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습관
최장순 지음 / 홍익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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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알고 있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후회 때문입니다. 결국 그 후회는 내가 내 삶의 순간순간에 체계를 가지지 않고, 무조건 닥치는대로 열심히만 살아온 것에서 비롯됩니다. "무조건 돈만 잘 벌면 그냥 잘 살아지는 것"이라는 막연한 비전만 가지고 살았고, 돈은 곧 나라는 생각으로 살았죠. 그러나, 지나고 보면 어떻게 돈을 벌고, 돈을 벌어서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소비를 할 것인지 등 돈으로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할 계획도 체계도 없었다는 것이 여전히 안타깝게만 여겨집니다. 물론, 그런 계획과 체계를 세우면 시간이 절대로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조바심 때문에 기회만 주어지면 닥치는대로 했고, 닥치는대로만 했는데 무너졌을 땐 허무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러나 우리 삶은 내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윤택하기도 했다가 칙칙하기도 하며, 일상의 흐름을 조금더 여유있게 관찰하고 들여다봤다면 삶을 살아가는 힌트를 얻고 목적성이 생겨서 체계와 계획을 세워서, 나아가 삶에 대한 철학도 생기기 마련이죠. 유명한 서평작가가 쓴 서평을 보고 선택한 기획자의 습관. 이 책을 통해서 단조로운 일상을 "기획해보면서" 특별하게 바라보는 눈을 얻는 기회를 만난 듯 합니다. 



■ 기획자의 습관 내용 


이 책의 저자는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그는 기획은 일상에서 이미 이루지고 있다는 아주 가벼운 발상을 던져주며, 기획자의 사소한 습관과 기획에 대한 노하우 등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담았습니다. 가장 일상적인 습관의 깊이도 들여다 보고 인문학적, 철학적 관점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기획자가 되기 위한 습관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획자의 습관 구성 


책은 기획자의 생활습관, 기획자의 공부습관 그리고 기획자의 생각습관, 총 3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금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part 1에는 생활의 발견, 관찰의 힘, 정리력, part 2에는 공부는 노력, 독서이론, 대화의 격률, 표현학습법, part 3에는 생각의 두 관점, 발상의 힘, 천개의 눈 천개의 길이라는 작은 주제로 기획으로 이끄는 저자만의 의견, 생각과 노하우가 담겨져 있습니다.




■ 느낀 점 


블로그를 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고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획"이라는 말 자체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이 컸습니다. "기획서"라는 단어는 중압감 그 자체고요. 하지만 마케팅과 기획은 땔레야 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근접하기 참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서평가이자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작가가 쓴 "기획자의 습관"이라는 서평을 통해서 기획이라는 건 일상에서 이미 이뤄진다는 표현을 보곤 "기획"이라는 것이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바로 사서 읽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일상 속 기획은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고, 퇴근 후 만날 친구를 정하고 주말 일정을 정하는 등, 우리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하며 행하는 것들이 기획에 해당한다는 것이지요. 기획 자체가 이렇게 친숙할 수 있다니. 저자의 말에 빌어 조금더 오버하자면 우리는 매순간이 기획자라는 것 입니다. 오호-! 거기에 소소하지만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습관들로 실력과 내실을 잘 다듬어 전문 기획자로 거듭할 수 있는 방법들도 담겨져 있어서, 기획자 혹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자의 습관은 아주 특별한 것 같지만, 아주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인문학적 사고를 기본으로, 인간관계에서 늘 필요로 하는 말하는 센스, 섬세한 관찰력, 발상의 전환, 정리력, 공부 등등. 일상 속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그러나 실상에선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습관들입니다. 이런 습관들이 상품의 가치를 홍보하는 기획으로 연결된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요즘 한창 삘이 꽂혀 있는 내실단련과 직결됩니다. 


그리고 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기획력이 생활 속에 습관이 되어 있었다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크고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재미로도 살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습니다. 목표를 위해 기획한 후, 그 일이 풀릴 때까지 방황은 하겠지만 기획한 바를 조금씩 조금씩 이행하는 과정을 재미삼아 살았을텐데, 그렇게 살지 못했던 지난 세월에 대한 후회가 있죠. 그러나 딱 3년 후에 내가 나를 돌아봤을 때 지금과 같이 크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아침일찍 일어나서 독서와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맞이하는 사소한 습관을 기획하고 조금씩 이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나의 동기가, 일상 속에서 내가 실천 가능한 습관을 기획한다는 것, 그것 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듯합니다. 기획하면서 내 삶을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내 주변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들 조차도 아주 특별하게 바로 보는 눈까지 생겼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꼭 기획자 혹은 크리에이터가 되지 않아도 내 삶을 위한 기획자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단조로운 내 삶을 기획해보고 싶거나, 기획자 혹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라 정처 없이 방황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독서, 공부, 정리력이 저자가 말하는 기획자의 습관인데요.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실천이 절대 쉽지 않은 기본을 언급하지하는데, "이런 습관들이 정말로 기획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서 말하는 습관은 결코 기획자로 거듭나기 위한 습관만 아니라는 것. 그래서, 어떤 특정한 꿈과 목적이 있다면 그들을 이루기 위해 기획하는 습괍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좋은 글귀 


p. 22 기획 企劃. 어떤 일을 도모하고, 그 생각들을 나누어 보는 것劃. 기획이 없으며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 은 기획한 대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p. 36 생활의 의미를 발견하고 실천할 때 우리는 '환히 웃는 자','변화한 자','빛으로 감싸인 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 내일의 기획은 공식이나 방법론, 프로세스 따위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p. 38 관찰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변화의 지점이다. 무엇이 그대로 있고, 무엇이 변화했는지 파악해내는 '관심'이 필요하다. 감각을 갖춘 사람들은 모두 감각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세상에 '관심'을 보이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 짓는다. 그리고 나에게 들어오는 정보를 파악한 뒤 내 생각과 행동에 반영할 정보들을 취사선택한다.


