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보는 눈이란 정말 어른들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느낀 책이다. 독자서평과 더불어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이 좋아 구입했는데, 첫눈에 그림도 별로인 것 같았고 내용도 두돌 갓 지난 우리 아기에겐 무리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별로 열심히 읽어주려는 노력도 안한 채 '이건 좀 나중에 읽어줄 책이구나'하고 책장에 꽂아놓았는데 며칠 뒤 우리 아기가 책 읽어달라고 이 책을 내게로 가져왔다. 각기 다른 색깔의 크레파스들이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는 게 다소 어지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였다.한 예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책은 내용과 그림이 이 책보다 더 쉽고 재미있는 느낌인데도 아이는 그 책은 안 보려 하고 (아직 좀 어려워하는 듯) 이 책은 본다. '크레파스'라는 소재의 친근함이 큰 몫을 했을 터이지만, 그보다도 이야기가 상상력이 넘치고 창의적이어서 그러지 않나 싶다. 크레파스 통안에서 작은 크레파스들이 답답하다며 뛰쳐나와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까만 크레파스의 화려한 반전이 있는 이야기.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기에 그만이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 눈에는 여전히 그림이 흡족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