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4
루치아 임펠루소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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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문외한이다. 부끄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난 괜찮다. 미술에 대해 아는건 없어도 미술을 좋아하고, 미술작품에 대한 애정만은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쉽고 즐겁게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 책을 원했다.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전문서적 아니면, 조잡한 책이 전부였다. 이런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린 책을 드디어 찾았다.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다른 미술관시리즈에 비해 도시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일단 '메트로'란 이름부터 도시적인데다, 표지의 세련된 여인의 그림역시 상당히 도시적이다. 거기다 미술관 위치까지 뉴욕.../ 엔티크한 미술품이 더 사랑받는 미술계의 속성상, 도시적이란건 어찌보면 하나의 약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괜한 걱정일까?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알아보는게 순서일 것이다. 뉴욕에 미술관을 건립하자는 의견은 식사중에 나왔다고 한다. 1867년 만국박람회를 준비하려고 파리에 와 있던 미국의 사업가와 관광객들 앞에서, 존 제이가 계획을 공표하고, 여러인사들의 건립준비위원회를 거쳐 1872년 5번가에 있던 옛 무용학교 건물에 임시로 미술관이 들어섰다. 그 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센트럴 파크에 위치한 새 건물에 자리를 옮겨 자리를 잡는다.(p.8-9참조) 이런한 미술관 건립을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인상적이었다. 다른 유명 미술관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건립되었음에도 이처럼 큰 명성을 얻은건 바로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 때문 아닐까?

가장 처음 소개되는 작품은 조토의 '예수공현'(p.20)이다. 마굿간에 태어난 아기예수를 동방박사가 품에 앉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나머지 동방박사와 마리아(?)가 지켜보고 있는데, 경건한 분위기가 대단하다. 얀 반 에이크의 '최후의 심판'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일단 구도부터 범상치 않은데, '그림 윗부분에는 수난의 도구를 받치고 있는 천사들과 예수그리스도가 보인다. 예수 양 옆으로는 성모 마리아와 성 요한이 자리잡고 있다. (중략) 그 아래에는 천사들, 성인들, 구원을 얻은 자들이 흰색 옷을 입은 12사도를 에워싸고 있다'(p.27) 특히 아래부분 심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확대되어 보이는 다음페이지 보세요) 괴물들에게 먹히는 사람들, 고통에 빠져 괴로워하는 모습...끔찍하다.

그림에 혼이 들어있다는 말 들어봤을 것이다. 난 이 그림을 보고 숨이 탁하고 멈춰 버렸다. 살아있는 이가 봉인된 듯한, 완벽한 재현. 페이지 85를 보라. 어떤 생각이 드는가? 깊은 눈동자와 한올한올 생생한 머리카락을 보라. 대단하다. 이 그림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후안 데 파라하'란 작품이다. 설명을 읽어보니 이 그림의 주인공인 후안 데 파라하는 노예였다고 한다. 놀랍다. 여유롭고 자애로운 그의 모습에서 노예를 떠올리는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하하. 드디오 표지의 세련된 여인을 찾았다. 표지 그림은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 엑스'(p.138) 란 작품이다. 그림의 주인공은 19세기 말에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손꼽혔던 '베지니아 아베뇨'. 처음엔 여자의 드레스 어깨끈이 아래로 내려가서 오른쪽 어깨가 모두 드러난 상태로 그려져 엄청난 물의를 빚었고, 그래서 나중에 수정되었다고 한다. 여인의 자태가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란 말이 지나치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뉴욕으로 날아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안을 거닐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 즐겁고 황홀했다. 비록 그림에 대해 아는건 별로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고 스스로 위안해본다. 너무나 좋은 책이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있거나, 관심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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