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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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 소설책 한 권 읽었습니다. 늘 마음과 심리를 성찰하고 세상의 흐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들을 읽다가 머리를 식히려는 차원에서 영화한 편 본다는 의도로 소설책 보기왕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가볍지만 않은, 생각을 많이하게 만드는 소설책이어습니다. 단순 공포와 추리가 섞인 그런 소설책인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 보기왕이 온다 내용 


이 소설은 1장 방문자, 2장 소유자, 3장 제삼자로 총 3장으로 구성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귀신이야기를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첫 장부터 주인공 다하라가 영매사와 같은 어느 여성과 겁에 잔뜩 질렸으나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가며 소설은 전개됩니다. 주인공 다하라가 어린시절 접했던 보기왕이라는 두려운 존재는 사람 이름을 부릅니다. 불렀을 때 절대 대답하면 안됩니다. 어린시절에 잠시 경험했던 보기왕의 공포는 그가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그의 삶에 끼어들기 시작하고 그를 옥죄어 옵니다. 그는 보기왕으로부터 그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 느낀점 


이 소설을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이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아주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보기왕에 맞서는 인간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호러소설입니다. 호러소설이라고 국한할 수 없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엔 주인공 다하라 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 가나와 딸 치사,  오컬트 작가 노자키 그리고 노자키의 연인이자 영매사인 마코토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다하라가 가장 두렵고 무섭게 여기는 보기왕에 맞서 함께 싸웁니다. 보기왕의 실체를 파악하고, 보기왕이 다하라 가족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모든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보기왕을 읽다가 문득, 초등학교 시절 "홍콩할매귀신"과 "빨간 마스크" 괴담이 생각났습니다. 홍콩할매귀신도 빨간마스크에게도 저마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맞닥들이면 어떤 대처를 해야하는지 등 정보를 공유했었죠. 괴담인 줄 알면서 그 속에서 느끼는 공포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어두운 코너에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 같아서 집밖을 나가곤 했었죠. 여기서 보기왕은 내가 접했던 괴담 그 이상입니다. 전개 자체가 어둡고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하지만 보기왕의 실체를 파악하고 싶은 마음에 눈을 땔 수가 없어요. 몰입감이 참 끝내줘요. 그리고 특이한 점은 1장에선 주인공 다하라의 관점, 2장에선 다하라 아내인 가나의 관점, 마지막 3장에선 오컬트 작가 노자키의 관점에서 소설이 전개되는데요. 관점만 다를 뿐 결국엔 모두 연결됩니다. 서로 다른 관점이지만, 등장인물들은 공통적으로 각자 자신만의 결핍, 상처, 열등감에 사로 잡혀서 살아왔다는 사실. 이는 보기왕에게서 느끼는 공포와도 연결됩니다. 사람이 누구나 자기애가 강해서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자신을 지켜내려는 마음이 강해지면 불같고 어두운 감정들이 샘솟을 경우가 있지요.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 또한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 두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극대화가 된다면 공포로 전환되며, 공포에 질리면 사람은 극도로 잔인해지기도 하고요.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어떻게 표출되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의 맛을 봅니다. 이 소설을 보면,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는, 아니 지옥을 경험하다 천국에 이르게 합니다.



■ 책 속 글귀


p. 31 계속 참기만 하면 마음속에 나쁜 게 쌓이는 법이지.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대가가 온단다. 계속 참는 게 좋은 일은 아니야. 나는 참았어, 그러니까 용서해줄 거야.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란다. 세상은 ······ 세상은.



p. 243 오래 살았다고 해서 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사색이 깊은 것도 아니다. 흐리터분한 부정과 진부하고 모호한 말을 몇 번이나 듣고, 해가 저물었을 무렵에는 온몸의 기운이 쭉 빠졌다.



