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영화 가이드북 - 영화에서 여행의 팁을 얻다
박용민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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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뉴욕 영화 가이드북'

- 영화에서 뉴욕 여행의 팁을 얻다 -

 

 

 

 

 

지은이 : 박용민

펴낸곳 : 헤이북스

펴낸날 : 2019년 1월 25일 1판1쇄

도서가 : 24,800원

 

 

오늘날 전 세계 국가들을 주도해 나가는 국가중 하나로 미국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미국과 소련(소비에트연방)이란 국가가 체제 경쟁을 하던 시기가 있었지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전세계가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이던 시기였습니다만 1990년 소련이 공식 해체된 이후로는 미국이 주도권을 한동안 쥐고 있었습니다. 지금에야 중국과 헤게모니 다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은 전세계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미국에서도 미국을 상징하는 곳은 뉴욕이겠죠. 이번 이야기는 그러한 뉴욕이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들을 가지고 뉴욕의 곳곳을 보여주는 도서리뷰입니다. 뉴욕. 9·11사건 직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책을 보다 보니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군요. 다시 한번 가고 싶어지더랍니다..

 

 

저자는 1966년생인 외교공무원이자 영화매니아로 1991년 외무부 근무를 시작으로 유엔대한민국대표부와 오만, 인도네시아, 일본, 르완다에서 영사, 대사로 근무한 분입니다. 유엔대한민국대표부를 두번에 걸쳐 도합 5년 반이란 기간동안 근무를 하였다는데요. 이 책은 저자가 그 기간동안 보고 느꼈던 뉴욕의 구석구석을 영화와 비교하여 맛깔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 이전에 <영화, 뉴욕을 찍다>란 책을 출간했었는데 이 책은 그 책의 후속편이랍니다. 물론 그 책도 읽어 보았지요.^^

 

 

책은 <프롤로그>, <Chapter 1. 볼거리>, <Chapter 2. 교통>, <Chapter 3. 호텔>, <Chapter 4. 식당>, <Chapter 5. 쇼핑>, <Chapter 6. 민족·언어·종교>, <부록-지역별 장소 찾기/찾아보기-영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뉴욕시의 도시구역을 주제로 한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여행길에서 중요하다 할 볼거리나 교통, 숙소, 맛집들을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영화 편수가 모두 434편이라 하는데요. 전작에서 나오는 영화가 273편이었으니 정말 많은 영화가 나오고 있지요. 전작에서도 느꼈었지만 영화마다 그 배경이 뉴욕의 어디란 것을 파악하고 있는걸 보니 정말 놀랍기 그지 없더군요. 저자분, 과연 영화 매니아이십니다.
 
 

  

 
책에서 제일 처음 나오는 곳은 뉴욕의 오랜 랜드마크라 할 자유의 여신상입니다. 저자도 자유의 여신상에 할 말이 많은지 8페이지나 할애하고 있습니다. 무척 많은 영화들, 무려 23편이나 소개하고 있지요.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려는 프랑스 국민들의 선물이었다는건 많이 알려진 내용입니다. 그런데 여신의 동상만 프랑스 국민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석조 받침대는 미국 국민의 모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몰랐던 내용이었죠. 이 여신상이 세워진 섬은 원래 베들로섬이었는데 1956년에 리버티섬으로 개칭되었답니다. 리버티섬 바로 옆에는 엘리스섬이 있는데 그곳이 이민자들이 입국심사를 받던 곳이랍니다. 1892년부터 1954년까지 12백만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이곳 입국심사장을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네요. 흐흠..
 
 

 

 
책 수록된 곳 중 시선을 붙잡은 곳 하나는 식당편에서 나오는 '코요테 어글리'라는 곳입니다. '코요테 어글리'는 2000년도에 개봉한 영화로 재밌게 본 기억이 나는데요. 가수가 되고자 뉴욕으로 상경한 여주인공이 '코요테 어글리'란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면서 일어나는 스토리의 영화죠. 그런데 그 바가 실제로 있었다니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책에 따름 1993년에 개업한 '코요테 어글리 살롱'은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가 아니고, 영화는 다른 곳에 세트를 지어서 촬영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실제 그 살롱이 영화에서의 그 분위기 그대로 운영하는 곳이라는군요. 그런 흥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지 저자는 아직 못 가봤다고 합니다.ㅎㅎ
 
