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앞 두편은 읽고서, 그 뒤로 정말 아껴가며 야금야금 읽었다.
본디 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서는 한편 한편 넘어갈 때 마다 아쉬워서.
그래서 꼬박 일주일 걸려서 읽었다. 물론 그 와중에 다른 책도 손에 잡긴 했지만
정말 뭐랄까 이런 글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잘 모르는 이와 마주 앉아서 술한잔하고
그가 겪은 일들을 듣는데, 술기운에 더해질법한 군더기도 없고
그에게 선연히 남아있는 감정들과 이미지들이
내 머리속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랄까..
내게 낯익은 거리 (인천공항이며, 대학로며) 에
낯익은 풍경(전경들이 거리에서 식사하는 모습, 암환자, 폐경) 에
정말 그가 겪은 일들 만을 말하듯 전문적으로 이러저러 하다고 하는 얘기에..
그러다가도 어느순간 살아가기 위해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털고 일어나는 모습에
(가볍게 가자고 라거나, 비행기에 앉아서 강산무진도를 떠올리는 모습이라든지)
사람들의 얘기를 체로 탈탈 쳐내서, 꼭 필요한 것만 남겨서
하룻밤 물에 충분히 불린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야채를 넣어서 포옥 끓여서
그 다시 국물만 쏙 뽑아내는 것처럼,
군더기 없이, 막힘없이 글들이 흘러가고
이미지가 선명히 떠오르면서 등장인물들의 느낌이
공명하듯이 내 속에서 떠오른다.
담담하게...
허툰말도 꾸밈발도 없고 격렬한 무엇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마음을 잡아끄는지 원..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싶다...

덧. 강산무진이 마지막에 있어서, 저 표지가 뭔가 했더니
강산무진도 로구나. 그렇지만 저 표지를 벗기고 나오는 작가의 원고지 글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