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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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흠흠신서;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

 

 

 

 

 

 

 

 

 

 

지은이 : 다산 정약용

 

편역 : 오세진

 

발행처 : (주)홍익출판미디어그룹

 

발행일 : 2021년 8월 5일 신개정판1쇄

 

도서가 : 15,800원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왕조가 교체되면서 철학과 사상이 극명하게 변하였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고려의 불교사상과 조선의 유교사상이 그것입니다. 조선은 왕조성립과 함께 성리학을 근본으로 하였는데 이후 양명학, 주자학으로 이어졌지요. 영·정조때에는 실학사상이 대두되어 한때 실용주의 사상이 융성할 뻔도 했지만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17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조선 후기 사회에 출현한 실학(實學)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성리학의 관념과 경직성을 비판하며 경세치용과 이용후생, 실사구시를 강조한 학문이자 사상입니다. 국사시험에 자주 출제되곤 했던 실학의 대표적인 학자에는 이수광,허목,유형원,이익,홍대용,박지원,박제가,김정희 등 많은 분이 계시지만 다산 정약용이 가장 비중이 컸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 도서후기는 다산 정약용의 대표작 '1표2서' 중 하나인 '흠흠신서(欽欽新書)'를 편역한 도서인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가 대상으로 '흠흠신서' 원저에 나오는 많은 사례 중 저자가 36건의 사례를 선별하여 알기 쉽게 지금의 문체로 집필한 내용의 책입니다.

 

저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한 분으로 한국고등교육재단 한학 연수과정을 수료한 분이라고 합니다. 조선과 중국의 역사와 사상에 관한 서적을 번역하고 집필하고 있으며 강의도 종종 한다고 하네요. 다산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서신들을 편역한 '다산은 아들을 이렇게 가르쳤다'도 집필하였던데 그렇다면 다산에 대해 많은 조사연구를 했을 듯 보이는데요. '징비록'과 '율곡의 상소'도 집필한 것을 보니까 저자는 조선후기의 철학사상이 주전공 아니었을까하는 생각 잠깐 해보았습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들어가기 전에>와 <알아두기>로 시작하고 본문 5장으로 이어지죠. 결어부분이 없다는게 색달랐는데 아무튼, 본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면 안 된다>, <2장. 나라에 법이 있다면 어찌 이럴 수 있겠는가?>, <3장. 법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4장. 조선판 유전무죄 무전유죄>, <5장. 법이란 억울한 백성을 살리는 것이다>인데 내용들을 읽어 보니 예나 지금이나 법 적용과 집행에 있어서 부조리와 불공정, 불공평은 여전한거 같습니다. 이에 대한 제 견해는 마지막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산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다양한 재능과 깊고 넓은 학식을 갖춘 조선후기의 실학의 대명사인 분입니다. 그의 학문과 사상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중시하였지만 공직을 잃은채 18년이라는 오랜 기간 유배생활을 하였기에 그의 능력과 사상이 온전히 조선사회에 펼쳐지지 못했다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하지만 그 긴 유배기간 동안 학문에 매진하여 많은 저서들을 남기어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저서로는 1표2서를 손꼽는데요. 조선의 정치·행정·토지·과세 등 제도와 개혁원리를 제시하고 있는 경세유표(經世遺表), 지방관리의 폭정 비판과 목민관이 지켜야 할 지침을 제시한 목민심서(牧民心書), 조선의 관리들이 유념해야 할 형옥에 관한 사항을 고찰한 흠흠신서(欽欽新書)가 그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여기에서 특이하다 느껴진게 바로 흠흠신서인데요. 기본적으로 유학자인 그가 왜 살인사건 사례들을 뽑아 자신의 의견과 비평을 덧붙였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죠.

흠신서에 수록된 사례중 36건을 선별하여 편역한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금의 법적용 기준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 많이 있긴 하지만 현대의 일반 대중과 당시 조선의 백성들이 느끼는 법감정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의 강력범죄들을 임금(정조)이 최종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대부분 민심을 고려하여 백성들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것은 인상적이었지만 복수하고자 저지른 살인이나 간음녀라 모함한 사람을 살인한 것 등 양반가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은 지금의 법상식으론 납득하기 어려워 보이네요. 하지만 당시 조선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유교사상을 생각함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닌 듯 합니다.

