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 지음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나에겐 어떤 기억들이 남아 있을까..
 
이렇게 저자처럼 조근조근하게 풀어낼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서걱거리고 바삭거리는 기억 속의 풍경들을 물을 한껏 머금은 것 같은 영롱한 따스로움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사실만을 끄적거린다면 아픔만으로 남을 수 있는 이야기, 솔직함만으로 그려 낸다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풍경들, 이런 것들을 저자는 참으로 조용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왠지 바둑판 위에 놓여 있는 검은 돌과 흰색 돌을 두고 이런 저런 상상들을 펼쳐 내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야말로 가만가만 적어 내려가고 있다.
 
일을 하다가, 공부를 하다가, 혹은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는 새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다른 노래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꼭 제일 먼저 부르는 노래는 '섬집아기'...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서글픈 듯 처량한 듯, 애잔한 듯 그리운 듯... 그렇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이다.
이 곡 이후로 부르는 노래는 왠지 모르게 자장가가 된다...
 
한강은 이렇게 흥얼거리며 부르게 되는 노래와 자신에게 있어 의미 있는 노래, 아끼고 아꼈던 음악들을 글과 함께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작가 한강을 가수라 칭하게 만드는 노래.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나지막하지만 힘있게 다가오는 노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음성으로, 역시나 가만가만 불러준다.
듣고 있음, 누군가를  위해 부르는 노래라기보다 왠지 나 자신에게 들려 주는 노래라는 기분이 드는데...
아마도 저자의 생각과 저자의 마음을 글을 통해 엿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늘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 생각과 내 마음을 낙서처럼 남겨 놓아도, 그걸 풀어낼 만한 역량이 없다면 쉬워 보이는 이야기 글이라 하더라도 흉내조차 낼 수 없다는 것.
언제가 되더라도 한강처럼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자박한 글을 적고 싶다.
그저 끄적거린 낙서거리들과 그저 남겨 놓은 활량한 기억들이 누군가에게 따뜻함으로 보여지고, 애잔하게 읽혀지고, 숨 쉬듯이 가슴 속에 남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적어 보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안한 마음
함민복 지음 / 풀그림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바쁜 책읽기를 해왔음을 알게 된다.

머리로 생각하고, 분석하고, 기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보단 책 안에서 무언가를 찾아 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빡빡한 책읽기를 해왔음을 알게 된다.

‘시’를 읽으면, 시를 느끼기 보단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행마다 단어를 분석하고 행간을 읽고자 노력해 버리고...

‘소설’을 읽으면, 소설과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배경부터 시작해서 주인공의 성격과 책 속 대화내용까지 분석으로 들어가 버렸음을 알게 된다.

난해한 책들과 마음을 곤두 세워 읽어야 할 책들 속에서 ‘정보’에 기뻐하며 어느새 순수한 책읽기의 기쁨을 잃어가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미안한 마음...


동화책 같은 그림들 사이로 자박자박 내어 놓는 이야기들이 내 가슴 속에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억지로 이해할 필요도 없고, 신경 곤두 세워 찾아내야 할 무언가도 없지만 저도 모르게 살며시 파고드는 따뜻함은 긴장 된 어깨선을 풀어지게 만든다.

내가 그동안 발랄한 즐거움과 긴장된 이야기 전개, 혹은 정보를 위한 책읽기에 숨차 있었나 보다.

책을 읽는 동안 쉴 새 없이 움직이려 드는 머릿속을 다독거리며 가슴으로 책을 읽어 간다.

따뜻하고, 소박하고, 감동적이다.

마흔이 넘은 노총각 시인 함민복 선생이 그려내는 삶 속엔 애틋한 정이 가득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는 어머니와의 평행선 같은 전화통화 내용을 적은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라는 시를 읽을 땐 절로 코끝이 찡해 오고 내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 보게 한다.


읽는 내내 아름다움이라는 건...

