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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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조선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 살아 있는 조선의 상도를 만난다 -

이준구·강호성 / 스타북스 / 365 page

 


 

 

 

 


편저자 : 이준구 · 강호성
발행처 : 스타북스

발행일 : 2021년 12월 2일 초판 발행

도서가 : 18,000원


 

 


 

 

 

 

 


최근 종부세 폭탄이라하여 부동산 부자들이 난리라고 합니다. 현금은 거의 없는데 주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일텐데 작금의 상황은 1가구 1주택인데도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몇십배 오른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고 하네요. 가진게 많지 않은 보통사람들이야 별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렇게나 부동산 부자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열변을 토하더군요.

최근, 이와는 그다지 연관성은 없지만, 부자와 관련된 책 한권을 읽었습니다. <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란 제목의 책으로 조선시대 부자 중에서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부자 11명과 한 가문의 이야기가 담긴 도서였어요.


 

 

 


저자는 교육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교수로 재직하던 분입니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선근대사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하고 문단에도 데뷔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셨다길래 검색해보았는데 저자에 대해 정보를 어디에서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자 소개에 따름 문단 데뷔가 1956년이라니 연세도 꽤 되는 분일 듯 한데.. 참으로 대단한 분인 듯 합니다.

 


 

 

 

 

 


책은 11명의 인물과 1 가문을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인물들 이름은 홍순언, 임치종, 임상옥, 백선행, 최봉준, 최송설당, 이승훈, 안순환, 김기덕, 최남, 최창학이고 경주 최부자가 바로 1가문입니다. 임상옥과 이승훈, 최창학, 경주 최부자는 들어본 적 있지만 나머지는 생소한 사람들이었죠. 2명의 여성, 백선행과 촤송설당이 나오는데 책에는 없는 제주도 김순덕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이분들은 정말 낯선 분들이었죠. 백선행과 김순덕을 나름 비교해보다가 문득 부자의 기준이 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책에 나오는 조선 부자 중 가장 분량을 많이 차지한 사람은 이승훈입니다. 국사시간에 많이 들었던 것 같았던 이 분에 대해 긴가민가해서 찾아보니 정주 오산학교를 설립했고 105인사건으로 4년여 옥고를 치뤘으며 3·1운동 때에는 민족대표 33인의 한사람으로 기독교 대표로 참여하여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여 또 다시 옥고를 치뤘고 동아일보 사장을 역임하는 등 종교, 사회,교육 등 다방면에 독립활동을 하신 독립운동가이신 분이었습니다.

1864년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 1930년 세상을 뜨신 남강 이승훈선생님은 구한말 이래 일제강점기까지 험악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사셨다는군요. 태어난지 여덟 달 만에 모친을 여의고 열살이 되던 해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15세 형과 단둘이 남아 살아가야 했는데 어떤 사람의 소개로 유기공장 여럿 가진 납청정 유기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임일권이라는 사람의 집에 방사환으로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여기에서 집안의 잔일을 맡아 하면서 유기공장의 일과 상거래 등 후일 거상으로 성장할 지식들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15세 되던 해 장가를 간 이승훈은 숟가락 한짐을 가지고 보부상 장돌뱅이로 시작하여 23세 될 때까지 황해도에서 돈을 벌고는 24세가 되던 1887년 고향으로 돌아왔답니다. 고향에 와서 그간 벌어들인 돈과 평안도 거부 철산 오희순에게 자금을 빌려 직접 유기공장을 차렸고 7년이 지날 무렵에는 사업이 크게 확장되어 기반이 잡혔답니다. 하지만 1894년 갑오동란과 청일전쟁이 일어나면서 난리통에 유기공장은 잿더미가 되었지만 그간 쌓았던 신용으로 다시 돈을 빌려 망가진 사업을 다시 일으켰고 전쟁으로 경쟁자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납청정 유기공업을 독점하게 되었답니다. 이후 평양에 점포를 내고 외국문물이 들어오던 진남포에도 점포를 세우면서 평안도 상계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게 되었고 돈이 되는 물품이라면 무엇이든 무역해 들이는 무역상사로 서북일대에서 최고의 명성을 떨치는 거상이 되었답니다. 1896년부터 6~7년만에 당시 돈으로 70만냥을 움직이는 정도였다니 대단하죠. 1900년대 초반까지 이승훈의 거상다운 면모는 평안도 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을 중심으로 한 모든 무역을 좌지우지할 정도였답니다.

그러한 그에게도 세번의 고배가 있었는데 하나는 1901년 시작한 엽전장사이고 1903년 명태장사, 1905년 쇠가죽장사에서 참담한 실패를 보게 되죠. 결국 은퇴를 선언하고 황해도 연등사로 들어갔답니다. 이 때 연등사에서 안중근의 사촌동생 안면근을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훗날 105인사건에 연관되게 됩니다. 이후 평양에 들렀을 때 미국에서 돌아온 안창호의 연설을 듣고는 제2의 인생, 독립운동가의 삶이 시작되었다 합니다.