p. 93 멋지게 관찰하여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이제 그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아무리 멋진 회의를 해도, 그 내용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그저 많이 공부했을 뿐 무언가 정신의 산출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p. 97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필요한 경우, 대화 중간 중간 내용을 정리하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다. 이렇게 하면 항상 상대가 말하는 핵심도 명확히 정리할 수 있고, 대화가 끝났을 때 요약이나 회의록도 굉장히 따른 속도로 작성할 수 있다. 머릿속에서 이미 상대방의 말이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p. 115 정리는 정보를 배열하는 기술이다. 언제든 잘 꺼내 쓸 수 있도록 잘 구분해두는 기술이고,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는 기술이다. 그런 기술을 통해 내게 남아 있는 건 다양한 방식으로 고생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그에 대한 증거 자료들이다.


p. 125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생명 유지 활동이다. 우린 잘 살아가기 위해 노하우를 터득해간다. 공부 또한 잘 살기 위한, 그리고 결국은 잘 죽기 위한 생명 유지 활동이다.


p. 169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화를 한다. 상대가 없을지라도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사유를 발전시켜나간다. 혹은 책을 읽으며 텍스트화된 저자의 대화를 나눈다. 시각텍스트(회화, 사진, 조각, 건축 등)를 마주할 때도 대화가 가능하다. 홀로 있을 때 자기 생각을 부정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 역시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혹은 내 머릿속에 각인된 타자의 흔적들과 나누는 대화일 수도 있다.


p. 170-171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듣는 것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저 '달변가'인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잘 듣고 헤어려 그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경청傾聽의 달인'이라는 것 역시 강조하고 싶다.


p. 178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즐기는 철학자였다.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대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단계별 질문을 던졌다. 계속된 질문 속에서 상대는 자기가 던진 말의 의미를 깨닫고 인사이트를 준 소크라테스에게 가사의 인사를 하게 된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논증은 상대의 말을 하나씩 반문하면서 결국에는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고 비판한 것인데도 말이다.

p. 188-189 기호학semiotics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대화는 수많은 '기호'들이 오고가는 장이며, 대화의 주된 기호는 '말'이다. 우린 그 말에 집중하여 의미를 해독하고, 나만의 의미를 생산한다. 그런데, 그 말에 둘러싼 화자 話者, speaker의 표정, 시선, 제스처 등 동작, 말의 뉘앙스, 억양 등 '말'과 무관한 기호 요소들이 있다. 이들 기호를 '준어어적paralinguistic'이라고 부른다.


p. 223 때론 생각을 멈추고 포기해야 생각이 날 때가 많습니다.


p. 257 우리는 진화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보면 그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는', 혹은 '인류는 똑똑해지고 있다'는 말처럼 우리가 점점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생활과 사유의 양식을 규정짓는 도구의 힘이 인류를 진화된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다. 그 도구는 지금까지 문자, 책, 현미경, 망원경,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형식으로 나타났다.


p. 289 우리의 일상은 기획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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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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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자기 주장이 강하고 반대와 갈등에 한 번씩 부딪히는 성격이라, 마찰이 일어나면 겉으론 당당한 척하지만 돌아서면 "내탓이요"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으니 내탓이려니 생각하라는 그말. 솔직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내 탓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데, 왜 무조건 내 탓만 하라는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누구하나 붙들고 이 억울한 심정을 모두 표출할 수 없을 땐 내가 마주할 수 있는 건 나 자신 밖에 없습니다. 전적으로 나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을 건내고 싶을 때, 언, 내곁에 있어줘 읽었습니다.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내용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라이언. 무던해 보이는 무표정 그러나 왠지 따뜻할 듯한 마음을 가진 것 같은 라이언과,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의 글이 함께 모여 힘겨움에 지친 마음을 쓰담쓰담 해줍니다.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구성 

책 내용을 접하기 앞서 라이언의 성장 배경과 성격이 책 초반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아주 소박해 보이는 저 라이언이 아프리카 둥둥섬의 왕의 계승자로 태어났다고 ㅋㅋㅋ 수사자 이지만 갈기가 없어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으며 왕이 되기 보단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몰래키웠다고 합니다. 반복되는 왕궁의 생활에 지겨움을 느낀 라이언은 둥둥섬 탈출에 성공하고 자신처럼 컴플렉스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면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며 신나는 모험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생긴 것(?)과 달리 배려심도 깊고 따뜻한 리더십을 가진 라이언의 캐릭터 특성을 설명하며, 전승환의 글이 마치 라이언이 전하는 메세지처럼 느껴지도록 합니다. 발상 자체가 참신하다는 말밖에~!! 그리고 1) 무표정한 내가 좋아 2) 이 별에 딱 하나 있습니다. 3) 누군가를 바꾸지 않겠다는 결심 4) 내 곁에 있어줘 5)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생각해볼래 와 같이 주제별로 총 5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엔 라이언 외에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특성도 언급해 두었는데, 이들의 특징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느낀 점


