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설렁설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어제 하루내내 아파서 아무것도 못먹고 누웠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했다. 아무것도 먹고 싶은게 없었다. 약을 먹고 몸을 겨우 회복하여 일하러 나오는길에 서점에 들렀다.

"인생은 설렁설렁"

 

천금을 벌자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이리 아플 필요까지 있으랴 싶은 마음과 한껏 늘어지게 쉬고픈 마음이 한데 섞여 이 책을 한 권 골라 사고 후다닥 나왔다. 머리도 아프고 위도 아프고 긴 책을 어려운 책을 읽을만큼 여유가 없었던 탓이 크겠지만...

 

이 작가분의 연세가 이렇게 많았던지 몰랐다. 50대쯤 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1928년생~!

내년이 2020년인데 백년 가까이 사셨구나 새삼 놀랐다.

또한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가 이 분이 맞았던가 싶었다.소설가로서의 그녀만 알았지 수필가로서의 그녀는 생각도 못했기에 괴리감이 상당했다.

역시 나이와 사랑,연애소설은 아무 상관이 없나보다.

 

연애소설을 쓰는 작가인 그녀는 아포리즘에 심취했단다. 아포리즘이라기 보다는 좋은 명언 혹은 짧은 잠언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한가지씩 풀어낸다.

예를들자면

“여자는 내가 반한 남자는 잊어도, 나에게 반한 남자는 잊지 못한다.”

와 같이 툭툭 내뱉는 말이 상당하다.

 

그녀가 하이쿠에 심취한 이유도 알겠다.

긴 말이 뭐가 필요있으랴.

사는것만으로도 이리 힘이든데 긴 말 보다는 뒷통수를 간통하는 짧은 말 한마디가 더 가슴에 와 닿게 하는게 효율적이겠지?

생이 얼마 남지 않았고, 살아온 세월이 살아갈 날보다 많은 그녀가 우리에게 베푸는 글이리라.

 

물론 그녀의 일본인 고유의 정서와 사상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세상을 오래 살아온 연륜만으로도 읽을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1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툇마루"라는 단어가 눈에 아른거려서 이 책을 손에 거머쥐었어요. 만화를 참 많이도 읽었고 많이도 샀었죠.어쩌다 보니 한동안 읽지도 사지도 않았어요. 꼭 무슨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어요. 유키할머니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서점에 가지 못하고 있다가 후텁지근한 더위와 햇살에 어디 쉴곳을 찾다보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세어나오는 서점에 이끌려 들어간 것처럼요.

 

만화속에 또 만화를 만난것 처럼 "만화"라는 공통점을 가진 유키할머니와 우라라의 취미생활이 함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할머니가 어찌 BL을 읽을수가 라며 다들 조심조심하는데 같은 취미생활을 가진 동지를 만나 신나는 우라라, 나이와 시대를 건너뛰는 덕후들의 조심스럽고 배려가득한 그들의 만남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인터넷서점에서 책사는게 익숙한 요즈음 서점에서 도서신청을 손글씨로 꾹꾹 눌러가며 쓰고 책이 오기까지 가슴떨리게 기다리는 그 시간들이 소소하게 나옵니다. 중학교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것이 참 좋더라구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때의 그 즐거움이라고 말하면 아실까요?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 친구라는 이름의 새로운 개념화를 그려주는 이 책~! 그래서 한 자 한 자 아껴서 읽었습니다. 다음권이 언제 나올지 발행페이지를 유심하게 살펴보는 유키씨처럼 저도 초판인쇄에서 재발행이 얼마만큼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점이 꼭 닮았어요.이 책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그 척도를 헤아려보는 즐거움이랄까요?

이 책의 완결을 볼 수 있을까하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 심정 너무나 공감되었습니다.

한번도 가지 않은길은 있어도 한 번 가본길은 쭉 편안하게 다니듯이 새롭게 만화책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또 살아갈 희망을 얻어갑니다.

 

유키씨의 "오모나" 감탄사처럼 즐거운 감탄사를 내지르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되길 ~! 유키씨와 우라라의 우정을 응원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 대작전~!

이대로만 하면 된다. 행동력만 실천만이 살길이다.

다들 원고료 받아가면서 차차 좋아집니다. - P5

무조건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뭐든 쓴다. - P21

글을 쓰기 전에 답해야 할 세가지 질문이 있다. 왜 쓰는가? 무엇을 쓸것인가? 누구를 위한 글인가? - P23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쓰기,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쓰기. - P27

상처에 대해서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 P157

퇴고할 때, 특히 글양이 넘친다면, 나는 첫문단을 지워보라고 권한다. - P1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조금만 울었을까? 아니다. 조금이 아니었으리라. 혼자서 눈이 붓도록 퉁퉁 부은 눈을 하고도 안 운척 센척하면서 아무 일도 아닌 것 처럼 그리하였을 것이다.

 

[아주, 조금 울었다]제목에서 "아주"와 "조금"이 나를 이끌었다.아무말 없이 오래 같이 울어주는 친구처럼 이 글은 나에게 그리 다가왔다.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우는것 밖에 할 줄 모르는데 괜찮다는 말도 필요없이 곁에서 그냥 같이 울어주는 친구녀석 같았다. 슬픔과 아픔과 고독함이 물밀듯이 찾아오는 밤,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밤에 이 글을 읽으면서 마냥 울었다.

