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흔든 21가지 비극 애사
이수광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조선을 뒤흔든 21가지 비극애사>에 대해선 특별한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하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등으로 유명한 이수광 작가의 신작'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요즘 쏟아져 나오는 대중역사서 중 상당수는, 이수광 작가의 성공에 자극 받은 것이다. 설불리 포맷을 차용했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겠다. 어떤 것이든 인기를 끌면 아류는 탄생하는 법이니까.

역사의 숨겨진 사건과 일화를 포착해서 쉽고 흥미롭게 소개하는 작가의 능력,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크게 사부(思婦), 애국(愛國), 효행(孝行)등 11부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전 시리즈(일명 '조선을 뒤흔든' 시리즈)가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었다면, 이 작품은 보다 더 유교적이고 감동적인 소재를 다룬다. 비교적 잘 알려진 위인들-정약용, 성삼문등-의 숨겨진 비극애사를 다루고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인상적인 몇 부분을 살펴보자.

[내 꿈에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세요](p.141)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눈물겨운 편지 이야기다. 병마에 시달리는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까지 잘라 미투리(짚신)를 삼았지만, 남편은 끝내 일어나지 못한다. 원이 엄마는 먼저 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편지를 관 속에 미투리와 함께 넣는다. 절절한 슬픔이 담긴 편지, 정말 감동이다.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 하는 글을 봤지만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글은 이번에 처음이다.

[절조가 어찌도 그리 매서웠는가](p.222)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던 '박문랑'이란 처녀의 이야기다. 사건은 이렇다. 고을현감 박경여는 조부가 죽자 시골선비 박수하의 선산에 몰래 묘를 조성한다. 이에 분개한 박수하가 산송을 걸지만 도리어 곤장을 맞아 죽는다. 아비의 죽음에 분노한 딸 문랑은 분연히 외친다. "다행히 원수 놈의 할아버지 무덤이 우리 선산에 있다. 내가 그 무덤을 파헤쳐 불을 지르면 원수 놈이 놀라서 달려올 것이다. 그때 내가 필히 그 배에 칼을 꽂아 죽이리라"(p.224) 한편, 조부의 묘가 파헤쳐졌다는 소식을 듣고 박경여 역시 분기탱천해 문랑의 마을로 달려온다. 일파만파 커져가는 사건,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조선을 뒤흔든 21가지 비극애사>의 품격을 한차원 높혀 준 것은, 올컬러로 실린 수백점의 그림이다. 실려 있는 김정희, 정선, 김홍도등 조선 최고 화가의 작품은 이야기의 맛을 배가 시킨다. 예를 들어, 김정희의 '세한도'(p.78)를 통해서는 백두산 야생에서 거친 삶을 살아가던 모녀(毛女)의 슬픔을 떠올린다. (저 여인은 폭설을 피해 식량을 찾아나선 무리에서 낙오해, 백두산 야생에서 야생화 된 것임. 동양판 '늑대소녀') 뿐만 아니라, 표지와 삽화도 아주 근사하다. 음영처럼 표시된 조선여인과 특별코팅이 되어 있는 꽃이 대비되면서 색감이 제대로 사는 것이다. 멋지다.

소개된 21가지 이야기는 역사 속에 잠든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아내가 남편을 위하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 이 땅에 살아간 수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역사 속에서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선을 뒤흔든 21가지 비극애사>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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