p. 267 인간은 옛날부터 생각했지. 자신과 똑같이 생긴 건 무섭다고, 봐서는 안 된다, 보면 죽는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왜일까?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어. 적어도 알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중략) 자신의 추악함과 교활함, 나약함, 어리석음을 자기 눈으로 보는 건 견디기 힘들 만큼 괴롭기 때문이지.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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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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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를 마주한 계기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윤리시간이었습니다. 윤리시간엔 노자 장자 맹자 공자 등 중국의 훌륭한 성인聖人들과 그들의 사상에 대해 듣고 필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암기과목으론 최고였죠. 그리고 "공자가 말씀에.."라는 운을 띄우며 공자의 명언을 날리며 허세를 부리기도 합니다. 공자가 아주 훌륭한 성인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너무나 익숙한 존재라서 그의 사상과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고전을 읽어볼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고전에 흥미를 붙이면서 동서양의 기업 리더들이 하나같이 논어를 통해서 기업을 이끌어가는데 큰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논어가 얼마나 대단한 고전이길래, 기업의 리더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멋지게 발휘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내실을 다지는 것을 지향하는 사람이라 고전이 끌렸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고전은 어렵습니다. 이해하는 과정에서 고통스럽기까지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스스로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체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논어를 읽을 땐 더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성장 중이라 믿으며 읽었습니다. 


■ 논어 내용


논어를 설명하기 전, 공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공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이지만, 논어를 알면서도 논어는 무엇이며 논어는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자의 말에 빌려, 논어란 "공자의 말씀과 제자들과의 변론을 모아놓은 어록체語錄體의 기록p.390"입니다. 논어는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서 언급한대로 공자의 말과 행동,제자들, 공자가 살았던 시대의 사람들과 오고간 대화의 기록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대화 내용은 한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글로 번역된 내용이 있습니다. 해석에 차이가 있는 부분엔 해설 내용으로 이해를 돕습니다. 중간중간 공자의 제자의 이름과, 그 시대에 공자와 마주한 인물들의 이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어의 전반적인 내용으로 한 인간이 태어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며, 한 인간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며, 학문을 할 땐 어떤 태도를 취하며, 가족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국가와 사회를 바라볼 땐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등 어떠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자신과 태도, 마음가짐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에도 적용해도 절대 어색하지 않을 구절도 있고, 너무 보수적이기도 하고 잘못 이해하면 현시대엔 논란이 될 수도 있는 구절도 있습니다. 그만큼 시대를 넘어 똑같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으나, 시대를 넘다보니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구절도 있다는 뜻이죠.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못하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자 선택인듯 합니다. 


■ 느낀점 


논어에 대한 느낀점을 적어라고 한다면 한마디로 "어렵다"라고 적고 싶습니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어렵지만 파고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해해보려고 머릴 써보게 됩니다. 중국의 고어를 한글로 번역한 부분이 있어서 어렵기도 하지만, 아주 함축적인 공자의 말씀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의미심장하죠. 그나마 공자말씀이라며 들었던 익숙한 구절이 나오면 너무나 반갑더라구요. 그런데, 난이도를 감히 말해보자면 (몇 권 안되지만)지금껏 읽었던 고전 중에 가장 어려운 고전인 듯 합니다. 수십번 읽어봐야 할 것 같고, 마음으로 공자를 불러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입니다. 어떤 구절을 읽을 때면 이해가 되지 않아 책의 앞 뒤 옆을 본다든지, 혹은 눈을 감고 머리에 책을 올려 놓으면 이해되진 않을까..라는 온갖 행동을 하면서 논어와 사투를 벌였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구절이 태반입니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인물들도 고전을 쉽게 이해하지 못해 평생을 들여다 봤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 속엔  다양한 관계 속에 얽혀 살아가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가르침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논어를 읽고 이해하기 힘든 어떤 날엔 공자가 살아가던 시대를 상상하며 공자와 제자들이 둘러 앉아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떠올려 봤습니다. 햇빛이 내리쬐는 어느 마루에 앉아 흙냄새가 자욱한 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참 보기 좋았고, 소통이 잘되어 기운이 원활한 분위기.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칠 땐 그런 분위기였을 것이라 짐작도 해봅니다. 어떤 책을 읽으면 다 읽어냈다며 통쾌한 기분이 들지만, 논어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갈길이 구만리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막막합니다. 그만큼 쉽게 머리와 마음에 들어 오지 않을 정도로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어렵게 체득할수록 가르침과 배움은 오래 남는 다는 태도와, 세상살이가 힘겨울 때면 옛 스승을 찾아가 자문을 구한다는 각오로, 두고 두고 읽어볼 생각입니다. 조금 힘겨운 도전일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원서를 스스로 번역하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요. 서양고전이든, 동양고전이든 번역을 하고 해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의미와 관점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의미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의미 파악을 해보고 싶은 것이죠. 논어와 같은 고전도 마찬가집니다. 공자가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마주하고 싶은 의지가 샘솟습니다. 


