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수아비의 여름 휴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오유리 옮김 / 양철북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시게마츠 기요시의 작품을 한권씩 한권씩 읽을때마다 난 가족을 생각하게 되고,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그 사람다움의 냄새에 기분좋아진다.
"비타민 F", "일요일의 석간", " 오디세이 왜건, 인생을 달리다" 그리고 이번책에 이르기까지 사람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역시나 변함이 없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좋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면 너무 과한가? 한결같이 조근조근하게 따뜻한 시선으로 자연스러운 감동을 이끌어내는 그의 문체와 그의 시선이 그렇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사는게 맞다는둥,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둥 강압적이고 책임감 듬뿍 들어있는 말로 독자를 가르치지도 않는다. 편한 옆집 아줌마, 아저씨, 옆집 언니나 오빠나 형의 입으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아주 잘난 사람도 아주 못난 사람도 아닌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입으로 나는 이렇게 살았어요 그런데 인생이란게 이렇게 사는게 옳은걸까요 그 답을 찾는게 참 쉽지가 않네요 행복해지는 법이라는게 과연 있을까요 하면서 자신없지만 스스로에게 질문하듯 인생을 이야기할 뿐이다. 이번편에서는 선생님 두 분하고 등교거부 학생 한명의 입으로 이야기 하는것이 다를 뿐이다.
그의 전책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등장인물이 30~40대의 남성에다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 그리고 집에서는 아이들을 돌보는 아버지라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그 막중한 책임감에 힘들어하는 가장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수 있다는 것이 차이랄까? 그들을 보면서 난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학창시절속의 선생님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막중한 역할에 힘겨워하면서도 가장으로서의 듬직함을 기대하는 가족들을 위해 내색하지 못한채 스스로 끌어안을수 밖에 없는 그 쓸쓸함을 난 눈치채지 못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어깨에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이렇게나 무거운 것이었음을!
그리고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존재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어렸을때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얼마나 커보였는지 모른다. 그들은 세상에 대해서 다 알고 있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일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그렇게 커보이게 느껴지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들도 매일 매일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후회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약한 사람들임을. 늘 옳은 결정을 할수도 없고 실수도 많이한다는 것을.
선생님도 늘 도덕적인 것만을 강요할수 밖에 없었다는 이유도 말이다. 노력과 인내가 보상받지 못하는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언젠가는 보상받을 거라고 믿고 싶어서 간절하게 믿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는 그 속내를 알게 되었기에 말이다. 아버지와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애환을 통해 그들을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 그들도 나와 같이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의 등교거부 아이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화해하는 법을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을 볼수가 있었다. 너무나 힘들고 힘들었지만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날수 있다는 것을 !
이 세명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사람다움을 한껏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식어가는 여름을 이 책과 함께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