 

 목에 탁 하고 걸린 생선가시마냥 추억이 불쑥불쑥 나타나 나를 힘들게 할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넘어지는건 울 일이 아니야. 다시 일어나서 걸어가면 된다"고.

 

처음 걸음을 걷는 아이마냥, 넘어져서 무릎이 다 까져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을때 엄마가 넘어져도 괜찮다고 얼른 일어나서 이리와하고 말씀하셨다.달려와서 일으켜주지는  않고 곁에 올때까지 멀리서 기다리던 엄마가 그 때는 참 서운했었다.하지만 그 응원이야말로 내 힘으로 걷는 작은 한 걸음이자 치유의 시작임을 엄마는 알고 있었다.언제까지고 엄마가 다 해줄 수는 없는 법임을 엄마는 알고 있었기에 그랬으리라.그래 넘어지는건 울일이 아니다. 울고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툴툴 털고 일어나서 걷다보면 곧 괜찮아지지 않던가? 물론 한동안은 아프고 걷지도 못할것 처럼 쓰리고 절뚝절뚝 거리지만 어느새 또 딱지가 생기고 새살이 돋지 않던가.

가만히 고개 숙여 울고만 있던 나에게 어서 일어나서 걸어보자고 약바르고 다시 뛰어놀면 된다고 말해주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아픔을 모르는척, 강한 척,센척 하지 말자고 그는 말한다. 자신의 생살에 피가 나도록 긁지 말라고 한다. 남의 아픔은 잘 알면서도 나의 아픔을 상처는 보다듬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그러지 말자고 한다. 내 아픔도 내 상처도 상처주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고 외치는데 그 마음에 찡했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아가들이 자신의 얼굴을 긁지못하도록 손쓰개를 해놓듯 내마음에도 마음쓰개를 해놓고 싶었을까?

 

다시 한걸음을 걷기가 힘들어서 울고 있다면 이 책이 많은 답을 줄것이다.다시 걸어보자고 곁에서 응원하고 있는자들이 있다고...

 

 

 

 

 

그래서 아무말 없이 오래 같이 우는 사람은 아마도 비슷한 아픔이 있는 사람들 일거야. - P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장석주 지음 / 여문책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부분의 과일은 겨울에도 여름에도 어느때도 하우스에서 생산이 가능한데 자두만은 그 계절에 그 때에만 먹을 수 있다. 나무에서 자라는 녀석인데도 하우스 재배가 불가능한 모양이다. 그래서 더욱더 먹고 싶어서 1년을 꼬박 기다린다.

말린 자두맛이 아닌 그 여린 껍질과 빠알간 색상과 노오란 속살을 한입 가득 베어 물고 싶어서 매년 자두 나오는 날만을 꼬박 기다린다.

그런 자두덕후이기에 혹은 자두를 좋아하는 자로서 책 제목만으로도 낚였다.

 

게다가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니~! 더욱더 궁금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픔을 맛본자가 된 것일까? 나도 모르는 그 슬픔이란 과연 어떤 슬픔이었던가? 나도 모르는 슬픔에 장석주라는 글쟁이의 글에 매료되어서 비오는 날 빗소리 들으면서 싱그러운 자두맛을 반추하면서 읽었다.

 

남의 독서기는 늘 궁금하다. 그것도 글을 꼭꼭 씹어서 자신의 것으로 읽고 만드는 자의 글은 집중해서 한 자라도 더 배우고 싶고,없는 시간이라도 내어서 꼭 읽어야지 하는 야무진 마음까지 든다. 그가 읽은책은 나도 전부 읽어봐야지 하고 목록에 손으로 베껴쓰고 흐뭇한 눈으로 목록을 만져보기까지 한다.

 

그것보다도 장석주 그의 단어 하나에도 부럽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쓸수가 있을까?

다시 태어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차마 독서기를 쓸 자신조차 없어진다.

 

눈으로 하는 미친짓이 독서라 말했다. 독서를 얼마나 해야, 얼마나 읽어야 ,얼마나 빠져야 그의 그처럼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책을 읽는 시간이 혹은 비리고, 달고,쓰고, 아프다라는 감정에 시달릴지라도 여러가지 느낌의 독서의 맛을 맛볼 힘을 얻었다. 눈으로 하는 미친짓을  어찌 감히 끊겠는가! 오히려 책읽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책조차 읽을 여력이 없던 나날들이었는데 새로운 즐거움을 그를 통해 느꼈다.

그가 읽은 책들을 하나하나 목록에서 찾아서 읽다보면 더 진한 여운의 독서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마치 여름방학에 책 잔뜩 쌓아놓고 읽는다고 "오~~예~~"를 외치면서 즐겁게 읽었던 그 추억이 떠오른다.

독서는 즐거운 일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 날이었다.

 

 

눈으로 하는 미친짓
-p8

여름의 맛은 비리고,달고,쓰다
-p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