■ 좋은글귀


p. 10  『논어論語』는 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동양 사유 체계의 토대를 조형해낸 기본서이자 모태母胎였다. 동양 사회의 형성과 사유 체계는 결코 『논어』와 분리시켜 논하기 어렵다. 그만큼 『논어』의 영향력은 그 연원이 심오하고 뿌리가 깊다. 그것은 우리 선조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온 '마음의 양식糧食''이었고, 오늘을 사는 우리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내재화된 마음의 양식'이라 할 수 있다. 


p. 40-41 공자가 말했다."유由야! 너에게 가르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p. 73-74 공자가 말했다."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지위에 오를 때를 걱정하며,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p. 75 공자가 말했다. "현인을 만나면 그를 본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자를 만나면 스스로 그와 같은 잘못이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p. 98-99 안연과 계로季路가 공자를 모시고 있을 때 공자가 말했다. "어찌 각지 너희들의 뜻을 말하지 않는가?"/자로가 말했따. "마차와 옷을 친구와 함께 쓰다가 해지더라도 유감이 없고자 하옵니다."/"안연이 말했다. "저의 장점을 자랑함이 없으며, 저의 공로를 드러내지 않고자 하옵니다."/자로가 "선생님의 바라는 바는 무엇입니까?"하고 묻자, 공자가 말했다. "나이든 분들이 나로 인하여 편안하고, 벗들이 나를 신뢰할 수 있으며, 젊은이들이 나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p. 125 공자가 말했다. "묵묵히 되새기고 공부에 염증을 느끼지 않으며, 가르치는 데 게을리 하지 않는 것, 이를 행하는 데 내게 무슨 어려움이 있겠느냐?"


p. 128 공자가 말했다. "아직 마음에 정리가 되지 않았을 때 먼저 이끌어 줄 필요가 없고, 말하려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할 때 먼저 계도할 필요가 없다. 한 쪽을 예로 들었는데, 이로써 나머지 세 쪽을 미루어 알지 못한다면 곧 다시 돌아와 원래의 길을 가야 한다."


p. 135 공자가 말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 중에 선善한 것을 찾아서 따르고, 선善하지 못한 것을 보면 거울로 삼아 내 잘못을 고쳐야 한다."


p. 157 공자가 말했다. "학문을 할 때는 스스로 충실하지 못하다고 여기며 계속 노력해야 한다."