 

 

 

 

  

 

  

책의 시작은 서(序)라는 한페이지로 시작됩니다. 목차보다도 앞서 나오는데 내용은 '흠흠신서'의 서문에서 발췌한 듯 합니다. 한마디로 목민관이 이 책을 참고하여 사건을 심의하여 시중에 맞춰 형벌을 처리하기 바란다는 내용인데요. 내용 중 다산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대부들은 어려서부터 머리가 희어질 때까지 오직 시나 부를 지을 뿐'과 '돈만 밝히고 의리를 천하게 여기는 아전'이라는 내용이 그것으로 양반(사대부)과 중인(아전)에 대한 차별적 의식이 엿보이는 것 같았죠. 다산 역시 양반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진 못한 사상적 한계인 듯 합니다.

마지막에 언급하고 있는 흠흠신서의 '흠흠(欽欽)'의 의미가 '삼가고 삼가는' 것이고 이는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이란 인식은 관련 종사자들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말이라 여겨집니다.

 

 

 

 

  

 

  

목차를 보다 제목에 꽂혀 제일 먼저 읽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조선판 유전무죄 무전유죄>인데요. 호조의 창고지기(서필홍)가 환곡을 미납한 자(김태명)와 다투다가 마구 짓밟혔고 미납자의 머슴(함봉련)이 김태명의 지시에 따라 길바닥에 뻗어 있는 창고지기를 밭고랑 아래로 밀쳐 넘어뜨렸는데 이후 서필홍은 힘들게 일어나 집에 돌아갔지만 그날 밤 사망한, 일명 함봉련 살인사건이 그 대상입니다.

서필홍은 죽기 전 아내에게 자신을 죽인 자는 김태명이니 복수해달라는 말을 남겼답니다. 시신 검시에도 짓밟히고 폭행당한 것을 확인하여 처음엔 사인이 폭행이라 밝혔으나 김태명을 지지하던 마을 이장과 김태명의 인척들인 이웃들이 모두 함봉련이 서필홍을 밭에 떠밀어 죽였다 하여 이후 주범을 확정하지 못한 채 12년이 지나도록 최종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답니다.

정조는 이 사건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보고는 형조참의로 부임한 정약용에게 재수사를 명하였다는데요. 다산은 명철한 논리와 법의식을 바탕으로 함봉련이 범인이라고 한 형조의 지배적인 견해를 조목조목 따져 그 견해는 오류라는 것을 지적하였고, 정조는 다산이 제시한 의견에 따라 함봉련은 사형 대신 유배를, 김태명은 경기 감영에서 엄밀하게 재조사하라는 명을 내렸답니다.

 

조선시대에도 함봉련 살인 사건처럼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증언을 조작하고 증인을 동원하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결이 내려지도록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답니다. 당연히 그 반대편에 있던 권세는 물론 돈도 없는 가난한 이들은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당하는 경우도 흔했다고 하네요.

금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요. 1988년 지강헌의 절규로 유명해진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최근 모방송에서 방영하여 알게 된 2002년 발생한 여대총 공기총 살인사건을 사주한 부산의 중견업체 O남제분 회장 부인의 법정 공방에서 그 전형을 보여주었죠. 일부 몰지각한 '있는 집' 갑질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해 보이는데요. 친일파처럼 그런 몰지각한 집안의 행태들은 유전되는 것인지 대대손손 이어지는거 같습니다.

법률소비자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80% 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고 합니다. 언제쯤 이게 10%이하로 떨어질까요? 요원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군부독재시절의 검찰과 사법부 행태에 비하면 조금은 나아진거란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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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 방송에서 이 책과 같은 내용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듯 합니다.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것이 알고 싶다'로 시작된 이러한 미제사건 탐사 방송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다산의 '흠흠신서'의 형식을 차용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선시대 발생한 강력범죄와 그 조사, 판결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고 읽다 봄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속에서 열불도 나고 분노도 생기네요. 이 책은 탐사 방송프로그램 애청하시는 분이나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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