이다. 할아버지에게로 돌아가 껴안는 장면은 가슴 뭉클함을 느끼게 하고.

 

하이디처럼 어느 곳에 가든지 그 공간을 사랑이 넘쳐나고 빛나게 할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예쁜 아이 하이디. 오늘 우리가 이 시대의 하이디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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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존스의 전설 산하세계문학 11
야코브 베겔리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산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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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독특한 느낌의 동화를 만났다. 야코브 베겔리우스의 『샐리 존스의 전설』이란 책인데, 이 책은 스웨덴 최고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우구스트 상 수상 작품이기도 하다. 책은 그림책이다. 모든 페이지가 그림과 글로 구성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림책이라고 하여 그 대상이 유아들은 아니다. 초등 중학년 이상이 적당할 것 같다. 분량 역시 그림책답지 않게 100페이지를 넘어갈뿐더러, 문체가 상당히 건조하기에 중학년 이상이면 좋을 것 같다.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샐리 존스라는 한 고릴라의 이야기를 책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샐리 존스는 아프리카 밀림에서 태어난 새끼 고릴라로 어느 날 밀렵꾼에게 잡혀 고향을 떠나게 된다. 이때부터 그의 고생길이 활짝 열린다.

수없이 바뀌게 되는 주인들, 그 주인들로 인해 겪게 되는 수많은 사연들은 모두 안타깝기만 하다. 어떻게 이렇게 한 사람(실은 고릴라죠.)의 인생이 이처럼 척박하기만 한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도둑인 여자에게 팔려가 훔치는 기술을 배우게 되어 도둑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결국엔 이 일로 붙잡혀 동물원의 비좁고 더러운 우리에 갇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동물원에서 오랑우탄 바바를 만나 함께 사랑과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 유랑 서커스단에 팔려가기도 하고, 다시 마술사의 조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고생하던 샐리 존스는 탈출에 성공하여 바바를 찾아가 바바와 함께 배를 타고 고향으로 향하기도 한다. 그러다 배에 몰래 탄 것이 적발되어 죽을 지경에 이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샐리 존스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보스’라는 기관사를 만나기도 한다. 바다에서 표류하여 보르네오 섬에 도착하기도 하고. 그 외에도 샐리 존스는 험악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전 세계를 누비며 말이다.

이런 ‘샐리 존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동화 속의 샐리 존스는 마치 사람처럼, 이름을 갖기도 하고, 사람이 하는 일들을 배워 실제 행하기도 한다. 운전을 하기도 하고, 금고를 털기도 하고, 기계를 수리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샐리 존스는 한 마리의 고릴라에서 머물지 않고, 오늘 우리들과 동일시된다. 샐리 존스의 인생이 오늘 우리들의 인생이다. 온통 뜻대로 되지 않고, 험난하기만 한 인생, 눈물 가득하고 여전히 한숨짓게 되는 인생 말이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이런 고난의 연속은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고난의 연속 속에서도 ‘샐리 존스’의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고릴라에게는 낙심이라는 것이 없는 걸까? 샐리 존스는 낙심하지 않고, 끝내 자신의 인생을 일으켜 세운다. 그 모든 힘겨움의 풍랑을 묵묵히 몸으로 받아내며 말이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고릴라 샐리 존스의 인생은 우리네 인생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이용당하기만 하는 인생. 때론 버림받기도 하고. 때론 풍랑 앞에 이리저리 표류하기도 한다. 때론 낯선 삶의 공간에 던져지기도 하고. 때론 사랑과 이별의 아픔에 몸부림치기도 한다. 그렇기에 샐리 존스의 모험은 오늘 나의 모험이 된다. 여전히 힘겨워하고 이리저리 휩쓸리고 넘어지기 일쑤인 모습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샐리 존스’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함께 동행 하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오늘 우리 역시 힘겹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 걷게 되는 건 이런 동반자들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함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동지들 말이다.