 

  

 
'식당'편과 '쇼핑'편 마지막에는 각각 '사라진 식당들'과 '사라진 장소들'이 나옵니다. 이곳들은 저자가 영화에서 인상깊게 봐서 그런지 유난히 아쉬운 곳들이라고 합니다. 사라진 식당이나 노천시장은 저 역시 그렇게 느낄것 같지만 사라진 어시장은.. 글쎄요.. 개개인별로 취향과 선호도가 있겠지만 전 어시장이 사라져 아쉽다란게, 왠지 비린내가 먼저 떠올라서 그런지 잘 공감가질 않더랍니다..
 
 

 

 

  

 
이처럼 책은 저자가 듣고 보고 체험한 뉴욕 가볼만한 곳들을 영화와 연결하여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참 옛날이지만 저 역시 가보았던 곳에서는 잠시나마 뉴욕의 분위기 다시 한번 새길 수 있었지요. 가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이런 내용의 책들을 보면서 상상해 보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꼭 가봐야만 맛인가요? 다른 이들의 체험후기를 통한 간접 체험도 좋죠. 뉴욕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이런 유형의 책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더구나 책 부록인 '지역별 장소 찾기', 정확하게 말하자면 뉴욕 구역별 지도가 수록되어 있는데 여행길에서 매우 요긴하게 쓸 수 있는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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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백년 가게
이인우 지음 / 꼼지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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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서울 백년 가게'

-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장안 최고(古)의 가게 이야기 -

 

 

 

 

 

지은이 : 이인우

펴낸곳 : 꼼지락

발행일 : 2019년 1월 11일 초판1쇄

도서가 : 14,500원

 

 

조선이 개국한 이래 6백여년이란 세월동안 한반도의 수도 역할을 맡아온 서울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메트로폴리탄 중 하나입니다. 1994년에 서울 정도 6백년 행사가 열렸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로부터도 벌써 20여년이 흘렀지요. 시간은 쏜살같이 내달리고 세월은 마냥 흘러가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6백여년이란 세월을 이어 온 지금의 서울에는 과연 그 긴 세월을 이어 내려온게 있을까였지요.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되기 전까지는 그것이 유일한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제는 하나도 없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동해 옆에 위치한 섬나라는 천년을 이어져 내려온게 수두룩하다던데 참 그렇네요.. 이번 도서후기는 <서울 백년(200years) 가게>라는 책으로 서울에서 그나마 긴 세월을 이어 온 가게들을 소개하는 도서입니다. 

 

  

재개발과 리모델링 등으로 오래되지도 않은 건물들이 허물어지는 모습이 일상 다반사인 서울에서 백년을 이어 온 가게가 있다는 것이 처음엔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읽어보니 책에 수록된 가게들 중 1백년을 넘게 이어 온 가게는 없더군요. 가장 오래된 가게가 1920년대에 문을 연 '구하산방'이었으니까요. 저자는 서울에서 한결같이 사랑받은 가게 24곳을 소개하면서 서울사람들의 애환 서린 생활과 풍속의 숨은 역사를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합니다. 서울에 존재하는 역사가 오래된 가게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성장에 관한 24곳의 가게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제가 봐도 참 좋은 가게, 착한 가게들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기자란 직업을 통해 갈고 닦았으리라 짐작되는 저자의 필력 때문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자는 1960년 포항 출신으로 30여 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을 신문기자로 일해 온 언론인입니다. 1988년 '한겨례신문' 창간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한겨례신문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는데요. 언론영상광고학과 겸임교수와 책 출간 등 기자 외적인 분야에서도 흔적을 남긴 분이더군요. 이 분의 경력사항을 보니 영화를 애호하는 사람이라면 잘 아는 '시테21'이란 잡지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는게 제 눈길을 끌었답니다. 

