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보여행 50 -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이영철 지음 / SISO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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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세계 도보여행 50

-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

 

이영철 著 / SISO / 439 page

 

 

 

 

 

 

 

 

지은이 : 이영철

 

펴낸곳 : SISO

 

발행일 : 2021년 10월 20일 초판1쇄

 

발행가 : 16,000원

 

 

 

 

사람들은 일단 건강에 좋다고 소문이 나면 한동안 거기에 몰려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몸에 좋다는 갖가지 먹을거리에서부터 운동과 다이어트 등 그 종류도 참 다양하지요. 언제부터인가 트레킹과 백패킹 붐이 일어 많은 이들이 심산유곡 전국 방방곡곡으로 떠나고는 합니다. 이 또한 그 근원은 건강한 삶에 대한 욕망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트래킹, 우리말로 하자면 도보여행 쯤 되겠죠. 최근 제주도 올레길에 이어 둘레길 트레킹 붐이 인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혀버린 여파도 있겠지만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면서 건강도 좋아지는 도보여행이란 점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받는 듯 합니다. 최근 그러한 트랜드에 힘입어 많은 트레킹 가이드북이 출간되고 있던데 마침 관련 분야 도서의 서평단 모집이 있어서 책을 한권 입수할 수 있었는데요. <세계 도보여행 50>이란 책으로 저자가 직접 두발로 세상 곳곳 삶의 흔적들을 만나보고 느꼈던 그 여정들을 모아놓은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2011년 29년이라는 오랜 대기업 직장 생활을 끝내고는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세계 유수의 명소들을 두루 다녀 온 분입니다. 도보 여행서로 7권이나 집필한 걸 보면 트레킹에 관한 한 베테랑이신 듯 한데요. 은퇴 이후에 인생 2막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세계도보여행을 떠났다고 하니 평범한 노년을 거부하고 뭔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고자 그런 선택을 하셨나 봅니다. 그런 경력을 보니 저자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사시는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닉네임 '누들스'로 블로그도 운영하시고 계시길래 서로이웃 신청 했어요.^^

 

 

 

 

책은 지역별로 챕터를 구분하여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북미/남미, 그리고 유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프리카는 단 한 곳도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우리나라의 가보았던 곳은 집중도 잘 되고 눈에도 쏙쏙 들어오는데 가보지 않은 해외의 여러 곳들에 대한 내용은 아무래도 집중도도 떨어지고 공감도 덜 가더군요. 솔직히 살아 생전 책에 나온 해외의 그 많은 도보여행지들 중 단 한군데라도 가볼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긴 했습니다.

 

  

 

 

책의 첫 장은 프롤로그로 시작되는데 여기엔 저자가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정리해고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두통과 불면에 시달리던 어느 주말 새벽 5시에 안양천에서 시작된 산책길이 청계산, 우면산, 관악산 연주대를 넘어 저녁 7시 안양유원지로 하산하는 트레킹을 하였다네요. 그 경험이 있은 뒤 스트레스와 두통, 불면이 싹 사라지는 신기한 체험을 한 것이 바로 터닝포인트였답니다. 3년 뒤 퇴직한 뒤 두달 후에는 안나푸르나 트래킹에 나섰고 이어서 동해안 해파랑길과 산티아고 순례길을 누비며 은퇴 첫해의 1/3의 시간을 도보여행으로 보내셨다는데. 흐흠.. 퇴직 후에도 한동안 양복에 구두 신은채 산에 오른다는 우스개 소리가 떠오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제일 처음 소개하는 도보여행길은 경기옛길 중 영남길입니다. 경기옛길은 서울을 기준으로 남으로는 영남길, 북으로는 의주길이라고 한다네요. 책엔 영남길을 먼저 보여주고 뒤이어 의주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분의 말에 따름 한반도에서 옛사람들 발길이 가장 많이 닿은 곳은 영남대로라 합니다. 한강-닉동강 라인과 궤를 나란히 하는 영남대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번영의 시대를 함께 한 길이라 하네요. 그 영남대로가 퇴색되기 시작한건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결정적이랍니다. 고속도로의 많은 구간이 영남대로와 겹치기 때문이라죠.

지금의 영남길은 조선시대 당시의 영남대로와는 좀 다르답니다. 그건 옛길 위로 고속도로와 같은 자동차전용도로가 깔린 곳도 많고 신도시가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사라진 구간이 많기 때문이라네요. 하지만 경기도에서는 옛길 복원 사업을 통해 관내 옛 노선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여 <경기옛길 영남길>으로 10개 구간 116㎞를 개통했답니다. 수록된 지도를 보니 차 타고 지나다녔던 구간들이 참 많아 보이더군요.

 책에는 옛길과 새로이 조성된 도보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을 많이 수록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익숙한 곳이다 보니 흥미롭고 집중해서 읽었던 내용들이었어요.