p. 336 자장이 공자에게 인仁을 여쭙자, 공자가 말했다. "능히 다섯 가지 덕을 천하에 실행할 수 있으면 그것이 곧 인이다."/자장이 가르침을 청하니, 공자가 대답했다. "공경함(공恭), 너그러움(관寬), 믿음(신信), 성실함(민敏), 베품(혜惠)이니, 공경하면 곧 모욕을 받지 않고, 너그러우면 곧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얻게 되고, 믿으면 곧 다른 사람에 의해 곧 기용되며, 성실히 노력하면 곧 공을 세우게 되고, 베풀면 곧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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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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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건 채 3년도 되지 않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것 자체에 흥미가 없던 사람이었어요. 영화를 본 후 소감 및 감상평을 적을 때도 무슨말을 적어야 할지 몰라서 딱 5줄만 썼던 적도 있습니다. 나의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옮겨 적는다는 건 그만큼 나에게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맞춤법도 맞는지 틀렸는지 몰라서 맞춤법이 애매하면 사전을 검색해서 맞춤법을 확인합니다. 특정 매체를 경험하고 내 생각 그대로 옮겨 적는다는 건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잘 쓰고 싶다는 갈증은 있는데 어떻게 잘 써야하는지 몰라서 나의 생각과 글은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것 같습니다. 글쓰는 방법과 방향성을 알고 싶어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어봅니다.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글에 대한 분석력은 없어도, 눈이 글따라 아무런 걸림없이 수수술 굴러가고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르게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일 때, 무한대로 퍼져있던 나의 생각들이 정리되는 글을 읽을 때,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라며 감탄을 쏟아냅니다. 요즘 핫한 은유작가의 글을 읽으면 감탄하며 읽게 됩니다. 그녀가 어떻게 와닿는 글들을 썼는지 궁금해서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어봤습니다. 



■ 글쓰기의 최전선 내용


이 책은 저자가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강좌명의 글쓰기 수업을 통해서 저자 자신이 글쓰기에 관해 학인들에게 노하우를 나눠(?) 준 지난 4년간의 경험을 담았습니다. 여기서 노하우란 목적성이 있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이 아닌 학인들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는 자기주도적인 방법이라 감히 언급해봅니다. 즉,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p.31)을 던지고, 자신만의 생각과 욕망을 직면하여 글로 풀어내면서 스스로를 알아가는 글쓰기 노하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기준과 목적성을 두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에 기준을 두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이 책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삶을 용기있에 말할 수 있는 글쓰기(1부 삶의 옹호자로서의 글쓰기),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시를 낭독하여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어가는 글쓰기(2부 감응하는 신체 만들기), 상식과 금기에 도전하여 분석하고 자신의 관점을 들여다보고 질문하는 글쓰기(3부 사유연마하기), 삶에 근거한 살아있는 정직한 글쓰기(4부 추상에서 구체로), 나의 언어로 타인의 삶을 번역하는 글쓰기(5부 르포와 인터뷰 기사쓰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느낀점 


우연한 기회로 어느 신문에 실린 은유작가의 칼럼을 읽었습니다. 특정 사회문제와 인식을 두고 글을 쓰는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이고 설득력있는 글을 보고 놀랬습니다. 잘 모르는 이슈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그녀의 글솜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어렵지 않는 표현들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아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고 해야할까요? 뭐라 표현을 잘 못하겠어요. 거기에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는 글의 전개. 딱딱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방기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글쓰기엔 어떤 철학이 담겨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은유작가는  글과 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더라고요. 나만 몰랐던 거예요. 암튼, 그래서 그녀가 쓴 책 중에 글쓰기와 관련한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책을 우연한 기회에 접할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그녀만의 철학은, 글쓰기는 나를 시작으로 써내려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만이 쓸수 있는 나만의 글쓰기에 중점을 두고 글을 써내려가는데, 이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철학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내가 왜 살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질문을 던지면서 내 존재와 본질, 가치를 찾아나서는데서 시작하는 글쓰기란,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그녀가 책에도 언급했지만, 기자가 되기 위한 글쓰기, 소설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가 아닌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글을 쓰고, 알을 깨듯 단단하게 굳혀있던 자신을 틀을 깨고 세상과 마주하고 친해질 수 있는 글쓰기 강의를 직접 듣는 듯 해서, 참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어려워 하는 시를 음미하며 시를 통해 나를 보고 나의 감정을 관찰하고, 타인에게 접근하여 인터뷰를 하고 나만의 언어로 타인의 삶을 써내려가는 글쓰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쓰는 방법과 방향성을 제시해줍니다. 잘보이기 위한 글이 아닌 소신있고, 용기 있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글. 그런 글들을 써내려 갈 수 있도록 은유는 알려줍니다. 진짜 나를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글쓰기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 좋은글귀