 

 

책은 서문과 본문 3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문인 <들어가는 말>로 시작하여 <1장. 백년동안 이야기되는 가게>, <2장. 백년의 고집이 묘수가 되다>, <3장. 또 한 번의 백년을 기다리며>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각 장마다 8곳의 가게, 총 24곳 가게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모두 '한겨례신문' 금요 섹션 '서울&'에 연재된 기사들을 다듬은 것이라 합니다. 2013년부터 서울시에서 서울의 과거를 잘 간직하고 있는 상점, 업체, 생활공간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게 소재발굴과 취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는군요. 지금까지 어떤 가게들이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분야에 아무래도 시선과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가더라는 겁니다. 먹는 것에 그닥 관심이 없다보니 식당이나 떡집, 빵집은 대충 읽게 되더군요. 대신 서점이나 극장, 클럽, 음반가게, 악기상가는 몇번이고 다시 읽게 됩니다.. 이렇게 편식하면 안되는데 말이죠.. 책에 수록된 24곳중 처음 소개하는 1곳과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3곳 간략하게 요약 소개해 보렵니다.^^

 

 

책에서 제일 처음 나오는 가게는 1956년부터 대학로에서 영업을 개시한 '학림다방'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곳이죠. 이곳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다방이 아니라 사회문화 운동가, 유명 무명의 예술가, 문인, 사상가들이 자취를 남긴 곳이랍니다. 1975년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게 되면서 경영난을 겪게 되었고 처음 학림다방을 열었던 운영자(신선희)가 이민을 떠나면서 변화를 맞게 되었답니다. 이후 주인이 여러번 바뀌어 오게 되는데 1987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현재의 사장은 연극포스터와 보도자료 사진을 찍으며 연극패들과 학림에 드나들다가 이곳을 인수하게 되었다는군요.

 

 

 

 

책에 따름 70~80년대 학림다방에는 전혜린. 김승옥, 이청준, 천상병, 김지하, 황지우, 김광규, 유홍준 등 소설가나 시인은 물론 홍세화, 백기완 같은 반독재 민주화 투사들이 이곳에서 많이 만나곤 했었답니다. 신군부 쿠데타로 들어선 당시 정권이 반정부시위 주도자들이 정부를 전복하고자 혁명조직을 건설하려 이곳에서 처음 회합, 모의하였다 용공조작한 '학림사건'이 발생하면서 '학림(學林)'이란 말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네요. 8~90년대에 대학다녔던 사람들에겐 익히 들었던 학림사건, 몇년전 개봉했던 '변호인'이란 영화가 바로 학림사건과 부림사전이란 용공조작사건을 소재로 했었죠. 90년대부터는 학림다방이 대중문화의 산실로 바뀌어 가게 되는데 강준일, 강준혁, 김광림, 이상우, 김광석 등 음악가, 연극인, 문화기획자들에서부터 설경구, 송강호, 황정민같은 연기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이곳의 역사를 이어왔답니다. 지금은 유명가수,배우들이지만 그들이 무명이던 시절, 이곳에서 무명의 설움을 달래던 곳이라네요.

 

 

이태원에 자리하고 있는 재즈클럽 '올댓재즈'는 1976년에 이태원 거리에 30여 평 규모로 처음 문을 열었답니다. 이곳은 한국 최초의 재즈 전문 공연 클럽으로 2년 뒤 재즈가수 박성연이 서울 신촌에 문을 연 '야누스'와 더불어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기게 되는 곳입니다. 복사판으로나 들을 수 있었던 재즈 볼모지인 한국에서 생생한 재즈 공연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전문 연주자들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외국의 재즈 흐름을 수입 전파하는 창구역할을 하였기 때문이죠. 

 

 

 

 

올댓재즈는 43년째 이태원 거리의 기념물처럼 건재하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클럽으로 운영되고 있답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처럼 문화예술분야에 척박함과 자영업의 영세성, 1981년 개업한 뉴욕의 대표적인 재즈클럽 '블루 노트'의 역사가 40년도 안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올댓재즈가 40년 넘게 망하지 않고 성황중인 현재의 상황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놀라움 그 이상이랄 것입니다. 한국의 재즈매니아들의 미쳤다고 할 만한 열정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80년대 시절에 Rock 음악 심취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음반가게가 책에는 나옵니다. 황학동 벼룩시장에 자리한 '돌레코드'가 바로 그곳인데요. 80년대 당시에는 공연윤리위원회 음반심의위원회에서 검열을 통해 수 많은 음악들을 금지시켰었기에 Rock이나 Metal 계통의 음악을 들으려면 청계천 세운상가나 황학동 벼룩시장에 있는 음반가게를 찾아가야 했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복사판(일명 빽판)을 구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게 벌써 30여년전 이야기니 참 세월이 무상합니다.. 