 


 

 

 

 

 


경주 최부자하면 어지간한 사람이면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부잣집이죠. 17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12대 300여년을 이어온 경주 최씨 가문은 대대손손 가훈을 지켜가며 부를 쌓았고 흉년때는 구휼을 하는 등 좋은 선행을 베풀어 작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표본이라 할 수 있는 가문입니다. 최부잣집에서는 자손들이 지켜야 할 육훈(六訓)과 육연(六然)이 전해졌다고 합니다.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육훈은 배려와 나눔, 근면정신을 이야기하고 있고 육연은 처세와 수신제가를 위한 내용들로 이는 단순한 부의 기술로 작용한 것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을 다지는 원칙으로 재물과 권력과 명예와 품격을 지키는 지혜라 여져집니다. 이를 통해 1대만의 부자가 아닌, 가문 대대로 부자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진정한 부자의 아름다운 전형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겠지요.

 

경주 최부잣집 육훈(六訓)

1. 진사 이상의 벼슬은 절대 하지 말라.

2.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도 보유하지도 말라.

3. 흉년에는 논이나 밭을 절대 사지 말라.

4. 찾아오는 과객은 후하게 대접하라.

5. 시집 온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

6.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경주 최부잣집 육연(六然)

1. 자처초연(自處超然) - 스스로 고요하고 초연하게 살아라.

2. 대인애연(對人靄然) - 남에게는 항상 온화하게 대해라.

3. 무사징연(無事澄然) - 일이 없을 때는 맑고 투명하게 지내라.

4. 유사감연(有事敢然) - 결정할 때는 과감하게 실행하라.

5. 득의담연(得意淡然) - 뜻을 이뤘으면 담담하게 행동하라.

6. 실의태연(失意泰然) - 뜻을 잃어도 태연하게 행동하라.

 


 

 

 

 



이처럼 책은 조선 부자 11인과 1가문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수성가한 그들이 어떻게 부자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어떤 인생행로를 걸어가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지요. 사농공상이라는 계급의 굴레에 얽매인 당시 조선의 사회 풍토 속에서 잡초처럼 성장하여 부자로 거듭나기까지 전개되는 조선 부자들의 드라마를 보면 몇가지 공통점, 신용과 결단력이 있었다는걸 알 수 있었죠.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것만큼 장사와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없지요. 약속 어기는건 말할 것도 없고 속고 속이는게 일상화된 요즘 세상에선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이 단순한 거부의 평전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경제사이며 문화사요, 내 고장의 풍토사라고 하고 있습니다. '들어가는 말' 말미에 쓰인 이 글을 읽고서 책을 읽으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더랍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이라 여겨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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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1927
송해.이기남 지음 / 사람의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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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송해 1927

- 노래하는 인생은 즐거운 인생이요,

움직이는 인생은 건강한 인생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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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송해 · 이기남

발행처 : 열린책들(사람의집)

발행일 : 2021년 11월 15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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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연예계에서 현역 최고령 연예인이라 하면 올해로 95세이신 송해(宋海, 본명:송복희)선생님을 꼽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국노래자랑'의 MC로 널리 알려져 있죠. 1927년 4월 황해도 재령군 재령읍에서 출생하여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중 부산으로 홀홀단신 피난오신 실향민이기도 한 송선생님은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면서 1백세를 몇년 안남긴 현재에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국민적인 건강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피로 누적으로 방송 녹화에 불참했을 때 뉴스보도가 나올 정도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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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프롤로그>와 여덟번의 인터뷰, <송해 1927의 뒷이야기와 만난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필로그>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1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송선생님은 물론 후배와 가족, 감독과 악단장 등 선생님과 매우 가까운 분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참여한 인터뷰의 내용을 보면 이분이 왜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인지를 잘 알 수 있었어요.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 못지않은 과거를 거쳐서 지금에 이르른 분이더랍니다. 한국전쟁, 월남전, 유신정권 등 암울했던 우리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직간접적으로 모두 체험하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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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인 책이기에 두꺼운 책표지를 넘기면 파란색 속지가 나오는데 거기엔 송해선생님의 사인과 인사말이 쓰여 있었습니다. 꽤 인상적인 글귀였는데 이런 말이었습니다. 이제 몇년 후면 1백세가 되실 선생님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남은 인생의 소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노래하는 인생은 즐거운 인생이요, 움직이는 인생은 건강한 인생이지요."