p. 9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 애썼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외적 원인에 휘말리고 동요할 때, 글을 쓰고 있으면 물살이 잔잔해졌고 사고가 말랑해졌다. 글을 쓴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불행한 상황이 뚝딱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줄 한 줄 풀어내면서 내 생각의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p. 21 좋은 글은 울림을 갖는다. 한 편의 글이 메아리처럼 또 다른 글을 불러온다. 글을 매개로 남의 의견을 듣고 삶을 관찰하다보면 세상에는 나와 무관한 일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균형 감각이 발달한다. 이는 삶에 이롭다. 

p. 22 "우리가 충분히 배우고 우리의 눈과 귀를 충분히 연 경우 언제든 우리의 영혼은 더욱 유연하고 우아하게 된다."/작가는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고 수전 손택은 말했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원래부터 작가라서 지식인의 본분으로 세상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세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작가라는 뜻으로. 그래서 작가가 되기는 쉬워도 작가로 살기는 어렵다.


p. 58 내가 쓴 글이 곧 나다. 부족해(보여)도 지금 자기 모습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실패하면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점에서 나는 글쓰기가 좋다. 쓰면서 실망하고 그래도 다시 쓰는 그 부단한 과정은 사는 것과 꼭 닮았다.


p. 82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다' 좋은 책을 읽었다. 읽기와 쓰기는 다른 행위지만 내용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읽기가 밑거름이 되어 쓰기가 잎을 틔운다. 책을 읽어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눈을 키운다. 세상은 어떤 것이구나 통찰을 얻는다. 모국어의 선용과 조탁, 표현력을 배운다. 좋은 문체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인데, 총체적으로 글을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다.


p. 124 글쓰기는 이미 정해진 상식, 이미 드러난 세계의 받아쓰기가 아니라 자기의 입장에서 구성한 상식, 내가 본 것에 대한 기록이다. 그래야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글,그사람만 쓸 수 있는 고유한 글이 나온다. 


p. 131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 것은 창작자의 임무이다. 창작 분야 종사자 중 '대체 가능한 존재'는 살아남지 못한다. 내가 아니어도 남이 할 수 있으면 그건 누구나 할 수 잇다는 뜻이다. 내가 쓰는 글은 나만 쓸 수 있어야 한다. 

p. 138 가슴에 물음표가 많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쓸 가능성이 많다. 작은 자극에도 촉발을 받고 영감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물음표가 어느 순간 느낌표로 변하고 다른 삶의 국면을 통과하면 그 느낌표는 또 다시 물음표가 된다. 내가 이렇게 믿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찾아드는 것이다. 그 물음표와 느낌표의 반복과 순환이 자기만의 사유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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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음이 피로할까? - 일·사람·관계에 지친 당신을 위한 달콤한 심리 테라피
천옌이 지음, 김정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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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인이 되던 만 20대가 되기 전엔, 그저 말 잘듣는 착한 나로 인정받았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나로 이해받고 칭찬받고 인정받았죠. 나도 그런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힘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많은 갈등을 겪어보니, 칭창만 듣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인간관계가 흘러갈 때 충격이 엄청 컸습니다. 내가 착각 속에서 살아왔던 사실을 인정하니까지, 가면을 벗기까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나만의 단점이 적나라게 들어나고, 단점을 받아들이는 건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거든요. 나의 열등감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갔고, 진짜 나로 알고 있던  나는 착한 척 하는 나였을 뿐, 진짜 나는 아니었습니다. 대만의 최고의 정신과 전문의 천옌이가 쓴 나는 왜 마음이 피로할까?를 읽으니, 진짜 나와 가짜 나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을 때 방황하는 나의 모습과, 답을 찾고 싶어하는 내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 나는 왜 마음이 피로할까? 내용 


