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까지나 엄마를 사랑할 거예요 - 행복한 그림책 읽기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그림, 양희진 옮김 / 계림닷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지만 그림책에 있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작은 아기곰이 엄마 품에 안겨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는, 이 책의 겉표지를 보았을 땐 조금 실망스러웠다. 특별히 촌스럽진 않았지만 봉제 곰인형같이 그려진 그림과 파란 글씨가 그리 예뻐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치장된 그림책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었을까.

그런데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나는 조금씩 그림 속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기곰과 엄마곰이 같이 부르는 사랑의 노래, 그 정다운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고 풀밭 곤충들, 비와 바람의 노래, 눈 내리는 풍경 속에 곰가족의 사랑이 그대로 덧입혀져 있었다.

아기와 엄마의 대화는 어쩌면 이리도 시적(詩的)일 수 있는지. 미소가 번져나게 하는 사랑스런 대화, 그리고 그토록 신기한 풀밭 생물들과의 조우. 이들은 마치 노래하듯이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비와 바람은 또 얼마나 멋진 친구인지. "비야, 비야, 나는 비야. 아기곰아, 내가 너를 적셔줄게...바람, 바람, 나는 바람. 아기곰아, 내가 비를 밀치고 너를 날려줄게"  바람과 비 속에 놀다 들어온 아기곰에게 엄마곰은 묻는다. "아기곰아. 비와 바람이, 바람과 비가 무슨 노래 불러줬니?"

겨울에 내리는 눈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하얀 눈밭을 걸어 집안으로 들어가는 곰가족의 모습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이 끝난다. 그리고 나는 몇 분 사이에 훈훈해진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시(詩)가, 사랑이, 아기가 동의어일 수 있다면 아니, 하나의 노래일 수 있다면 아마도 이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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