카카오 프렌즈는 우리들 일상에 이미 스며들어 있는 때론 가족과 같고 친구 같은 아주 친숙한 캐릭터입니다. 카카오 캐릭터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라이언이 책 표지에 떡~하니 무던하지만 따뜻한 표정을 짓고 꽃다발을 내미는 모습에, 단순히 라이언을 갖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게 합니다. 라이언만 봐도 마음이 편해지는데 거기에 책 읽어주는 남자로 유명한 작가 전승환의 심금을 울리는 글귀와 콜라보라니! 조금 의아했습니다. 책 내용이 가볍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책 내용에 큰 기대를 안한 덕분일까요? 아니면, 라이언과 전승환의 글의 조화가 잘 맞아 떨어진 덕분일까요? 책 내용을 가볍다는 생각이 쏙 들어가고, 글자 한 자 한 자에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내가 나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이기도 했고, 타인으로부터 듣고 싶었던 위로이기도 했으니까요. 내가 살아온, 내가 처한 상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단, 전적으로 나의 감정에 몰입하여 전적으로 날 위한 말들이 마음에 세세하게 꼿힙니다. 뻔한 말 조차도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의 한 조각처럼 느껴지고요. 글귀가 때론 시, 일기, 편지, 에세이 등 다양한 형태로 담겨져 있고, 거기에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라이언까지 있으니, 마음도 든든해집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 격려 그리고 위로를 주는 것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똑같은 관심 받고 싶잖아요. 어린애 같은 소리하지 말라는 소리 안들을려고, 어리광조차 부릴 수 없어서 마음과 감정과 숨겨야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어린 아이가 되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관심, 따뜻한 위로를 마음껏 받아도 좋고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모든 문제적 상황을 두고, 무조건 "내탓이요"라고 외치는 모든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내탓이요"만 외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거든요. 문제적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힘, 용기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나를 위로하며 나에게 관대해지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거든요.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한 사람이 내 주변엔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추천하려고요.


■ 좋은 글귀 


p. 24-25 가식적인 표정을 강요받는 사이, 미소 짓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진짜 감정을 감추어야 하는 사이, 그런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지는 일만 남는다.(중략) 너와 내가 서로에게 일방적인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무표정 속에 감춰진 다양한 감정선을 존중할 수만 있다면 조금더 가까운 존재로 남을 수 있을 테니


p. 28 온화한 미소를 띠는 사람이 친절해 보이고, 환한 웃음을 짓는 사람에게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무례한 것도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중략)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를 위해 내가 지어 보일 수 있는 표정을 갖는 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나를 위한 감정만을 느껴보는 일이다.


p. 41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나의 생각으로 지켜온 내 인생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지. 그래서 누가 뭐라건, 나는 나로 활짝 피어날 거야.


p. 54-55 복잡한 세상, 모든 것을 알 수 없는데도 두세 가지 더 알기 위해 집착하는 것보다 남보다 하나 더 안다고 으스대는 것보다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라도 더 알았음에 고마워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p. 87 우리는 너무나 사소한 일에 연연하며 사는 것 같다. 작은 실수에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내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 보면서. 난 그럴 때 화가 밥 아저씨의 말을 떠올린다. "우리는 실수를 하지 않아요. 그저 즐거운 우연이 생기는 것뿐이죠."


p. 119 보이지 않는 배려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상대가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그에게 좋은 가치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의미로 다가가야 한다. 스스로가 선입견을 만들어 누군가의 배려를 함부로 오해하지 않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p. 126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공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부담스럽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려고 들면 마음이 열리기는커녕 벽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p. 137 진심을 담은 말은 결국 말하는 이에게도 힘이 되어준다. 말을 건넨 사람의 입에 남아 있는 그 마음의 흔적만큼. 


p. 145 어른이라는 틀에 갇혀 숫자가 최고의 가치라고 고집하며 뭐든 다 아는 척, 잘하는 척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그러니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되고 싶지도 않다. 인생에서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 속도를 따라서, 내 방식대로 찾아가고 싶다.


p. 155 마음의 공허함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열어두는 것, 누군가의 작은 호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그런 상태가 아닐까.


