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을 찾아서 - 제노그래픽 프로젝트
스펜서 웰스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내 조상은 과연 누구일까?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왔는가?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 법한 물음. 인류학자이자 인구 유전학자인 저자는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를 통해 저런 질문의 답을 찿는다.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란, 인류의 지리학적 분포와 유전자 연구를 통해, 인류의 이동경로,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조상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프로젝트이다. 유전자 연구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폭넓고 다양한 샘플의 확보는 프로젝트 성공여부의 핵심이다.

샘플확보 과정은 비중있게 서술된다. 세계의 각기 다른 지역 출신의 다섯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p.42) 그건 바로 유전자DNA로부터 역사적인 정보를 수집하려는 '제노그래픽 프로젝트'의 출발점인 것이다.

'오딘의 이야기' 저자는 미국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재퍼슨의 후예로 여겨지는 '오딘 재퍼슨'을 찿는다. 그를 찿은 것은 토머스 재퍼슨 전대통령과 노예하녀 사이에서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 때문. 유전학자들은 DNA연구를 통해 재퍼슨가家의 한 남자와 노예였던 샐리 헤밍스사이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p.45) 저자는 오딘의 DNA를 연구를 통해 오딘의 조상과 소문의 진상을 추적한다. 유전자연구 결과 M45,M173같은 특유한 표지가 발견되고 일련의 추론을 하지만, 샘플부족으로 인해 '그의 조상이 중동에서 지중해 상인들을 통해 영국으로 들어왔다'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린다.(p.73) 역시 중요한건 연구의 바탕인 DNA샘플의 확보인가.

'필의 이야기' DNA연구를 통해 필의 먼 조상이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시한다. '그들은 언제 어떻게 이동한 것일까? DNA연구를 통해 그들의 여행에 대한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없을까?"(p.110)라는. 다음과 같은 추론이 이어진다. 식량감을 찿아 이동하던 아시아인들이 빙하기 막바지, 길을 가로막고 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대거 이동했던 것이라고...저러한 추론의 바탕은 현재 각 대륙별,인종별 DNA특성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중앙 아시아지역에서 발견되는 특징적인 DNA표지를 아메리카 원주민, 혹은 그 후예에게서 발견할 수 있기에 그들간에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인물을 주목하여, 유전자연구를 통해 그들의 조상이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인지를 밝혀간다. 이런 일련의 연구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웠지만, 불가피하게 많은 전문용어가 사용된다. 하플로그룹, mtDNA등등. 그래서 특별히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버거울 수도 있다.

저자는 주제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풀어가는 구성을 취했고, 쉽고 흥미로운 비유를 여러군데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DNA복제과정에서 생기는 돌연변이를 수도원의 수도사들로 비유해 설명하는데, 쉽고 인상적이다.

'이 복제 효소들을 중세 수도원의 수도사들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각각의 수도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긴 채색 사본의 한 페이지씩을 맡고 있는 것이다. 조각들은 최종적으로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 복제 효소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작업에 임하지만 때때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어떤 단어의 G가 들어갈 자리에 C를 쓰는 것과 같은 실수이다. 대부분의 실수는 수도원의 대수도원장과 같은 존재, 즉 문서가 복제되는 동안 신중하게 교정을 보는 또 다른 일단의 효소들이 잡아낸다. 그러나 수도사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런 실수들이 최종적으로 묶여 나오는 책에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책의 경우 이런 실수를 오식이라 하는데 유전학에서는 '돌연변이'라 부른다.'(p.30)

213페이지 이하는 mtDNA 및 Y염색체 하플로그룹의 특성을 사전식으로 정리해 둔 부분이다. 전문적인 부분으로 수많은 알파벳이 나열된다. 각 그룹마다 지도를 통해 이동경로를 표시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으나,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할때, 어떤 원대한 결말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제노그래피 프로젝트'나 기타 연구들은 아직 '진행중'인 연구들이다. 그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막 씨앗을 뿌려놓고, 열매를 기대해서 되겠는가? 우리가 할 일은 저자의 연구를 지켜보고 격려하는 것이다. 인류의 오랜 궁금증을 파헤치기 위해 힘찬 걸음을 내딪고 있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 책 장정과 종이의 질이 정말 좋다. 특히 종이가 아주 부드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