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부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세상 참 좋아졌어. 우리 때는 이런 거 상상도 못했는데" 그럼 저는 불과 2,30년만에 크게 변화한 세상을 새삼 둘러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2,30년 후를 살아갈 인생들에게 작은 질투도 합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과학의 달 행사때마다 그렸던, 우리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어쩌면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한 번쯤은 그 세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기도 해요. 그런 질투와 욕망은 그 세상 속에서 정말 살아보고 싶다, 가 아니라 그저 한 번 보고 싶다의 선에서 끝납니다. 현실의 저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별로 관심도 없고, 생활이 디지털화되어 갈수록 아날로그적 생활에 깊은 정을 느껴가고 있는 정도니까요. 모든 것은 순리대로. 그것을 거스르려고 하면 더 심한 부작용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평소 저의 생각입니다. 우리가 조금씩 다가가고 있을 '죽음'도요.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은 순리에 맡긴다고 해도 사랑하는 이의 죽음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진심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언젠가 우리도 유비쿼터스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미 그 초기 단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에요. 그런 우리의 상상과 바람이 실제로 이루어진 사회, 그 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아내 '이후'를 암으로 잃은 남자 홀. 그녀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 그의 앞에 어느 날 이후로부터 메일이 도착합니다. "여보, 나야. 잘 지내?" 그 메일에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바이앤바이의 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었죠. 큰 혼란과 두려움 앞에 선 홀. 그는 망설이지만 결국 가상의 세계로 아내를 찾으러 떠납니다. 오르페우스가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기 위해 지하세계로 떠나는 것처럼. 

[굿바이, 욘더] 에서 나타난 것을 정리해보면, 죽음으로 내세워진 시간의 유한성과 존재의 진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에요. 죽음 뒤에 무엇이 있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 순간의 고통,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한다는 아픔. 그 모든 것이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진부한 표현일지라도 시간의 유한성에 의해 그 시간 안에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지 않고 무한하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요? 소중한 하루를 위해 열심히 뛰고,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오래 있고싶어 하며,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은 아마 우리 삶에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물론 욘더와 같은 세상은 우리에게 큰 유혹이겠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일입니까요. 하지만 생각해 봅시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지하세계에서 구출(?)하는 것에 성공했다면, 과연 그들의 사랑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을 수 있었을 지를.

[굿바이, 욘더] 는 죽은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영원'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욘더로 들어오고자 하지만 욘더가 과연 진실일까요? 기술 발달로 인해 만들어진 세계, 어떻게 죽은 사람들의 의지가 가상 세계에서 만나 영원한 행복을 약속할 수 있는 걸까요? 이성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면 이 책으로 인해 꽤 머리가 복잡해지실 거에요;;)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욘더에서 이후와 홀의 아이는 자라지 않습니다. 그저 머무는 거죠. 이후와 홀의 시간도 '그저' 흘러갑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 어떤 노후를 마련하겠다, 무엇을 해서 행복해지겠다,같은 이쪽 세상에서 가지고 있었던 활발한 에너지를 보이지 않아요. 그런 삶이 정말로 행복인지, 그리고 '진짜'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 될 겁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리뷰를 적는 이 순간도 제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 지 의문이 듭니다. 유토피아를 향한 작가의 고뇌가 엿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중간중간 집중력이 끊기는 것이, 뭐랄까,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기보다는 토막토막 끊기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그러나 디지털 세계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미래 세계의 발달된 기술에 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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