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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대한제국 100년 후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공감코리아 기획팀 지음 / 마리북스 / 2011년 1월
평점 :
100여 년 전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제국'이었다. 짧기는 했지만 황제도 있었고, 자주독립과 근대국가를 이룩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시기. 그 후 100년 동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의 길을 걸으며 상처 섞인 발전을 이루어왔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미만이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에 육박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던 곳, 캄보디아에서 무상원조를 받을 정도의 나라가 30년 사이에 경제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1980~1990년대의 아픔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내면서 근대화에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이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의 개최국이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G20 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2010년 10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 광화문 해치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 공개 강연회 내용을 담았다. 세계의 금융위기, 빈곤, 환경파괴, 기후변화 등 많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바로 G20 정상회의였다. 100년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으며 엄청난 발전을 이룩해온 것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 우리는 앞으로의 세계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은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가 앞으로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구수환, 금난새, 김경훈, 김광웅, 김용택, 김학준, 나경원, 민경욱, 박세일, 양승룡, 유홍준, 윤평중, 이상묵, 이석연, 이석형, 이원복, 이자스민, 조봉한, 조정래, 주철환, 한비야, 홍준표. 총 22명의 인사가 명사의 강의라 해서 인터뷰 식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평범한 인문서적의 형식을 띄고 있다. 각기 자신이 처한 상황, 믿고 있는 가치에 따라 미래의 우리나라가 목표로 삼아야 할 것에 대해 다양하게 피력하고 있지만, 그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인간'이다.
이제 기술로만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관계맺기'를 원한다. 페이스북, 트위터가 그토록 이슈가 되는 것이야말로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서로를 알고 싶어하면서 인간적인 감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대두되는 것이 바로 '인권'이다. 학생의 인권, 교사의 인권, 장애인의 인권, 성소수자의 인권 등 인간의 권리에 대해 그 어느 시대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은, 본래부터 중요시했어야 할 가치인 인간에게 올바른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것이 또한 '글로벌 세계'다. 말로만 하는 글로벌이 아니라 이제는 눈에도 보이는 글로벌 세계. 그 증거로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은 단일민족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 인권, 글로벌 세상. 모두 전쟁이나 냉전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 대화를 바탕으로 이룩할 수 있는 가치들이다.
하지만 강연 내용에는 의외로 원론적인 사항들도 더러 있어서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우리가 모두 한 몸이 아닌 이상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자의 이익이 걸리면 그 상황에 따라 중요시하는 가치의 우선순위가 변할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평화와 공존을 원하는 것은 모두의 희망이 아닐까. 그 누구도 전쟁으로 상처받거나 고립된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100년 동안 우리나라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온 것처럼 앞으로의 100년, 200년이 찬란하게 빛나기 위해서는 잠깐 멈춰서서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 이 책이 함께 한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