- 출처 : 송해 1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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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의 시작은 <송해 1927>라는 영화 한 편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 보고는 바로 검색했었는데 2021년 11월에 개봉했다 나왔었어요. 영화소개에 메인예고편이 있던데 그 동영상에는 송선생님의 젊은 시절부터 현재까지 활동하시는 모습들과 함께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송선생님의 진짜 이야기"라는 멘트가 나왔었구요. 그런데 책 뒷부분 <송해 1927의 뒷이야기>에선 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기엔 영화가 2020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상영이 되었고, 이후 무주산골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MZ국제다큐네터리영화제, 제주혼듸독립영화제, 가톨릭영화제, 전북독립영화제 등 국내의 크고 작은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고 나옵니다. 그렇다는건 일반극장에서 개봉한 것이 2021년 11월이란 말이겠죠? 70년 이후 송해 선생님의 삶을 중점으로 다룬 영화라는데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1927년 황해도 재령군에서 송복희란 이름으로 태어난 송해 선생님은 해주음악전문학교에 다니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징병을 피하고자 잠시 피난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가길 서너차례 했었는데 1950년 12월경 네번 째쯤 되어서는 도로 들어갈 길이 없게 되었답니다. 고향인 험준한 재령을 넘어가는데 인민군의 사격으로 남한으로 내려가는 피난민 행렬에 합류하게 되었고 사선을 헤치고 해주로 와 피난민을 수송하기 위해 대기중인 상륙함(LST)에 올라타 부산으로 가게 되었답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함경도 흥남철수에서의 피난 온 이야기였지만 송해 선생님은 황해도 해주에서의 피난 온 이야기라는 약간 다른 피난길이었죠. 그 상륙함을 타고 3일 동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바다 위를 떠서 부산까지 오게 되었다는데 그 동안 상륙함 안에서의 상황은 정말 처참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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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온지 2주 정도 지날 무렵 임시 수용소에서 훈련장에 가서는 통신병을 자원하여 육군 통신학교로 운좋게 가게 되었답니다. 당시의 군생활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엄격한 훈련과 심한 매질을 견뎌야 했다는데요. 송해 선생님은 살기 위해선 뭐든지 하나라도 잘해야겠다는 일념으로 1분에 120자 이상의 모스 부호를 날릴 수 있어야 합격하는 <766 고속도 통신사>시험에 붙었고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체결시 <1953년 7월 27일 밤 10시를 기점으로 모든 전선의 전투를 중단한다>라는 내용의 휴전협정 모스 암호를 직접 전군에 날렸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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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있을 때 같이 근무했던 선임하사가 자신의 누이동생을 소개해주고 인연이 되어 결혼하였고 3남매를 두었답니다. 홀로 월남하였기에 한국에 있는 가족은 아내와 3남매, 그리고 처가댁분들만 있었는데 둘째이자 외아들이 21살이던 대학 2학년 때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먼저 떠났다 합니다.. 지금은 처가쪽 어르신들 모두 일찍 돌아가셨고 아내도 2년전 세상을 떠났기에 이젠 양가 모두 단촐해서 명절이나 제사 때도 조용하고 쓸슬하답니다. 이 부분 읽을 때 우리 가족 미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공수래 공수거란 경구도 생각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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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송해 선생님의 둘째아들(송창진)과 세째딸(송숙연)의 장남이자 송해 선생님의 외손주(양정우)와의 관련성에 대해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 두명 모두 음악에 관심이 많고 전자기타를 연주하고 있으며 좋아하는 음악쟝르도 같다는 공통점이 있답니다. 놀라운건 세째딸이 오빠가 선물한 카세트테이프들을 지금까지 다수 보관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자작곡으로 채워진 4개의 테이프가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을 부모님은 모르고 있었답니다. 영화제작진들은 인터뷰를 가장한 서프라이즈로 송해선생님의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테이프에 수록된 노래 한곡을 틀어드렸는데 누가 부르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음에도 듣다가 노래 끝나기도 전에 눈물을 흘리셨다네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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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월남, 1954년 군 제대후 1955년 무렵 악극단에 들어간 이래로 파란만장한 연예계 활동을 이어 온 송해 선생님은 1980년부터 시작된 향토색 짙은 각 고장의 자랑거리와 아마추어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노래 대결로 시청자에게 꾸밈없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이자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국민MC로 발돋음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겁니다.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아오신 송해 선생님은 아흔을 넘기신 지금까지도 철저한 사전준비와 성실함을 토대로 진행해 오셨다고 전국노래자랑 악단장이 직접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었어요. 그 연세에 그러시다는게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전 그 나이까지 살 수나 있을까 싶은데 말이죠..

이 책은 현존 최고령 연예인이자 최장수 방송프로그램 진행자인 송해에 대한 영화를 제작하면서 그 관련 이야기들과 후일담을 위주로 함 책이라 여겨집니다. 책보다 먼저 영화를 보신 분은 어떻게 읽힐지는 모르겠지만 송해 선생님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추천할만하다고 여겨집니다. 송해 선생님 평전이 2015년 대학교수의 인터뷰를 근간으로 집필되어 출간된 적이 있다던데 거기엔 어떤 내용이 있는지 한번 구해다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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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인물 세계사
호리에 히로키 지음, 이강훈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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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 인물 세계사

- 위인들의 음흉하고 위험천만한 속살을 들추다! -

 

 

 

  

 

 

지은이 : 호리에 히로키

옮긴이 : 서수지

펴낸곳 : 사람과나무사이

발행일 : 2021년 11월 22일 1판1쇄

도서가 : 17,500원

 

 

 

 

 

 

유사 이래 세상에는 많은 위인들이 세월과 함께 명멸해 갔습니다.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각 분야에서 언급되는 인물들이 참 많은데 그들이 남긴 발자취들이 인류 역사 진보와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하였기에 지금까지 그들의 업적을 칭송하고 널리 알려져 온 것일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널리 알려진 것만이 전부일까요? 잠깐만 생각해보아도 그게 아닐 것이라는건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일이죠.

최근 독서카페 서평단 응모를 통해 입수하게 된 한권의 책에서 이러한 내용을 잘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 인물 세계사>란 제목의 책이었는데 그간 널리 알려진 위인들의 감추어지고 숨겨져 잘 알려지지 않은 음흉하고 어리석고 위험천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어요.

사실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에 위인들이라고 다르진 않겠습니까마는 책에 수록된 내용을 보면 제목처럼 너무나 엽기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서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답니다.