이 책은 이 책의 저자이자 대만의 정신과 전문의가 가정을 비롯한 사회생활에서 얽히고 설킨 내담자들의 삶을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그들도 모르는 자신이 마음을 읽어주고,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치유하는 솔루션을 담고 있습니다. 착한사람컴플렉스, 번아웃증후군, 우울증, 수동적 공격성, 완벽주의, 스트레스,  등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심리용어들이 등장하며, 우리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들 마음이 피로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피로한 마음을 다루는 방법까지, 아주 익숙하고 간결한 문체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느낀점 


개인적으로 "진짜 나"와 "가짜 나"가 격하게 대립되는 때가 20대에 접어들었을 때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과 갈등을 겪고 내가 잘 했는지 못했는지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 사람들과 어떻게든 맞춰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혹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힘겹고 피곤하고 고통스러운 것을 느껴도, 그건 내가 아주 나약하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사람들과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고 무진장 애를 썼습니다. 마음이 힘겨워도, 내 주변 세상이 순조롭게 돌아가면 잘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끊임없이 무너지를 나를 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냐며 무너진 나를 보고 많은 비난을 쏟아부었습니다. 내 마음에 병이 생겼다고 인지하지 않고, 능력이 없는 거라며 나를 궁지로 몰아 세웠습니다.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있고, 무너진 처지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진퇴양난의 기간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일어나보려고 해도, 마음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나를 알기 위해서 심리서적을 들여다 봤고, 내 마음이 아프고 지쳐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죠. 나를 알기 위해 참 많은 심리서적을 봤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나는 왜 마음이 피로할까?를 읽으면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게 있는 불편한 심리증상과 해결책을 아주 간단명료하게 요약한 것 같아요. 심리에 관심이 많아 심리서적을 많이 읽은 분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금방 읽어볼 수 있고요. 진짜 나를 알아가고, 미스테리한 나의 마음을 너무 몰라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이 책을 읽으면 직면한 심리증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우리는 스펙쌓기 위한 공부엔 열심히 하는데, 스펙을 쌓는 주체인 나와 내 마음 공부는 소홀합니다. 20대에 학교와 부모님의 울타리를 벗어나 오롯이 혼자 세상에 직면해야 하는 사회초년생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진짜 나와 가짜 나를 잘 구분해서 세상살이에 적응해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좋은글귀


p. 53 남이 내 이야기를 할까 봐 불안해진다면 그런 감정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들여다보자. 실수나 잘못은 바로잡으면 그만이다.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불안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괜한 사람들에게 투사해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p. 57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데 그건 착각이다.


p. 63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만약 인간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자신의 상황이나 가족, 친구, 사회여론 등의 외부 환경과 관계없이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른 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매번 선택은 신중해야 하며, 반드시 자신을 위해서 해야 한다.


p. 64 잘못된 선택은 반드시 후회하게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다. 과거의 선택을 되돌릴 수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며 괴로운 것보다 새로운 마음으로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게 낫다.


p. 75-76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노력해도 성과를 얻지 못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스스로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늘어나는 것이다. 스스로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늘어나는 것이다. 심지어 아직 일어나ㅣ 않은 미래의 문제를고민하거나 열심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p. 95 (중략)자아 탐구는 평생의 과제나 마찬가지다. 자신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라. 현재 주어진 일과 공부를 꾸준히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면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 100 (중략)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능력과 한계를 파악하고 장점과 단점을 이해한다면 자신의 발전 공간과 완충지대를 잘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와 단점을 알지 못하며, 설령 알아도 직면할 용기가 부족하다./완벽주의는 이상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거기에 세속적인 비교까지 더해지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마저 사라진다.


