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앞 두편은 읽고서, 그 뒤로 정말 아껴가며 야금야금 읽었다.
본디 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서는 한편 한편 넘어갈 때 마다 아쉬워서.
그래서 꼬박 일주일 걸려서 읽었다. 물론 그 와중에 다른 책도 손에 잡긴 했지만
정말 뭐랄까 이런 글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잘 모르는 이와 마주 앉아서 술한잔하고
그가 겪은 일들을 듣는데, 술기운에 더해질법한 군더기도 없고
그에게 선연히 남아있는 감정들과 이미지들이
내 머리속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랄까..
내게 낯익은 거리 (인천공항이며, 대학로며) 에
낯익은 풍경(전경들이 거리에서 식사하는 모습, 암환자, 폐경) 에
정말 그가 겪은 일들 만을 말하듯 전문적으로 이러저러 하다고 하는 얘기에..
그러다가도 어느순간 살아가기 위해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털고 일어나는 모습에
(가볍게 가자고 라거나, 비행기에 앉아서 강산무진도를 떠올리는 모습이라든지)
사람들의 얘기를 체로 탈탈 쳐내서, 꼭 필요한 것만 남겨서
하룻밤 물에 충분히 불린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야채를 넣어서 포옥 끓여서
그 다시 국물만 쏙 뽑아내는 것처럼,
군더기 없이, 막힘없이 글들이 흘러가고
이미지가 선명히 떠오르면서 등장인물들의 느낌이
공명하듯이 내 속에서 떠오른다.
담담하게...
허툰말도 꾸밈발도 없고 격렬한 무엇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마음을 잡아끄는지 원..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싶다...

덧. 강산무진이 마지막에 있어서, 저 표지가 뭔가 했더니
강산무진도 로구나. 그렇지만 저 표지를 벗기고 나오는 작가의 원고지 글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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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늘빵 > 미술관 옆 동물원에 나온 시

사랑

                     

                                                              김 용 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읍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읍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은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읍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읍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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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식모들. 제목이 일단 너무 흥미진진해 보인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뒤, 제목과 내용 보다는
작가가 나랑 같은 학번이라는데 더 놀람.
아예 젊은 사람이 문학상을 수상하고 등단을 하면
이야 천재군 이라고 흘려보내겠는데..
이젠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등단을하고 그러는 구나 싶어서.
나는 뭐했나 싶은. 평범한 직장인의 질투심 및 살짝 좌절감에
책의 내용이 별로 안남아 있더랬다..
그날 오후에 본 기사에.
인문학 분야의 책을 펴내는 1인 출판사가 있는데
거기 사장님도 나랑같은 학번이더라..다들 열심히 사는구먼..
아 책..
단군신화에 나오는 이야기. 호랑이. 곰은 이쁜 아가씨가 되어서
환인의 부인으로 들어가는데, 마늘과 쑥이 싫어요하고 뛰쳐나간 그 호랑이
그 호랑이가 결국은 아가씨가 되어 그 후손은 호랑아낙으로 역사를 배후조종하게 된다.
그러나 일제 시대를 거치며 그녀들은 수상한 식무들로 변모하게 되고.
어린시절, 그 마지막 수상한 식모와 인연이 닿은 주인공이
수상한 식모와 다시 만나 성장(?) 해 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뭐 성장소설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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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다들 너무 재미있다고 하셔서 기대기대 하다 읽은책..
초반엔 무지 재밌었고, 중간엔 짜증이 났으며, 도대체 카라캅르 니자미 씨가 뭐야? 하다가
음 어라? 이러다가 끝엔 조금 씁쓸해진.. 소설이다.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가 보다 싶기도 한데.. 책을 별로 안 좋아라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기는 힘들겠으나,
읽는걸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유쾌하게 읽으실수 있을듯.