 

 

저자는 1977년 일본 오사카 태생으로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분이랍니다. 저자의 출간 서적들을 살펴 보면 음모론자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도서 제목에는 '욕망', '무서운', '이면'과 같은 낱말들이 들어가 있더군요. 저자 소개를 보면 고대와 근대를 넘나들면서 역사의 재미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경쾌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는데 사실 미스테리나 음모론과 같은 주제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도 하지만 주제의 특성상 흘러가는 스토리에 집중될 수 밖에 없기에 당연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책은 총 36건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들은 1명의 위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가문의 이야기인 경우도 있으며, 유물에 집착한 인물들 이야기도 있지만 특정 사건이나 행위, 물건, 유해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을 테마별로 구분하여 6개로 묶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이하게도 목차만 봐도 책의 절반은 읽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12page에 걸쳐 목차가 너무나 세세하게 기재되어 있었어요.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 인물 세계사 6가지 테마

  1. 우리가 미처 몰랐던 '두 얼굴의 위인' 이야기

  2. 위대한 군주도 피해가지 못한 위험하고 치명적인 성욕

  3. 평범함 속에 감춰진 비범함으로 세계사를 뒤흔든 기묘한 인물 이야기

  4. 인간에게 가장 잔혹했던 인간들 이야기

  5. '성'과 ;사랑'을 도구로 부와 권력을 쟁취하려 분투한 사람들 이야기

  6.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악마'의 본성이 깨어나다

 

  

 

 

36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에피소드 1의 나이팅게일 이야기였습니다. 타인을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간호사이자 '백의의 천사'로 숭앙받는 그녀가 과연 백의의 천사였을까란 의문으로 시작되는 그 이야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란 얘기죠.

영국의 유복한 재력가 집안의 둘째딸로 태어난 나이팅게일은 어려서부터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열일곱살 때에는 기도하다가 그리스도의 후광을 보고 '나를 따르라'라는 부르심을 받는 신비한 체험을 했었다고 고백했다네요. 스무살 때는 과학자가 될 거라고 했다가 스무네 살 때에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하여 집안을 발칵 뒤짚어 놓았답니다. 당시만 해도 병원은 하층계급을 위한 시설이었고 간호사는 위험하고 기피하는 비천한 직업이었다는군요. 심지어 매춘부가 부업으로 간호사를 하던 시절이었다네요.

간호사가 된 나이팅게일은 1853년부터 3년간 발발한 크림전쟁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답니다. 24시간 연속 근무를 자청하고 모든 수술을 입회하겠다고 하는 등 전장의 군인들을 놀라게 했다네요. 그 모습을 본 육군 장성은 나이팅게일은 외과 수술 지켜보는게 즐거운 모양이더라고 술회했답니다.

그녀가 간호 책임자로 근무하던 터키 이스탄불 근교 스쿠타리에 있던 병원에서는 크림전쟁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는데 (25,000명 입원자 중 18,000명이 사망) 조사 결과 동상이나 영양실조 같은 가벼운 질환에도 죽어서 나가게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 정도면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죽음의 천사'라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튼, 그녀는 수용 가능한 인원을 훨씬 초과한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환자를 받았었고, 그로 인해 부족한 의료진과 약품, 열악한 위생 환경 등으로 별거 아니었던 환자도 질환이 악화되어 결국 목숨을 잃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주변의 만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저지른 중대한 실수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모든 기록들을 이 말과 함께 세상에 공개했답니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병원이라도 이렇듯 무서운 생명 경시 상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병원 건물의 구조적 결함과 부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이 말을 보니 얼마전 죽은 5공화국의 핵심 수뇌 전XX이 떠올랐는데요. 그가 남긴 "왜 나만 갖고 그래", "자네가 대신 좀 내주라"와 어딘지 모르게 일맥상통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저자는 전기 작사 휴 스몰의 평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환자 중 한 명이다."를 언급하면서 그녀는 가장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존재가 아니었나라고 끝맺음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충격적인 인물은 에피소드 2에 나오는 간디로 이 분은 비폭력주의를 일관되게 관철하고 실천하여 인도의 독립을 이끌어 내었다는 업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분이지요. 그의 본명은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인데 '카고르'가 존경의 뜻을 담아 '위대한 영혼'이란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마하트마'를 이름으로 지어줘 이 이름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정작 본인은 단 한번도 자신을 마하트마라고 소개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별칭을 얻은 그가 정작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폭력적이었다고 하니까 정말 충격적이죠. 저자는 간디가 힌두교라는 전통적 가치관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힌두교 성인이 되고자 애쓰다가 미묘한 차이로 실패한 인물 아닐까 생각한답니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건 간디가 개인비서의 여동생, 어린 소녀, 지지자, 친척의 아내 등 여러 여성에게 알몸 동침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는 혼자서는 추워서 잘 수 없다는 이유로 조카의 아내를 알몸으로 한 이불에 들게 했었다네요. 놀란 조카가 아내 대신 자기가 몸을 데워드릴 수 있도록 함께 자겠다고 했는데도 간디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합니다. 간디는 13세에 결혼하여 18세 되던 해 영국으로 유학갈 때까지 왕성한 성욕을 아내와의 잠자리를 통해 해소했답니다. 유학 간 이후에 외면적으론 금욕적 성향을 보이는 영국인들의 삶 때문에 위화감을 느끼면서 금욕으로 애태우던 간디는 성욕이 한 풀 꺾인 37세가 되었을 때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라고 공개선언을 했답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자의 말처럼 힌두교 성인이 되고자 양성구유화를 하고자 한걸까요? 그간 알려져 온 그의 금욕적 생활 뒷편에는 이러한 추잡한 모습들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죠. 이쯤 되면 聖人이 아니라 性人이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책에 수록된 이야기 대부분은 책이나 방송, 인터넷 등 어디에선가 접해본 것들이었습니다. 그중 앞에서 말한 2명의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론 전혀 알지 못했던, 정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죠. 이제 간략하게 두가지만 더 언급하렵니다. 바로 잔 다르크와 상송가문 이야기이지요.

