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1
팻 허친즈 지음, 박현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팻 허친즈'라는 작가를 내가 그림책으로 접한 것은 이 책이 두번째이다. 이 책 '티치' 외에 '바람이 불었어'라는 그림책이 있었다. 이 두 권을 읽고나니 작가의 성향을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이 불었어'는 바람이 분다는 사실을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고 다만 바람에 물건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바람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한 책이다. 그리고 '티치'는 세 형제 중 가장 어린 아이인 '티치'를 주인공으로 하여, 가장 어리지만 그 속에 얼마나 큰 꿈과 희망이 자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두 권을 비교해 보자면 글과 그림에 여백이 많고 함축적인 것이 공통적인 특성이다. 또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내비치지 않고 다른 사물들에 슬쩍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이 작가의 매력이라 하겠다. 그러나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 조금 설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내용도 짧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숨은 속뜻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가 큰 형이나 누나에 비해 언제나 작은 것만 갖고 노는 티치, 하지만 티치가 심은 씨앗은 형이나 누나보다도 더 크게 쑥쑥 자란다. 자신이 심은 씨앗이 커지는 것을 보며 형과 누나 앞에서 으쓱하는 티치. 그러나 씨앗은 누나도 형도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비유라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책을 보는 아이가 그 나무의 자람을 자기의 꿈이나 희망의 자람으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보건대, 전체적으로 그리 흠잡을 데는 없는 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게는 어딘가 미진한 느낌이다. 딱히 와닿지 않는다고 할까. 그러나 이것은 달랑 아이 하나인 우리집에서 같은 형제끼리의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그리 실감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작가의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뒷소감이 허무했던 '바람이 불었어'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 재밌기는 했지만 그리 적합한 비유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던 '티치'. 다른 책은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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