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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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울었을까? 아니다. 조금이 아니었으리라. 혼자서 눈이 붓도록 퉁퉁 부은 눈을 하고도 안 운척 센척하면서 아무 일도 아닌 것 처럼 그리하였을 것이다.

 

[아주, 조금 울었다]제목에서 "아주"와 "조금"이 나를 이끌었다.아무말 없이 오래 같이 울어주는 친구처럼 이 글은 나에게 그리 다가왔다.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우는것 밖에 할 줄 모르는데 괜찮다는 말도 필요없이 곁에서 그냥 같이 울어주는 친구녀석 같았다. 슬픔과 아픔과 고독함이 물밀듯이 찾아오는 밤,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밤에 이 글을 읽으면서 마냥 울었다.

 

 목에 탁 하고 걸린 생선가시마냥 추억이 불쑥불쑥 나타나 나를 힘들게 할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넘어지는건 울 일이 아니야. 다시 일어나서 걸어가면 된다"고.

 

처음 걸음을 걷는 아이마냥, 넘어져서 무릎이 다 까져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을때 엄마가 넘어져도 괜찮다고 얼른 일어나서 이리와하고 말씀하셨다.달려와서 일으켜주지는  않고 곁에 올때까지 멀리서 기다리던 엄마가 그 때는 참 서운했었다.하지만 그 응원이야말로 내 힘으로 걷는 작은 한 걸음이자 치유의 시작임을 엄마는 알고 있었다.언제까지고 엄마가 다 해줄 수는 없는 법임을 엄마는 알고 있었기에 그랬으리라.그래 넘어지는건 울일이 아니다. 울고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툴툴 털고 일어나서 걷다보면 곧 괜찮아지지 않던가? 물론 한동안은 아프고 걷지도 못할것 처럼 쓰리고 절뚝절뚝 거리지만 어느새 또 딱지가 생기고 새살이 돋지 않던가.

가만히 고개 숙여 울고만 있던 나에게 어서 일어나서 걸어보자고 약바르고 다시 뛰어놀면 된다고 말해주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아픔을 모르는척, 강한 척,센척 하지 말자고 그는 말한다. 자신의 생살에 피가 나도록 긁지 말라고 한다. 남의 아픔은 잘 알면서도 나의 아픔을 상처는 보다듬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그러지 말자고 한다. 내 아픔도 내 상처도 상처주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고 외치는데 그 마음에 찡했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아가들이 자신의 얼굴을 긁지못하도록 손쓰개를 해놓듯 내마음에도 마음쓰개를 해놓고 싶었을까?

 

다시 한걸음을 걷기가 힘들어서 울고 있다면 이 책이 많은 답을 줄것이다.다시 걸어보자고 곁에서 응원하고 있는자들이 있다고...

 

 

 

 

 

그래서 아무말 없이 오래 같이 우는 사람은 아마도 비슷한 아픔이 있는 사람들 일거야.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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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장석주 지음 / 여문책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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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과일은 겨울에도 여름에도 어느때도 하우스에서 생산이 가능한데 자두만은 그 계절에 그 때에만 먹을 수 있다. 나무에서 자라는 녀석인데도 하우스 재배가 불가능한 모양이다. 그래서 더욱더 먹고 싶어서 1년을 꼬박 기다린다.

말린 자두맛이 아닌 그 여린 껍질과 빠알간 색상과 노오란 속살을 한입 가득 베어 물고 싶어서 매년 자두 나오는 날만을 꼬박 기다린다.

그런 자두덕후이기에 혹은 자두를 좋아하는 자로서 책 제목만으로도 낚였다.

 

게다가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니~! 더욱더 궁금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픔을 맛본자가 된 것일까? 나도 모르는 그 슬픔이란 과연 어떤 슬픔이었던가? 나도 모르는 슬픔에 장석주라는 글쟁이의 글에 매료되어서 비오는 날 빗소리 들으면서 싱그러운 자두맛을 반추하면서 읽었다.

 

남의 독서기는 늘 궁금하다. 그것도 글을 꼭꼭 씹어서 자신의 것으로 읽고 만드는 자의 글은 집중해서 한 자라도 더 배우고 싶고,없는 시간이라도 내어서 꼭 읽어야지 하는 야무진 마음까지 든다. 그가 읽은책은 나도 전부 읽어봐야지 하고 목록에 손으로 베껴쓰고 흐뭇한 눈으로 목록을 만져보기까지 한다.

 

그것보다도 장석주 그의 단어 하나에도 부럽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쓸수가 있을까?