 

 

 

 

돌레코드는 1975년 리어카 노점으로 카세트테이프를 팔던 것을 시작으로 하여 온갖 장르의 레코드가 거래되는 도매상과 복제음반 제작상으로 커졌다 합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지적재산권 강화로 복제음반 제작은 철퇴를 맞게 되고 90년대 후반 MP3 인터넷 다운로드가 본격화되면서 기울져 간 음반업계의 현실로 인해 2000년대 이후 돌레코드는 중고레코드 전문점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는군요. 여전히 이곳을 통하면 구하지 못할 음반이 없다고 단골손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증언하고 있답니다. 참고로 현존하는 최장수 음반가게는 1971년 개업한 서울시청광장 지하상가에 있는 '서울음악사'로 '돌레코드'와 더불어 이 두 음반가게가 2017년 9월 서울시에서 '오래가게' 39곳을 선정할 때 포함되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려는 가게는 가게라기보다는 상가라고 하는게 맞는 곳으로 바로 '낙원 악기상가'입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악기 도소매상이 밀집한 상가로 유명한 곳이죠. 낙원상가는 1967년 서울시 도심부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1970년에 완공된 주상복합건물로 이때 같이 세워진게 세운상가랍니다. 낙원상가가 악기전문상가로 거듭나게 된 것은 1979년에 있었던 탑골공원 정비사업이 계기였답니다. 탑골공원 주변에는 파고다아케이드 등 각종 악기 점포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정부가 탑골공원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악기점포들을 철거하고 낙원상가로 옮겼기 때문이라는데 책에서는 이것 말고도 5공화국 정권의 공이 크다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권이 소비문화 진작과 3S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통행금지 제도 해제와 심야영업 허용한 것 때문이랍니다. 이로 인해 각종 유흥업소가 번창하면서 악사와 악기 수요가 급증하게 되어 악기상과 악사들이 집결된 낙원상가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게 되었답니다. 1980년대초 낙원상가 지점 은행의 현금보유액이 전국 2위(1위는 압구정동 지점)였다고 하니 말 다했죠..

 

 

 

 

지금의 낙원악기상가에는 2층에 종합악기매장이, 3층에 전문악기매장이 모여 있고, 4~5층에는 수입상과 관련된 사무실 등이 입주해 있으며, 찾아오는 손님들과 악기 동아리를 위해 합주실, 녹음실 등 연습공간과 야외부대 공연장도 갖춰져 있답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품목 숫자는 3만여종에 이를 정도로 각종 악기들과 악기에 부수되어 쓰여지는 수많은 장비들이 유통되고 있다는데요. 이러한 세계 최대규모의 서양악기 전문상가가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한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중학생시절 형님과 일렉트릭 기타 구입하려 몇번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학부형이 되어 아이들 교육을 위해 바이올린 구입하러 간 최근에 이르기까지 낙원악기상가의 형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낙원악기상가는 1990년대 후반 노래반주기 등장으로 침체기를 맞게 되었고 노래방의 대중화로 악사와 밴드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더욱 침체되었답니다. 상가의 침체가 낙원동 일대의 낙후로 이어지자 서울시는 낙원상가 철거계획을 세웠는데 악기전문상가로서의 문화적 가치, 낙원상가 건물의 건축사적 의의 등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는군요. 2013년 서울시는 낙원악기상가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답니다.

 

 

책은 서울에 있는 백년까지는 아니지만 비교적 오랜 세월을 이어온 가게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업시기로 보자면 1920년부터 1996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강한 개성과 뚜렷한 특색을 가지고 있는 가게들의 특성을 잘 잡아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 마음에 드는 내용들이었죠. 전국적으로 이런 가게들을 소개해 주는 책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검색해 봤는데 쉽게 찾아지지 않더군요.