에피소드 7에 나오는 잔 다르크는 한번이 아닌, 세번이나 화형당했다는 내용도 지금껏 몰랐던 내용이었습니다. 잔 다르크의 시신 살점이나 뼛조각을 민중들이 수습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삼으면 향후 교회의 권력과 권위에 위협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여 완전 재가 될 때까지 세번이나 연거푸 화형을 했다는군요.. 그 이유 알게 되니 마르크스가 언급한 '종교(권력)는 아편이다'란 말이 진실 아닌가 싶던데요. 이 역시 음모론의 폐해인가요?

 

 

에피소드 16은 사형집행인을 대대로 이어온 상송(Sanson)이라는 가문 이야기입니다. 그 가문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집행인 가문으로 2백년 가까이 집안대대로 사형집행인 직무를 도맡아 하면서 왕가에 봉사했답니다. 한때 가문의 장손은 '무슈 드 파리'라는 귀족스러운 호칭으로 불리며 국가가 지급하는 엄청난 보수를 받고 호화스런 저택에서 귀족처럼 생활을 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프랑스에서 이 가문의 사람들은 기피와 차별의 대상이 되었답니다. 그러기에 당연히 각지에서 같은 생업에 종사하는 집안끼리 결혼해왔다 하구요. 이들에게도 처형이란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답니다. 법원에서 선고한 사형집행 방법대로 깔끔하게 집행하지 못하면 문책을 당했고 심할 경우 옥살이까지 했다고 하니까요.

 

 

책은 이처럼 기괴하고 잔인하지만 호기심을 끌만한 내용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위인들의 감추어진 뒷모습이나 미스테리한 사건의 원인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이라 더욱 그러하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책을 읽고자 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픈 그런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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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보여행 50 -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이영철 지음 / SISO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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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세계 도보여행 50

-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

 

이영철 著 / SISO / 439 page

 

 

 

 

 

 

 

 

지은이 : 이영철

 

펴낸곳 : SISO

 

발행일 : 2021년 10월 20일 초판1쇄

 

발행가 : 16,000원

 

 

 

 

사람들은 일단 건강에 좋다고 소문이 나면 한동안 거기에 몰려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몸에 좋다는 갖가지 먹을거리에서부터 운동과 다이어트 등 그 종류도 참 다양하지요. 언제부터인가 트레킹과 백패킹 붐이 일어 많은 이들이 심산유곡 전국 방방곡곡으로 떠나고는 합니다. 이 또한 그 근원은 건강한 삶에 대한 욕망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트래킹, 우리말로 하자면 도보여행 쯤 되겠죠. 최근 제주도 올레길에 이어 둘레길 트레킹 붐이 인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혀버린 여파도 있겠지만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면서 건강도 좋아지는 도보여행이란 점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받는 듯 합니다. 최근 그러한 트랜드에 힘입어 많은 트레킹 가이드북이 출간되고 있던데 마침 관련 분야 도서의 서평단 모집이 있어서 책을 한권 입수할 수 있었는데요. <세계 도보여행 50>이란 책으로 저자가 직접 두발로 세상 곳곳 삶의 흔적들을 만나보고 느꼈던 그 여정들을 모아놓은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2011년 29년이라는 오랜 대기업 직장 생활을 끝내고는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세계 유수의 명소들을 두루 다녀 온 분입니다. 도보 여행서로 7권이나 집필한 걸 보면 트레킹에 관한 한 베테랑이신 듯 한데요. 은퇴 이후에 인생 2막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세계도보여행을 떠났다고 하니 평범한 노년을 거부하고 뭔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고자 그런 선택을 하셨나 봅니다. 그런 경력을 보니 저자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사시는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닉네임 '누들스'로 블로그도 운영하시고 계시길래 서로이웃 신청 했어요.^^

 

 

 

 

책은 지역별로 챕터를 구분하여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북미/남미, 그리고 유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프리카는 단 한 곳도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우리나라의 가보았던 곳은 집중도 잘 되고 눈에도 쏙쏙 들어오는데 가보지 않은 해외의 여러 곳들에 대한 내용은 아무래도 집중도도 떨어지고 공감도 덜 가더군요. 솔직히 살아 생전 책에 나온 해외의 그 많은 도보여행지들 중 단 한군데라도 가볼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긴 했습니다.