야샤르. 저자가 감방에서 만난 한 노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거라 한다
어딜가나 관료들은 그렇게 짜증지대로 나게 굴고
관과 같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헤매이다가 정신없게되지만
이 야샤르란 사람도 처음에는 평범하고.
불쌍하게 당하기만 한거겠지만
읽다가 중간즈음을 넘어갈땐 .. 너무 짜증이 났다.
내가 간혹 유머를 이해 못하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위트로 가득찬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이 야샤르의 행적은 너무 짜증이 났다. 
조금만 더 현명하게 굴순 없는 걸까.
그래 그 사람이 이렇게 행동한다는거 이해는 간다. 
야샤르가 처한 행동. 좀 더 현명하게 굴 순 없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집중을 하는게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말 못하는 행동. 
현상을 해결하기에 앞서서 감정이 앞서서 문제 해결을 못하는거. 
우으으 전부다 짜증이 났다
특히나 그런 야샤르를 사랑하고 기다리는 안쉐가 불쌍하고 말이다. 
그래서 책을 확 덮어버릴까 하다가 .. 끝까지 읽긴했는데
끝까지 읽으니..
감방동료들에게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다 털어놓은 그는..
절망의 끝에서 겨우만난 카라캅르 니자미 씨의 존재에까지 배신감을 느끼고
똑똑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제 그는 아마 밖으로 나가면..
그가 정말 가지려 했던것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어리숙한 모습이 그렇게 짜증이 났슴에도 불고하고 
교도소를 출감하는 그의 모습은..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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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슐러 르귄의 책은 처음봤다. 어스시.. 너무 재미나게 읽었다.
30년전 작품이라고 하지만 아시모프의 작품을 보면서 전혀 오래되었다거나 그런 느낌을 못 받는 것처럼
어스시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3대 판타지 문학 작품이라는 말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니아 보다는 훨씬 현학적이고
반지보다는 좀더 현실성이 강하며 문체도 간결하다.
작가가 여자라서 그런지, 여성 캐릭터들과 변화에 대한 서술도
반지나 나니아 와는 사뭇 다르다. 그런것도 마음에 드는 점중 하나다.

그렇지만 작가가 화상흉터를 가지고 있는걸까?
위대한 인물의 표식과 시련으로서 얼굴에 화상흉터라는 확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거 같다.

- 어스시의 마법사
새매. 우리 세계로 치자면 시골 촌구석의 대장장이 아들로 염소치기 였으나,
우연히 자신에게 마법의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마법을 배운다. 그의 지식들을 엮어서
마을을 구하고 그 일로 좀 이름난 마법사에게 픽업된다.
그러나 그 마법사가 이름만 있는것이 아니라 욕심과 허영에서 벗어난 현자였으니 그것이 새매의 행운
그러나 손안에 주어진 행운은 빛을 발하지 않는법. 새매는 호그와트와 같은 마법사 양성학교인 곤트섬으로 향하고.
호기로운 마음으로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다. 이때 그는 얼굴에 화상과도 같은 흉터를 얻게된다.
그렇지만 여차저차하여 실수를 마무리하고. 나름 해피엔딩
어스시에 대한 Intro 에 해당한다. 새매가 현자가 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니 그는 현자로서 태어났으나, 그걸 자각해 가는 과정이라고 하는게 옳겠다.

- 아투안의 무덤
머나먼 곳에 묻혀있는 숨겨진 보물. 그 보물이 잠든 무덤을 지키는 먹혀버린자.
그러나 통치력은 없으나,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고 가끔 바깥을 꿈꾸는 먹혀버린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나선 새매와 먹혀버린자의 이야기.

- 머나먼 바닷가
어스시에 변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그 변화의 시대를 열 위대한 인물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
물론 새매도 나온다. 그는 이미 로크섬의 대현자 이고.
아직은 소년인 위대한 인물과의 조우.
변화란 항상 위기가 지나가고 난 다음 오기 마련이므로
현자와 소년은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세상의 끝으로 간다.
아니 세상의 끝도 모자라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 산맥을 넘어 메마른 땅까지 다다른다.
여튼 변화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 이야기가 되므로
소년과 현자는 위기를 해결한다.
하지만 새로운 인물의 탄생에는 바쳐져야할 제물이 필요한법.
희생이 있어야 그 대가는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므로...

- 테하누
그녀. 종달새의 아내. 스스로의 의지로 남성들에 의해 규정지어지는 위치를 버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농장일을 돌보는 것을 선택한 그녀.
불과 회오리바람으로 실을 잣고 고대의 언어까지 아는 그녀.
그녀가 거둔 화상 흉터를 가진 아이 테누.
여전히 현자이나 새로운 생을 사는 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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