보기 좋고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건 절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아픔을 겪고, 고통을 이겨내고, 슬픔을 이해하고, 함께 기뻐하며 엮어간 그 과정들이 결국 아름답고 사랑스런 모습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애틋하고 따뜻한 이 책 한 권이 이렇게 값져 보이는 건 마찬가지로 저자의 아픔들이 이 안에서 녹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건조하기가 사막 같아

풀풀 날리던 모래알에 긁혀가는 상처로 가득했던 내 마음 속에 또 하나의 따뜻함이 퍼져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2-13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악한 천사 2007-02-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향기로운님 읽는 동안 쉼표를 하나 찍는 기분이었답니다. ^^
 
6월 26일 하멜른
케이스 매퀸.애덤 매퀸 지음, 이지오 옮김, 오석균 감수 / 가치창조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멜른을 향한다.
정의와 자비를 입고서 떠나는 요하네스는 어떤 심정인 것일까?
도제가 되어서 처음 맞게 되는 임무이다.
이 임무를 위해 스승으로 부터 받은 어릿광대 같은 색깔 있는 옷은, 스승의 묘한 미소와 함께 분명 무언가를 상징한다.
스승은 빨간색의 정의와 노란색의 자비를 알려주며 언제 어느 때라도 이 두가지를 기억하라고 한다.
요하네스는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힘든 길을 나아 갔고,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동화가 이렇게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시선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읽어가며 알게 된다.
어렸을 때 읽었던, 익숙하고도 그리운 동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가 슬그머니 깔려 있는 무겁고도 서글픈 생각들 덕분에 한 장, 한 장이 버거웠던 것은 사실이다.
 
저자들은 무엇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일까?
어린 날의 다정스러웠던 동화가 어느 새 무서운 사회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동화가 동화로 남을 수 없게 만든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정의와 자비가 살아 있음을 알려 주고 싶었다면 좀 더 완벽한 모습의 요하네스를 만들어 주었을 텐데..
확실하지도, 그렇다고 봐 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는 밉살스러운 캐릭터들을 두고서 무엇을 고민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읽는 내내 선명해지지 않는 그림자만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들끓는 쥐떼가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인간의 탐욕과 욕심, 욕망.. 그런 음험한 것들에 둘러싸인 인간의 나약함...
맞다..그렇다.. 이런 어두운 욕망들이 들끓고 있기에 하멜른은 고통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멜른 뿐만이 아니겠지.
저자들은 우리 인간의 이런 모습을 자각하게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배신과 음모로 점철 되어 있는 이 소설 속에 그래도 요하네스는 스승의 가르침인 정의와 자비를 실천하고자 한다.
 
우리의 법정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오히려 상반된 듯한 것이 바로 이 정의와 자비가 아니던가.
이것이 제대로 실천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마법의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은데..
요하네스는 최선을 다해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한다.
비록 그것이 최상은 아닐지라도, 가장 완벽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 자신의 노력을 다해 실천한다.
 
감탄을 터뜨리며 박수를 치고 싶은 소설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과 내가 배우고 지키고 싶은 게 무엇인지 한번 더 기억하게 해 준 책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왠지 태극기와 국가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국가를 이루는 한 구성원으로써 조금 더 깊은 생각에 빠지는 시간을 가져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5세의 선택 - 승자의 결단
무라야마 노보루 지음, 유순신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왜 하필 35세의 선택인 것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의 내 나이도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툭툭 치는데, 왜 35세에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일까?
답은 '커리어'이다.
쌓아 온 경험, 실력, 마인드들을 커리어라고 본다면 35세의 커리어가 가장 적당하는 것이겠지.
어느 직장에서나 어떤 기준에 의해 나뉘어지는 유형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보아 온 것 중에 이 책의 유형별 나눔이 가장 깔끔했던 것 같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변화에 대한 대응이 없는 삶은 개구리형
딱히 마음에 드는 직장이 없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전직, 이직을 하는 민들레 홀씨형
넓고 다양하게 아는 것보다 한가지 분야에 전문가가 될 정도로 한 우물만 냅다 파는 해바라기형
회사보다는 일을 우선하고 각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여 자신의 경험과 경력을 높이높이 쌓아가는 카멜레온형
 
이 4가지 유형을 보고 있음 우리 사회의 성격이 이렇게 변화해 왔구나..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IMF를 겪으면서 안정을 최우선시하고, 비록 내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안정된 직장을 잡았다면 직장 내에서의 변화 없는 보수주의를 선호하던 때.
 
그리고 일정 시간을 지나고서 경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옮겨 다니기도 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
내 기억에 이 당시에 아마도 헤드헌터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았지 않았나 싶다.
 