p. 215 그런데 어차피 벌어진 일, 대체 왜 그런 건지 속상해하고 곱씹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쩌면 생각보다 큰일이 아닐 수도 있고,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고민하는 것조차 너무 힘들다면 될 대로 되라지, 하고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잠시 생각을 쉬는 동안 엉켜 있던 실타래가 풀릴지 누가 알까? 생각의 끝에 닿으면, 뭔가 결론이 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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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도 지음 / 새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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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정말로 돈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것처럼 살았습니다. 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돈때문에 삶이 흔들리곤 합니다. 또 돈이 없으면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도 받고, 뜻대로 풀리지도 않습니다. 어떤 때는 의지의 문제라기 보단 주머니사정의 문제라고 단정짓고 싶은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라는 존재는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있으나 없으나 우리 삶을 쥐고 흔듭니다. 그래서 너무 돈 때문에 허덕여서 일확천금이 한꺼번에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생기는 동시에, 두려움이 밀려오더라구요. 돈으로 행복할 수 있지만 또 돈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내 인생이 불행해질 것 같은 두려움이요. 물론, 돈에 대한 생각과 개념이 바로 잡히지 않은 탓에 돈의 이중성을 두고 설레다가 두려워하기를 반복합니다. 돈에 대한 욕구도 무시할 수 없어서 돈에 관한 소설이나 기타 책들을 보며 관심부터 갑니다. 그래서 읽게 됩니다. 이번엔 어리버리 평범함 신입브로커의 아찔한 머니 게임을 다룬 소설 을 읽고, 주식시장에서 돈이 어떤 구조에서 어떤 형태도 돌아가는지 들여다 보고, 신입 브로커가 어떤 계기로 머니게임에 개입되는지, 그의 심리상태는 어떻게 변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읽어봤습니다.


■ 돈 내용 


지방에서 상경하여 증권가의 멋진 엘리트를 꿈꾸는 조익현. 증권가에서 살아남기엔 그는 아주 소심하고 어리버리해 보이며, 그렇다할 연줄도 없는, 소위 빽도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신입 주식 브로커입니다. 그러나 그가 몸을 담고 있는 세상에선 돈을 가진 자가 절대 권력을 가진 일명 "갑甲"이라는 걸 적나라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어리버리한 그이지만, 영원한 "을乙"로만 남기 싫은 그에게 "만약 지금 네 수수료의 1,000배를 벌 수 있다면, 그 대가로 무엇을 바칠 수 있어?(p. 70)"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악마의 유혹이 빠져듭니다. 평생을 벌어도 절대 벌어들일 수 없는 엄청난 이익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제안에 그의 귀를 의심하지만, 그는 그 유혹을 허용하며, 아슬아슬한 머니 게임을 시작합니다.


■ 느낀 점 


돈으로 인생역전과 신분세탁을 할 수 있는 요즘, "일확천금에 나에게 주어질 수 있다면? 일확천금에 대한 대가로 나는 무엇을 걸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저자는 증권가에서 몸을 담은 이력이 있으며, 젊은 나이에 비합법적 사금융업체를 설립하여 1년만에 10억 원을 벌어들여 운용하지만 성공과 실패, 돈과 탐욕의 노예였던 시절을 청산하고 작가의 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금융지식을 동원하여 쓴 소설이라, 주식 시장의 흐름과 생리에 대한 묘사가 아주 사실적입니다. 충격적인건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는 전부 실화라는 점입니다. 영화같은 흐름이 전개되는데, 이 모든 것이 실화라니! 무엇보다 극중 주인공 조익현은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일반적인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일확천금의 유혹으로 인해 변하는 조익현의 모습을 지켜보면 참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순진 무구한 시골 청년이, 위험한 돈놀이에 빠져들어 아찔하게 성과를 거둔 후에 점차적으로 대범해지는, 마치 우리들이 몰랐던 우리 자신의 실체를 바라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익현을 악마의 유혹에 이끌게 하는 대목 중에 "자기 자신을 '어떤 누군가'로 너무 단정 짓지마.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앞으로 또 이렇게만 살 거야.' 굳이 이런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후후후, 너는 의외로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어.(p.90)"라는 대사가 나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자신을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긴박한 상황에 놓이면 우리도 모르는 우리의 잔인한 대범성을 목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데요. 특히 일확천금을 갑자기 손에 쥔다면 우리의 탐욕은 우리를 냉정하고 뻔뻔하게 변할 가능성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익현을 머니 게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금융계의 숨은 미스테리 '번호표'라는 자가 있습니다. 그 자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스럽게 머니게임을 진행합니다. 이 부분이 다소 진지하게 웃겨요. 잔잔한 스릴러에 진지한 재치를 추가해서 긴장감이 살짝 이완되었다가 바짝 조이는 스릴을 즐길 수 있으며, 평생 "을乙"것만 같은 조익현의 결말이 너무나 궁금해서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독자들을 위해 주식에 대한 이해도를 돕기 위해 이야기 전개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식 시장의 개념, 생리와 환경 등을 잘 묘사해서 소설을 읽어가는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그 세상이, 영화같은 세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놀랍니다. KBS "사랑과 전쟁"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았는데, 현실은 더 적나래서 각색한 것이 그 정도라는 점에서 놀라는 것과 똑같아요. 늘 마음으로 갈망하면서 절제해왔던 탐욕을 비로소 실현할 때 잠자고 있거나 눌려있는 우리들의 차디찬 악마적인 본성과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가 제작되어 올 3월에 개봉예정이래요. 원작과 각색된 영화를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 기대도 해봅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돈에 갈증을 느끼고, 돈을 갈망하는 누구라도 읽으면 흥미롭게 읽을 소설입니다. 돈의 습성과 돈이 우리 탐욕에 미치는 아찔한 영향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증권가의 "카더라"하는 생리를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읽는 내내 "설마, 아니겠지, 에이~ 아닐꺼야"라며 의심도 들지만, 돈으로 인한 어두운 이면을 보면서 우리 자신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책 속 글귀 

p. 31 펀드매니저와 브로커. 일반 사람들이 금융권 체계에 대해 어렵고도 난해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금융'이라는 것은 두 가지 직무로 요약된다. 첫째,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불려나간다. 둘째, 첫 번째 행위에 필요한 계좌를 개설하고, 그 거래들이 가능하도록 매매를 중개한다. 전자를 담당하는 곳이 '자산운용사' 및 '은행 자금부'라 불리는 곳이고, 후자를 담당하는 곳이 '증권사'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래서 운용사 및 은행 자금부에서 일하는 사람을 펀드매니저 혹은 딜러라고 하며, 증권사에서 그들의 매매를 중개하는 사람을 브로커라고 한다.