다시 태어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차마 독서기를 쓸 자신조차 없어진다.

 

눈으로 하는 미친짓이 독서라 말했다. 독서를 얼마나 해야, 얼마나 읽어야 ,얼마나 빠져야 그의 그처럼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책을 읽는 시간이 혹은 비리고, 달고,쓰고, 아프다라는 감정에 시달릴지라도 여러가지 느낌의 독서의 맛을 맛볼 힘을 얻었다. 눈으로 하는 미친짓을  어찌 감히 끊겠는가! 오히려 책읽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책조차 읽을 여력이 없던 나날들이었는데 새로운 즐거움을 그를 통해 느꼈다.

그가 읽은 책들을 하나하나 목록에서 찾아서 읽다보면 더 진한 여운의 독서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마치 여름방학에 책 잔뜩 쌓아놓고 읽는다고 "오~~예~~"를 외치면서 즐겁게 읽었던 그 추억이 떠오른다.

독서는 즐거운 일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 날이었다.

 

 

눈으로 하는 미친짓
-p8

여름의 맛은 비리고,달고,쓰다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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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F 지음, 송아람 그림, 이홍이 옮김 / 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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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말에 무얼 할지는 수요일쯤에 정해두어야 한다. 주말을 위해서 평일이 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놀기 위해서다."

 

 

이 문장에 이끌려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는 주말에 무얼할지 조차 생각 못했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기진맥진 했달까?

주말을 위해서 평일이 있다니! 어쩜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잊고 살고 있었단 말인가!

주말에는 그냥 쉬는게 아니었던가! 침대와 한몸인채로 널부러져 있어야 했던게 아니었나!

당황스럽고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말을 위해 수요일쯤에는 어떻게 쉴지, 무엇을 하고 놀지 생각을 하며 즐겁게 주말을 위해 평일동안생각을 하고 살았어야 했음을, 이 사실을 자각조차 못하고 살았음에 애통해했다.

뒤늦은 깨달음이지만 오늘부터는 이제 달라질테니 행복해졌다.

지금부터라도 수요일부터는 즐겁게 상상하면서 주말을 기다릴수 있으니깐 갑자기 행복해졌다.

일본독자들이 그의 글에 열광했던것도 나와 같은 깨달음 덕분이 아니었을까?

 

늘  궁금했던게 있었다.비 내리는 날 코에 맡아지던 비비린내의 출처를 이 책을 읽다가 알았다.

"비가 내린 뒤에 나는 비릿한 냄새는 식물안에 있는 철분과 지표면의 미생물이 섞여서 나는 것이라고 한다"

어쩜 이렇게 나에게 맞춤일까? 그렇게 궁금해했던 사실을 이렇게 알아내다니! 우연치고도 기막히달까? 적절한 타이밍에 이 책을 만난것도 필연인지도!

깊이있게 진지하게 혹은 시니컬하고 도도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데도 문장이 톡톡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어느 쪽을 골라야 옳은것인지,더 좋은 방향인지 고민이 되어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나에게 그는 답을 주었다.

"도움이 될지 안될지를 생각하지 말고 좋은지 싫은지로 고르자. 좋은지 싫은지도 고민된다면 좋은 향기가 나는 쪽을 고르고 싶다. 그래도 고민된다면, 아마 둘다 필요없는거다."라고 답을 말해주었다.

이걸로 다 되었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떤 방향인지 알것같으니까. 지금 나의 삶에 행복함을 가져다주는 문장을 찾은것만으로 좋았다. 그의 말마따나 주말에 무얼할지는 수요일쯤에 정해두었으니 이번 주말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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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내게 와줘서 -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과 베이비박스 이야기
이종락 지음 / 좋은씨앗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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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에 버려지다"

오늘도  발견할 수 있는 참혹한 그 일! 하물며 기사 조차 올리지 못했던 그 많은 아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하찮은 생물조차 자식을 이리 대하지는 않을텐데 하물며 인간이 어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 그 매몰참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일, 잊혀졌다고만 생각해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낳자마자 차가운 쓰레기 봉투속으로 혹은 화장실 변기 밑에서, 시리도록 추운 겨울날 남의집 대문앞에서 싸늘히 식어가고 있었던 아기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코끝이 아려왔다. 누구나 생명의 탄생은 축복받을 일이고 행복하고 기다려지는 일이 아닐수가 없을텐데 어찌 이런 참혹한 일이 생길 수 있다니 믿기조차 어려웠다. 그보다 평생 버려졌다는 아픔에 가슴이 시릴 아기들을 생각하니 참 읽기가 버거웠다.

