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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일생 1
니시 케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책의 주인공들 정말 내공이 장난이 아닙니다. 세상을 좀 살았다 하는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일까요?
여리여리하고 갸냘퍼서 바람에 날라갈까 걱정스러운 외모와는 다르게 연장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가 아닌 여주인공~! 기계라 하면 "어, 이건 안 만져봐서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멈칫거리면서도 얼렁뚱땅 다 수리를 해내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직업이 발전소를 만드는게 주 임무라 하는데.... 여기까지만 말해도 다들 아시겠죠? 제가 말한 내공이 어떠하다는 건지를 아시겠죠?
이제 제가 흠뻑 빠진 이 책의 여주인공 츠구미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그녀는 사는게 너무나 바빠 살아있다는 것도 잊은체 마냥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붐비는 지하철을 타야했고, 하루종일 일 하느라, 종종거리느라, 숨쉬는 것만으로도 벅차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첫손녀라 이뻐해주시던 할머니가 시골에 계신지라 한번씩 내려가서 여름도 보내고 지냈던 그녀지만 할머니께서 연로하시고 약해지셔서인지 건강이 여러모로 걱정이 되던 그녀는 운동삼아 할머니댁에 자주 찾게 되었고 별다르게 아프신 적이 없으시던 할머니는 그녀의 곁에서그렇게 먼 여행을 떠나시게 되었죠.
어느 상갓집처럼 재산을 둘러싼 형제들끼리의 싸움과 말다툼이 오가자 그녀는 조용히 골드미스의 마력을 뽐냅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이 토지와 건물 자신이 사겠다고 말을 해서 친척들을 기함하게 만들죠. 역시 골드미스 언니들의 금전력은~!!!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막상 할머니께서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자 그녀는 소진된 건전지 모양으로 그집에 눌러앉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나 봅니다. 여자인것도 잊고 살았던, 자신을 위해 선물했던 목걸이 조차 할 시간이 없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던 모양입니다. 자신을 찾으려는 생각을 무심코 하게 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집에는 한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별채에서 불연듯 튀어나온 중년의 남자였습죠! 누구를 외치기 전에 그는 자신도 여기서 살겠다고 통보를 하며 할머니와의 인연을 거론하며 오지랖 넓은건지 아니면 빈대근성인건지 능글능글한 성격탓인지 그녀곁에 머무르면서 이야기는 무르익어 갑니다. 할머니와의 인연이라는 고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연관성 조차 없는 두 사람이, 직업조차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른 두 사람이, 성별조차 다른 두 사람이, 어떤 인연을 맺을지가 궁금해집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 조차 잊어버린 그녀에게 그는 인간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줄까요? 샤프한 매력을 뽐내는 철학과 교수님이 쑥맥인 이 골드미스양을 어떻게 가르칠지 궁금합니다. 물과 기름모양으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묘하게 어우러지는 마블링처럼 섞여들어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이 교수님의 일생 궁금하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