 

야코브 베겔리우스의 『샐리 존스의 전설』는 이런 인생을 보게 해주는 잔잔하고 건조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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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위대한 클래식
찰스 디킨스 지음, 이원희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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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하우스의 <위대한 클래식> 시리즈 8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죠. 올리버 라는 고아아이가 런던 뒷골목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 한 불우한 아이가 자신을 함몰시키려는 어두운 손길들을 이겨내고, 결국엔 행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당시 영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고발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책은 어린이용으로 각색된 책입니다만. 읽으면서 몇 가지 놀란 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역시 찰스 디킨스란 이름, 그 명성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게 되었답니다. 또한 책을 읽으며, 아하~ 이런 내용이었지 하며 어린 시절 읽은 책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점도 놀라운 체험이었습니다. 다 잊어버린 줄 알았던 내용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것 기분 좋은 순간이더라고요(물론, 모두 다 떠오른 건 아니지만요.). 아울러 어린 시절의 추억도 간간히 떠오르기도 하고요. 어쩌면 이런 고전이 갖는 가장 큰 힘은 대를 이어가며 그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을 읽은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쯤 되었을 때, 그들 아이들의 책을 고르며 지금 나와 같은 경험을 또 하겠죠. 왠지 이런 순간이 축복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또 하나 『올리버 트위스트』는 결코 따분한 고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였던가 싶을 정도더라고요. 완역본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각색되어진 이 책 역시 어린이들에게는 충분히 재미납니다.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어 마치 원래 이렇게 써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말입니다. 고전이지만, 요즘의 미스터리 소설과 비교하여 전해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느낌도 갖게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더욱 완역본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용 속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아무래도 올리버의 아름다운 인성이 돋보입니다. 소매치기로 몰리기도 하고, 도둑의 누명을 쓰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범죄의 종용 속에서도 여전히 굳은 심성을 지켜내는 올리버의 모습은 오늘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온통 시궁창과 같은 더러운 현실 속에서도 오염되지 않은 한 줄기 밝은 빛처럼 느껴지는 올리버의 모습이 아무래도 이야기를 더욱 멋지게 만들지 않나 싶어요. 우리 아이들 역시 세상이 아무리 어둡다 할지도 이처럼 밝게 성장하고 세상을 살아내길 바라게 됩니다.

 

게다가 온통 희망이 보이지 않을, 이처럼 불행할 수 없겠구나 싶을 그런 불행의 웅덩이 속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결국엔 해피엔딩을 끌어내는 모습도 멋집니다. 우리네 인생도 결국엔 이처럼 해피엔딩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당시 타락한 범죄자들뿐 아니라, 공직에 있는 자들의 타락함도 눈에 들어옵니다. 본질을 상실한 자들의 모습 말입니다. 구빈원 위원회가 하는 일은 마땅히 고아들의 편의를 위해 수고하는 일이어야 하겠죠. 그런데, 그들이 하는 일이란, 어떻게 하면 골치 아픈 고아들을 내쫓을까 하는 거죠. 그래서 굶어 죽을 정도로 음식을 제공함으로 굶어 죽기 싫으면 나가 구걸하는 삶을 살게 하려는 그들. 본질을 상실한 자들의 모습은 어쩐지, 오늘의 모습과도 오버랩 됩니다. 본질을 상실한 지도자들 말입니다.

 

국가를 위해 자신들이 존재한다는 본질을 상실하고, 자신들을 위해 국가가 존재하고 권좌가 주어졌다고 착각하는 인생들 말입니다. 부끄러운 인생들이지요. 이런 인생들이 여전히 우리네 삶 속에 가득하다면, 우리네 삶은 『올리버 트위스트』 속의 온통 어둡고 부패하고 냄새 진동하는 런던 뒷골목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위대한 클래식>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게 고전의 기쁨을 접하게 해주는 너무나도 좋은 시리즈임이 분명합니다. 그 가운데 『올리버 트위스트』는 단연 돋보이며 환하게 빛나고 있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올리버를 만남으로 아이들의 인생 역시 환하게 빛나게 되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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