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도 지음 / 새움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정말로 돈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것처럼 살았습니다. 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돈때문에 삶이 흔들리곤 합니다. 또 돈이 없으면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도 받고, 뜻대로 풀리지도 않습니다. 어떤 때는 의지의 문제라기 보단 주머니사정의 문제라고 단정짓고 싶은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라는 존재는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있으나 없으나 우리 삶을 쥐고 흔듭니다. 그래서 너무 돈 때문에 허덕여서 일확천금이 한꺼번에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생기는 동시에, 두려움이 밀려오더라구요. 돈으로 행복할 수 있지만 또 돈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내 인생이 불행해질 것 같은 두려움이요. 물론, 돈에 대한 생각과 개념이 바로 잡히지 않은 탓에 돈의 이중성을 두고 설레다가 두려워하기를 반복합니다. 돈에 대한 욕구도 무시할 수 없어서 돈에 관한 소설이나 기타 책들을 보며 관심부터 갑니다. 그래서 읽게 됩니다. 이번엔 어리버리 평범함 신입브로커의 아찔한 머니 게임을 다룬 소설 을 읽고, 주식시장에서 돈이 어떤 구조에서 어떤 형태도 돌아가는지 들여다 보고, 신입 브로커가 어떤 계기로 머니게임에 개입되는지, 그의 심리상태는 어떻게 변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읽어봤습니다.


■ 돈 내용 


지방에서 상경하여 증권가의 멋진 엘리트를 꿈꾸는 조익현. 증권가에서 살아남기엔 그는 아주 소심하고 어리버리해 보이며, 그렇다할 연줄도 없는, 소위 빽도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신입 주식 브로커입니다. 그러나 그가 몸을 담고 있는 세상에선 돈을 가진 자가 절대 권력을 가진 일명 "갑甲"이라는 걸 적나라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어리버리한 그이지만, 영원한 "을乙"로만 남기 싫은 그에게 "만약 지금 네 수수료의 1,000배를 벌 수 있다면, 그 대가로 무엇을 바칠 수 있어?(p. 70)"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악마의 유혹이 빠져듭니다. 평생을 벌어도 절대 벌어들일 수 없는 엄청난 이익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제안에 그의 귀를 의심하지만, 그는 그 유혹을 허용하며, 아슬아슬한 머니 게임을 시작합니다.


■ 느낀 점 


돈으로 인생역전과 신분세탁을 할 수 있는 요즘, "일확천금에 나에게 주어질 수 있다면? 일확천금에 대한 대가로 나는 무엇을 걸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저자는 증권가에서 몸을 담은 이력이 있으며, 젊은 나이에 비합법적 사금융업체를 설립하여 1년만에 10억 원을 벌어들여 운용하지만 성공과 실패, 돈과 탐욕의 노예였던 시절을 청산하고 작가의 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금융지식을 동원하여 쓴 소설이라, 주식 시장의 흐름과 생리에 대한 묘사가 아주 사실적입니다. 충격적인건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는 전부 실화라는 점입니다. 영화같은 흐름이 전개되는데, 이 모든 것이 실화라니! 무엇보다 극중 주인공 조익현은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일반적인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일확천금의 유혹으로 인해 변하는 조익현의 모습을 지켜보면 참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순진 무구한 시골 청년이, 위험한 돈놀이에 빠져들어 아찔하게 성과를 거둔 후에 점차적으로 대범해지는, 마치 우리들이 몰랐던 우리 자신의 실체를 바라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익현을 악마의 유혹에 이끌게 하는 대목 중에 "자기 자신을 '어떤 누군가'로 너무 단정 짓지마.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앞으로 또 이렇게만 살 거야.' 굳이 이런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후후후, 너는 의외로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어.(p.90)"라는 대사가 나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자신을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긴박한 상황에 놓이면 우리도 모르는 우리의 잔인한 대범성을 목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데요. 특히 일확천금을 갑자기 손에 쥔다면 우리의 탐욕은 우리를 냉정하고 뻔뻔하게 변할 가능성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익현을 머니 게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금융계의 숨은 미스테리 '번호표'라는 자가 있습니다. 그 자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스럽게 머니게임을 진행합니다. 이 부분이 다소 진지하게 웃겨요. 잔잔한 스릴러에 진지한 재치를 추가해서 긴장감이 살짝 이완되었다가 바짝 조이는 스릴을 즐길 수 있으며, 평생 "을乙"것만 같은 조익현의 결말이 너무나 궁금해서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독자들을 위해 주식에 대한 이해도를 돕기 위해 이야기 전개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식 시장의 개념, 생리와 환경 등을 잘 묘사해서 소설을 읽어가는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그 세상이, 영화같은 세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놀랍니다. KBS "사랑과 전쟁"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았는데, 현실은 더 적나래서 각색한 것이 그 정도라는 점에서 놀라는 것과 똑같아요. 늘 마음으로 갈망하면서 절제해왔던 탐욕을 비로소 실현할 때 잠자고 있거나 눌려있는 우리들의 차디찬 악마적인 본성과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가 제작되어 올 3월에 개봉예정이래요. 원작과 각색된 영화를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 기대도 해봅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돈에 갈증을 느끼고, 돈을 갈망하는 누구라도 읽으면 흥미롭게 읽을 소설입니다. 돈의 습성과 돈이 우리 탐욕에 미치는 아찔한 영향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증권가의 "카더라"하는 생리를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읽는 내내 "설마, 아니겠지, 에이~ 아닐꺼야"라며 의심도 들지만, 돈으로 인한 어두운 이면을 보면서 우리 자신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책 속 글귀 