p. 128 어떤 사람들은 능력이 부족하거나 신중하지 못한 동료와 일할 때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자처해서 일을 대신 처리해버린다./그러면 애초에 능력이 부족했던 동료는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어떤 일도 스스로 책임질 수 없게 된다. 도움을 받는데 익숙해져서 더는 긴장감과 초조함을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p. 140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매사에 겸손하고 잘못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는사람은 타인에게 비난이나 질책을 받으면 심하게 위축되어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 게다가 그 비난이나 질책을 쉽게 수긍한다. /여기에 열등감까지 심한 사람은 자신의실수를 인정하지 못하고 회피한다. 그중에는 비난과 질책에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스스로 문제나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며 상대에게 기분이 상했기 때문이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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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어전공자이지만, 영어가 좋으면서도 영어가 여전히 어렵습니다. 영어 자존감(?)이 급격하게 떨어진 계기는 힘겨웠던 호주 유학생활이었습니다. 유학길에 오르기 전에, (그땐 영어에 엄청난 근자감이 강해서) 영어 자체는 이미 준비되어있다 믿고 어떠한 대책도 없이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호주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이미 난관이라는 걸 감지했습니다. 호주 현지인들이 던지는 영어는 내가 공부했던 영어와는 차원이 달랐거든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내가 한국에서 배운 영어와 영어권 환경에서 부딪힌 영어의 괴리감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혼란스러웠고, 뭐가 뭐지 몰랐습니다. 문화충격을 심하게 받았던 겁니다. 한국에서 배운 미국식 영어로 발음하면 호주사람들은 바로 비난을 쏟아 붙습니다. 인상을 찡그리며 "양키 언어 쓰지말라"고 화를 내더라구요.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이토록 높은 것인지, 온몸으로 체감했던 유학생활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맘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못 알아듣는 뉴스를 틀고 무조건 듣고 따라만 했습니다. 3개월 가량 반복했을거예요. 어느순간 그냥 언어로 받아들이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영어를 한국어로 애써 번역하지 않아도, 그냥 그 자체의 언어로 이해한달까요? (물론, 지금은 감을 많이 잃었지만) 호주 영어식대로 생각하고 알아듣는 내가 그땐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영어교육에 대한 배신감이 치솟았습니다. 몇 년을 영어공부하는데 투자했는데, 습득하는 방법 자체가 달랐다는 걸 알았던거죠. 영어를 언어가 아닌 학문의 한 분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영어자체가 어려웠던 거예요. 한숨만 나왔습니다.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에서처럼, 외국어를 습득하는 동기부여를 얻어 영어를 습득했다면 어땠을까요?



■ 라틴어 수업 내용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은 서강대학에서 진행된 라틴어 수업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라틴어 수업이라고 해서, 단순히 라틴어의 문법을 기초로 하여 언어를 공부하는 방식만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예요. 라틴어의 기본 개념 및 문법의 구성을 시작으로, 라틴어의 시대적 배경, 역사, 문화, 철학 등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언어 공부란 어떤 것이며 어디에 중점을 두고 공부하는지를 포괄적인 관점에서 언급하고, 어떻게 자기성찰을 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는지를 알려주며 자신을 인정하고 삶과 마주하는 태도를 알려줍니다. 라틴어 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도 배울 수 있습니다.