제 생각에 이 책은 시간의 흐름이나 역사, 전통을 주제로 한 것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여겨지는 참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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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하는 세계사 - 12개 나라 여권이 포착한 결정적 순간들
이청훈 지음 / 웨일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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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비행하는 세계사'

- 12개 나라 여권이 포착한 결정적 순간들 -

 

 

 

 

 

지은이 : 이청훈

펴낸곳 : (주)웨일북

발행일 : 2019년 1월 7일 초판1쇄

도서가 : 14,000원

 

 

우리나라는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된 이래 급격한 세계여행 붐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어학연수, 조기유학, 배낭여행, 신혼여행 등 한번쯤은 해외에 나가 봐야만 할 것 같을 정도의 붐이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까지 억눌렸던 해외에 대한 동경이 일시에 분출되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해외여행자 수가 3천만명에 육박할 정도라 하니 이제는 해외 나가는게 일반화된 것 같습니다. 이번 서평후기 책자는 해외에 나가는데 반드시 있어야 할 여권에 대한 도서입니다. <비행하는 세계사>란 제목인데요. 도서제목상으로는 여권이 잘 떠오르진 않지만 부제를 보면 여권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저자는 출입국관리직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분으로 20여 년간 근무하신 분입니다. 직업상 당연히 접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국가의 여권들을 당연히 접할 수 밖에 없었을텐데요. 그 경험과 직접 알아본 각 국가의 여권에 담겨진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 합니다. 흐흠.. 이것을 테마로 삼아 개인 블로그 운영하심 좋을텐데란 생각이 들었죠.ㅎㅎㅎ

 

 

책은 <서문. 여권을 펼치면 새로운 세계와 만난다>로 시작하여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일본, 한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스, 태국, 마지막으로 인도의 여권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읽어 보니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여권의 속에는 그 나라의 정체성과 역사를 보여주는 부분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늘 보던 것이라 그런지 한국의 여권이 다른 나라 여권에 비해 좀 그랬구요..

 

 

 

 

여권(Passport)은 각 나라가 자국민에게 발행하는 국제 신분증입니다. 그러한 여권은 그 나라의 문화와 개성이 그대로 묻어난다고 합니다. 여권의 출입국시 도장찍는 사증면을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고 하네요. 한국의 일반여권의 경우에는 남대문(숭례문)과 다보탑이 당초무늬와 삼태극 무늬와 함께 희미하게 워터마크식으로 사증면에 반복되어 인쇄되어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사증면 모두 다른 것으로 인쇄된 경우가 많다는데요. 책에는 국가별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미국 여권의 경우엔 두드러지게 애국주의를 강조한 이미지가 대다수이지만 과거나 현재의 이미지를 담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미래에 대한 이미지가 여권 마지막 페이지에 실려 있다는군요. 바로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나가는 미래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흐흠.. 미국이란 나라가 막나가는 경향 없진 않지만 생각깊은 부분도 많은 나라인가 봅니다..

 

 

 

 

여권의 겉표지를 보면 나라마다 그 색깔이 제각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여권은 진초록색이지만 유럽 국가의 경우에는 빨간색 계통이 많고, 북/남미 국가의 경우에는 파란색 계열인 경우가 많으며, 이슬람권 및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에는 녹색 계열을 많이 쓴다고 합니다. 물론 모두 나라가 다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네요.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지아는 붉은색을 쓰고 있고 베트남은 녹색을 쓰고 있답니다. 그런데 한국 여권이 전부 진초록색은 아니라는군요. 관용 여권은 황갈색, 외교여권은 남색이랍니다. 하지만 2020년에 새로운 디자인의 여권을 도입할 예정이며 여권 표지색은 남색으로 바뀔거라 합니다. 흐흠.. 우리도 아메리카를 따라가나 보네요..

 

 

 

 

여권에도 국제 표준 규격이란게 있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규격이 바로 그것인데 이것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당연한 말이지만, 나라마다 제각각 달랐다는군요. 여권의 표준화가 처음으로 논의된 것은 1920년 국제연맹에서 개최한 '여권,관세규칙,통행권에 관한 국제회의'였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여권을 책자의 형태로 해서 가로 10.5㎝, 세로 15.5㎝로 제작하는 것과 여권의 표지를 속지와 다르게 딱딱한 재질로 쓰는 것, 표지의 중앙부에는 여권 발행국의 국가 문장을 넣기로 한 것, 여권 앞의 4페이지까지는 얼굴사진과 직업, 주소 정보를 넣는 것 등이 정해졌다고 하는군요. 지금 여권 규격의 많은 부분이 이때 정해졌다고 합니다.