p. 31 펀드매니저와 브로커. 일반 사람들이 금융권 체계에 대해 어렵고도 난해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금융'이라는 것은 두 가지 직무로 요약된다. 첫째,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불려나간다. 둘째, 첫 번째 행위에 필요한 계좌를 개설하고, 그 거래들이 가능하도록 매매를 중개한다. 전자를 담당하는 곳이 '자산운용사' 및 '은행 자금부'라 불리는 곳이고, 후자를 담당하는 곳이 '증권사'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래서 운용사 및 은행 자금부에서 일하는 사람을 펀드매니저 혹은 딜러라고 하며, 증권사에서 그들의 매매를 중개하는 사람을 브로커라고 한다.

p. 90 "이봐, 조익현. 자기 자신을 '어떤 누군가'로 너무 단정 짓지마.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앞으로 또 이렇게만 살 거야.' 굳이 이런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후후후, 너는 의외로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어. 네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네가 부러워하던 그런 사람 말이야. 바꿔 말하면, 너는 지금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애써 포장한 것일 수도 있단 말이지. 마흔 살이나 쉰 살이라면 모를까, 스물일곱이면 아직 늦지 않았어. 네가 전혀 다른 사람임을 깨닫는 건.

p. 97 여의돌에 출근하던 첫날, 익현에게 그것은 마치 앞으로 우뚝 솟을 자신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저 많은 건물들 중에 내 것 하나 없다는 현실이, 아니 심지어 저 건물의 단 1평조차도 소유하고 있찌 못하다는 사실이 더없이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p. 215 악마는 인간에게 고통만을 주지 않는다. 악마는 인간의 낙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속삭인다. 달콤하게, 항상 승리에 취해 있게, 그리고 그 행복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도록······. 그 속삭임을 귀가 마비되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렇게 한 인간이 기쁨에 취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이 든 바로 그때, 악마는 그 승리자에게 근사한 선물을 선사한다. '절망'이라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선물을······.

p. 315 악당들은 너무 똑똑하다. 너무 똑똑해서 그 꼬리를 잡히지 않을 뿐더러 잡히더라도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반면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이곳 철밥통들은 평균 이하의 두뇌를 가진게 아닐까 의심해봐야 될 정도로 너무나 멍청하다. 이들에게 오로지 절차, 규정, 법규, 공문, 그리고 '문서화해야 하는 증거'밖에 없다.

p. 378-379 "(중략) 하하, 한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거래하는 멋진 직업을 가졌지만, 막상 실생활에서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제대로 누릴 줄도 모르는 것이 바로 저 세일러들의 특징이죠. 최고급 양복을 입고 마호가니 책상 앞에서 대단해 보이는 일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가롭게 술을 즐기는 것조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불쌍한 자들 말이에요."

p. 389 사람들은 다 똑같다. 눈앞에 위기가 닥치면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 마음 속 깊은 곳의 무의식이 그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는 보통 0.5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웬만큼 훈련 받지 않은 이상, 그 결정을 한쪽으로 치우치게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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