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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의 스캔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12월
평점 :
[도서후기] '한국문단의 스캔들'
- 모던걸 모던보이 한국 문인 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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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홍지화
펴낸곳 : 작가와비평
발행일 : 2018년 12월 30일 1판1쇄
도서가 : 14,500원
최근 한국 문단에 미투 캠페인의 여파로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공지영작가, 최영미시인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예전 고은시인의 사건도 잠깐 재조명되었죠. 스캔들이라 말하던 언론도 있었지만 아무리 약하게 보더라도 이건 스캔들이 아니라 준범죄 아닌가 싶었죠. 예나 지금이나 남녀간 문제로 사회가 시끌시끌한 건 여전한거 같습니다. 최근 읽은 책이 근현대 문인들의 스캔들을 주제로 한 것이어서 도서후기의 시작이 좀 그렇네요. 이번 도서후기 대상은 '한국문단의 스캔들'이란 책입니다. 한국 문학계에서 유명한 스캔들을 일으켰던 4명의 근현대시기의 작가인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 이야기인데요. 단순히 스캔들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과정과 환경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성격과 내면을 추론하는 등 나름의 논거를 가지고 스캔들을 바라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에서 읽는 재미가 참 쏠쏠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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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에서 우 :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 ]
저자는 1994년 장편소설로 문단에 등단한 1972년생의 여성 작가분입니다. 대학시절때부터 여러 문학상들을 수상했었다 하고 현재는 소설가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중에 있다 합니다. 저자 소개에 나오는 사진을 보면 방송에서 본 듯 하기도 한데요. 혹시나 해서 검색해 봤더니 프로필이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아서 저자에 대해 더이상 알아보진 못했습니다..
책은 <작가의 말>,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근현대에 걸친 시기에 우리 문학계에 센세이셔널한 스캔틀을 일으켰던 문인 4인의 이야기이니만큼 그들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이 진실인지, 아니면 작가의 추측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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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 나오는 한국 문인은 '이상'입니다. 그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혁명적인 작품을 발표한 한국 문학사의 이단아이자 기인이라 알려져 있구요. 그와 금홍이와의 이야기, 제비라는 다방을 운영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책에는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한 여인이나 많은 다방을 운영했었다는 것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었죠. 그의 소설 '날개'는 그와 금홍이와의 동거생활을 모티브로 쓰여졌다죠. 책에는 '봉별기'라는 작품에서도 금홍과의 인연을 많이 보여주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곁에 있었던 여인은 변동림으로 그녀가 바로 1936년 6월 신흥사에서 구인회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그의 아내랍니다.
김우진은 윤심덕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진 정사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죠. 그 외에도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하여 활동하였다는 정도로만 알았는데 책에는 그가 목포의 대지주의 장남이었고 최초의 신극운동을 일으킨 연극운동가이자 탁월한 이론을 제시한 평론가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영민함이 특출나서 부친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아들이었답니다. 하지만 낡은 인습과 고루한 유교사상을 신봉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염세적으로 변해갔다는군요. 부친의 의사에 따라 일본 유학중에 혼례를 치루었지만 사랑은 없었답니다. 박대도 하지 않고 아내로서 아이들 엄마로서 최대한 존중했다고 하는군요. 그런 그가 일본 유학 중 알게 된 윤심덕과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었다는데 그 과정이 드라마틱합니다. 책에는 그의 작품세계와 평론가로서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네요.
나혜석은 화가이자 작가로서 우리 근대사 속에서 문학계, 미술게, 여성계를 망라해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던 문인이라고 합니다. 혹자는 그녀에게 조선의 루살로메라고 했다는데요. 그 정도로 그녀는 당시에는 보기 드문 스캔들을 일으켰다는군요. 그녀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 따라 붙었답니다. 조선 여성 최초로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 입학, 한국 최초의 여류 소설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한국 최초의 여성운동가 등등 말이죠. 1896년 용인군수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하였답니다. 1918년 단편소설을 발표하였고, 1920년 변호사와 결혼한 이후 본격적으로 화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답니다. 결혼할 당시 계속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과 시댁에서 살지 않겠다는 것 등을 결혼조건으로 내세워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고 결혼생활 중 다른 남자를 사귀기도 하는 등 여럿 스캔들을 일으켜 이로 인해 이혼을 당하고 1948년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그녀의 일생인데 책에서는 왜 그녀가 그렇게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상황을 따져가며 추적을 하고 있지요. 씁쓸한 당시의 사회상이 오버랩될 수 밖에 없더만요..
모윤숙. 그녀는 1941년 일본의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작품을 만든 친일 행적을 보였던 시인입니다. 1910년 원산 태생인 그녀는 이화여전 문과를 졸업하고 간도 명신여고와 배화여고 교사, 삼천리사와 중앙방송 기자로 활동하였으며, 1948년에는 유엔한국대표로 참석까지 하였답니다. 해방이후에는 반공주의자의 길에 서서 국회의원까지 역임하는 등 친일부역주의자들이 반공주의자로 화려하게 둔갑한 그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 여자로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책에서는 그녀가 여왕벌과 같은 존재였다고 하는데요. 해방직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낙랑클럽(낙랑구락부)이란 사교모임이 있었는데 이승만 정권이 야릇한 요정문화를 건전하게 바꾼다는 취지로 김활란을 비롯한 당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대표 엘리트 여성들을 정면에 내세워 정권을 세우고 유지하는데 이 클럽을 주도면밀하게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 모임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가 모윤숙이었다는군요..
이처럼 책은 4명의 한국 근현대 문인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수록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스캔들 메이커란 점에서 도서제목에 차용된 듯 보이구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내면 세계와 저간의 사정이 흥미롭게 읽혀집니다. 읽다 보면 '그것이 알고 싶다'나 '추적 60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많이 나옵니다. 문인들의 스캔들,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스캔들이라 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것만은 틀림없지요. 한번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