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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침체에서 벗어나는 길
조엘 비키 지음, 윤석인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04년 8월
평점 :
잘 믿던 신자도 어느 한 순간에 함몰된 웅덩이 같이 크게 시험에 들거나 낙심될 때가 종종있다. 그것이 영적 침체라고 표현될 수 있는 순간인데,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그때에는 가끔 세상적인 즐거움에 취하기도 하고, 어찌할 수 없었다는 듯이 자기 자신을 변호하고 변명하기도 한다. 그런 때가 매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쩌다 그럴수도 있지, 이제 회개하고 다시 잘 살면 된다는 자기 위로를 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영적 침체를 매우 심각하게 다룬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고 심각하게 경계해야하고, 지혜롭게 분별해야 하고,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대처해야함을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영적 침체가 ‘하나님을 무시하고, 그리스도를 거부하며, 성령을 근심시키고, 율법을 짓밟으며, 복음을 오용하는 죄’라고 말한다. 설마 그렇게 까지 생각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 나는 그리스도를 거부하지도, 하나님을 무시하지도 않았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의 생각의 추이를 지켜봤더니 작은 순간의 죄악들, 선택의 순간에서 하나님을 없이 생각하고, 성령을 근심시키는 신실치 못한 행동들이 나도 알지 못한 사이에 누적되어 나를 영적으로 침체시킴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은 저자의 진단들을 보면서 느끼게 된 생각이었다.
저자는 교회 전체가, 그리고 신자 개인이 영적 침체에 빠져드는 단계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세속화, 불신, 무관심과 무지, 인간 중심적 태도 등이 교회 전체가 영적 침체에 빠져드는 단계라면, 그것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개인기도, 은혜의 수단, 내면의 부패들은 신자 개개인의 영적 침체의 단계 속에 나오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사실 개개인의 성도들이 교회이고, 그들이 모인 공동체는 교회를 이룬다. 개인의 영적 침체는 곧 교회의 침체로 이어지고, 한국교회와 더 나아가 지상의 전 교회가운데로 번져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요인들은 내가 느끼지 못하고, 괜찮다고 안심하고 안주하고 있을 때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목조목의 진단과 자기반성을 통해서만이 신자 자신과 우리의 교회를 살릴 수 있고, 교회를 교회답게 세울 수 있는 길이다.
저자의 글을 통해 또한 나는 청교도적인 문체들을 볼 수 있었다.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조목조목 따져 들어가고 인간의 내면의 심층을 파헤쳐서 도려내고 싸매는 듯한 다양하면서도 깊이있는 통찰, 그리고 많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찌르기도 하고, 도전을 주며, 명쾌한 답변까지 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진단에의 명쾌한 만큼 답변과 치료의 풍성함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또한 중간 중간 복음의 중요한 진리와 교리들을 풀어 설명해 줌으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성장은 이 책의 다른 장점 중에 하나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시대에 대한 적용의 문제이다. 청교도들과 같이 인간의 내면의 심층을 깊이 파헤치고 성경에 근거한 대안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호소력 있게 재해석된 우리의 치료방법들이 구체적으로 제안되거나 제시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과학의 만능주의의 시대, 인류 의식의 진보의 시대, 국제 관계 속에 경쟁력의 시대를 살고, 개인화되고 상대성화 된 자기 본위 적 편의주의에 사로잡힌 포스트 모던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과 독자대상들에게 조금 더 실제적이고, 시대진단적인 부분이 다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되면 청교도의 성경적 대안과 질문의 예리함과 아울러 적용의 구체성속에서의 탁월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가 나와 같은 그리스도인의 경우에 있어서는 성경중심의 내용만으로도 우리 자신의 내면을 바로보고 성경을 통해 치료되는 좋은 회복제로서의 역할은 훌륭히 해냈으며 침체된 영혼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 임을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