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빼기 소동
현상선 글, 송아지 그림 / 비움과채움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이제?"

"그래, 인자 방에 들어가서 실 찾아 온나."

 

이건 무슨 대화일까? 말만 들어선 갸우뚱 하겠지만, 선명한 노란색 바탕에 '이빨빼기 소동'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그림책 표지만 보면 금세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맞다! 실로 잡아당겨 이빨을 빼는 이야기다.

표지에는 까까머리 남자아이가 길게 잡아늘여진 줄을 붙잡고 있는데, 그 순진하고 장난스런 표정도 재미있지만 글씨 속에 숨어있는 그림도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이빨빼기 소동'에서 동그랗게 벌린 입 모양인 '이'의 ㅇ은 가운데 아랫니가 하나 빠진 입 모습이고, '빨'의 ㄹ과 '빼'의 ㅐ 끄트머리는 '소동'의 머리 부분에 부딪쳐 조각나고 깨진 모양을 하고 있다. 거기에 남자애가 붙잡고 있는 줄이 '동'자의 ㅇ에 걸려 속표지로 넘어간다.

줄을 따라가 겉표지를 넘기면 속표지에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여자아이 얼굴이 있고, 줄이 그 여자아이의 아랫니 한가운데 흔들리는 이 하나를 꽉 붙들고 있다. 꿈틀꿈틀 하면서 나가기 싫어하는 듯한, 울상을 하고 있는 이의 표정을 보시라!^^ 

다시 한 장을 넘기면 그림책 제목과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초가집 지붕이 보인다.

지붕 위에 앉아있는 까치 한 마리가 제 앞에 떨어진 이를 보고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친구 까치에게 손짓을 한다. 아마도 이랬겠지.

"이거봐 ! 여기 또 헌 이가 올라왔어!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가 새 이를 갖다준다고 믿고 있나봐!"

 

지금도 손자들의 흔들리는 이를 빼줄 때 이 방법을 쓰는 어른들이 있다. 하지만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실로 잡아당겨 이를 빼는 건 무지막지한 방법일 뿐이다. 어른도 무섭고 아이들도 무섭다.

'치과 가서 몇 천원이면 간단히 뺄 수 있는데 뭐.'

이를 빼러 손 잡고 치과에 가는 우리들에게 '까치야 까치야~ 헌니 줄게, 새이 다오~"란 노래와 함께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정답고도 따스하다.

"오빠야는 안 아프게 이빨 뺄 줄 안다."

"절~대로 니 아푸게 안 하께. 만약에 아푸게 하믄 니 업고 동네 열 바퀴 돌께."

큰소리 치던 오빠는 실로 묶어 잡아당겼을 때도 실패하고, 문고리에 잡아매두고 문을 확 열면서 빼는 데에도 실패한다. 요번엔 빠졌겠지, 하면서 쳐다보다가 하하~!

동생 선이의 흔들리던 이는 며칠 뒤 사과를 먹다 저절로 빠진다.

그림책은 선이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지나 지붕 위로 빠진 이를 던지는 그림으로 끝난다.

까치에게 새 이를 달라는 노래와 함께.

 

읽고 나서 미소가 절로 흐르는,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림책이다.

소박한 정서가 그대로 전해져오는 그림과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

아이들에게 "옛날엔 그랬어~" 하고 길게 설명해줄 필요 없다. 이 한 권 같이 읽으면 이빨빼기 소동과 함께 전해져오는 오롯한 정서를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해줄 수 있을 테니까.

끝까지 남은 궁금증 하나. 오빠는 동생 선이를 업고 동네를 열 바퀴 돌았을까, 안 돌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