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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인물 세계사
호리에 히로키 지음, 이강훈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11월
평점 :
[도서후기]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 인물 세계사
- 위인들의 음흉하고 위험천만한 속살을 들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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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호리에 히로키
옮긴이
: 서수지
펴낸곳
: 사람과나무사이
발행일
: 2021년 11월 22일 1판1쇄
도서가
: 1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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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세상에는
많은 위인들이 세월과 함께 명멸해 갔습니다.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각 분야에서 언급되는 인물들이 참 많은데 그들이 남긴 발자취들이 인류 역사
진보와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하였기에 지금까지 그들의 업적을 칭송하고 널리 알려져 온 것일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널리 알려진 것만이
전부일까요? 잠깐만 생각해보아도 그게 아닐 것이라는건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일이죠.
최근 독서카페 서평단
응모를 통해 입수하게 된 한권의 책에서 이러한 내용을 잘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 인물 세계사>란 제목의
책이었는데 그간 널리 알려진 위인들의 감추어지고 숨겨져 잘 알려지지 않은 음흉하고 어리석고 위험천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어요.
사실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에 위인들이라고 다르진 않겠습니까마는 책에 수록된 내용을 보면 제목처럼 너무나 엽기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서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답니다.
저자는 1977년
일본 오사카 태생으로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분이랍니다. 저자의 출간 서적들을 살펴 보면 음모론자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도서 제목에는
'욕망', '무서운', '이면'과 같은 낱말들이 들어가 있더군요. 저자 소개를 보면 고대와 근대를 넘나들면서 역사의 재미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경쾌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는데 사실 미스테리나 음모론과 같은 주제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도 하지만 주제의 특성상 흘러가는 스토리에
집중될 수 밖에 없기에 당연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책은 총 36건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들은 1명의 위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가문의 이야기인 경우도 있으며, 유물에 집착한 인물들 이야기도 있지만
특정 사건이나 행위, 물건, 유해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을 테마별로 구분하여 6개로 묶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이하게도
목차만 봐도 책의 절반은 읽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12page에 걸쳐 목차가 너무나 세세하게 기재되어 있었어요.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 인물 세계사 6가지
테마
1. 우리가 미처 몰랐던 '두 얼굴의 위인' 이야기
2. 위대한 군주도 피해가지 못한 위험하고 치명적인 성욕
3. 평범함 속에 감춰진 비범함으로 세계사를 뒤흔든 기묘한 인물 이야기
4. 인간에게 가장 잔혹했던 인간들 이야기
5. '성'과 ;사랑'을 도구로 부와 권력을 쟁취하려 분투한 사람들 이야기
6.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악마'의 본성이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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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에피소드 1의 나이팅게일 이야기였습니다. 타인을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간호사이자 '백의의 천사'로 숭앙받는 그녀가
과연 백의의 천사였을까란 의문으로 시작되는 그 이야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란 얘기죠.
영국의 유복한 재력가
집안의 둘째딸로 태어난 나이팅게일은 어려서부터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열일곱살 때에는 기도하다가 그리스도의
후광을 보고 '나를 따르라'라는 부르심을 받는 신비한 체험을 했었다고 고백했다네요. 스무살 때는 과학자가 될 거라고 했다가 스무네 살 때에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하여 집안을 발칵 뒤짚어 놓았답니다. 당시만 해도 병원은 하층계급을 위한 시설이었고 간호사는 위험하고 기피하는 비천한
직업이었다는군요. 심지어 매춘부가 부업으로 간호사를 하던 시절이었다네요.
간호사가 된
나이팅게일은 1853년부터 3년간 발발한 크림전쟁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답니다. 24시간 연속 근무를 자청하고 모든 수술을 입회하겠다고 하는 등
전장의 군인들을 놀라게 했다네요. 그 모습을 본 육군 장성은 나이팅게일은 외과 수술 지켜보는게 즐거운 모양이더라고
술회했답니다.