 

 

국제연맹이 사라진 이후에는 국제연합이 이어받아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가 관할하고 있답니다. 1980년에는 기계판독여권이 처음 등장하였느데 2015년에 와서야 기계판독여권 기준으로 모든 나라가 일치시키게 되었다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9·11테러로 인해 전자여권이란게 나오게 되었다는군요. 언제부터인가 출입국하면서 간편하게 심사를 통과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개인신상 정보과 얼굴사진이 저장된 전자칩이 심어진 전자여권 덕분이랍니다. 지금과 같은 IT기술의 발달로 보건데 미래의 여권은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휴대용 디바이스에 들어갈 수도, 카드와 같은 형태로 진화될 수도 있을거랍니다.

 

 

다른 나라의 여권의 속모습을 보니 과연 그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여권 내용 읽다보니 문득 해외여행 가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ㅎㅎ 올해에도 어디론가 떠나 보았음 좋겠네요. 책은 12개 국가의 여권을 보여주면서 그 수록 내용과 사증에 표시된 이미지의 역사성, 그 이야기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내용상 단순히 출입국관리직에 근무했다는 것만으로는 이 많은 내용들을 알기 어려울 것 같았죠. 저자는 업무적으로 접해본 수많은 국가의 여권들에 대해서 그 이면에 숨어있는 내용들을 많이 조사하고 알아본 것 같습니다. 참 흥미롭고 재미난 내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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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처음이지? - 나만 알고 싶은 북한 도시 이야기
김정한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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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북한은 처음이지?'

- 지도와 함께 보는 핵잼 북한 가이드북 -

 

 

 

 

 

지은이 : 김정한

펴낸곳 : 라이스메이커

발행일 : 2018년 12월 28일 초판1쇄

도서가 : 16,000원

 

 

작년부터 불어오는 북한의 변화 조짐이 심상치가 않아 보입니다. 판문점 휴전선 표식을 사이에 두고 남북 정상이 만나면서부터 시작된 북한의 변화는 핵시설 폐쇄와 휴전선 GP 철거 등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조만간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개최될거라는데 언론에서는 북한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핵을 포기하는거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는 과거 수많은 국제적 사건들을 생각해 보면 신뢰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네요. 여하튼, 이러한 정세 때문인지 최근 들어 북한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도서리뷰는 <북한은 처음이지?>라는 책입니다. 부제에 '북한 가이드북'이라 붙일 정도로 북한에 대한 최근의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 도서이죠. 그간 접했던 우리에게 알려진 북한의 모습과는 꽤 많이 다른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도 금수저가 있다는게 신기했어요.

  

저자는 현 국제부 기자로 재직 활동 중인 분입니다. 그 외에도 번역작가, 동화작가, 출판기획자 및 편집자로도 활동 중이라는데요. 기자와 작가, 출판가라는 직업을 동시에 영위한다니 일상이 엄청 바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간한 서적들 목록을 보니 영어교재와 그림책, 번역서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을 내셨더군요.

  

책은 <들어가는 말>로 시작하여 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핵심만 짚고 가는 북한 9도>이고 2장은 <북한의 대표 도시 13곳 이야기>입니다. 책은 각 장별로 공통된 형식이 있어 보이는데요. 1장은 제목 그대로 핵심만 짚어서 그런지 해당 도의 지도를 첫페이지로 하고 그 도내에 자리한 주요명소 위주로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2장은 분량이 꽤 많은데요. 해당 도시 지도로 시작하여 도시정보 요약, 연혁, 자연환경, 산업과 경제, 교통, 주민 특징 및 성향, 주요 명소, 대표 음식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었죠.

 

 

 

 

책 앞부분에 나오는 일러두기에 따르면 책에 수록된 북한에 대한 정보는 2009년 이전 정보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북한의 모습과 딴판인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인지 최신 정보라고 느껴지더군요. 저자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자료들을 입수할 수 있었나 봅니다.