p. 90 "이봐, 조익현. 자기 자신을 '어떤 누군가'로 너무 단정 짓지마.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앞으로 또 이렇게만 살 거야.' 굳이 이런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후후후, 너는 의외로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어. 네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네가 부러워하던 그런 사람 말이야. 바꿔 말하면, 너는 지금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애써 포장한 것일 수도 있단 말이지. 마흔 살이나 쉰 살이라면 모를까, 스물일곱이면 아직 늦지 않았어. 네가 전혀 다른 사람임을 깨닫는 건.

p. 97 여의돌에 출근하던 첫날, 익현에게 그것은 마치 앞으로 우뚝 솟을 자신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저 많은 건물들 중에 내 것 하나 없다는 현실이, 아니 심지어 저 건물의 단 1평조차도 소유하고 있찌 못하다는 사실이 더없이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p. 215 악마는 인간에게 고통만을 주지 않는다. 악마는 인간의 낙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속삭인다. 달콤하게, 항상 승리에 취해 있게, 그리고 그 행복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도록······. 그 속삭임을 귀가 마비되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렇게 한 인간이 기쁨에 취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이 든 바로 그때, 악마는 그 승리자에게 근사한 선물을 선사한다. '절망'이라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선물을······.

p. 315 악당들은 너무 똑똑하다. 너무 똑똑해서 그 꼬리를 잡히지 않을 뿐더러 잡히더라도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반면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이곳 철밥통들은 평균 이하의 두뇌를 가진게 아닐까 의심해봐야 될 정도로 너무나 멍청하다. 이들에게 오로지 절차, 규정, 법규, 공문, 그리고 '문서화해야 하는 증거'밖에 없다.

p. 378-379 "(중략) 하하, 한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거래하는 멋진 직업을 가졌지만, 막상 실생활에서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제대로 누릴 줄도 모르는 것이 바로 저 세일러들의 특징이죠. 최고급 양복을 입고 마호가니 책상 앞에서 대단해 보이는 일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가롭게 술을 즐기는 것조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불쌍한 자들 말이에요."

p. 389 사람들은 다 똑같다. 눈앞에 위기가 닥치면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 마음 속 깊은 곳의 무의식이 그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는 보통 0.5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웬만큼 훈련 받지 않은 이상, 그 결정을 한쪽으로 치우치게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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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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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작품을 잘 몰라도 (해바라기 정도는 알지만) 화가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고흐하면 작품보단 스스로 귀를 자른 사람이라고 각인되어, 스스로에게 얼마나 잔인하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를 알기를 아주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제대로 들여다 볼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요. 어린 시절엔 한 쪽면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했고, 단면적인 시야는 세상의 다양한 면을 바라보는데 방해가 되었습니다. 반 고흐도 단면적인 시야로 바라봤죠.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고흐는 더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져서, 결국엔 책장에 꽂혀 있던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내용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빈센트 고흐가 그의 든든한 평생 후원자인 친동생 테오 반고흐와, 그의 동료 화가들에게 전하는 편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편지내용에는 그 자신의 감정, 작품에 대한 그만의 철학과 예술적인 조예 등이 담겨져 있습니다. 또 다른 문학작품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들정도로, 그의 문체는 복잡하기도 하고, 섬세하기도 하며, 다채롭습니다.


