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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메뉴첩
가쿠타 미쓰요 지음, 신유희 옮김 / 해냄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먹는다는 행위는 인간에게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 아닐까?
특히 인간에게는 말이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이도 있겠지만 식거리가 풍족한 지금은 배고픔을 잊기위해 먹는다는건 먹는 축에도 못들어 갈것이다. 추억을 떠올리며 먹기도 하고, 좀처럼 못먹어 보던 것들을 맛보기 위해 먹기도 하고, 집에서 멀리 떨어져 살게되면 엄마가 해주던 그 맛깔스러운 음식이 먹고 싶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었기에 더욱 맛있는 음식도 있을 것이다. 건강을 위해 시간을 오래들여 정성을 들여 만든 참살이 음식도 있을 것이며, 아내가 해준 혹은 남편이 해준 맛있는 음식도 있을것이다.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서 먹은 음식도 있겠고, 헤어진 슬픔과 함께 눈물과 함께 한 음식도 분명히 있으리라.
이 책은 이런 음식들을 이야기한다. 그 음식과 관계된 기억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레시피이다. 개인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요리는 모두 제각각일 것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맛도 요리도 다를것이고 개인마다의 손맛도 기억도 추억도 다 다르기에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요리라는데 착안하여 잘 쓰여진 작품이다. 이야기마다 다음 인물이 조연으로 출연하는 줄줄이 사탕식의 재미난 구성도 흥미롭고, 다양한 요리 군상을 만날수 있어서 즐거웠다.
특히 가장 기억나는 것은 사랑하는 이가 죽고나서야 그 음식맛을 기억하는 노인의 이야기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잠깐 옮겨보자면,
"아키오는 아침, 점심, 저녁, 매끼마다 밥상을 받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밥이 맛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 매일 밖에서 사먹으면서 마침내 깨달았다. 아내가 해주는 요리는 이제 두번 다시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아키오 뿐만이 아니라 당연한일이 당연한 일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깨닫는듯 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가 버리면, 오래된 음식점이 문을 닫게 되어버리면, 그 요리는 다시는 먹을수 없게 된다.
뇌는 기억하는데 혀는 그 맛을 기억하는데 다시는 만들수가 없다.만날수가 없다.
그 손맛을 배워놓지 않으면, 레시피를 적어 놓지 않으면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다.
죽음과 함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마는법인지라... 당연한 현실이 왜 이렇게도 충격적인 것인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소멸되고 상실될 것이 음식이라서 슬픈게 아니라 기억이 추억으로만 남게 될까봐 무서운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그 요리법을 제대로 익히고 배워놓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어머니가 해주신 그 맛있는 음식들은 특히 더! 레시피라도 적어 놓아야겠다. 어머니의 손맛을 되물림 받기 위해서,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서, 사랑스러운 추억으로 남겨 놓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아! 이 책은 실제로 레시피를 담아놓고 있다. 사진과 함께 만드는 방법도 친절히 소개되어 있어서 소설도 읽고 음식하는 법도 배울수 있어서 요리에 관심있거나 색다른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맛을 기억하고 추억을 만드는 그런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