다음으로 CE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때쯤에 자기계발서적이 많이 나왔었다.
적성에 맞는 한 분야를 선택하여 내가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하라는 그런 내용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쏟아져 나왔던 책들의 성향을 봐도 대충 이러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이제는 혁신이라고 한다.
많은 것들이 변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때가 된 것이다.
만능 엔터테인먼트는 더이상 연예인만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닌 것이다.
4, 50대에 노후를 걱정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2, 30대에 노후 준비를 서두른다.
 혁신을 외치고, 눈 돌리면 변해 버린 사회에 빠른 대응을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책을 읽는 내내 어느 한 유형을 딱히 나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책에서는 카멜레온형을 본받아 자신의 커리어를 높이라고 말하지만
변하는 사회,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람...
그 속에서 한 유형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의 커리어를 높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게 된다.
일을 하면서 농담삼아 즐겨 하는 말이긴 하지만..
"몸값을 높여라!!" 라는 말을 간혹 꺼내곤 한다.
이것이 나에게 주는 자극이다.
내 몸값을 높인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의 커리어를 높인다는 말과 상통하는 것이다.
 
점점 치열해지는 삶 속에서 긴장을 늦출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에서도 유급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있는 마당이니... 얼마나 더 나 자신을 채찍질해야 하는 것일까.
성적순이 아니라던 행복이 어느새 커리어순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사회를 벗어난 '나'라는 존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하지만 행복을 향하는 발걸음에 무게가 더해짐을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칙한 여우! 넌, 꼬리가 몇 개니?
연제은 지음 / 무한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에 무척이나 심기가 상해 있던 차였다.
명품남을 작정하고 꼬신다니..
이 무슨 발칙하다 못해 괘씸한 발상인 것인지...
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던 건 도대체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것인지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미 처음부터 삐딱한 시선이었던 난 책읽기의 신중함이라는 것은 저멀리 던져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아뿔싸!!!
신중함을 상실하고 편견어린 시선으로 이 책을 바라봤던 나의 실수를 미안해 하고 민망해 해야했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부자 남자, 명품 남자를 작정하고 꼬신다는 것을 이렇게 공식적으로 내보이는 것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기 딱 좋으나, 이 책은 그렇게 값싸다는 시선으로 바라볼 만한 책이 아니었다.
다른 자기계발서 서적보다 훨씬 정직한 말솜씨로, 간단명료한 안내 명구로 나 자신의 생활방식을 뒤돌아 보게 만든 책인 것이다.
저자의 생활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명품남 꼬시자는 부분을 제외하곤 나의 허리를 곧추세우게 만드는 것이다.
내 생활의 게으름이 어디서 나오는지, 내가 나답게 생활하기 위해서 어느 부분을 좀 더 철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저자는 자신의 생활방식을 설명하며 나에게 길을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부자남자를 만나기 위해 지정장소에서 조깅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충 아무 옷이나 걸치고 아무 운동화나 신고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운동복 하나라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도록 하고, 헤어스타일도 깔끔하게 보기 좋게 만들고, 운동화도 부티나는 것으로 신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물론 명품남을 만나기 위해...라는 목적이 있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일들은 나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운동이 목적이긴 하지만, 그에 앞서 '나'의 모습을 먼저 다듬게 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을 바로 세우기 위한 하나의 절차가 아닌가 싶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일상 생활을 하더라도 '나 자신'을 먼저 바로 세우고, 마음가짐을 창창하게 만들어 느슨해 지는 자신의 모습을 경계토록 하는 것.
 
책에 관한 한 편견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던 나..
부끄럽다.
나 역시 '이 책은 나쁜 책이고 대책 없는 생각을 가진 한가로운 여자의 말장난이다...'라고 마음대로 규정 지어 놓고서 어디 잘못된 점이 있는지 세모꼴 눈을 하고 봐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을 보는 나의 시선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내 마음가짐의 날을 다시 한번 세울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이 정도의 책에 무슨 마음가짐까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나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하게 만드는 많은 부분들이 있었다.
나름 즐거운 책읽기였고, 얻은 게 있었던 책읽기였음에 기뻐하며, 저자에게 죄송스런 마음을 살짝 꺼내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