■ 느낀점 


언어라는 것은 시대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변화합니다. 그래서 단순 암기를 통해서 익혀지지 않는다는 걸, 영어를 공부하고 번역을 공부하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는 바입니다. 영어도 파고들면 너무나 어려운데, 고어에 해당하는 라틴어는 오죽할까요? 저자의 말에 의하면 라틴어는 진짜 어렵다고 합니다. 문법에 들어가면 절대 단순한 구조가 아니래요. 그러면서, 유치한 동기로 라틴어를 배워도 좋다고 합니다. 그만큼 부담없이 시작해도 좋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영어 한 단어가 어떤 라틴어에서 파생되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시대적 배경과 역사도 알려줍니다. 참 흥미롭더라구요. 이야기 흐름을 알고 언어습득하니 기억에 잘 남고 응용도 가능할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라틴어 수업을 새 친구와 서슴없이 가까워지는 것처럼, 흥미와 관심도가 점차적으로 생기더라구요. 잘 안돌아가는 머릴, 가볍게 스트레칭하 듯 풀어주고 자연스럽게 본론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참 흥미롭더라구요. 무엇보다 라틴어를 비롯한 자기성찰에 있어서 스스로 생각할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해줍니다. 저자와 같은 다양한 시야와 혜안을 가진 교육자를 만나서 외국어 공부방법을 새롭게 터득하는 기분이 듭니다. 영어를 기본부터 다시 공부하고 싶고, 영어단어의 어원을 하나씩 파고 들고 싶은 욕심도 샘솟고, 더불어 라틴어도 배워보고 싶은 도전정신(?)도 생겨납니다. 우리가 흔이 해오던,  결과와 성과 중심이자 스펙을 쌓기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의 내적 성장과 자신만이 만족할 수 있는 성취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저자가 말해주니 "공부"는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주 즐거운 것이라, 즐겁고 재미있게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입니다. 자고로 공부는 즐거워야 합니다.그래야 잘해낼 수 있습니다. 초중고등대학 교육을 받으면서, 진도를 못 따라가서 난 머리가 정말로 나쁜 사람인 줄 알고 자랐습니다. 반면, 분명 말도 안되고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따질만한 지적 수준은 안되서 마음 속에 불만만 가득가득 했죠. 그래서 학교 다닐 때 공부 안했습니다. 이후에 성인이 되엇 공부의 필요성과 참맛을 알아서 여러가지 공부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 라틴어 수업을 만난 것이 천만 다행이라 생각해요. 공부를 하고자 하는 동기는 뚜렷합니다. 어떻게 공부할지 몰라서 지금껏 방황도 많이 했지만,  소소한 동기로 공부를 시작해서, 영어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어도 습득하고 그 속에서 삶에 대한 철학도 공부하며 넓고 깊은 지혜와 혜안을 가지고 싶어집니다. 


■ 좋은글귀


p. 23 라틴 문학이나 라틴어와 연관된 학문을 한다면 라틴어의 문법을 철저히 공부해야 하지만 교양수전으로 배우는 학생들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도 라틴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라틴어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고 라틴어를 통해 사고체계의 틀을 만들어주는 데 있었습니다. 



p. 25 뭔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데는 그리 거창한 이유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있어 보이려고, 젠체하려고 시작하면 좀 어떻습니까? 수많은 위대한 일의 최초 동기는 작은 데서 시작합니다.


P. 27-28 사실 언어 공부를 비롯해서 대학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틀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학문을 하는 틀이자 인간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우는 것이죠. 쉽게 말하며, 향후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 알고, 그것을 빼서 쓸 수 있도록 지식을 분류해 꽂을 책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p. 45 언어는 사고의 틀입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수평성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가 로마인들의 사고와 태도의 근간이 되었을 겁니다.




p. 55 "언어는 공부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언어의 습득적, 역사적 성질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는 언어의 목적 때문입니다. 언어는 그 자체의 학습이 목적이기보다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목적이 강합니다.


p. 63 물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쉽게 알수도 없지만 섣부르게 "이것은 내 장점이다, 단점이다"라고 규정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고, 또 환경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p. 117 (중략) 저는 학생들에게 공부는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매듭을 짓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해줍니다. 어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그것을 내가 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그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가보는 연습을 해보라고요. 공부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잘 마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p. 215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은 다양한 데서 오는데 한 권의 책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한 장의 그림일 수도 있고,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중략)그 책을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알았기 때문에, 그 그림을 알았기 때문에, 그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만났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눈뜨게 되고 한 시기를 지나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게 되는 것이죠.



p .218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희망을 말하기에 전제되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바로 '삶'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만이 오직 희망을 말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어야 다른 것을 꿈꿀 수도 있고, 크고 작은 것들은 희망할 수 있습니다. 훗날 성공해서 부자가 되는 것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든 혹은 자유롭게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건 살아 있어야 가능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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