 

물론 그 사정 알만도 하다. 얼마나 힘든 결정이었을지 얼마만큼 아팠을지 지금도 아파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 부모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더욱더 씁쓸하다. 아기를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야속할 수 밖에! 속으로 한탄만 하고 있을때 이 책의 저자는 행동으로 옮겼다. 체코의 베이비박스를 생각하며 그것을 만들자고 결심하셨다니! 속으로 안됐구나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넘어가지 않고 그 생명 나라도 살려보고 싶다며 달려드는 그의 용기가 참 대단해 보였다. 아픈 자식이 있고 살림살이조차 가세가 기울어 힘든 그 와중에 이런 결정을 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을텐데도 말이다.

 

죽어가는 생명, 싸늘히 식어가는 아기들이 더이상 뉴스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측은지심에서 베이비박스는 탄생되었다. 그렇게 그 아이들과의 인연을 맺고 살아오셨단다. 그 아이들은 병들었고, 아팠고, 몸이 불편했고, 혹은 부모님의 사정으로 인해 그렇게 그의 품에 오게 되었단다.

 

그의 말이 역설적이게도 감동이었다. 부모에게는 버려졌지만 그 귀하고 소중한 생명을 자신이 다시 한번 품을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오히려 내가 행복했노라 웃으며 이야기 하는 그의 이야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절망속에서도 아직 물이 반이나 남아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무한 긍정의 반전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베이비박스는 그의 말처럼 유기박스가 아니다, 마지막 구원찬스다. 아이들이 버려지지 않는한 그 박스는 마지막 보루처럼 남아있어야 할 것이다. 뉴스에서 보는 그 버려짐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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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일생 1
니시 케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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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책의 주인공들 정말 내공이 장난이 아닙니다. 세상을 좀 살았다 하는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일까요?

여리여리하고 갸냘퍼서 바람에 날라갈까 걱정스러운 외모와는 다르게 연장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가 아닌 여주인공~! 기계라 하면 "어, 이건 안 만져봐서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멈칫거리면서도 얼렁뚱땅 다 수리를 해내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직업이 발전소를 만드는게 주 임무라 하는데.... 여기까지만 말해도 다들 아시겠죠? 제가 말한 내공이 어떠하다는 건지를 아시겠죠?

 

이제 제가 흠뻑 빠진 이 책의 여주인공 츠구미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그녀는 사는게 너무나 바빠 살아있다는 것도 잊은체 마냥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붐비는 지하철을 타야했고, 하루종일 일 하느라, 종종거리느라, 숨쉬는 것만으로도 벅차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첫손녀라 이뻐해주시던 할머니가 시골에 계신지라 한번씩 내려가서 여름도 보내고 지냈던 그녀지만 할머니께서 연로하시고 약해지셔서인지 건강이 여러모로 걱정이 되던 그녀는 운동삼아 할머니댁에 자주 찾게 되었고 별다르게 아프신 적이 없으시던 할머니는 그녀의 곁에서그렇게 먼 여행을 떠나시게 되었죠.

 

어느 상갓집처럼 재산을 둘러싼 형제들끼리의 싸움과 말다툼이 오가자 그녀는 조용히 골드미스의 마력을 뽐냅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이 토지와 건물 자신이 사겠다고 말을 해서 친척들을 기함하게 만들죠. 역시 골드미스 언니들의 금전력은~!!!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막상 할머니께서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자 그녀는 소진된 건전지 모양으로 그집에 눌러앉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나 봅니다. 여자인것도 잊고 살았던, 자신을 위해 선물했던 목걸이 조차 할 시간이 없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던 모양입니다. 자신을 찾으려는 생각을 무심코 하게 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집에는 한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별채에서 불연듯 튀어나온 중년의 남자였습죠! 누구를 외치기 전에 그는 자신도 여기서 살겠다고 통보를 하며 할머니와의 인연을 거론하며 오지랖 넓은건지 아니면 빈대근성인건지 능글능글한 성격탓인지 그녀곁에 머무르면서 이야기는 무르익어 갑니다. 할머니와의 인연이라는 고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연관성 조차 없는 두 사람이, 직업조차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른 두 사람이, 성별조차 다른 두 사람이, 어떤 인연을 맺을지가 궁금해집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 조차 잊어버린 그녀에게 그는 인간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줄까요?  샤프한 매력을 뽐내는 철학과 교수님이 쑥맥인 이 골드미스양을 어떻게 가르칠지 궁금합니다. 물과 기름모양으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묘하게 어우러지는 마블링처럼 섞여들어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이 교수님의 일생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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