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의 낮잠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39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한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먹이사슬이나 천적의 관계, 생태계의 순환고리들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많지만 그것을 '교육'의 느낌이 들지 않게 또는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해주는 책은 참 드물다. 이 책은 그 드문 책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우연히 이 책을 빌려와 한번 후르륵 읽어보고선 곧바로 책을 구입하였다.

  겉표지에는 비를 기다리다 지친 녹색 개구리 한 마리가 몸을 축 늘어뜨린 채 커다란 나무 위에서 낮잠에 빠져 있다. 그리고 바로 뒷장 면지에는, 그 개구리가 열심히 나무 위로 기어오르는 모습이 구석에 그려져 있다. 잠을 자기 전에 이렇게 나무 위로 기어올랐을 것이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이 우스꽝스럽다. 한 장을 더 넘겨 지은이와 책이름과 출판사 이름이 다시 한번 적혀있는 속지를 보면, 개구리는 한쪽 눈만 치켜뜨고 비가 오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제 곧 잠에 빠져들려는 자세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뒷장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인 개구리는 잠을 자고, 책을 읽는 우리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네가 낮잠 자는 동안 일어난 일들을 알고 있다' 식이라고나 할까!      

  개구리가 자는 동안 사마귀가, 도마뱀이, 쥐가, 뱀이, 독수리가 차례로 다가와 개구리를 잡아먹으려 한다. 사마귀가 도마뱀을 보고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또 도마뱀이 쥐를 보고, 쥐가 뱀을 보고, 뱀이 독수리를 보고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개구리는 진작에 잡아먹혔을 것이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천적들이 계속 나타나 태연스레 잠만 자는 개구리를 구원해준다. 그리고 먹이사슬의 상위층인 독수리가 눈을 번뜩이면서 개구리에게 다가드는 순간, 우르릉 쾅쾅 커다란 천둥소리가 들린다. 개구리가 그렇게 기다리던 비가 개구리를 구원해주는 것이다. 비가 온 뒤에야 반가운 표정으로 눈을 뜨는 개구리. 개구리에게도 그렇겠지만 읽는 우리에게도 결말의 처리가 아주 시원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단순한 그림의 맛과 "앗, 000다!" "바로 그때" 등 반복적인 글의 맛을 즐기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다. 대상의 특성만을 간단히 요약해 보여주는 그림은 사족이 붙지 않은 선(線)과 넉넉한 여백으로 눈에 산뜻하게 들어오며, 글 역시 압축된 문장으로 그림과 잘 어우러져 있다. "앗, 000다!"나 "바로 그때" 와 같이 반복적인 리듬을 타는 부분을 커다란 글씨로 강조한 것도 맞춤하게 어울린다. 특히 그림을 보면, 상당히 신경써서 이 책을 만들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일견 똑같아 보이는데도 시간과 상황의 흐름에 따라 배경을 세세히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구리가 누워있던 나뭇가지는 처음엔 이파리가 세 개였는데 한 개씩 떨어져서 비가 올 무렵에는 하나도 없으며, 책의 뒷표지에는 비가 내려 새로 생긴 웅덩이에서 개구리가 활짝 웃고 있다. 본문에 붙이지 않고 이런 식으로 독자들의 상상을 유도한 것이 신선하고도 재미있다.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무엇에 견줄 수 있을까. 아이도 좋아하지만 아이보다 내가 더욱 신이 나서 목소리를 높여 이 책을 읽어주고 있다. 잡아먹으려 드는 동물들이 있든 말든 편안하고 느긋한 표정으로 잠을 자는 개구리, 동물들 눈동자의 움직임, 또 잡아먹으려 할 때와 줄행랑 칠 때의 표정 변화..., 어찌 이 책이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의 작가는 '미야니시 타츠야'로 전혀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그는 이 한 권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의 반열에 끼이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