 

  

 

 

책의 첫 장은 프롤로그로 시작되는데 여기엔 저자가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정리해고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두통과 불면에 시달리던 어느 주말 새벽 5시에 안양천에서 시작된 산책길이 청계산, 우면산, 관악산 연주대를 넘어 저녁 7시 안양유원지로 하산하는 트레킹을 하였다네요. 그 경험이 있은 뒤 스트레스와 두통, 불면이 싹 사라지는 신기한 체험을 한 것이 바로 터닝포인트였답니다. 3년 뒤 퇴직한 뒤 두달 후에는 안나푸르나 트래킹에 나섰고 이어서 동해안 해파랑길과 산티아고 순례길을 누비며 은퇴 첫해의 1/3의 시간을 도보여행으로 보내셨다는데. 흐흠.. 퇴직 후에도 한동안 양복에 구두 신은채 산에 오른다는 우스개 소리가 떠오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제일 처음 소개하는 도보여행길은 경기옛길 중 영남길입니다. 경기옛길은 서울을 기준으로 남으로는 영남길, 북으로는 의주길이라고 한다네요. 책엔 영남길을 먼저 보여주고 뒤이어 의주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분의 말에 따름 한반도에서 옛사람들 발길이 가장 많이 닿은 곳은 영남대로라 합니다. 한강-닉동강 라인과 궤를 나란히 하는 영남대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번영의 시대를 함께 한 길이라 하네요. 그 영남대로가 퇴색되기 시작한건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결정적이랍니다. 고속도로의 많은 구간이 영남대로와 겹치기 때문이라죠.

지금의 영남길은 조선시대 당시의 영남대로와는 좀 다르답니다. 그건 옛길 위로 고속도로와 같은 자동차전용도로가 깔린 곳도 많고 신도시가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사라진 구간이 많기 때문이라네요. 하지만 경기도에서는 옛길 복원 사업을 통해 관내 옛 노선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여 <경기옛길 영남길>으로 10개 구간 116㎞를 개통했답니다. 수록된 지도를 보니 차 타고 지나다녔던 구간들이 참 많아 보이더군요.

 책에는 옛길과 새로이 조성된 도보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을 많이 수록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익숙한 곳이다 보니 흥미롭고 집중해서 읽었던 내용들이었어요.

 

 

 

 

조선시대에는 한양을 기점으로 하는 6대 간선도로가 있었답니다. 평안도 의주까지 이어지는 의주대로와 함경도 경흥까지인 경흥대로, 강원도 강릉을 거쳐 경상도 평해(지금의 울진)까지 이어진 평해대로, 경상도 부산 통영까지의 영남대로, 전라도 해남을 지나 제주까지 이어지는 삼남대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화도로 향하는 강화대로가 그것이랍니다. 두번째로 소개하고 있는 경기옛길 중 의주길은 이중 옛 의주대로의 일부구간을 복원한 구간으로 현재 남북 분단 상황이기에 삼송역에서 임진각 자유의 다리까지 53㎞만 개통되었다고 합니다. 책에 수록된 지도를 보니 찾아가 본 명소들이 참 많이 보이더군요. 저자는 한반도에 통일이 찾아 온다면 (신)의주까지 고속철이 질주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내달리거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쯤 그런 날이 도래할까요? 지금의 한반도 주변 상황들을 보면 살아 생전 그런 모습 보기는 힘들 것만 같습니다..

 

  

 

 

동해안을 따라 750여㎞ 이어지는 해파랑길에 대한 내용은 예전 관련 도서를 읽은 적이 있어 더욱 재밌게 읽은 부분입니다. 그 책 역시 이 책의 저자가 쓰신 책으로 <걷는 자의 행복, 동해안 해파랑길>이라는 전문 트레킹 가이드북이었죠. 여기에서는 그 책처럼 전문적인 내용은 많이 빠졌지만 해파랑길이 어떠한 길인지, 어떤 의미로 조성되었는지 등 다양한 정보와 느낌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14년 처음 책을 접한 이후로 여러 구간을 걸어보았는데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 더 풍성하고 더더욱 만족스러운 여행길이 되더군요.^^

저자는 50개 코스 750㎞를 한 번에 종주하기보다는 서너번으로 구간을 나누어 종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합니다. 이도 여건상 무리라면 1박2일이나 2박3일씩 나누어 여러번에 걸쳐 다녀오는 것도 좋다고 하구요. 전 1박2일 강원도 여행길에 해파랑길 코스를 조금씩 걷는 방법으로 했었는데 여유롭고 힘들지 않아 좋았었습니다. 저자는 해파랑길 50개 코스 중 주변 경관과 접근성, 여행의 재미 등을 고려하여 3개의 코스를 추천하고 있는데 언젠가 그 코스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해파랑길 추천코스 3

1. 해파랑길 1~2코스 (34㎞, 1박2일) :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 ~ 기장군 대변항 (부산 갈맷길,이기대절벽길,달맞이공원길,부산 갈맷길)

2. 해파랑길 20~22코스 (47㎞, 2박3일) :  경북 영덕 강구항 ~ 경북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블루로드 A/B/C코스)

3. 해파랑길 34~35코스 (32㎞, 1박2일) : 동해시 묵호역 ~ 정동진 해변 (헌화로,정동심곡바다부채길)

 

  

 

 

제주도에는 전국적으로 트레킹 붐을 일으킨 제주도 해안선을 따라 도보로 걷을 수 있는 올레길이 있습니다. 한데 책에는 올레길이 아닌,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어진 제주읍성의 성곽 루트를 따라 걷는 '제주 원도심 트레일'이 수록되어 있었어요. 제주도는 올레길은 물론 한라산 둘레길, 제주도 오름 트레킹 등 많은 도보여행길이 존재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제주 원도심 트레일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읍성조차 그런게 있었는 줄도 몰랐었지만요.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제주읍성은 조선 명종 때 증축되면서 견고한 성곽으로 유지해 왔답니다. 그러나 구한말 일제에 의해 읍성이 허물어지고 그자리에 신작로와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제주읍성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고 일제치하인 1926년에는 바다 매립과 축항 공사에 읍성의 돌들을 가져다 쓰여져 제주읍성은 그 흔적을 찾아 보기 힘들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남수구와 남문 터 사이에 복원된 170m 성벽이 유일하다고 하네요..

