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핏언더에서 브렌다 동생 빌리. 빌리 체노위스.
빌리가 네이트에게 하는 저 말도 진정 명대사다. 처음 볼 때 참 감탄했었다. 어쩌면 저런 대사를 썼을까.
한국 드라마의 인물이 같은 대사를 한다면, "행복이란 개념에 속지 않으려 해. 문제만 생길 뿐이야" 이러면
딱인가? 어떻게 말하면 딱인가 생각하다가, 역시 정신의 체험, 정신적 체험을 말할 때 한국어로는 이미 절하를
전제하고 말하는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주제가 저 방향이면, 누구든 '내 아무리 소리친들 누가 내 말을 들어주랴' 심정으로 말할 것 같은? 개인적 경험이면, 아무리 중대한 정신적 경험이라도, 언제나 사소화를 감수하며 말하기.
빌리와 클레어가 빌리의 모교이고 클레어가 다니고 있는 LA의 미술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만나
한 교수의 무능함, 무능함에도 불구한 유명세에 대해 '뒷담화'하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그가 왜때문에 미술계에서 인정받고 학교에선 실세인가? 이러는 클레어에게 빌리의 말은: I know. Shit definitely rolls up hill.
부패한 이들이 주로 (부패한 이들만이) 상향이동한다.
영국 철학자 콜린 맥긴이 The Atheist Tapes에서 하던 말 "사악한 인간이 번영하고 덕있는 인간은 그러지 못한다 Wicked people prosper and virtuous people don't." 덕있으며 성공한 인간들도 사실 적지 않고 사악하며 나락에 빠진 (어떤 의미로든. "번영"의 반대로서) 인간들도 다수임을 생각하면, 이 말엔 파편적 (부분적) 진실만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그와 비슷하게 빌리의 "Shit rolls up hill"에도 파편적 진실만이 있을 뿐이라 해도, 그 진실은 얼마나 강력한가. 그리고 HBO의 드라마들이 언제나 그러듯이, 식스핏언더 또한 구체를 통해 보편에 도달하며 보편의 불변성을 파괴하는 드라마이므로, 아주 대단히 강력한 보편적 진실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어요. (*구체를 통해 보편에 도달하며 보편의 불변성을 파괴함: 이 구절은 <미학이론>이 출전입니다. 이때다 한 번 써보고 싶어져서......)
식스핏언더에서 그런 장면과 대사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좀 견딜만해지는 고통들이 있고, 그에 대해 나는 서재에 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