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서점에서 보고 사게 된 책. 나는 그림책을 고를 때 제일 먼저 그림을 보고 (그림이 어수선하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책을 펼치고 싶지도 않다) 그 다음엔 글이 어떤지를 본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글은 너무 길거나 설명적이면 지루해지기 마련. 간략하면서도 그림과 잘 어우러져 있고 이야기의 전개가 자연스럽고 재미있으면 합격점.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글과 그림의 조화, 그리고 소재의 기발함으로 충분히 합격점 이상이었다.일단 그림의 선이 깔끔하고 주인공이 되는 동물이 페이지마다 뚜렷하게 부각되어 있어, 보는 느낌이 시원시원하다. 거기에 각 페이지마다 대화체로 이어지는 문장들이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서 읽어줄 때 재미있는 리듬을 타게 한다.'에그, 이게 뭐야!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나? 아니야. 내가 왜?''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 걸''똥'이라는 조금은 우습게 느껴지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에게 동물들을 친근하게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또한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동물들과 그 동물들의 똥을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크기'의 대비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도 이 책의 매력. 너덧살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깔깔대고 무척 좋아할 만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똥의 매력에 푹 빠져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