  

앞에서 말한 북한의 행정구역은 현재 황해남/북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자강도, 량강도, 강원도로 모두 9개 도로 되어 있답니다. 남한에서는 미수복한 우리 영토라 하여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이북 5도'로 보고 있고 행정안전부 산하에 '이북5도청'도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각 도의 도지사와 군수까지 임명하고 있다는군요. 물론 선거로 뽑는건 아니고 실향민들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가 임명하는 상징적인 직위라고 합니다. 그리고 남한과는 다르게 특별시가 직할시보다 많다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평양이 직할시이고 남포와 라선이 특별시, 개성은 특급시라 하네요.

 

 

북한의 지형이나 산맥과 같은 내용은 예전 학창시절 당시 배운것과 크게 차이나는 것은 없는거 같습니다. 다만 표현하는데 있어서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정도만 차이나는 것 같네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읽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남한에서는 북한의 행정구역을 '이북 5도'라 하지만 실제 북한에서는 1954년 북한 당국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9도로 변경되었답니다. 북한의 도시 13곳은 대부분 익히 들었던 곳이지만 '평성'처럼 생소한 도시도 있었습니다. 책 읽다 보니까 내용이 그래서 그런지 중학생 시절때 교재로 쓰였던 '사회과부도' 같단 느낌이 들었어요.

 

 

 

 

책에서 인상적인 것 꼽아본다면 북한에도 남한의 스키장 시설과 별 차이 안 느껴지는 마식령 스키장이 있고, 헬스장에서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며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샤워 후 유니클로 티셔츠를 입은 뒤 카페에 들러 카푸치노 한잔을 마시는 사람들이 산다는 려명거리, 일명 평해튼(평양+맨해튼)이 있으며, 꽤 많은 국가지정문화재와 천연기념물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사교육이 있다는군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부유층 자제들은 고액과외도 받는다고 합니다. 남한만큼 입시가 치열하다네요. 하지만 이것은 핵심계층, 평양에 거주하는 특권층들 얘기라 여겨집니다. 북한사람들도 평양주민들의 삶을 모른다고 하니까 말이죠.

 

 

 

 

책은 저자가 수집한 북한에 대한 많은 정보를 사전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의 의견이나 생각이 들어간 표현은 거의 볼 수가 없더라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진정한 북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단 생각이 그러한 느낌을 지워주었죠. 향후 북한의 실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런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금 북한의 모습이 우리의 70~80년대와 유사한 듯 보이는 걸로 봐서는 적어도 남한의 모습을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여러가지 정책의 변화를 주는 현 북한정권의 모습을 보면 향후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 북한의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적잖이 수록되어 있어 참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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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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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한국문단의 스캔들'

- 모던걸 모던보이 한국 문인 애사 -​

 

 

 

 

 

지은이 : 홍지화

펴낸곳 : 작가와비평

발행일 : 2018년 12월 30일 1판1쇄

도서가 : 14,500원

 

 

최근 한국 문단에 미투 캠페인의 여파로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공지영작가, 최영미시인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예전 고은시인의 사건도 잠깐 재조명되었죠. 스캔들이라 말하던 언론도 있었지만 아무리 약하게 보더라도 이건 스캔들이 아니라 준범죄 아닌가 싶었죠. 예나 지금이나 남녀간 문제로 사회가 시끌시끌한 건 여전한거 같습니다. 최근 읽은 책이 근현대 문인들의 스캔들을 주제로 한 것이어서 도서후기의 시작이 좀 그렇네요. 이번 도서후기 대상은 '한국문단의 스캔들'이란 책입니다. 한국 문학계에서 유명한 스캔들을 일으켰던 4명의 근현대시기의 작가인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 이야기인데요. 단순히 스캔들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과정과 환경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성격과 내면을 추론하는 등 나름의 논거를 가지고 스캔들을 바라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에서 읽는 재미가 참 쏠쏠하더군요.

 

 

[ 좌에서 우 :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 ]

 

 

저자는 1994년 장편소설로 문단에 등단한 1972년생의 여성 작가분입니다. 대학시절때부터 여러 문학상들을 수상했었다 하고 현재는 소설가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중에 있다 합니다. 저자 소개에 나오는 사진을 보면 방송에서 본 듯 하기도 한데요. 혹시나 해서 검색해 봤더니 프로필이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아서 저자에 대해 더이상 알아보진 못했습니다..