■ 느낀점


우선 빈센트 반 고희의 일대기를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자료참조 : 네이버 백과사전). 그는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입니다. 빈센트는 원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목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으나 신학대학교 낙방을 하고, 전도사 양성학교에서도 그의 자질 부족하다고 여겨 평신도로 전도활동을 허가 받았지만, 그의 성향 자체가 광신도적이고, 격정적이어서 교회로부터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실의에 빠지는 그는 그동안 그려온 습작들을 바탕으로 그림만이 구원의 길이라 믿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드로잉에 기본 지식을 배우던 중, 그는 종교에 대한 반감심으로 아버지와 깊은 갈등을 겪게 되고, 특유의 과격한 성격 때문에 타인이 전하는 비판과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쉽게 상처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사랑이 필요했던 그는 매춘부 출신의 여성과 함께 동거를 하지만 가족과 동생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심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예술촌 건설을 꿈꾸던 빈센트는 고갱과 베르나르를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 마침내 고갱과 함께 공동생활을 시작하지만 성격차이로 인하여 그들의 공동생활에 균열이 일어나고 정신발작을 일으킨 그는 면도칼로 그의 귀를 잘리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고 발작을 빈번히 일으키는 그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작품활동을 힘겹게 이어가다 결국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삶을 살다간 비운의 화가입니다. 그는 작품에 대한 천재적인 자질을 갖춘 사람은 아니었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며 그림을 꾸준히 그려갑니다. 지금은 그와 그의 작품이 높이 평가받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완전히 다른 세상 사람이었죠. 그의 그림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동생 테오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합니다. 편지 내용을 보면, 형으로서 동생을 생각하는 따뜻한 배려도 보이지만, 자신의 성향을 절대 바꾸지 않고, 오로지 그림만 그리며 동생 테오에게 그림을 그릴 재료와 생활비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니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세상과 타협하기를 포기한 사람으로만 보였거든요. 고구마를 한 입 머금은 듯한 기분으로 그의 편지를 읽어가면, 그에게 은근 설득 당하듯 그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갑니다. 빈센트는 독서광이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랍니다. 편지 내용에 그가 접한 다양한 고전이 등장하고 문학, 철학, 예술적 견해가 아주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데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사람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아주 충실한 빈센트를 보면 그 시대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껴서 그를 외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가 살았던 세상은 그를 감당하기에 그토록 힘겨웠을까? 그=그 시대엔 그가 그렇게 버거운 존재였을까?왜 그를 그토록 외롭게 했을까"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그에겐 자신을 끝까지 지원해주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를 지켜준 동생 테오가 있었습니다. 테오 반고흐는 그를 유일하게 받아준 사람이었고, 그 덕분에 그의 작품이 현대엔 위대한 작품 중에 하나로 손꼽히며, 빈센트는 시대가 외면한 정신이상자가 아닌 시대의 예술가로서 위대한 업적을 선보이며 지금까지도 찬사를 받을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해바라기>라는 훌륭한 작품을 보고, 빈센트 반고흐를 자신의 귀를 화김에 자른 잔인한 사람으로 인지하여 그를 제대로 알기를 꺼려하고 외면했던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도, 그를 들여다보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마치 상처가 많고 열등감으로 가득찬, 단적인 면이 많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두려운 것처럼 여겨지더라구요. 어쩌면 나와 성향이 너무 비슷해서 그를 마주하기 싫었던 것도 있었을 겁니다. 나도 감정적이고 다혈질적인 성향이고, 마음은 깊으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면 불같은 사람으로 돌변합니다. 그런 그를, 결국엔 책을 통해 마주했고 따뜻하고 평온하며 자연 그대로의 세상을 갈구하던 빈센트였다는 것을 알곤,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타협을 하지 않는 고집쟁이로만 봤는데, 그는 타협을 원했고 또 원했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로만 치부되어 그의 목소리는 늘 외면당했죠. 사랑에 갈증을 느꼈던 빈센트. 매춘분 여성과 그녀의 아이를 버리고 나왔다는 것에 죄의식을 느낄정도로 그는 여린 사람이었습니다. 여린 사람들은 죄의식을 한번 느끼고 나면 평생갑니다. 그 무게를 벗어내지 못해 스스로를 죄인처럼 여기고 살아가죠. 그런 그를 보면서 다독여 주고 싶고, 그와 비슷한 나도 다독여줍니다. 자신의 단점과 열등감을 적나라게 잘 알고 있는 분들, 빈센트와 마주해보세요. 동질감도 느끼고, 또, 나와 비슷한 그가 적어도 자신처럼 고지식하겐 살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거든요.

 좋은글귀


p. 12- 13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p. 16 나는 정열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가끔은 좀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친 행동을 하기도 했지.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는 바람에 조금 더 참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일도 이따금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가끔 무모한 행동을 하잖아. 그렇다고 어떻게 하겠니.나 자신을 어떤 일에도 어울리지 않는사람으로 봐야 할까.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열정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겠지.


p. 20 제발 내가 포기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나는 꽤 성실한 편이고, 변했다 해도 여전히 같은 사람이니까.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내가 무엇에 어울릴까, 내가 어떤 식으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어떻게 지식을 더 쌓고 이런저런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뿐이다. 


p. 24 이 감옥을 없애는 게 뭔지 아니? 깊고 참된 사랑이다.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최상의 가치이며, 그 마술적 힘이 감옥 문을 열어준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것과 같다. 사랑이 다시 살아나는 곳에서 인생도 다시 태어난다. 이 감옥이란 편견, 오해, 치명적인 무지, 의심, 거짓, 겸손 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p. 35 이유도 없이 불평만 일삼는 행운아들! 그들은 나를 우울한 놈이라고 한다. 그러니 내가 '절대 안 된다'는 대답을 들은 것을 축하해달라고 너에게 부탁하고 싶다. 사람들은 바다로 나가면 익사할 위험이 크다고 말하지만, 나는 부인한다. 그 말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위험의 한 가운데에 안전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잊고 있는 것 같다.


p. 39 (중략)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p. 62 화가의 의무는자연에 몰두하고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쏟아붓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된다. 만일 팔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면 그런 목적에 도달할 수 없다. 그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행위일 뿐이다. 진정한 예술가는 결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진지하게 작업을 해나가면 언젠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된다.


p. 82 노력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절망에서 출발하지 않고도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실패를 거듭한다 해도, 퇴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해도, 일이 애초에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돌아간다 해도, 다시 기운을 내고 용기를 내야 한다.


p. 83 위대한 일이란 그저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되는 작은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서 이루어진다. 


