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없는 탄생 - 샘터유아교육신서 24
프레드릭 르봐이예 지음, 주정일 옮김 / 샘터사 / 198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기를 낳기 전에 나는 '아가'라는 존재가 정말이지 낯설었었다. 임신을 하고 있는 중에도, 태동이 느껴지고 분명 내 뱃속에 한 생명체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무지 실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두려웠던 것 같다. 어떻게 이 새로운 생명을 대하고 느껴야 할지 자신이 없었다. 남들처럼 태담을 하고 좋은 음악을 듣고 수시로 아이와 교감을 느끼려 애썼지만 그것이 내게 자연스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내겐 무엇보다도 아이가 내 자궁에서 빠져나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것은 지식으로써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의 존재에 대한,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힘을 빌어서였다. 물론 전적으로 이 책의 덕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여러가지 관련책들을 뒤적거렸고 그리하여 수술실에서 끄집어올려지는 핏덩이로서의 아기(아무래도 낯설게만 느껴지던)가 아닌 내 감정을 공유하고 같이 느끼며 세상에 처음 나와 내 배 위에서 숨쉬게 될 아기를 상상할 수 있었다. 그 아기는 웃는 아기였고 모든 감각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기였고 행복한 아기였다. 이전에는 내가 중심이던 것이 이 책을 읽고난 뒤에는 내가 뱃속에 있는 아기인 양, 아기의 눈이 되어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내가 아이를 낳을 당시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르봐이예 분만법을 요구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분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져, 당시 너무나 부러웠던 여러가지 분만법을 시행하는 병원이 많은 듯 하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아이와 엄마의 정서적 유대감이 공고히 연결되고 또 아이를 받는 엄마의 마음이 지극한 경외감과 기쁨으로 채워져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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