 제주 원도심 트레일 읽다 보니 한때 한양도성이나 수원화성, 횡성호수의 둘레길처럼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옛 유적이나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도보 여행길 조성하던게 생각나더군요. 둘레길도 요즘 출렁다리나 케이블카 조성하는 것처럼 지자체들간 유행이었나 봅니다.

 

  

 

 

도서리뷰 쓰다 보니 국내 여행지에 너무 집중해서 쓰는 통에 분량이 넘쳐나 해외 부분은 다음에 써야겠습니다.^^ 

저자는 생활이 고되고 마음이 사막처럼 황량하게 느껴지면 어디론가 떠나서 걸어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준비 없이 가볍게 떠나도 좋고 세심한 계획을 세워 철저한 준비를 한 뒤 떠나도 좋답니다. 어찌됐던, 어딘가 새로운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익숙한 일상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게 어디든 다 여행이랍니다. 길든 짧든 새로운 환경을 둘러보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무숲이 가득할 것이라 저자는 장담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주말마다 이곳저곳 많이 여행 다니고 있습니다만 그러한 여행도 익숙해지면 일상과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그런 여행이라도 가고 싶어 주말이 기다려지는걸 보면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영원불변한가 봅니다.

 책은 수록된 도보 여행지를 여행계획 세우고자 참고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는 있겠지만 제 생각엔 한정된 지역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전문 가이드북을 보는게 더 좋을거 같습니다. 이 책은 가이드북이라기 보다는 여행기에 가까운 내용이고 독자들이 가보지 못한 전세계 여러 명소들에 대한 로망을 한번에 충족하는데 더 유용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죠. 랜선여행처럼 책을 통해 세계 도보여행지 살펴 보는 것도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답니다. 저도 저자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세계 도보여행 떠날 날이 언젠간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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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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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흠흠신서;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

 

 

 

 

 

 

 

 

 

 

지은이 : 다산 정약용

 

편역 : 오세진

 

발행처 : (주)홍익출판미디어그룹

 

발행일 : 2021년 8월 5일 신개정판1쇄

 

도서가 : 15,800원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왕조가 교체되면서 철학과 사상이 극명하게 변하였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고려의 불교사상과 조선의 유교사상이 그것입니다. 조선은 왕조성립과 함께 성리학을 근본으로 하였는데 이후 양명학, 주자학으로 이어졌지요. 영·정조때에는 실학사상이 대두되어 한때 실용주의 사상이 융성할 뻔도 했지만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17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조선 후기 사회에 출현한 실학(實學)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성리학의 관념과 경직성을 비판하며 경세치용과 이용후생, 실사구시를 강조한 학문이자 사상입니다. 국사시험에 자주 출제되곤 했던 실학의 대표적인 학자에는 이수광,허목,유형원,이익,홍대용,박지원,박제가,김정희 등 많은 분이 계시지만 다산 정약용이 가장 비중이 컸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 도서후기는 다산 정약용의 대표작 '1표2서' 중 하나인 '흠흠신서(欽欽新書)'를 편역한 도서인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가 대상으로 '흠흠신서' 원저에 나오는 많은 사례 중 저자가 36건의 사례를 선별하여 알기 쉽게 지금의 문체로 집필한 내용의 책입니다.

 

저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한 분으로 한국고등교육재단 한학 연수과정을 수료한 분이라고 합니다. 조선과 중국의 역사와 사상에 관한 서적을 번역하고 집필하고 있으며 강의도 종종 한다고 하네요. 다산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서신들을 편역한 '다산은 아들을 이렇게 가르쳤다'도 집필하였던데 그렇다면 다산에 대해 많은 조사연구를 했을 듯 보이는데요. '징비록'과 '율곡의 상소'도 집필한 것을 보니까 저자는 조선후기의 철학사상이 주전공 아니었을까하는 생각 잠깐 해보았습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들어가기 전에>와 <알아두기>로 시작하고 본문 5장으로 이어지죠. 결어부분이 없다는게 색달랐는데 아무튼, 본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면 안 된다>, <2장. 나라에 법이 있다면 어찌 이럴 수 있겠는가?>, <3장. 법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4장. 조선판 유전무죄 무전유죄>, <5장. 법이란 억울한 백성을 살리는 것이다>인데 내용들을 읽어 보니 예나 지금이나 법 적용과 집행에 있어서 부조리와 불공정, 불공평은 여전한거 같습니다. 이에 대한 제 견해는 마지막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산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다양한 재능과 깊고 넓은 학식을 갖춘 조선후기의 실학의 대명사인 분입니다. 그의 학문과 사상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중시하였지만 공직을 잃은채 18년이라는 오랜 기간 유배생활을 하였기에 그의 능력과 사상이 온전히 조선사회에 펼쳐지지 못했다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하지만 그 긴 유배기간 동안 학문에 매진하여 많은 저서들을 남기어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저서로는 1표2서를 손꼽는데요. 조선의 정치·행정·토지·과세 등 제도와 개혁원리를 제시하고 있는 경세유표(經世遺表), 지방관리의 폭정 비판과 목민관이 지켜야 할 지침을 제시한 목민심서(牧民心書), 조선의 관리들이 유념해야 할 형옥에 관한 사항을 고찰한 흠흠신서(欽欽新書)가 그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여기에서 특이하다 느껴진게 바로 흠흠신서인데요. 기본적으로 유학자인 그가 왜 살인사건 사례들을 뽑아 자신의 의견과 비평을 덧붙였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죠.