p. 90 나는 이 세상에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이 땅 위를 걸어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런저런 유파에 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 이런 생각에 집중하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져서, 더이상 혼란스러울 게 없다. 요즘은 작업이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니, 더욱더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하겠다.


p. 118 나는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을 테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더 나아진다. 게으르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실패하는 쪽을 택하겠다. 


p. 141 종교나 정의나 예술이 그렇게 신성할까? 자신의 사랑과 감정을 어떤 이념을 위해 희생시키는 사람보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더 거룩한데. 그건 그렇다 치고, 글을 쓰고 싶다면 행동을 해라. 인생에 대해 무언가를 담고 있는 그림을 그리든지.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니 네 스스로 퇴보하길 바라지 않는 이상 공부는 필요하지 않다. 많이 즐기고 많은 재미를 느껴라. 그리고 오늘날 사람들이 예술에서 요구하는 것은 강렬한 색체와 강한 힘을 가진 살아 있는 어떤 것임을 명심해라. 네 건강을 돌보고 힘을 기르고 강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최고의 공부다. 


p. 142 나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비뚤어지고 적의에 차서 성을 잘 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 234 성공하려면, 그리고 계속되는 행운을 즐기려면, 나와는 다른 기질을 타고 나야 할 것 같다.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소망하고 이루려고 해야 할 일을 나는 이루지 못했고 결코 이룰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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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센스 -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리드하는
셀레스트 헤들리 지음, 김성환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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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말하기"와 "말"에 관해서는 늘 숙제입니다. 나름대로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또한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갈등을 겪으면서 알게 되었죠. "나의 말은 들어서 손해볼 건 없어"라는 자만이라고 할까요? 내 말에 관한 확신을 가지고 이야길 하지만, 맞다손 치더라고 결국 내 생각일 뿐 객관적인 시선에서 무조건 옳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걸 부끄럽지만 요즘에 알게 되었습니다. 말에 관련한 책들이 나오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읽어왔는데, 그나마도 그 덕분에 기만한 태도가 나아졌다고 믿고 싶습니다만, 기만 섞인 말들이 불쑥불쑥 튀어 나올 때면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말을 하더라도, 진심이 전해지는 말을 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고 늘 딜레마에 시달리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말에 관한 책 한권을 만났습니다. 그 책은 방송인이자 대화 전문가인 셀레스트 헤들리의 말센스입니다.



■ 말센스 내용 


이 책은 방송인이자, 저자, 강연가, 대화전문가인 셀레스트 헤들리가 집필한 책입니다. 대화법과 관련한 TED 영상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고 해요. 영상을 짬짬히 들여다 봤는데, 말센스를 기르기 위한 필요한 항목들을 열거해줍니다. 이 책에도 말센스를 키우는 16가지 방법이 담겨져 있습니다. 저자게 제세하는 16가지 방법에는, "1)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를 참아낸다 2)선생님이 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3)질문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표현한다 4)대충 아는 것을 잘 아는 척하지 않는다 5)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는디 6)상대가 보내는 신호에 안테나를 세운다 7)잡초 밭에 들어가 배회하지 않는다 8)머릿속의 생각은 그대로 흘려보낸다 9)좋은 말도 되풀이하면 나쁜 말이 된다 10)이 얘기에서 저 얘기로 건너뛰지 않는다 11)고독의 시간과 공감력을 높여준다 12)말은 문자보다 진정성이 강하다 13)편리함을 위해 감정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14)말재주와 말센스는 다르다 15)'옮음'보다 '친절함'을 선택한다 16)바로잡지 못할 실수는 없다"가 있습니다.



■ 느낀 점 


말재주와 말센스는 동일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타인과 갈등을 겪으면서 내가 말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엔 나의 마음과 의도를 타인이 몰라주면 섭섭하고 힘들어 했습니다. 오해라 여기면 오히려 원망과 분노가 솟구치기도 했고요. 말로 인해 유발하는 감정의 기복을 통제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말하는 태도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어요. 문제가 있다고 자각은 했지만, 아니길 바랐죠. 그런데, 나는 고집이 쎄고 내 주장이 강하고, 은연중에 돋보이고 튀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원래는 참 내성적인 성향이고, 튀는 걸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는데, 소수로 이야길 할때는 과시욕이 불끈불끈 솟아 오르고, 대화의 주도권을 내가 쥘려고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화에 임하고, 말하는 태도로 본 나의 모습이 적나라게 들어나더군요. 말로 우쭐대고 싶어했습니다. 뭔가 많이 아는 사람인 것 마냥, 말로 재주로 불리려고 했고 나의 결핍을 과대포장했고요. 말재주는 있으나 센스는 제로였던 나였습니다. 말 재주를 부리느라, 포장하는데만 급급했던, 상대가 전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상대가 자신의 색깔을 내면 낼 수 없도록 설득하며, 내가 옳다고 밀어붙이는 특유의 고집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벌거벗은 채 나를 꽤 뚫어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껏 말을 할때, 나를 내려놓을 줄도 몰랐고, 대화를 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릴려고 했고,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기도 했습니다. 늘 내가 옳다는 착각 속에 심취했습니다. 나는 말을 잘한다고 철썩같이 믿었으니까요. 추구하는 바는, 진심어린 대화가 오고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만의 규칙과 룰을 정하고 따라오도록 유도했습니다. 상대로부터 뭔가를 배우겠다는 태도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따라오라는 식인거죠. 앞뒤가 맞지 않은 말 같으면 끝까지 듣지도 않고, 잘라버리는 무례함까지. 나의 말센스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덕목은 겸손입니다. 앞뒤 맥락이 맞든 틀리든, 상대를 통해서 배울 점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볼 필요가 있는데, 이미 상대를 판단하고 들을 생각부터 하지 않거든요. 거기에 인내심도 필요하고요. 상대와 교감하기 위해 귀를 기울기보다, 내가 말할 타이밍을 엿보느라 바빴으니까요. 내가 말하고 싶고, 튀고 싶고 주도하고 싶은 욕구를 눌러보는, 인내심도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마음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어요. 열려있고, 유연한 사고 방식과 겸손하게 경청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할 필요성을 이 책이 가르쳐줍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말하는 것,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누구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말을 잘하는 재주도 좋지만, 말센스 또한 중요한데요. 말센스를 기르는 어떤 기교와 기술을 알려주기 보단, 인내, 절제, 겸손 그리고 경청의 힘이 곧 말센스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말재주는 정말로 좋은데, 말을 하고 나서 뒤꼭지가 신경쓰이거나, 뿌듯함보단 찝찝함이 더해지고, 혹은 말로 갈등을 겪고 있는 누구라면,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 좋은 글귀