 

 

 

 

조선시대에는 한양을 기점으로 하는 6대 간선도로가 있었답니다. 평안도 의주까지 이어지는 의주대로와 함경도 경흥까지인 경흥대로, 강원도 강릉을 거쳐 경상도 평해(지금의 울진)까지 이어진 평해대로, 경상도 부산 통영까지의 영남대로, 전라도 해남을 지나 제주까지 이어지는 삼남대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화도로 향하는 강화대로가 그것이랍니다. 두번째로 소개하고 있는 경기옛길 중 의주길은 이중 옛 의주대로의 일부구간을 복원한 구간으로 현재 남북 분단 상황이기에 삼송역에서 임진각 자유의 다리까지 53㎞만 개통되었다고 합니다. 책에 수록된 지도를 보니 찾아가 본 명소들이 참 많이 보이더군요. 저자는 한반도에 통일이 찾아 온다면 (신)의주까지 고속철이 질주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내달리거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쯤 그런 날이 도래할까요? 지금의 한반도 주변 상황들을 보면 살아 생전 그런 모습 보기는 힘들 것만 같습니다..

 

  

 

 

동해안을 따라 750여㎞ 이어지는 해파랑길에 대한 내용은 예전 관련 도서를 읽은 적이 있어 더욱 재밌게 읽은 부분입니다. 그 책 역시 이 책의 저자가 쓰신 책으로 <걷는 자의 행복, 동해안 해파랑길>이라는 전문 트레킹 가이드북이었죠. 여기에서는 그 책처럼 전문적인 내용은 많이 빠졌지만 해파랑길이 어떠한 길인지, 어떤 의미로 조성되었는지 등 다양한 정보와 느낌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14년 처음 책을 접한 이후로 여러 구간을 걸어보았는데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 더 풍성하고 더더욱 만족스러운 여행길이 되더군요.^^

저자는 50개 코스 750㎞를 한 번에 종주하기보다는 서너번으로 구간을 나누어 종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합니다. 이도 여건상 무리라면 1박2일이나 2박3일씩 나누어 여러번에 걸쳐 다녀오는 것도 좋다고 하구요. 전 1박2일 강원도 여행길에 해파랑길 코스를 조금씩 걷는 방법으로 했었는데 여유롭고 힘들지 않아 좋았었습니다. 저자는 해파랑길 50개 코스 중 주변 경관과 접근성, 여행의 재미 등을 고려하여 3개의 코스를 추천하고 있는데 언젠가 그 코스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해파랑길 추천코스 3

1. 해파랑길 1~2코스 (34㎞, 1박2일) :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 ~ 기장군 대변항 (부산 갈맷길,이기대절벽길,달맞이공원길,부산 갈맷길)

2. 해파랑길 20~22코스 (47㎞, 2박3일) :  경북 영덕 강구항 ~ 경북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블루로드 A/B/C코스)

3. 해파랑길 34~35코스 (32㎞, 1박2일) : 동해시 묵호역 ~ 정동진 해변 (헌화로,정동심곡바다부채길)

 

  

 

 

제주도에는 전국적으로 트레킹 붐을 일으킨 제주도 해안선을 따라 도보로 걷을 수 있는 올레길이 있습니다. 한데 책에는 올레길이 아닌,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어진 제주읍성의 성곽 루트를 따라 걷는 '제주 원도심 트레일'이 수록되어 있었어요. 제주도는 올레길은 물론 한라산 둘레길, 제주도 오름 트레킹 등 많은 도보여행길이 존재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제주 원도심 트레일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읍성조차 그런게 있었는 줄도 몰랐었지만요.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제주읍성은 조선 명종 때 증축되면서 견고한 성곽으로 유지해 왔답니다. 그러나 구한말 일제에 의해 읍성이 허물어지고 그자리에 신작로와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제주읍성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고 일제치하인 1926년에는 바다 매립과 축항 공사에 읍성의 돌들을 가져다 쓰여져 제주읍성은 그 흔적을 찾아 보기 힘들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남수구와 남문 터 사이에 복원된 170m 성벽이 유일하다고 하네요..

 제주 원도심 트레일 읽다 보니 한때 한양도성이나 수원화성, 횡성호수의 둘레길처럼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옛 유적이나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도보 여행길 조성하던게 생각나더군요. 둘레길도 요즘 출렁다리나 케이블카 조성하는 것처럼 지자체들간 유행이었나 봅니다.

 

  

 

 

도서리뷰 쓰다 보니 국내 여행지에 너무 집중해서 쓰는 통에 분량이 넘쳐나 해외 부분은 다음에 써야겠습니다.^^ 

저자는 생활이 고되고 마음이 사막처럼 황량하게 느껴지면 어디론가 떠나서 걸어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준비 없이 가볍게 떠나도 좋고 세심한 계획을 세워 철저한 준비를 한 뒤 떠나도 좋답니다. 어찌됐던, 어딘가 새로운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익숙한 일상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게 어디든 다 여행이랍니다. 길든 짧든 새로운 환경을 둘러보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무숲이 가득할 것이라 저자는 장담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주말마다 이곳저곳 많이 여행 다니고 있습니다만 그러한 여행도 익숙해지면 일상과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그런 여행이라도 가고 싶어 주말이 기다려지는걸 보면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영원불변한가 봅니다.

 책은 수록된 도보 여행지를 여행계획 세우고자 참고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는 있겠지만 제 생각엔 한정된 지역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전문 가이드북을 보는게 더 좋을거 같습니다. 이 책은 가이드북이라기 보다는 여행기에 가까운 내용이고 독자들이 가보지 못한 전세계 여러 명소들에 대한 로망을 한번에 충족하는데 더 유용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죠. 랜선여행처럼 책을 통해 세계 도보여행지 살펴 보는 것도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답니다. 저도 저자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세계 도보여행 떠날 날이 언젠간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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