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보다 순수하고 노인보다 지혜로울 수 있다면
김인경 지음 / 혜문서관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살아가는 일은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아무리 마음을 추스리고 가다듬으려 해도 불쑥불쑥 돋아나는 절망과 고통, 근심과 노여움은 쫒아내기 어렵다. 무엇이 이렇게 사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어찌 해야 이 모든 근심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어떻게 분노와 실망을 쫒아내고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만을 깃들게 할 수 있는지 알 도리는 없다. 아니 사실은 우리 모두가 그 해답을 알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문장을 실행하며 사는 것도 도인의 수행처럼 어렵게만 느껴진다. 우리는 그저 노력할 따름, 고통을 쫒아내기란 여전히 힘들다.

그렇게 마음이 부산하고 힘들 때, 혹은 허전하거나 절망적일 때 나는 이 책을 읽는다. 소년보다 순수하고 노인보다 지혜로울 수 있다면. 책 제목 그대로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이 책에는 우화와 동화,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섞여서 실려있다. 마음이 텅 비어있는 것만 같았던 어느 날, 나는 이 책의 어느 이야기를 읽다가 울었었다. 그리고 비 온 뒤 맑게 개이는 하늘처럼 내 마음이 청명하게 가라앉는 걸 느꼈다. 사람이 살아가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지, 희망이 얼마나 작은 것에서도 움터날 수 있는지, 기쁨이 혹은 행복이란 것이 얼마나 작은 것에서도 샘솟을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살아있음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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