그녀가 간호 책임자로
근무하던 터키 이스탄불 근교 스쿠타리에 있던 병원에서는 크림전쟁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는데 (25,000명 입원자 중 18,000명이
사망) 조사 결과 동상이나 영양실조 같은 가벼운 질환에도 죽어서 나가게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 정도면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죽음의 천사'라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튼, 그녀는 수용 가능한 인원을 훨씬 초과한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환자를 받았었고, 그로 인해
부족한 의료진과 약품, 열악한 위생 환경 등으로 별거 아니었던 환자도 질환이 악화되어 결국 목숨을 잃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주변의 만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저지른 중대한 실수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모든 기록들을 이 말과
함께 세상에 공개했답니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병원이라도 이렇듯 무서운 생명 경시 상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병원 건물의 구조적 결함과
부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이 말을 보니 얼마전 죽은 5공화국의 핵심 수뇌 전XX이 떠올랐는데요. 그가 남긴 "왜
나만 갖고 그래", "자네가 대신 좀 내주라"와 어딘지 모르게 일맥상통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저자는 전기 작사 휴
스몰의 평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환자 중 한 명이다."를 언급하면서 그녀는 가장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존재가
아니었나라고 끝맺음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충격적인 인물은
에피소드 2에 나오는 간디로 이 분은 비폭력주의를 일관되게 관철하고 실천하여 인도의 독립을 이끌어 내었다는 업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분이지요. 그의 본명은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인데 '카고르'가 존경의 뜻을 담아 '위대한 영혼'이란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마하트마'를
이름으로 지어줘 이 이름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정작 본인은 단 한번도 자신을 마하트마라고 소개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별칭을 얻은 그가 정작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폭력적이었다고 하니까 정말 충격적이죠. 저자는 간디가 힌두교라는 전통적 가치관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힌두교 성인이 되고자 애쓰다가 미묘한 차이로 실패한 인물 아닐까 생각한답니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건 간디가 개인비서의 여동생, 어린 소녀, 지지자, 친척의 아내 등 여러 여성에게 알몸 동침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는 혼자서는 추워서 잘 수
없다는 이유로 조카의 아내를 알몸으로 한 이불에 들게 했었다네요. 놀란 조카가 아내 대신 자기가 몸을 데워드릴 수 있도록 함께 자겠다고 했는데도
간디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합니다. 간디는 13세에 결혼하여 18세 되던 해 영국으로 유학갈 때까지 왕성한 성욕을 아내와의 잠자리를 통해
해소했답니다. 유학 간 이후에 외면적으론 금욕적 성향을 보이는 영국인들의 삶 때문에 위화감을 느끼면서 금욕으로 애태우던 간디는 성욕이 한 풀
꺾인 37세가 되었을 때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라고 공개선언을 했답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자의 말처럼 힌두교 성인이
되고자 양성구유화를 하고자 한걸까요? 그간 알려져 온 그의 금욕적 생활 뒷편에는 이러한 추잡한 모습들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죠. 이쯤 되면
聖人이 아니라 性人이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책에 수록된 이야기
대부분은 책이나 방송, 인터넷 등 어디에선가 접해본 것들이었습니다. 그중 앞에서 말한 2명의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론 전혀 알지 못했던, 정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죠. 이제 간략하게 두가지만 더 언급하렵니다. 바로 잔 다르크와 상송가문 이야기이지요.
에피소드 7에 나오는
잔 다르크는 한번이 아닌, 세번이나 화형당했다는 내용도 지금껏 몰랐던 내용이었습니다. 잔 다르크의 시신 살점이나 뼛조각을 민중들이 수습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삼으면 향후 교회의 권력과 권위에 위협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여 완전 재가 될 때까지 세번이나 연거푸 화형을 했다는군요.. 그
이유 알게 되니 마르크스가 언급한 '종교(권력)는 아편이다'란 말이 진실 아닌가 싶던데요. 이 역시 음모론의 폐해인가요?
에피소드
16은 사형집행인을 대대로 이어온 상송(Sanson)이라는 가문 이야기입니다. 그 가문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집행인 가문으로 2백년
가까이 집안대대로 사형집행인 직무를 도맡아 하면서 왕가에 봉사했답니다. 한때 가문의 장손은 '무슈 드 파리'라는 귀족스러운 호칭으로 불리며
국가가 지급하는 엄청난 보수를 받고 호화스런 저택에서 귀족처럼 생활을 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프랑스에서 이 가문의 사람들은 기피와 차별의
대상이 되었답니다. 그러기에 당연히 각지에서 같은 생업에 종사하는 집안끼리 결혼해왔다 하구요. 이들에게도 처형이란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답니다. 법원에서 선고한 사형집행 방법대로 깔끔하게 집행하지 못하면 문책을 당했고 심할 경우 옥살이까지 했다고
하니까요.
책은
이처럼 기괴하고 잔인하지만 호기심을 끌만한 내용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위인들의 감추어진 뒷모습이나 미스테리한 사건의 원인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이라 더욱 그러하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책을 읽고자 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픈 그런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