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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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조선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 살아 있는 조선의 상도를 만난다 -

이준구·강호성 / 스타북스 / 365 page

 


 

 

 

 


편저자 : 이준구 · 강호성
발행처 : 스타북스

발행일 : 2021년 12월 2일 초판 발행

도서가 : 18,000원


 

 


 

 

 

 

 


최근 종부세 폭탄이라하여 부동산 부자들이 난리라고 합니다. 현금은 거의 없는데 주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일텐데 작금의 상황은 1가구 1주택인데도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몇십배 오른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고 하네요. 가진게 많지 않은 보통사람들이야 별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렇게나 부동산 부자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열변을 토하더군요.

최근, 이와는 그다지 연관성은 없지만, 부자와 관련된 책 한권을 읽었습니다. <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란 제목의 책으로 조선시대 부자 중에서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부자 11명과 한 가문의 이야기가 담긴 도서였어요.


 

 

 


저자는 교육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교수로 재직하던 분입니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선근대사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하고 문단에도 데뷔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셨다길래 검색해보았는데 저자에 대해 정보를 어디에서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자 소개에 따름 문단 데뷔가 1956년이라니 연세도 꽤 되는 분일 듯 한데.. 참으로 대단한 분인 듯 합니다.

 


 

 

 

 

 


책은 11명의 인물과 1 가문을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인물들 이름은 홍순언, 임치종, 임상옥, 백선행, 최봉준, 최송설당, 이승훈, 안순환, 김기덕, 최남, 최창학이고 경주 최부자가 바로 1가문입니다. 임상옥과 이승훈, 최창학, 경주 최부자는 들어본 적 있지만 나머지는 생소한 사람들이었죠. 2명의 여성, 백선행과 촤송설당이 나오는데 책에는 없는 제주도 김순덕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이분들은 정말 낯선 분들이었죠. 백선행과 김순덕을 나름 비교해보다가 문득 부자의 기준이 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책에 나오는 조선 부자 중 가장 분량을 많이 차지한 사람은 이승훈입니다. 국사시간에 많이 들었던 것 같았던 이 분에 대해 긴가민가해서 찾아보니 정주 오산학교를 설립했고 105인사건으로 4년여 옥고를 치뤘으며 3·1운동 때에는 민족대표 33인의 한사람으로 기독교 대표로 참여하여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여 또 다시 옥고를 치뤘고 동아일보 사장을 역임하는 등 종교, 사회,교육 등 다방면에 독립활동을 하신 독립운동가이신 분이었습니다.

1864년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 1930년 세상을 뜨신 남강 이승훈선생님은 구한말 이래 일제강점기까지 험악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사셨다는군요. 태어난지 여덟 달 만에 모친을 여의고 열살이 되던 해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15세 형과 단둘이 남아 살아가야 했는데 어떤 사람의 소개로 유기공장 여럿 가진 납청정 유기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임일권이라는 사람의 집에 방사환으로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여기에서 집안의 잔일을 맡아 하면서 유기공장의 일과 상거래 등 후일 거상으로 성장할 지식들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15세 되던 해 장가를 간 이승훈은 숟가락 한짐을 가지고 보부상 장돌뱅이로 시작하여 23세 될 때까지 황해도에서 돈을 벌고는 24세가 되던 1887년 고향으로 돌아왔답니다. 고향에 와서 그간 벌어들인 돈과 평안도 거부 철산 오희순에게 자금을 빌려 직접 유기공장을 차렸고 7년이 지날 무렵에는 사업이 크게 확장되어 기반이 잡혔답니다. 하지만 1894년 갑오동란과 청일전쟁이 일어나면서 난리통에 유기공장은 잿더미가 되었지만 그간 쌓았던 신용으로 다시 돈을 빌려 망가진 사업을 다시 일으켰고 전쟁으로 경쟁자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납청정 유기공업을 독점하게 되었답니다. 이후 평양에 점포를 내고 외국문물이 들어오던 진남포에도 점포를 세우면서 평안도 상계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게 되었고 돈이 되는 물품이라면 무엇이든 무역해 들이는 무역상사로 서북일대에서 최고의 명성을 떨치는 거상이 되었답니다. 1896년부터 6~7년만에 당시 돈으로 70만냥을 움직이는 정도였다니 대단하죠. 1900년대 초반까지 이승훈의 거상다운 면모는 평안도 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을 중심으로 한 모든 무역을 좌지우지할 정도였답니다.

그러한 그에게도 세번의 고배가 있었는데 하나는 1901년 시작한 엽전장사이고 1903년 명태장사, 1905년 쇠가죽장사에서 참담한 실패를 보게 되죠. 결국 은퇴를 선언하고 황해도 연등사로 들어갔답니다. 이 때 연등사에서 안중근의 사촌동생 안면근을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훗날 105인사건에 연관되게 됩니다. 이후 평양에 들렀을 때 미국에서 돌아온 안창호의 연설을 듣고는 제2의 인생, 독립운동가의 삶이 시작되었다 합니다.

 


 

 

 

 

 


경주 최부자하면 어지간한 사람이면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부잣집이죠. 17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12대 300여년을 이어온 경주 최씨 가문은 대대손손 가훈을 지켜가며 부를 쌓았고 흉년때는 구휼을 하는 등 좋은 선행을 베풀어 작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표본이라 할 수 있는 가문입니다. 최부잣집에서는 자손들이 지켜야 할 육훈(六訓)과 육연(六然)이 전해졌다고 합니다.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육훈은 배려와 나눔, 근면정신을 이야기하고 있고 육연은 처세와 수신제가를 위한 내용들로 이는 단순한 부의 기술로 작용한 것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을 다지는 원칙으로 재물과 권력과 명예와 품격을 지키는 지혜라 여져집니다. 이를 통해 1대만의 부자가 아닌, 가문 대대로 부자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진정한 부자의 아름다운 전형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겠지요.

 

경주 최부잣집 육훈(六訓)

1. 진사 이상의 벼슬은 절대 하지 말라.

2.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도 보유하지도 말라.

3. 흉년에는 논이나 밭을 절대 사지 말라.

4. 찾아오는 과객은 후하게 대접하라.

5. 시집 온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

6.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경주 최부잣집 육연(六然)

1. 자처초연(自處超然) - 스스로 고요하고 초연하게 살아라.

2. 대인애연(對人靄然) - 남에게는 항상 온화하게 대해라.

3. 무사징연(無事澄然) - 일이 없을 때는 맑고 투명하게 지내라.

4. 유사감연(有事敢然) - 결정할 때는 과감하게 실행하라.

5. 득의담연(得意淡然) - 뜻을 이뤘으면 담담하게 행동하라.

6. 실의태연(失意泰然) - 뜻을 잃어도 태연하게 행동하라.

 


 

 

 

 



이처럼 책은 조선 부자 11인과 1가문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수성가한 그들이 어떻게 부자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어떤 인생행로를 걸어가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지요. 사농공상이라는 계급의 굴레에 얽매인 당시 조선의 사회 풍토 속에서 잡초처럼 성장하여 부자로 거듭나기까지 전개되는 조선 부자들의 드라마를 보면 몇가지 공통점, 신용과 결단력이 있었다는걸 알 수 있었죠.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것만큼 장사와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없지요. 약속 어기는건 말할 것도 없고 속고 속이는게 일상화된 요즘 세상에선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이 단순한 거부의 평전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경제사이며 문화사요, 내 고장의 풍토사라고 하고 있습니다. '들어가는 말' 말미에 쓰인 이 글을 읽고서 책을 읽으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더랍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이라 여겨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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