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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장석주 지음 / 여문책 / 2018년 5월
평점 :
대부분의 과일은 겨울에도 여름에도 어느때도 하우스에서 생산이 가능한데 자두만은 그 계절에 그 때에만 먹을 수 있다. 나무에서 자라는 녀석인데도 하우스 재배가 불가능한 모양이다. 그래서 더욱더 먹고 싶어서 1년을 꼬박 기다린다.
말린 자두맛이 아닌 그 여린 껍질과 빠알간 색상과 노오란 속살을 한입 가득 베어 물고 싶어서 매년 자두 나오는 날만을 꼬박 기다린다.
그런 자두덕후이기에 혹은 자두를 좋아하는 자로서 책 제목만으로도 낚였다.
게다가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니~! 더욱더 궁금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픔을 맛본자가 된 것일까? 나도 모르는 그 슬픔이란 과연 어떤 슬픔이었던가? 나도 모르는 슬픔에 장석주라는 글쟁이의 글에 매료되어서 비오는 날 빗소리 들으면서 싱그러운 자두맛을 반추하면서 읽었다.
남의 독서기는 늘 궁금하다. 그것도 글을 꼭꼭 씹어서 자신의 것으로 읽고 만드는 자의 글은 집중해서 한 자라도 더 배우고 싶고,없는 시간이라도 내어서 꼭 읽어야지 하는 야무진 마음까지 든다. 그가 읽은책은 나도 전부 읽어봐야지 하고 목록에 손으로 베껴쓰고 흐뭇한 눈으로 목록을 만져보기까지 한다.
그것보다도 장석주 그의 단어 하나에도 부럽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쓸수가 있을까?
다시 태어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차마 독서기를 쓸 자신조차 없어진다.
눈으로 하는 미친짓이 독서라 말했다. 독서를 얼마나 해야, 얼마나 읽어야 ,얼마나 빠져야 그의 그처럼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책을 읽는 시간이 혹은 비리고, 달고,쓰고, 아프다라는 감정에 시달릴지라도 여러가지 느낌의 독서의 맛을 맛볼 힘을 얻었다. 눈으로 하는 미친짓을 어찌 감히 끊겠는가! 오히려 책읽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책조차 읽을 여력이 없던 나날들이었는데 새로운 즐거움을 그를 통해 느꼈다.
그가 읽은 책들을 하나하나 목록에서 찾아서 읽다보면 더 진한 여운의 독서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마치 여름방학에 책 잔뜩 쌓아놓고 읽는다고 "오~~예~~"를 외치면서 즐겁게 읽었던 그 추억이 떠오른다.
독서는 즐거운 일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