흠신서에 수록된 사례중 36건을 선별하여 편역한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금의 법적용 기준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 많이 있긴 하지만 현대의 일반 대중과 당시 조선의 백성들이 느끼는 법감정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의 강력범죄들을 임금(정조)이 최종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대부분 민심을 고려하여 백성들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것은 인상적이었지만 복수하고자 저지른 살인이나 간음녀라 모함한 사람을 살인한 것 등 양반가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은 지금의 법상식으론 납득하기 어려워 보이네요. 하지만 당시 조선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유교사상을 생각함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닌 듯 합니다.

 

 

 

 

  

 

  

책의 시작은 서(序)라는 한페이지로 시작됩니다. 목차보다도 앞서 나오는데 내용은 '흠흠신서'의 서문에서 발췌한 듯 합니다. 한마디로 목민관이 이 책을 참고하여 사건을 심의하여 시중에 맞춰 형벌을 처리하기 바란다는 내용인데요. 내용 중 다산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대부들은 어려서부터 머리가 희어질 때까지 오직 시나 부를 지을 뿐'과 '돈만 밝히고 의리를 천하게 여기는 아전'이라는 내용이 그것으로 양반(사대부)과 중인(아전)에 대한 차별적 의식이 엿보이는 것 같았죠. 다산 역시 양반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진 못한 사상적 한계인 듯 합니다.

마지막에 언급하고 있는 흠흠신서의 '흠흠(欽欽)'의 의미가 '삼가고 삼가는' 것이고 이는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이란 인식은 관련 종사자들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말이라 여겨집니다.

 

 

 

 

  

 

  

목차를 보다 제목에 꽂혀 제일 먼저 읽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조선판 유전무죄 무전유죄>인데요. 호조의 창고지기(서필홍)가 환곡을 미납한 자(김태명)와 다투다가 마구 짓밟혔고 미납자의 머슴(함봉련)이 김태명의 지시에 따라 길바닥에 뻗어 있는 창고지기를 밭고랑 아래로 밀쳐 넘어뜨렸는데 이후 서필홍은 힘들게 일어나 집에 돌아갔지만 그날 밤 사망한, 일명 함봉련 살인사건이 그 대상입니다.

서필홍은 죽기 전 아내에게 자신을 죽인 자는 김태명이니 복수해달라는 말을 남겼답니다. 시신 검시에도 짓밟히고 폭행당한 것을 확인하여 처음엔 사인이 폭행이라 밝혔으나 김태명을 지지하던 마을 이장과 김태명의 인척들인 이웃들이 모두 함봉련이 서필홍을 밭에 떠밀어 죽였다 하여 이후 주범을 확정하지 못한 채 12년이 지나도록 최종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답니다.

정조는 이 사건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보고는 형조참의로 부임한 정약용에게 재수사를 명하였다는데요. 다산은 명철한 논리와 법의식을 바탕으로 함봉련이 범인이라고 한 형조의 지배적인 견해를 조목조목 따져 그 견해는 오류라는 것을 지적하였고, 정조는 다산이 제시한 의견에 따라 함봉련은 사형 대신 유배를, 김태명은 경기 감영에서 엄밀하게 재조사하라는 명을 내렸답니다.

 

조선시대에도 함봉련 살인 사건처럼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증언을 조작하고 증인을 동원하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결이 내려지도록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답니다. 당연히 그 반대편에 있던 권세는 물론 돈도 없는 가난한 이들은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당하는 경우도 흔했다고 하네요.

금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요. 1988년 지강헌의 절규로 유명해진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최근 모방송에서 방영하여 알게 된 2002년 발생한 여대총 공기총 살인사건을 사주한 부산의 중견업체 O남제분 회장 부인의 법정 공방에서 그 전형을 보여주었죠. 일부 몰지각한 '있는 집' 갑질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해 보이는데요. 친일파처럼 그런 몰지각한 집안의 행태들은 유전되는 것인지 대대손손 이어지는거 같습니다.

법률소비자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80% 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고 합니다. 언제쯤 이게 10%이하로 떨어질까요? 요원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군부독재시절의 검찰과 사법부 행태에 비하면 조금은 나아진거란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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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 방송에서 이 책과 같은 내용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듯 합니다.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것이 알고 싶다'로 시작된 이러한 미제사건 탐사 방송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다산의 '흠흠신서'의 형식을 차용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선시대 발생한 강력범죄와 그 조사, 판결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고 읽다 봄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속에서 열불도 나고 분노도 생기네요. 이 책은 탐사 방송프로그램 애청하시는 분이나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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