 

 

책은 <작가의 말>,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근현대에 걸친 시기에 우리 문학계에 센세이셔널한 스캔틀을 일으켰던 문인 4인의 이야기이니만큼 그들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이 진실인지, 아니면 작가의 추측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책의 처음 나오는 한국 문인은 '이상'입니다. 그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혁명적인 작품을 발표한 한국 문학사의 이단아이자 기인이라 알려져 있구요. 그와 금홍이와의 이야기, 제비라는 다방을 운영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책에는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한 여인이나 많은 다방을 운영했었다는 것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었죠. 그의 소설 '날개'는 그와 금홍이와의 동거생활을 모티브로 쓰여졌다죠. 책에는 '봉별기'라는 작품에서도 금홍과의 인연을 많이 보여주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곁에 있었던 여인은 변동림으로 그녀가 바로 1936년 6월 신흥사에서 구인회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그의 아내랍니다.

 

 

김우진은 윤심덕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진 정사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죠. 그 외에도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하여 활동하였다는 정도로만 알았는데 책에는 그가 목포의 대지주의 장남이었고 최초의 신극운동을 일으킨 연극운동가이자 탁월한 이론을 제시한 평론가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영민함이 특출나서 부친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아들이었답니다. 하지만 낡은 인습과 고루한 유교사상을 신봉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염세적으로 변해갔다는군요. 부친의 의사에 따라 일본 유학중에 혼례를 치루었지만 사랑은 없었답니다. 박대도 하지 않고 아내로서 아이들 엄마로서 최대한 존중했다고 하는군요. 그런 그가 일본 유학 중 알게 된 윤심덕과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었다는데 그 과정이 드라마틱합니다. 책에는 그의 작품세계와 평론가로서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네요.

 

 

나혜석은 화가이자 작가로서 우리 근대사 속에서 문학계, 미술게, 여성계를 망라해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던 문인이라고 합니다. 혹자는 그녀에게 조선의 루살로메라고 했다는데요. 그 정도로 그녀는 당시에는 보기 드문 스캔들을 일으켰다는군요. 그녀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 따라 붙었답니다. 조선 여성 최초로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 입학, 한국 최초의 여류 소설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한국 최초의 여성운동가 등등 말이죠. 1896년 용인군수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하였답니다. 1918년 단편소설을 발표하였고, 1920년 변호사와 결혼한 이후 본격적으로 화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답니다. 결혼할 당시 계속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과 시댁에서 살지 않겠다는 것 등을 결혼조건으로 내세워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고 결혼생활 중 다른 남자를 사귀기도 하는 등 여럿 스캔들을 일으켜 이로 인해 이혼을 당하고 1948년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그녀의 일생인데 책에서는 왜 그녀가 그렇게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상황을 따져가며 추적을 하고 있지요. 씁쓸한 당시의 사회상이 오버랩될 수 밖에 없더만요..

 

 

모윤숙. 그녀는 1941년 일본의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작품을 만든 친일 행적을 보였던 시인입니다. 1910년 원산 태생인 그녀는 이화여전 문과를 졸업하고 간도 명신여고와 배화여고 교사, 삼천리사와 중앙방송 기자로 활동하였으며, 1948년에는 유엔한국대표로 참석까지 하였답니다. 해방이후에는 반공주의자의 길에 서서 국회의원까지 역임하는 등 친일부역주의자들이 반공주의자로 화려하게 둔갑한 그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 여자로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책에서는 그녀가 여왕벌과 같은 존재였다고 하는데요. 해방직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낙랑클럽(낙랑구락부)이란 사교모임이 있었는데 이승만 정권이 야릇한 요정문화를 건전하게 바꾼다는 취지로 김활란을 비롯한 당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대표 엘리트 여성들을 정면에 내세워 정권을 세우고 유지하는데 이 클럽을 주도면밀하게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 모임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가 모윤숙이었다는군요..

 

 

이처럼 책은 4명의 한국 근현대 문인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수록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스캔들 메이커란 점에서 도서제목에 차용된 듯 보이구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내면 세계와 저간의 사정이 흥미롭게 읽혀집니다. 읽다 보면 '그것이 알고 싶다'나 '추적 60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많이 나옵니다. 문인들의 스캔들,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스캔들이라 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것만은 틀림없지요. 한번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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