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마리 눈먼 생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8
에드 영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뚜렷한 색감 대비였다. 겉표지부터 검은 테두리에, 검은 색 생쥐가 그려져 있고 속지에도 검은 색 바탕에 선명한 색색깔의 생쥐들이 등장하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일곱마리의 생쥐들이 코끼리를 더듬어보며 무엇일까 알아맞춘다는 이야기인데, 내용과 걸맞게 색감을 잘 선택하여 인상적이었다. 코끼리의 커다란 몸집과 생쥐의 작은 몸집이 그대로 대비되어 있는 것도 미소를 자아낸다. 

  '장님이 뭐 더듬는 격'이라거나 '부분만 보고 전체를 말할 수 없다'는 등의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이 이야기는 인도의 설화를 각색한 것이라 한다. 내용도, 이야기의 흐름도 재미있게 느껴졌으나 주제가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지 않는달까. 하고싶은 말이 다 나와있어 정답이 적혀있는 문제를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마지막장에 이르러서는 '생쥐 교훈'이라 명시하여 '부분만 알고서도 아는 척할 수는 있지만 참된 지혜는 전체를 보는 데서 나온다'는, 그림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훈시적인 문장도 집어넣고 있다. 잘 읽어가다가 확- 깨었던 페이지였다. 이 문장은 될 수만 있다면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렇게 '교훈'이라 못박아놓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해석할 것을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턱없이 근엄한 이 마지막 장의 문장으로 인해 이 '일곱마리 눈먼 생쥐'는 순식간에 교훈적인 그림책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한 두가지 아쉬운 점을 제외한다면 잘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네살박이 우리 아이는 아직 이 이야기가 던져주는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하고 그저 코끼리와 생쥐 보는 재미로 이 책을 보고 있다. 글은 많지 않지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므로, 아주 어린 아이보다는 조금 더 큰 대여섯살 아이들에게 적합할 것이다. 특히 이 그림책을 읽을 때, 생쥐와 코끼리 모양을 만들어 아이들과 놀면서 함께 본다면 더없이 좋을 듯. 그림솜씨 없는 나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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