p. 10 말센스는 경청하고, 질문하고, 공감하고, 배려함으로써 상대가 하고 싶었던 말, 망설이던 말, 감춰두었던 말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p. 38-39 자기 자신의 편견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면서 상대의 편견을 교정하겠다는 태도로 대화에 임하는 것은 얼마나 주제넘는 행동인가? 지적 능력과 교육 수준은 우리를 고정관념으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한다.


p. 39 솔직하고 정중한 대화의 목표는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이 과정은 당신 자신에게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신 자신의 의견이 얼마나 확고하든 간에, 모든 대화에서 이런 질문을 먼저 던져보기 바란다.


p. 42 상대에게 질문을 하라.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이며, 가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지, 어떤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가장 하기 싫은 것은 무엇인지. 상대에 대한 호기심의 표출은,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다.


p. 53 그래서 소설가인 제임스 스티븐스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현명해진다. 그 질문에 대한 답벼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명해지는 건 마찬가지다. 속이 꽉 찬 질문은, 집을 달고 다니는 달팽이처럼, 답변을 등 뒤에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질문은 때때로 하나의 영감이 되기도 하고, 더 많은 탐색과 발견을 위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맺게 되는 훌륭한 관계의 대부분은 간단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p. 58-59 대화에 자신의 의견을 더하고 싶은 욕구를 뿌리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말하는 것을 피하라고 강력히 권한다. 아주 약간의 지식만 가지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p. 65 아는 척하는 태도가 단순히 비생산적인 결과를 낳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처럼 가장할 경우, 당신은 당신 자신의 잠재력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신뢰에서 오는 혜택까지도 잃어버리게 된다.


p. 82 일단은 상대의 얘기가 옳든 그르든, 재미있든 없든, 내 얘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자. 그리고 상대가 말을 하는 동안, 그의 말과 생각에 담긴 의미에 대해 숙고해 보자. 그리고 상대의 표정과 몸짓도 관찰해 보자. 어느 순간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도 속으로만 생각하자.


p. 126 대화는 계발하기 쉽지 않은 두 가지 기질, 인내와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나쁜 소식이 아니다. 나는 이런 어려움이 대화의 아름다움을 더 증대시켜 준다고 생각한다. 대화가 가치 있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생각에만 탐닉하는 대신 다른 누군가의 생각과 느낌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하면서 인내력과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p. 191 논리를 통해 감정적인 문제에 접근하려는 전략은 실패하기 마련인 것이다. 논리는 감정을 무력화시키고자 시도하지만, 감정은 약점이 아니고, 무용한 것도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만큼, 우리의 감정은 유용한 동시에 중요하기도 하다. 대화 당사자들이 IQ와 EQ를 모두 사용할 때만, 비로소 훌륭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p. 210 우리는 아무리 짧은 대화라도, 모든 대화에 기대를 가지고 임한다. 말하기 위해 입을 열기 전 당신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그 기대다. 비록 우리 스스로 대화가 진행되는 방식을 항상 통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자신의 기대를 상대와 공유하고, 대화에 임하기 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인식함으로써, 개방적이고 진실된 의사소통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p. 218 내 자신의 편견을 없애는 또 다른 방법은, 상대가 말하는 것에 내가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 끊임없이 판단하고자 하는 충동에 저항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들에게 동의하는 것과는 다르다. 듣기의 목적은 일차적으로이해하는 것이지, 그 사람의 생각이 나와 같은지 다른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p. 222 (중략) 항상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라는 것이다. 나는 존중이야말로 모든 의미 있는 의견 교환의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눌 때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보다, 상대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p. 225 당신이 상대를 먼저 존중하지 않으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기가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맞을 가능성보다 틀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할 것이다.


p. 226 정말로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저 듣기만 하라. 당신이 상대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동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모든 대화가 공감이나 포용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대화가 공감이나 포옹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대화 과정을 그저 즐기려고 노력해 보라.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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