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마음
함민복 지음 / 풀그림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바쁜 책읽기를 해왔음을 알게 된다.

머리로 생각하고, 분석하고, 기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보단 책 안에서 무언가를 찾아 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빡빡한 책읽기를 해왔음을 알게 된다.

‘시’를 읽으면, 시를 느끼기 보단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행마다 단어를 분석하고 행간을 읽고자 노력해 버리고...

‘소설’을 읽으면, 소설과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배경부터 시작해서 주인공의 성격과 책 속 대화내용까지 분석으로 들어가 버렸음을 알게 된다.

난해한 책들과 마음을 곤두 세워 읽어야 할 책들 속에서 ‘정보’에 기뻐하며 어느새 순수한 책읽기의 기쁨을 잃어가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미안한 마음...


동화책 같은 그림들 사이로 자박자박 내어 놓는 이야기들이 내 가슴 속에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억지로 이해할 필요도 없고, 신경 곤두 세워 찾아내야 할 무언가도 없지만 저도 모르게 살며시 파고드는 따뜻함은 긴장 된 어깨선을 풀어지게 만든다.

내가 그동안 발랄한 즐거움과 긴장된 이야기 전개, 혹은 정보를 위한 책읽기에 숨차 있었나 보다.

책을 읽는 동안 쉴 새 없이 움직이려 드는 머릿속을 다독거리며 가슴으로 책을 읽어 간다.

따뜻하고, 소박하고, 감동적이다.

마흔이 넘은 노총각 시인 함민복 선생이 그려내는 삶 속엔 애틋한 정이 가득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는 어머니와의 평행선 같은 전화통화 내용을 적은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라는 시를 읽을 땐 절로 코끝이 찡해 오고 내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 보게 한다.


읽는 내내 아름다움이라는 건...

보기 좋고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건 절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아픔을 겪고, 고통을 이겨내고, 슬픔을 이해하고, 함께 기뻐하며 엮어간 그 과정들이 결국 아름답고 사랑스런 모습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애틋하고 따뜻한 이 책 한 권이 이렇게 값져 보이는 건 마찬가지로 저자의 아픔들이 이 안에서 녹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건조하기가 사막 같아

풀풀 날리던 모래알에 긁혀가는 상처로 가득했던 내 마음 속에 또 하나의 따뜻함이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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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3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악한 천사 2007-02-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향기로운님 읽는 동안 쉼표를 하나 찍는 기분이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